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자동차 시장 시동 걸렸다!
자율주행자동차 상용화 눈앞

자동차 산업이 그 시작 이래 최대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100여 년간 끊임없이 진행된 기술 개발에 발맞춰 자동차 산업은 변화해왔지만, 향후 10~20년간은 그동안의 변화보다 더 큰 상황에 직면해 있다. 중심에 선 가장 큰 화두는 자율주행자동차. IT 업체들의 기술 개발과 시장 참여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한순간에 몰락한 휴대폰 제조업체들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자율주행자동차 기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기존 산업간 경계를 허무는 거대한 혁신. 자율주행자동차 시장의 시동이 걸렸다.

자율주행자동차, 시대적 흐름에 따른 요구

세계보건기구(WHO)의 발표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매일 수백만 명이 교통사고로 다치고 3500명 이상이 사망한다. 연간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130만 명에 달하고, 증가폭도 커 이 추세라면 2020년 교통사고 사망자는 연간 19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 경찰청의 2009년 통계와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ational Highway Traffic Safety Administration)의 2010년 통계를 보면, 교통사고 전체 원인의 94%가 운전자의 부주의로 인한 과실이다. 이에 따라 운전자의 과실을 최소화해, 교통사고로 인한 인명 손실을 줄이기 위해 자동차 선진국에서는 90년도 초반부터 많은 예산을 투입해 자율주행자동차 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운전을 할 수 없는 취약계층에게도 자율주행자동차의 도입은 희망적이다. 미국 노트르담대학의 돈 하워드 철학과 교수는 월스트리트저널의 기고문을 통해 “인류에게 있어 교통사고가 질병이라면, 치료약은 자율주행자동차다.”라며, “치료할 수 있으면서도 병을 방치하는 것은 잘못이다.”라고 자율주행자동차 개발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교통사고 치료약 자율주행자동차. 업체들이 기술개발에 나서는 주요 동기 중에는 분명 그 시장성도 있겠지만, 자율주행자동차의 도입은 시대적 흐름에 따른 요구에 맞물려 있다.

자율주행자동차 단계별 시나리오

▲ <표 1> 미국 도로교통안전국이 구분하는 자율주행자동차의 기술 수준

미국 도로교통안전국에서는 자율주행자동차의 기술 수준을 레벨 0부터 레벨 4까지 구분하고 있다(표 1). 레벨 0은 자동화시스템이 전혀 없는 자동차, 레벨 1은 여러 자동화시스템 중 1개 시스템이 적용된 자동차, 레벨 2는 2개 이상이 통합되어 적용된 자동차, 레벨 3은 제한된 조건에서만 자율주행이 가능한 자동차, 레벨 4는 완전 자율주행자동차를 이야기한다. 현재 차간거리유지 등 특정 기능을 지원하는 레벨1 기술이 탑재된 자동차가 고급 차종을 중심으로 양산되고 있으며, 레벨 2 기술에 대해서는 GM, 아우디, 벤츠 등의 완성차 업체 등에서 기술 시연을 하고 있다. 구글이 현재 테스트를 진행 중인 자율주행 자동차는 레벨 3에 속한다.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의 문종덕 스마트카 PD는 “완전 자율주행자동차인 레벨 4는 기술 개발이 완벽해지고 사고 발생 시 법적인 책임, 보험 등의 문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진 이후에나 양산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상용화 D-데이는 2025년

▲ <표 2> 자율주행자동차가 사람 정도의 운전능력을 갖추는 2025년경 상용화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구글은 당장 2년 뒤인 2017년 완전 자율주행자동차의 상용화를 예고했다. 자율주행자동차의 상용화 시기에 대해서는 전문가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2011년 발간된 보고서 ‘개인이동을 위한 자율주행자동차’에서는 자율주행자동차가 최소한 사람 정도의 운전능력을 갖출 때를 상용화가 가능한 시점으로 잡고 있다. 2008년 미국의 교통사고 통계에 의하면 대략 100만 마일마다 한 번씩 심각한 사고가 발생한다. 자율주행자동차의 경우 사람이 운전에 개입했을 때를 사고 발생 시점으로 가정한다면, 현재 자율주행자동차의 수준은 1000마일마다 한 번 정도 사람의 개입이 필요하다. 스탠퍼드대학 자율주행자동차연구실의 데이비드 스태븐스는 자율주행자동차가 대략 사람정도의 운전 성능을 보이는 2025년경이 되면 자율주행자동차가 대중화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표 2). 한양대학교 미래자동차학과의 선우명호 교수 역시 “특정한 목적으로 제한공간, 특정한 지역에서만 주행하는 자율주행자동차는 현재 업체들이 전망하는 시기에 등장할 수 있겠지만, 현실적으로는 레벨 4에 해당하는 자율주행자동차의 등장은 2025년경은 되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상용화 이후 폭발적으로 시장 성장할 것

▲ <표 3> Navigant Research는 2035년 자율주행자동차가 9540만 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자율주행자동차 시장은 레벨 1기술이 적용된 자동차가 판매되고 있어 이미 열리기 시작했다.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많은 고급 차종에 SCC(Smart Cruise Control) 시스템이 탑재되어 선행 차량의 속도에 따라 가속, 감속, 정지, 재출발 등의 기능을 수행하면서 운전자의 발을 편안하게 해주고 있다. 시장조사 전문업체인 Navigant Research에서 발표한 보고서(표 3)에 따르면, 2020년 자율주행자동차 판매는 8000대뿐이지만 이후 판매가 급속히 늘어 세계 3대 시장(북미, 서유럽, 아시아)을 기준으로 2035년까지 85%의 연평균 성장률을 기록하며 9540만 대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2025년 전 세계 4%에 불과한 자율주행자동차가 2035년에는 75%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보고서나 통계자료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늦어도 10년이면 상용화가 시작되어 그로부터 20년 뒤면 대부분의 자동차가 스스로 움직이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장우석 연구위원은 “안전에 대한 우려, 국가별 수용도 차이 등으로 상용화 초기 시장은 느리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나 2025년 이후에는 본격적인 성장기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라며, “2025년 이후 세계 자율주행자동차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여 2035년에는 연간 생산량이 약 1억 대 수준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신성장동력 시장을 선점해라!

구글이 자율주행자동차에 눈길을 주고 기술 개발을 선도하자 완성차 업체들은 한때 위기론에까지 휩싸였다. 하지만 관계자들은 구글이 직접 자율주행자동차를 제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크리스 엄슨 구글 자율주행자동차 개발팀장 역시 “구글은 자동차 제조업체가 될 생각은 없다.”라고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전통적인 완성차 업체가 아닌 구글이 자율주행자동차 시장에 이토록 공을 들이는 이유는 뭘까? 문종덕 스마트카 PD는 “구글은 자율주행자동차라는 제품 개발보다는 자율주행 자동차를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 선점에 비중을 두고 있다.”고 전했다. 장우석 연구위원은“구글의 전략은 자율주행자동차 산업을 미래 최대의 성장동력으로 주목하고 차량용 운영체제(OS)를 선점하고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스마트폰의 운영체제를 장악한 것처럼 지도서비스(Google Maps)를 바탕으로 자율주행자동차 운영체제(OS)를 선점하기 위한 것”이라며,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 역시 한순간에 몰락한 휴대전화 제조업체들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고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완성차 업체의 경우 선진부품을 활용해 자율주행 기술 개발이 어느 정도까지는 가능하지만, 핵심부품은 해외에 의존하고 있어 관계자들은 선진국과의 기술격차를 우려하고 있다. 해외 의존도가 심화됨에 따라 기술이 종속되고, 가격 경쟁력이 약화되어 장기적으로는 국내 생산기반을 상실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선우명호 교수는 “자율주행기술 자체는 2~3년 안에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라설 것으로 보고 있지만, 한국 업체들의 국제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핵심부품들의 국산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전했다.

자율주행자동차 시대에 발맞춘 규제완화 필요

자율주행자동차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세계 각국에서 제도 정비와 지원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은 네바다주를 포함한 3개 주에서 자율주행자동차의 주행을 허용한 데 이어 지난해 12월에는 캘리포니아주 교통국이 시험 주행장이 아닌 공공도로에서의 자율주행자동차 운행을 조건부로 허용했다. 이어, 테스트 차량이 아닌 일반 자율주행자동차의 도로주행 역시 가능하도록 법을 제정할 계획이다. 영국 정부는 2017년까지 자율주행자동차 관련 법제화를 약속하고 4개 지역에서의 시험운행을 허용키로 했다. 일본은 성장전략에 ‘자율주행시스템 실현’을 포함하고 2020년에 고속도로에서 자율주행이 가능토록 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우리나라는 기술 개발을 위해 갈 길이 멀지만, 정부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도로교통법은 자율주행자동차의 운행을 허용하지 않는다. 도로교통법 자체가 사람이 운전하는 것을 전제로 제정되어 있어 자율주행자동차를 개발해도 도로에서 시험운행 자체가 불가능하다. 자율주행을 허용하는 세계 움직임과는 대조적이다.

다행히 최근 들어서는 규제 완화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지난해 10월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은 여야의원 16명과 함께 자율주행자동차의 도로주행을 조건부 허가하는 자동차관리법개정안을 공동발의했다. 여기에 이어 12월에는 무인자동차 등 창조경제 시범사업의 경우 규제 관련 법안 적용에서 제외되는 특별법안이 마련됐다. 타당성이 인정되는 신사업에 대해서는 지역, 기간, 규모 등을 제안해 시범사업이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무인자동차가 특별법에 의해 시범사업으로 선정되면 특정 지역에서의 일반도로 주행이 허용된다.▒

* 본 기사는 '월간로봇' 3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모든 표기는 '월간로봇'의 규정에 따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