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브리아기 대폭발'은 5억 4200만년전 다양한 종류의 동물 화석이 갑작스럽게 출현한 지질학적 사건을 일컫는다. 캄브리아기 대폭발이 일어난 이유를 과학자들은 다양한 이론을 들어 설명하고 있는데, 가장 설득력 있는 주장은 바로 ‘시각의 진화(evolution of vision)'라는 관점에서 보는 것이다. 시각 능력이 획기적으로 진화하면서 수많은 동물들이 다른 동물을 사냥하거나 짝을 찾는 능력을 갖게 됐다는 것. 많은 과학자들과 연구자들은 첨단 기술 분야에서도 다양한 변화가 빠른 속도로 일어나고 있다는 점을 캄브리아기 대폭발을 비유해 설명하고 있다. 로봇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 공식 매체인 ‘IEEE 스팩트럼’은 2010년부터 2015년까지 DARPA(미 방위고등연구계획국) 프로젝트 매니저를 담당하다 최근 도요타자동차 로봇 연구 책임자로 자리를 옮긴 ‘길 프렛(Gill Pratt)'의 기고문을 게재했다. 그는 ’로보틱스 분야에 캄브리아기 대폭발이 오는가‘라는 글을 통해 최근 로봇 산업계에 불고 있는 바람이 어떠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를 분석하고 있다. 주요 내용을 간추려 소개한다.(보다 상세한 내용은 IEEE 스펙트럼 본문을 참고하기 바란다. 원문은 'Journal of Economic Perspectives'에 게재됐다)

컴퓨팅, 데이터 저장, 커뮤니케이션 등 기술이 발전하면서 로봇 기술의 발전도 기하급수적인 속도로 이뤄지고 있다. 특히 ‘클라우드 로보틱스’와 ‘딥러닝’이 테크놀로지의 발전을 지렛대 삼아 새로운 로봇 분야로 급부상하고 있다. ‘클라우드 로보틱스’는 지난 2010년 ‘제임스 커프너’가 처음 사용한 용어로, 모든 로봇들은 다른 로봇들의 경험으로부터 배운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로봇의 수가 증가하면서 로봇의 능력도 빠른 속도로 개선되고 있다. ‘딥 러닝’ 알고리즘도 관심을 모으고 있는데 로봇이 클라우드 기반의 ‘훈련 세트(training set)’로부터 배우고 연대 관계를 일반화는 방법이다. '리 페이 페이(Li Fei-Fei)‘는 로봇의 시각능력이 발달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시각 능력이 발전하면서 캄브리아기 대폭발이 일어난 것 처럼 로봇의 시각 능력이 발전하면서 로봇 분야에도 캄브리아기 대폭발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

길 프렛은 8개 기술 분야에서 기하급수적인 차원의 성장과 발전이 이뤄지면서 로보틱스 분야의 캄브리아기 대폭발 가능성을 지적했다. 그가 지적한 8개 분야는 아래와 같다. 처음 3개 분야는 개별적인 로봇의 성능에 관한 것이고, 다음 두개는 연결성에 관한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3개는 클라우드 로보틱스의 미래를 이루고 있는 인터넷의 능력에 관한 것이다.

1)컴퓨터 성능의 발달=로봇은 센서와 액추에이터의 협업을 허용하는 컴퓨터, 그리고 컴퓨터의 프로세싱 파워에 의해 성능이 좌우된다. 로봇에 탑재되는 프로세서는 무어의 법칙에 따라 성능이 기하급수적인 속도로 향상되고 있다.

2)전자기계적인 설계 툴과 수치 제어 생산툴의 성능 향상=최신의 컴퓨터 지원 설계툴은 컴퓨터 설계 능력을 개선하고 있으며 더욱 더 정교해지고 있다. 3D프린팅과 같은 ‘적층 프로세스’ 기술은 아주 저렴한 비용으로 고정밀 제품을 가능하게 한다. 임베디드 형태의 프로세서는 높은 신뢰 수준으로 복잡한 조작을 가능하게 한다. 로봇의 능력과 신뢰도는 높아지게 된다.

3)전기 에너지 저장 기술의 향상=로봇이 움직이려면 상당한 기간 동안 동작할 수 있는 충분한 전력을 확보해야한다. 지난 수십년간 전기 배터리와 연료전지, 재충전 기술이 발전하면서 에너지 저장 기술의 혁신이 이뤄지고 있다. 로봇 기술은 이들 에너지 저장 기술을 활용할 태세가 되어 있다.

4)전자 에너지 효율성의 증대=전기 배터리를 사용하는 로봇은 모터 파워 관리에 배터리를 사용하며, 다수의 모터를 장착한 로봇은 전자 에너지의 비용 대비 효과에 아주 민감하다. 파워 관리 반도체는 IC산업에서 이뤄지고 있는 기술 발전의 혜택을 입고 있으며, 포터블 디바이스에 적극 채택되고 있는 추세다. LED 조명 분야도 파워 관련 반도체의 기술발전 덕분에 시장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또한 새로운 형태의 컴파운드 반도체의 등장으로 저가의 고성능 에너지 괸리가 가능해지고 있다.

5)무선 통신 기술의 발달=무선 통신 기술의 발전은 인터넷에 연결된 로봇을 통해 문제 해결,학습 능력 제고, 성능 및 데이터의 업데이트를 가능하게 한다. 최신 와이파이 기술은 초당 1Gb이상의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으며 5세대 이동통신 기술도 나오고 있다. 이런 무선 통신기술의 발전은 로봇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크게 제고한다.

6)인터넷 규모와 성능의 개선=전세계 인터넷은 매달 88엑사바이트의 데이터를 처리한다. 이들 데이터는 전세계 130억대의 디바이스에 연결되어 있다. 1인당 평균 2대의 디바이스가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는데, 오는 2019년이면 1인당 3대로 늘어난다.

7)전세계 데이터 저장장치의 성장=전지구적으로 저장된 정보는 20의 21제곱 바이트에 달한다. 소셜 미디어의 확대로 이 수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에 비해 사람의 뇌는 10의 14제곱의 시냅스를 갖고 있다. 현재 전세계 저장장치의 데이터 저장 수준은 1천만명의 사람 뇌가 갖고 있는 시냅스에 해당한다.

8)글로벌 컴퓨팅 파워의 성장=전세계 컴퓨터 성능은 초당 10의 21제곱 컴퓨터 명령에 해당한다. 수십억대의 디스크 드라이버가 생산 보급되었으며, 인터넷 업체들이 고성능 서버를 병렬로 운영하고 있다. 많은 문제들이 병렬적인 방법에서 해법을 찾고 있다. 로봇 자율성에서 드러나는 많은 문제들이 병렬적인 기법으로 해결될 수 있다.

이 같은 8가지 영역에서 이뤄지는 기술 발전들은 클라우드 로보틱스를 구체적으로 실현 가능하게 만든다. 클라우드 로보틱스의 전략적인 잇점은 4가지 빅아이디어로 요약할 수 있다.
▲메모리 기반 자율성(인터넷 정보의 빠른 검색은 로봇의 메모리 기반 자율성을 강화함) ▲ 경험의 고속 공유(클라우드 기반의 컴퓨팅 기술은 상대적으로 적은 커뮤니케이션으로도 대량의 외부 컴퓨팅 자원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함) ▲상상력으로부터 학습(인간이 미래의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상상력을 발휘하는 것 처럼 로봇도 외부 환경 변화를 상상하고 대처하는 것), ▲인간으로부터 학습(사람 또는 사람의 동작을 기록한 동영상을 보고 로봇이 학습하는 것) 등 4가지다.

최근 로봇 기술의 발전은 눈부실 정도다. 로봇의 영역이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고 있으며 로봇의 능력도 놀라울 정도로 개선되고 있다. 과연 로봇분야에서도 '캄브리아기 대폭발'이 일어나고 있는지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