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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인공지능 산업 육성 정책에 대한 단상장길수ㆍ본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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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3.18  09:3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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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들어 대한민국 사람들의 대화 내용과 소셜 미디어 메시지를 빅데이터로 분석했다면 아마도 알파고, 인공지능, 이세돌이란 키워드가 압도적으로 많았을 것이다. 4월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정치판이 요동을 치면서 정치 관련 키워드도 세간의 흥미거리였겠지만 역시 대세는 역시 알파고 아닌가 싶다. 방송과 신문들도 인공지능 관련 콘텐츠로 방송 시간과 지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가히 ‘알파고 신드롬'이라고 할만하다. '알파고 모멘텀' '알파고 피로증' 등 용어도 난무한다.

오래전 일이지만 황우석 박사 논문 조작 사태 이후 과학적인 사안에 대해 이처럼 전국민이 폭발적으로 관심을 가졌던 적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알파고가 국민의 인공지능에 관한 지식과 안목을 여러 단계 끌어올린 것만은 분명하다. 당분간 우리 사회는 알파고가 던져준 숙제와 의미에 관해 깊은 성찰의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정부가 발빠르게 인공지능 산업육성 정책을 발표한 것도 이례적이다. ‘전광석화’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전격적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7일 AI와 SW 관련 기업인과 전문가 20여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지능정보사회 민간합동 간담회’를 연것만 봐도 정부가 이 문제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 알 수 있다.

미래부는 2020년까지 5년 동안 총 1조원을 투자해 인공지능 산업을 육성하겠다고 발표했다. 민간 투자도 2조 5천억원을 유도하겠다고 했다. 무려 3조 5천억원이 투입되는 것이다. 삼성ㆍLGㆍKTㆍ네이버ㆍSK텔레콤 등이 참여하는 '지능정보기술 연구소'를 설립하고 인공지능에 관한 플래그십 프로젝트 등 핵심 연구개발에 정부 차원에서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번 정부 발표에 대해 국내 과학계도 고무되었을 것이다. 게다가 과학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이 높아진것도 더할 나위없이 반가운 일이다. 인공지능의 미래에 대해 불안해하는 시각도 있지만 인공지능이 미래 우리 삶의 많은 부분 규정하고 미래를 견인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란데는 이견이 별로 없다.

하지만 마음 한 곳에서 미심쩍은 생각이 슬그머니 고개를 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이런 광경에 익숙하기 때문일 것이다. 사회적으로 초대형 이슈가 터지면 부랴부랴 정부에서 관련 정책이나 대책을 내놓고 조금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듯이 사그라드는 모습, 너무도 익숙한 광경이다. 물론 미래부가 고민 끝에 내놓은 것이겠지만 이런 '불온한' 생각이 드는 것은 아마도 숱하게 경험했던 '기시감'때문이리라.

우선 2020년까지 민간 투자분을 포함해 3조 5천억원을 인공지능에 투자한다고 하는데 그게 가능한 일인지부터 궁금하다. 갑자기 이런 예산이 어디에서 불쑥 튀어나왔으며 민간 기업에선 선뜻 그 많은 돈을 투자할까. 국회와 민간 기업들의 동의를 얻어 투자자금을 확보하겠다는 의미겠지만. 앞으로 국회와 민간 기업들의 동의를 얻는 과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과학 분야 예산이 후순위로 밀리는 경우를 자주 봤다.

정부에서 큰 이슈가 터지면 대응하는 방법 중 가장 쉬운 것이 바로 기존 정책을 짜깁기하는 일이다. 혹시라도 이번 인공지능 산업 육성 정책에도 이런 일이 반복되는 것 아닌지 걱정스럽다.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선 마당이니 정부의 인공지능 산업 육성 정책이 빈말은 아닐텐데. 아무튼 기다려 볼 일이다.

정부가 2020년까지 인공지능 산업에 3조 5000억원을 투자하려면 우리나라 인공지능 인프라가 어느 정도 갖춰져 있어야 하는데 현실은 녹록치 않다. 이를 감당할만한 인력 풀이 국내에 별로 없다고 보는 게 맞다. 전세계 내로라 하는 인공지능 전문가들은 구글, 페이스북, 도요타, 바이두 등 업체들이 싹쓸이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국내에 인공지능 전문가 인력 풀이 뻔할텐데, 앞으로 다양한 분야의 인공지능 개발에 참여할 사람들은 과연 어디에서 충원할 수 있을까. 최근 만난 한 로봇 과학자는 "10여년전 컴퓨터 신경망에 관한 연구가 한창 붐을 이뤘을 때 컴퓨터 신경망을 전공하는 전문가들이 많았는데 연구 프로젝트가 없다 보니 관심이 떨어지고 자연스럽게 다른 분야로 바꾼 경우가 많았다"고 전한다. 현재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그나마 이 같은 불리한 여건에도 불구하고 집요하게 인공지능 분야를 파고든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정부의 인공지능 산업 육성 정책이 발표되면서 대학들과 기관, 기업들의 행보도 빨라질 것으로 예측된다. 기존 연구소 간판에 '인공지능'이나 '지능'이란 말을 끼워넣거나 정부 지원 과제를 수주하기 위해 과제 명칭에 ‘인공지능‘이란 단어를 넣는 일도 비일비재할 것이다. 과제를 수주하려면 어쩔수 없다. 시류에 잘 편승하는 과학자들에게는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그동안 우직하게 인공지능 분야를 연구해왔던 과학자들이 오히려 뒷전에 밀리는 현상이 생기지는 않을까 걱정된다.

정부가 인공지능 산업 육성의 주도권을 가져가면서 민간의 창의력이 저해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관료들의 입맛에 맞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면 그동안 자율적으로 해왔던 민간의 인공지능 연구들이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인공지능 산업 육성 정책이 제대로 자리를 잡고, 우리나라 인공지능 산업이 세계 시장을 향해 뻗어나가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지만 미심쩍은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 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인공지능 사업에 대한 투자는 미룰 수 없는 과제인게 분명하다. 앞으로 지혜롭게 풀어가야한다.

과학자들과 기업들의 창의력을 북돋아주고, 국민의 피 같은 세금이 꼭 필요한 곳에 쓰일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우리 사회가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이제 우리도 달라져야한다. 그동안 써왔던 방법으로는 더 이상 세상의 속도를 따라갈 수 없다는 게 너무도 확연해졌다. 장길수 ㆍ 편집국장

장길수  ksjang@irobo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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