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형 로봇에게도 법인이나 자연인과 같은 법인격을 부여해 등록제를 도입하고 소유자에게 세금을 부과하자는 논의가 시작됐다.

로이터에 따르면 EU는 로봇 작업자에게 ‘전자인(electronic persons)'의 지위를 부여해 법적인 책임과 의무를 지도록 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보고서 초안을 마련했다. 이 초안은 EU의회 산하 로보틱스에 관한 시민법 규정위원회에 권고안으로 제출됐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생산라인에 로봇의 도입이 늘어나면서 근로자들의 실업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고 있고, 부의 불평등과 인간 소외의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산업용 로봇이 생산현장에서 노동자를 대체하면서 사회 안전망이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유럽의회 보고서는 산업 현장에 설치되는 로봇의 지능이 높아지고 자율성이 강화되면서 로봇에 대한 세금부과, 법률적인 책임 등 모든 문제를 숙고해야할 시점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초안에 대해 독일 엔지니어링협회인 ‘VDMA(Verband Deutscher Maschinen- und Anlagenbau)'측은 EU의 관련 법률에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하는 것은 매우 복잡한 사안이며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혔다. VDMA는 독일의 지멘스, 쿠카 로보틱스 등 로봇 및 자동화 업체를 거느리고 있는 기관이다.

유럽의회가 마련한 초안은 유럽집행위원회(EC)측에 “정교한 자율 로봇에 전자인의 지위를 부여 특별한 권리와 의무를 갖도록 해야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와 함께 초안은 지능형 자율 로봇 등록 제도를 제안하고 있다. 등록된 로봇들은 법적인 의무를 지원하는 펀드와 연결되도록 하자는 것. 또 특정 조직이 사람대신 로봇을 도입했을 경우 사회보장 측면에서 얼마나 기여했는지 분명하게 밝힐 것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패트릭 슈바르츠코프(Patrick Schwarzkopf) VDMA 관리이사는 “전자인에 관한 법률적인 프레임워크는 50년이 지난후에야 현실화될 수 있다”며 10년안에는 일어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전자인이란 개념이 관료적이고 로봇의 개발을 저해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자율주행자동차에 관한 법률적인 프레임워크가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했다.

전문가들은 로봇과 인공지능의 발전이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아가고 사회보장 시스템의 존립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슈바르츠코프는 증가하는 로봇밀도와 실업 사이에는 아직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없다며 전자인 개념의 도입해 반대 의견을 나타냈다. 지난 2010년부터 2015년까지 독일 자동차 산업의 종업원수가 13%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산업용 로봇의 설치대수도 17% 증가했다는 것. 이번 보고서는 로봇의 법률적인 지위에 관해 공론화했다는 점에서 앞으로 더욱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광형 미래학회장은 22일 한국 정보화진흥원에서 열린 미래학회 창립학술대회에서 "앞으로 로봇의 도입으로 전체 일자리 수와 노동시간이 줄어들 것이기 때문에 세 수입 감소가 불가피하다”며 이를 보전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로봇세 도입을 제안했다. 개인이나 기업이 소유하고 있는 로봇 수에 비례해 로봇세를 부과하자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