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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후 한국 사회는 '디스토피아?"장길수ㆍ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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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5.27  11: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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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2년 1월 뉴욕타임즈는 애플의 아이폰을 위탁 생산하고 있는 중국 폭스콘 노동자들의 작업 환경이 노예노동과 비슷하다며 노동자들의 구체적인 실태를 폭로했다. 노동자로서의 기본적인 권리를 박탈당하고 있으며, 유해한 화학 물질에 항상 노출되어 있다고 비판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아이패드 생산공장이 폭발하면서 많은 근로자들이 죽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2010년 부터 폭스콘 공장에서 근로자들의 자살 사건이 속출하면서 노동자 인권 유린의 대명사처럼 여겨졌는데 뉴욕타임즈의 폭로 기사로 폭스콘의 회사 이미지는 땅에 떨어졌다. 이런 이유로 한때 미국에선 폭스콘에 하청을 주고 있는 애플 제품에 대한 불매 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금은 기억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

대만 IT업체인 폭스콘은 중국 선전, 충칭, 장저우 등 20여곳에 생산 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전체 직원이 무려 120만명에 달한다. 전자산업집적단지가 있는 장쑤성 쿤산시에도 폭스콘 공장이 있다. 얼마전 중국 ‘사우스 차이나 모닝포스트’지는 쿤산시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 폭스콘이 종업원을 11만명에서 5만명으로 줄였다고 보도했다. 무려 6만명의 인력을 감축했는데 그 자리를 로봇이 대체했다. 로봇은 어떠한 극한의 근무 조건에서도 주어진 작업을 묵묵히 수행하며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지도 않는다. 망가지는 일은 있겠지만 결코 자살하지는 않는다.

쿤산시에선 폭스콘 외에도 600여 업체가 로봇 도입 계획을 갖고 있다고 한다. 폭스콘의 사례는 우리에게 결코 '강건너 불'이 아니다. 비즈니스 모델 혁신 전문가 ‘라피 아밋’ 미 펜실베니아대학교 와튼스쿨 석좌 교수는 얼마전 한 강연에서 삼성과 LG 같은 대기업이 혁신하지 않으면 폭스콘 처럼 실리콘밸리 하청업체로 전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애플의 일을 받아 삼성과 LG의 생산공장에서 로봇이 아이폰을 만드는 모습. 유쾌한 상상은 아니지만 그런 일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세계적 스포츠웨어 및 운동화 업체인 독일 아디다스는 독일 남부 안스바흐 지역에 ‘스피드팩토리(Speedfactory)’를 건립, 내년 1월부터 운동화 생산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스피드팩토리는 로봇에 의해 움직이는 무인 로봇 공장이다. 독일에서 운동화를 생산하는 것은 24년만에 처음이라고 한다. 아디다스는 오는 2018년 미국에도 스피드 팩토리를 건설할 계획이다. 로봇을 도입하면 인건비 상승과 노사 갈등을 걱정할 필요가 없고 생산성도 높아진다. 저임금 국가를 찾아 이리저리 옮겨다니던 행태를 청산하고, 마치 연어처럼 본국으로 회귀할 수 있다. 중남미 지역에 생산기지를 뒀던 미국 제조기업들에서도 이 같은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데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가뜩이나 노사 갈등으로 골치를 앓고 있는 한국 입장에선 글로벌 제조 기업을 유치하거나 그들의 발을 묶어두는 게 쉽지 않아 보인다.

로봇 도입 열기는 서비스 업종에도 불어닥쳤다. 세계적인 피자 업체인 피자헛은 올해 중 아시아 지역 매장에 휴머노이드 로봇 ‘페퍼’를 도입, 피자 주문과 결제 업무를 맡기기로 했다. 아직 도입 규모나 지역은 공개되지 않았다.
마스터카드와 협력해 페퍼에 결제 기능을 제공하기로 했다. 피자헛과 마스터카드 측은 “로봇이 인간 스태프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지만 머지않은 미래에 계약직 직원과 아르바이트로 운영되고 있는 패스트 푸드점에도 변화가 일어날 전망이다. 마침 이때 터져나온 맥도날드 전 최고경영자(CEO)인 '에드 렌시'의 발언은 다분히 공격적인 언사로 들린다. 그는 최저 임금이 시간당 15달러를 넘으면 차라리 3만5000달러 정도의 로봇 팔을 구입하는게 낫다고 했다. 최저 임금 상승이 결국 ‘로봇 반란(robot rebellion)‘을 촉발할 것이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최저 임금 올린다고 함부로 얘기하지 말라는 압력으로 들린다.

아르바이트와 계약직 직원으로 근근히 운영하고 있는 대표적인 업종 중 하나가 바로 한국의 편의점이나 커피 전문점들이다. 지금도 자영업자들은 최저 임금 얘기가 나오면 가슴이 벌렁벌렁해진다. 언젠가 이들 입에서도 로봇 도입하겠다는 얘기가 나올 지 모르겠다. 당연히 대학생들 아르바이트 일자리가 없어진다.

대표적인 지식노동자 집단인 변호사업계에도 변화가 시작됐다. '갑'중의 '갑'으로 여겨졌던 법률가들 아니었던가. 특히 한국에서는 말이다. 최근 미국 법률회사인 ‘베이커호스테틀러(BakerHostetler)’는 IBM의 왓슨 기반 인공지능 시스템인 ‘로스(ROSS)’를 고용했다고 밝혔다. 법률회사가 인공지능 로봇을 도입한 것은 세계 처음이다. 로스는 파산관련 담당 부서에서 파산 관련 판례조사 등 업무를 처리한다. 학습 능력이 있기 때문에 업무 적응속도가 점점 빨라진다. 굳이 신참 변호사를 채용해 판례조사 같은 궂은 일을 맡길 필요가 없다. 인공지능 로봇이 훨씬 일을 잘한다.

다만 우리나라는 아직은 전관예우 관행도 팔팔하게 살아있고, 수임계 없이 편법으로 변호를 할 수도 있다고 하니 아직은 인공지능 로봇이 넘보기는 힘들지 모르겠다. 하지만 변호사가 부동산 중개업에 나서는 마당에 꼭 그리 볼일도 아니다.

모두들 의사는 아닐거라고 확신했다. 제아무리 로봇이 활개를 치더라도 말이다. 하지만 이곳도 성역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린다. IBM은 2012년 3월 미국 유명 암센터인 MSKCC(Memorial Sloan Kettering Cancer Center)와 계약을 맺고 왓슨에게 환자 기록 및 외부에 발표된 임상 연구 결과들을 입력해 학습을 시키고 있다. 60만편의 의학적 증거, 2백만여 페이지의 전문 텍스트, 2만5천000건의 환자 사례를 공부하고 있다. 이렇게 공부를 많이 하니 의사보다 더 정확하게 진단을 하는게 당연하다. 앞으로는 로봇이 직접 수술도 한다. 자율주행자동차가 3D맵을 이용해 도로를 스스로 주행하듯이 앞으로는 로봇이 의사 없이도 스스로 수술을 집도할 수 있다. 아직은 우리에게 먼 얘기다. 그렇지만 10년후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앞에 소개한 일들이 10년, 아니 빠르면 5년안에 실제 한국에서 벌어진다. 무인 생산공장에선 로봇이 전자제품을 찍어내고, 패스트 푸드점 업계에는 로봇만으로 운영되는 점포가 압도적으로 많아진다. 변호사 대신 인공지능 로봇이 판례 조사 등 리서치 업무를 담당하고, 인공 지능 로봇이 의사를 대신해 병을 진단한다. 물론 모든 일에는 좋은 측면과 나쁜 측면이 공존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사회가 유토피아인지 디스토피아인지 칼로 무자르듯이 단정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노동시장의 관점에서 보면 우리가 감당하기 힘든 일이 벌어질 것 같다. 가뜩이나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난리법석인데, 로봇이 일자리를 앗아가면 사람들은 뭘 먹고 사나. 다른 창의적인 일을 찾으면 된다고 하는데 너무 낙관적으로 들린다.

우리는 10년후 도래할 세상을 과연 감당할 수 있을까. 설령 기성세대는 무탈하게 지나간다고 해도 다음 세대는 이렇게 급변하는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웬지 가슴이 답답하다. 장길수ㆍ편집국장

장길수  ksjang@irobo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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