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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계 스티브 잡스 키우기변증남 UNIST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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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10.27  12:5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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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산업 진흥에 애쓰는 사람들이 요즈음 꽤 초조해 하는듯 하다. 가시거리에 이렇다 할 킬러앱이 보이질 않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지원으로 60억원이나 들여 개발한 로봇물고기가 전혀 산업화되지 못하고 있다는 질책으로 미루어, 로봇산업이 성장동력으로 지정되었다는 사실도 부담스럽게 느껴질 것 같다. 그러나 로봇분야 킬러앱을 찾지 못해 난처해 하는 상황이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다. 일본은 우리보다 10년 이상 더 고민해 왔으며 유럽이나 미국도 지원 대비 산업화실적 저조 실상은 마찬가지다.

로봇에 관여하는 우리는 모두 하나의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다. 로봇산업이 가까운 미래에 자동차산업의 규모를 대체할 황금산업이라는 것이다. 이 믿음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획기적인 해법이 있어야겠다. 대단한 로봇, 어떻게 만들 것인가?

로봇은 상상(Imagination)의 산물이다. 앞으로, 누가 먼저 킬러앱을 만들 것인가하는 경쟁은 결국 R&D 집단간의 상상력 싸움이 될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일찍부터 이공계 교육을 받아 온 환경과 선진국을 쫓아가는 중진국 경제 체계 속에서 세뇌된 로봇인들이라, 대체로 그 상상력 세계가 균질하고(homogeneous), 크기도 제한적일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므로 미래 로봇산업 진흥을 위해서는 로봇 분야 학자나 기술 종사자들이 사고와 상상력의 범위를 확대하여 그 크기를 대폭 키울 필요가 있다. 상상력은 다른 것과의 만남을 통해 커질 수 있다. 로보틱스를 공학으로 분류한다면, 과감히 공학과는 다른 분야와의 융합을 통해 상상력의 세계를 넓히는 것이 하나의 접근방법이다. 보다 넓어진 상상세계에서 새로운 것을 찾을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다. 여기서 융합대상이 되는 다른 분야는 로봇공학과 많이 다를수록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로봇인들에게 어떤 다른 분야보다도 인문학 분야를 눈여겨보자고 제안한다.

지난해 1년동안, 나는 울산과학기술대학교(UNIST)에서 인문사회과정(AHS:Arts, Humanities and Social Sciences)관련 기초과정부 학부장직을 수행한 적이 있다. 그 때 인문ㆍ예술ㆍ사회분야 교수들과 교수회의를 하면서 전혀 예상치 못한 경험을 하였다. KAIST 재직시 학과장이나 교무처장으로 많은 회의를 주재했었지만, 이공계 교수들과의 회의라면 벌써 끝났을 회의의 내용인데도 불구하고, AHS교수회의에서는 상정된 안건에 대하여 좀처럼 결론을 내지 못하고 이런저런 말만 무성한 채 회의를 종료한 것이다. 그런 상황에 당혹해 하면서도, 그동안 여러 분야 사람들과의 만남을 회고해 보며 그 때 구체적으로 깨달은 사실은, 인문학분야 사람들이 사물이나 문제의 현상을 대할 때, 나와 같은 공학인들과는 여러 면에서 많이 다르다는 것이었다. 표현 용어 구사 방법이 다르고 논리체계가 같지 않은 경우가 있으며 또 판단과 가치기준도, 그 잣대를 읽는 방법도 다를 수 있고 문제 접근 방법도 판이할 수 있다.

좀 더 부연하자면 다음과 같다. 공학인들은 수나 기호에 기반한 표현을 써서, 보다 단순하고 정확하게 대상을 기술하는 것을 제일의(第一義 :The first principle)로 삼는다. 반면에 인문인들은 애매할 수 있는 언어를 사용하되 목표로 하는 바 진정성의 주장이나 심미적 감정을 간접적으로 드러나게 하는 것에 익숙해 있다. 타인의 진술(Statement)에 대한 공감의 표시에 있어서, 공학이나 과학하는 사람들은 거의 이치논리(Binary Logic)에 근거하여 "예" 또는 "아니오"로 자기 의견을 얘기하지만, 인문인들은 적어도 "글쎄요"를 포함하는 삼치논리(Ternary Logic) 이상의 다중 논리로 응수한다.

뭐니뭐니 해도 문제가 주어졌을 때, 이를 대하는 자세에서도 공학인과 인문인 간에 크게 차가 난다. 효율성을 중시하는 공학인들은 먼저 문제의 핵심이 무엇인가를 찾으려 애쓴다. 핵심이 아니라고 생각되면 잘라 버린다. 근사치를 구하는 행위(Approximation)는 공학의 필수 계산법이다. 반면 인문인들이 뭔가를 주장할 때는 '관점의 차별성'을 매우 중시하는 것 같다. 그들은 자기 주관이 잘 반영될 수 있도록 문제를 어떤 관점에서 볼 것이냐에 대하여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공학인들이 봤을 때 "별로 문제가 안된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간과해서는 안될 하나의 이슈로 어렵지 않게 거론하는 것이다. 혹시 이렇게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즉 공학인들은 보통 인과론적 사고에 익숙하여, 주어진 문제를 "x+y 는 무엇인가"라는 형식으로 환원하고 그 답을 찾는 일에 익숙하다. 반면 인문인들이 갖는 질문은 "z라는 결과가 주어질 때, 이것은 어떻게 만들어 질 수 있는가"와 같이 매우 다양한 답들을 염두에 둔 문제들을 다룬다. 간단히 말하자면, 공학도는 수직적이고 인문학도는 수평적이라고 잘라 말할 수 있겠다.

서로 다른 분야 간의 적절한 융합이 유용한 창조로 이어질 수 있다는 명제는 틀림이 없다. 로봇분야에서 연구개발에 임하는 로봇인들이 꼭 염두에 두었으면 하는 명제다. 그러나 융합과정이 쉽다거나 융합은 꼭 성공적 결과를 낼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코 다칠 일이다. 다른 분야 사람들과 함께 학제적 프로젝트를 해 본 사람은, 나와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을 만나 함께 한 시간이 시간낭비가 안되도록 하기 위하여 얼마나 인내하고 양보해야 했는지, 또 때때로 얼마나 여러 엉뚱한 것을 배워 이해하는 노력을 했는지, 이런 것들을 되돌아보면, 융합과정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알 것이다. 다른 분야와 융합하는 데에 손쉬운 접근 방법은 서로 다른 두 개체가 만나 논의하면서 함께 상상력을 키워보고 공유하는 것이다. KAIST에서 의사들과 함께 개발한 'KARES'와 같은 휠체어 재활로봇이 작은 예가 될 수 있겠다. 그러나 이런 식의 융합으로는 임팩트가 큰 융합적 결실을 맺는 경우가 많지 않을 것으로 짐작한다. 멋진 SF소설을 쓰고 싶었던 어느 소설가가 한 과학자와 함께 고심하여 소설을 썼는데, 그 작품이 성공하였다는 후문을 듣지 못하였다.

보다 확실한 융합은 교육을 통하여 그 융합이 개인의 머릿속에서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스마트폰처럼 인류에게 막강한 영향을 줄 로봇의 등장을 꿈꾼다면, 우리는 로보틱스와, 예컨데 인문학 교육이 균형있게 제공되는 융합교육환경을 조성하는게 보다 확실한 방법이 될 것이라 믿는다. 만약 현재 고등학생부터 문ㆍ이과로 분리되지 않는, 멋진 융합교육 환경을 만들어 도입한다면 15년정도 후에는 로보틱스 분야의 스티브잡스가 나타나지 않을까? 변증남UNIST 전기전자컴퓨터학부 석좌교수 겸 KAIST 전기공학과 명예교수

변증남  zbien@un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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