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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예사 줄타기와 같은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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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6.02  02: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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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업계는 190년대 중반부터 한국경제를 떠받치는 중심축의 하나였다. 그럼에도 5년 전 MB정부가 들어서면서 산업전체가 대혼란에 빠졌던 기억이 있다. DJ정부 때부터 참여정부까지 10년간 지속돼온 IT산업이 어느날 갑자기 꿔다 놓은 보리자루 취급을 당하게 된 것이다. 정보통신부를 해체하고 바이오나 태양전지와 같은 분야가 성장동력으로 대체된 게 그 예다. 물론 나중에 IT특별보좌관 같은 직책을 대통령실에 두기도 했지만 한번 어긋난 ‘민심’은 되돌릴 수는 없었다.

반면 정권이 교체되는 와중에서도 정책적 일관성을 보인 몇몇 분야가 있었는데, 그 중의 하나가 로봇이다. 로봇은 2003년 참여정부 출범과 함께 10대 성장동력에 선정된 이후 MB정부의 17대 성장동력에도 포함돼 정책적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 기간 동안 정부는 1조원에 가까운 돈을 로봇 연구개발 등에 쏟아 부었다. 덕분에 로봇산업은 그 나름대로 지속적인 외형성장을 꾀할 수 있었다. 3000억원 안팍이던 시장 규모는 2011년 2조원 돌파에 이어 올해는 확실하게 3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제조용 일색이던 제품 종류에서도 고부가가치와 확장성이 뛰어난 서비스용 로봇의 증대가 이루어 졌다. 기술적 측면에서는 정보통신과의 접목을 통해 탄생한 네트워크형 로봇이 유망 분야로 떠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시장은 외형만 커졌지, 내실에서는 별반 달라진 게 없어 보인다. 지난 10년 동안 정부가 사실상 ‘편파적’으로 정책적 의지와 예산을 쏟아 부은 곳은 개인용이나 전문용과 같은 서비스용 로봇 분야였다. 대중적 폭발(성장) 가능성이 높고 부가가치와 확장성도 크다고 보았기 때문이었다. 실제 통계수치상으로는 제조용에 비해 서비스용 시장의 성장이 두드러지지만 절대 규모에서는 여전히 10전년과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제조용이 1조6~7000억 원 대 비해 서비스용은 고작 3000억 원에도 못 미치는 식이다.

글로벌 동향과 비교해서도 10년간의 성과는 별로 내세울게 못 된다. 지난 2011년 세계 로봇시장에서 차지하는 서비스용의 비율은 33%를 넘어섰지만, 우리는 고작 14%대 머물고 있다. 지난 2009년 발표한 ‘제1차 지능형로봇 기본계획’에서 2013년 우리의 목표를 세계 3대 로봇강국으로 정한 것 치고는 너무나 부실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기왕 내친김에 ‘제1차 지능형로봇 기본계획’의 내용을 좀 더 들여다보자. 1차 계획의 중심축인 4개의 어젠다 가운데 우선 눈에 띄는 것이 2번째인 ‘선제적 수요확산’이다. 정책적으로 서비스용 로봇 시장의 확대를 염두에 두었다는 흔적이다. 실제로 1차 계획에는 수요(시장) 확대를 위해 여러 시범사업과 ‘로보월드’같은 전시회 개최에 많은 예산을 집행하도록 돼 있다.

3번째 ‘지속 가능 성장 기반 구축’ 어젠다도 무관하지 않다. 여기서 말하는 성장기반이라는 게 바로 서비스용 로봇시장 확대를 위한 인력양성과 관련제도 개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1차 계획 어디를 봐도 서비스용 로봇 수요를 창출하기 위한 구체적인 시장접근방안이나 제품 정책이 ‘선제적’인 수준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참고로 나머지 2개 어젠다는 ‘R&D 역량 제고’와 ‘범국가적 협력체계 구축’이다.

이러한 결과가 의미하는 것은 로봇정책이 서비스용에 방점을 두었으면서도 결과적으로 제조용과 서비스용을 구분하지 못했다는 의미이다. 일정 규모의 수요가 보장된 고가의 제조용과는 달리, 서비스용은 처음부터 철저한 시장 전략과 제품의 가치화가 요구되는 것이 현실이다. 극심한 부침에 시달려온 서비스용 로봇 기업들이 한결 같이 부딪히는 벽이 거기에 있다. 엄청난 자금을 투입했으면서도 상황이 달라지지 않은 것은 정책이 그것을 세심하게 받쳐주지 못했다는 얘기다..

때마침 정부는 지난달 30일 ‘2013년도 범부처 로봇산업정책 협의회’를 열고 ‘제1차 지능형로봇 기본계획’에 대한 지난 4년간의 추진성과를 평가하는 자리를 가졌다. 그러나 이날 발표된 회의 자료에는 이런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안과 보완책을 모색했다는 내용은 그 어디에도 없다. 지난 4년간의 성과라는 것도 두루뭉술하다못해 허술하기 까지 하다. 예컨데 로보월드 전시회에 7만여 명이 다녀갔고 여수엑스포 해양로봇관에는 80여 만 명 다녀간 것을 ‘선제적 수요확산’ 정책의 성과로 꼽고 있을 정도다.

이날 회의에서 또 이런 ‘성과’를 토대로 ‘지능형 로봇 2013 실행계획’을 내놨는데, 여전히 그 표현이나 내용이 지난 계획들과 별로 달라 보이지 않았다. 여전히 ‘원천기술과 융합제품의 개발’ ‘대국민 로봇친밀도 제고’ 같은 진부한 수사들이 눈에 띠었다. 충분히 예상한 것이지만, 언론이나 시장의 반응이 뜨뜨미지근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 일 것이다.

일부에서는 로봇정책이 10년 동안 유지된 것만 해도 어디냐는 말도 나온다. 대통령 바뀔 때마다 뒤바뀌는 ‘정권 교체형’ 산업이 아닌 것만도 다행이라는 거다. 게다가 연내에 나온다는 ‘제2차 지능로봇기본계획’을 더하면 2018년까지 15년간 정책이 지속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얘기다.

물론 그렇게 말하는 이들의 기저에는 냉소가 잔뜩 묻어있음을 잘 안다. 그러나 냉소는 언제든지 무관심이라는 이름으로 밖으로 뛰쳐나올 수 있다. 앞선 정책에 대한 반성 없이 쏟아지는 새로운 정책은 그래서 곁에서 지켜 보기에 안타깝다. 줄타는 곡예사를 보는 것처럼 위태롭기 조차 하다. 서현진 ∙ 본지 편집고문

서현진 기자  suh@irobot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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