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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로봇"변증남 KAIST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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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10.05  20:4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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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이 주조된 혁대버클을 고등학교 졸업선물로 받았었다. 사회에 나가면 ‘생각하며 살라’는 뜻이었을 게다. 반세기 전 얘긴데, 그 당시에는 ‘생각한다’는 것에 별로 큰 의미를 두지 않았던 것 같다. 고등학교를 나오자, 많은 게 자유로웠지만 과외지도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업을 병행하여야 했던 힘든 나날이라, 생각할 일이 너무 많다고 느끼며 지냈다.

상당한 시간이 흐른 후 직장생활을 하면서 보니, ‘생각하는 것‘이 왜 필요하며, 더욱이, 잘 생각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IBM에 내걸린 모토가 “Think"라는 것이 눈에 띄었고, 애플의 슬로건이 ”Think different”라는 것도 마음에 와닿았다. 요즈음엔 ‘생각하는 사람’이 무조건 멋있어 보인다.

언젠가는 "생각하는 로봇"이 출현하여 대중적 상품이 될 날도 올지 모르겠다. 그렇게 되면, 특히 나이든 시니어시티즌들에게 꽤 인기있는 효도선물 아이템이 될 것이라 상상해 본다. 젊은이는 그 수가 늘지 않고 노령인구가 상대적으로 점차 증가하는 역삼각형 인구 구조 때문에, 국가는 앞으로 턱없이 부족하게 될 간호인력(Caregiver) 문제를 해결하여야 한다.

정부 차원에서 현재 여러 가지 형태의 실버 보조로봇 개발을 지원하고 있으며, 노인들이 독립적(Independent)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스마트 홈과 같은 로봇 기반 시스템을 구현한다는 것이 R&D계의 우선적 설계 주제이기도 하다. 그런데, 실버로봇들이 활발히 활용되는 사회가 되면, 자칫 독거노인들의 사회생활은 외로울 수 있다는 부정적 측면이 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여 실버로봇은 ‘친구같은(Friendlike robot) 로봇’이 되었으면 한다.

수년 전, 카이스트 인간친화 복지 로봇 시스템 연구센터(HWRS-ERC)에서 설계-구현해 본 인간친화 로봇(Human-friendly robot)도 ‘친구의 친근감을 주는 로봇(Friendly Robot)’을 목표로 하였다. 사용자와 대화할 때 친절한 음성으로 응답하고, 예쁜 외모에 사랑스런 눈매와 웃는 얼굴을 갖도록 디자인 하였지만, 이 로봇이 보이는 친근감에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나중에 사용자들의 의견을 종합-추정해 보니, 로봇의 데모를 보고 그럴듯함에 그냥 한 번 감탄해 주고,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보여주는 정도의 해프닝으로 받아들인 것 같다. 아무리 근사하더라도 장난감에 어른이 오래 매료되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 친구같은 느낌을 주는 친절성은 사용자가 정보처럼 전달받아 알게 되는 것이 아니라, 정서적 교감으로 아는 것이어서, 인공적 친절성으로는 진정성의 느낌을 생성하지 못한다는 맹점이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진정성’은 자발적인 생각에 의하여만 생성될 수 있으므로, 로봇의 경우에는 오직 "생각하는 로봇"만이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이 된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는 스스로 생각하는 로봇을 가지고 있는가? 아니라면, 어떻게 스스로 생각을 할 줄 아는 로봇을 구현할 수 있겠는가?

우리는 '생각한다'는 말을 이런 저런 형편에 붙여 자주 쓴다. ‘생각‘을 검색해보면, “지각이나 기억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 어떻게 이해하고 또 행동해야 할 것인가-등을 헤아리는, 주로 언어의 도움을 받아 진행되는 정신적 과정”이라는 어휘 정의가 있다. 제라드 에덜만은 ‘생각’을 의식의 범주에 속하는 뇌의 활동으로 설명하면서, 포유류에 공통으로 존재하는 ‘기억된 현재’로서의 1차 의식이 있고, 언어를 매개로 생성된 기억을 이용하여 과거, 현재, 미래가 형성되는 고차의식이 있으며 그 과정에서 자아의식이 생기게 되고 생각을 할 수 있게 된다는 이론을 편다. ‘생각’과 ‘의식’이 불가분의 관계라는 관점에서 공학도가 해석하기 간단한 버전으로, “의식적인 마음을 갖고 추론, 경험의 기억, 또는 합리적 결정 등을 행하는 정신 활동”이라는 간단한 용어 설명을 검색해 볼 수 있다. 이처럼 나중에 소개된 정의에 비춰보면, 로봇이 기계학습적으로 추론할 수 있고 메모리를 이용해 경험을 기억하며 계산적으로 합리적 결정을 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간의 사고 과정을 많이 따라한다고 볼 수 있으나, 단지 이런 과정들이 아직은 로봇 자체의 의식 하에서 이루어진다고는 볼 수 없다는 점에 큰 차이가 난다.

학자들 사이에 자의식을 가진 로봇(Conscious robot)을 구현할 수 있는가-하는 논의가 상당히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심리학이나 공학을 포함하는 여러 분야 입장이 수렴된 합의를 찾기는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움직임과 별도로, 관심있는 학자들이 인공의식(Artificial Consciousness)이라는 개념을 새로 만들어 그의 구현 방법들을 제안하고 있는 것은 당연한 흐름이다.

그런데, 자의식을 갖는 로봇이든 인공의식으로 장착된 로봇이든, 궁극적으로 구현되는 "생각하는 로봇"은 공학적 산물이다. 그 말은 공학의 특성을 이어 받은 로봇이 진정성있는 친근감을 갖도록 구현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로 이어진다. 로봇이 태생적으로 갖고 있는 성질 중 (1) 논리성과 (2)확실성이 마음에 걸린다. 로봇은 모든 결정이 논리적이어야 하며, 보다 구체적이고 확실한 정보/지식에 근거하여 결정하고 행동하도록 되어있다. 사실, 로봇이 산업용으로 쓰일 때나 주인(사용자)에게 절대 복종하는 서비스 용도로 쓰일 때는 이러한 특성들이 높은 신뢰도를 주는 장점으로 작용한다. 반면에, 이런 성질들 때문에 유머나 공감 공유의 방법으로 친근감을 유발하는 로봇이 되기에는 한계가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는 유머러스한 분위기가 친근감을 조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그러나 로봇은 유머와 거리가 멀어 보인다. 왜냐하면 유머의 핵심은 비논리적 반전이며 화자와 청자사이에 비예측성 연출이 개재하기 때문이다. 유머는 “지성과 감성을 총동원하여 구사해야 하는 언어예술”이기 때문에 보통 사람도 어렵게 생각한다. 알려진 유머의 공식(=관찰 x 상상 + 여유)을 보더라도, 로봇이 유머를 말하거나 이해하기가 쉽지 않을 듯하다. 미국의 Data라는 로봇이 코미디를 한다하고 일본에서는 유머센스가 있는 로봇을 개발했다는 보도도 있다. 그러나, 로봇이 우리와 일상을 지내면서 때에 맞춰 유머러스한 분위기를 공유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 같다.

또한, 로봇에게 추상적이거나 애매모호한 것을 거부하는 경향이 있다는 성질이 약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 사람들끼리는, 흔히 ‘선선하다’든지 ‘후덥지근하다’ 와 같은 애매한 언어 변수를 써서 느낌을 표현하고 동감을 나타낸다. “날씨가 꽤 서늘해졌지요?” “네, 이젠 완연한 가을입니다.” 요즈음 집 밖을 나가 누구라도 만나면 주고받는 대화다. 그런데, 만약 로봇을 데리고 나갔을 경우, 내가 “어, 오늘 꽤 춥네. 온도가 20도 쯤 되겠지?”라 하면, 로봇은 자기 센서와 지식베이스를 체크해보고 다음과 같이 대꾸할 것이다: “현재 온도는 22.7도로서 이정도 온도를 춥다고 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퍼지(Fuzzy)기법으로 로봇을 무장시켜도, 느낌을 얘기할 때마다 나와 동감하기는커녕 사사건건 부정확한 것을 지적할 것이다.

로봇은 또 다중 의미를 갖는 어휘룰 내 형편에 맞게 내식대로 쓴다거나 추상적인 생각을 말하면 그런 멘트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文史哲의 인문학이나 음악 미술 같은 예술은, 곧잘 추상성(abstractness)과 비명확성(nonspecificity)을 써서 공감이나 주관적 감동을 유발시킨다는 사실에 비춰, 로봇은 인문학적 소양을 갖추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진정한 친근감을 줄 수 있는 로봇이 되기 위해 넘어야할 산이다. 그러나 이런 저런 부족한 점이 있더라도, "생각하는 로봇"은 멋있을 것이다. 그런 로봇과 함께 낙엽이 지는 앞산을 보며 같이 말없이 생각에 잠기는 상상을 해본다. 그런데 갑자기 이 로봇이 일어나 고개를 들고 라틴어로 외친다. "Cogito ergo sum!(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 변증남ㆍ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과 명예교수

조규남  ceo@irobo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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