사람은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다른 사람의 행동 패턴과 상황을 추론하고 자신의 행동을 정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가령 재난지역에서 통신이 두절됐다고 하더라도 구조대원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 있는 다른 대원들이 현재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 예측하고 자신의 행동 계획을 수립한다. 손님으로 붐비는 식당에서도 마찬가지다. 다수의 종업원들은 고객들로부터 주문을 받고 음식을 손님들에게 제공할 때까지 높은 수준의 협력을 한다. 비록 다른 종업원이 보이지 않는 곳에 있더라도 현재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 추론하고 자신이 지금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찾아낸다. 이처럼 사람은 정보가 완벽하지 않은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서로 협력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로봇은 그렇지 못하다. 모든 주변 정보들을 획득한 후 프로그래밍이 되어 있는대로 행동을 한다. 만일 센서, 성과, 커뮤니케이션 등 측면에서 오류가 발생하면 로봇에게는 치명적이다. 로봇은 '확실성'이라는 조건 하에서 움직이는 게 일반적이다. 물론 최근 열린 'DRC(다르파 로보틱스 경진대회)'에선 통신이 두절된 상황에서도 로봇이 재난구조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과제가 주어졌다. 앞으로 로봇이 활동해야 할 상황은 '불확실성'이 상수 조건이 될 가능성이 크다.

MIT ‘컴퓨터과학 및 인공지능연구소(CSAIL)’는 불확실한 환경에서도 로봇간에 협업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CSAIL은 최근 열린 '로보틱스 사이언스 및 시스템스(RSS)' 컨퍼런스에서 이 같은 내용을 주제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자들은 자신들의 연구 결과를 증명하기 위해 3개의 로봇이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협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했다. 몇 개의 방으로 구성된 사무실을 일종의 미니어추어 바(bar)로 구성한 것이다.

3개의 로봇 가운데 1개의 로봇은 바텐더 역할을 한다. 이름은 'PR2'다. 다른 2개의 로봇은 4개의 바퀴로 움직이는 로봇으로 '터틀봇(turtlebot)'으로 불린다. 이번 실험에서 PR2는 터틀봇에게 맥주를 전달해주며, 터틀봇은 사무실내 직원들로부터 주문을 받고 맥주를 주문한 사람에게 전해주는 역할을 한다. 맥주를 주문하는 사람들은 서로 다른 방에 위치해 있다. 이번 실험의 목표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직원들에게 맥주를 배달하는 일이다. 방안에 있는 터틀봇은 다른 터틀봇이나 PR2가 현재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들의 센서가 완벽하게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로봇에 적용된 알고리즘은 '불확실성'에 기반하고 있다. 불확실성은 센서, 성과, 커뮤니케이션 등 3가지 측면에서 발생할수 있다. 각 로봇에 설치된 센서는 다른 로봇의 상태와 위치에 관해 불확실한 정보를 갖고 있다. 일하는 성과도 매우 불확실하다. 바텐더 로봇으로부터 맥주를 받는 과정에서 맥주 캔을 떨어트릴 수도 있고 배달할 사뭇실의 뱡향을 찾지못해 맥주를 배달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다. 커뮤니케이션도 완벽하지 않다. 커뮤니케이션을 방해하는 노이즈가 발생하거나 커뮤니케이션 범위를 벗어나 로봇이 위치할 수도 있다. 이런 '불확실성' 때문에 로봇은 다른 로봇이 현재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른다. 관건은 사람과 마찬가지로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다른 로봇이 현재 어떤 일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추론하는 능력이다.

연구팀은 이런 불확실한 상황에서 정교한 플래닝 알고리즘을 로봇에 구현했다. 3가지 불학실한 상황에서 최적의 솔루션을 찾도록 했다. 이와 함께 '매크로 액션(macro-action)'이라는 알고리즘도 적용했다. 이는 마치 사람이 행동하는 양식과 비슷한 방법이라고 한다. 가령 사람은 특정 작업을 수행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발걸음을 구체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 경험을 통해 각각의 발걸음은 제2의 본능처럼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행동 패턴이다.

마찬가지로 로봇은 '매크로 액션'이라는 알고리즘을 통해 복잡한 발걸음을 포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수 있다는 것. 가령 방에 있는 웨이터 로봇은 바(bar)로 움직이는 과정에서 바텐더 로봇이 다른 로봇에게 지금 서빙을 하고 있는지, 아니면 서빙할 준비가 전혀 안되어 있는지, 또는 다른 로봇을 관찰할 수 없는 환경인지 등에 관해 대비할 수 있도록 프로그래밍을 했다. 연구팀은 이같은 '매크로 액션'의 과정을 'MacDec-POMDPs'라고 규정했다. 'decentralized partially observable Markov decision process'의 약칭이다. 비중앙집중적이며, 부분적으로 관찰 가능한 환경에서의 의사결정 시스템이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앞으로 이같은 연구는 계속 진행될 것이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로봇들이 어떻게 협업을 할 수 있는지에 관해 보다 높은 수준의 연구 결과물이 나온다면 로봇의 쓰임새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재난현장의 구조 활동, 레스토랑에서의 고객 접대, 병원에서의 환자 괸리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 가능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