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여러 사람들이 모여 있는 행사장이나 파티에서도 자신의 친척이나 애인이 하는 말을 들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여러 사람이 왁자지껄 떠드는데도 불구하고 자신과 친한 사람의 목소리를 용케 알아듣는다. 모든 소리를 다 잘 듣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웬만한 소리는 구분해 들을 수 있다. 이런 현상을 과학자들은 '칵테일 파티 효과'라고 부르고 있다. 많은 사람으로 붐비는 칵테일 파티장에서도 친척이나 애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사람의 능력을 지칭하는 용어다.

하지만 로봇이나 인공지능 기술은 아직 이런 능력이 없다. 칵테일 파티장에서 여러 사람이 한꺼번에 떠들면 하나의 소리로 받아들인다. 관심 있는 소리만 선택적으로 듣는 게 불가능하다. 이를 '칵테일 파티 문제'라고 한다.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불협화음속에서 특정한 목소리를 분리하는 연구를 진행해왔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 난제를 풀지못했다. 이 기술이 개발되면 인공지능 컴퓨터나 로봇도 군중속에서 특정한 소리만 선택적으로 추출해 들을 수 있다

미 듀크대 과학자인 '스티븐 커머(Steven Cummer)' 연구팀이 드디어 '칵테일 파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해법을 내놓았다. 여러 사람의 목소리 가운데 특정인의 목소리를 구분할 수 있는 컴퓨터 알고리즘과 청취 장비를 개발한 것.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과학재단이 발행하는 '과학재단 프로시딩스'에 게재됐다.

'스티븐 커머' 연구팀이 개발한 청각 장치는 원통형 디스크 처럼 생겼다. 디스크의 한 가운데 마이크가 있으며 원통 디스크를 돌아가면서 36개의 플라스틱 터널이 들어차 있다. 플라스틱 터널은 인공 재질로 만들어졌으며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에 따라 받아들이는 터널과 소리의 주파수가 달라진다. 마치 물이 담겨진 병을 위에서 불면 물의 양에 따라 다른 소리가 나는 이치와 비슷하다. 연구팀은 이 원리를 원통형 디스크에 적용했다. 연구 결과 3개의 목소리를 한꺼번에 들려줬는데 각각의 소리를 구분할 수 있었다. 정확도는 97%. 연구팀은 이번에 개발한 장치를 3D프린터를 이용해 제작했다. 정교한 전자기기의 도움 없이도 3D프린터로 제작해 다중의 목소리를 분리할 수 있다는 것.

스티븐 커머는 "이번에 개발된 멀티스피커 청취시스템이 인간의 선택적인 청취 능력을 응용했다"며 "360도 모든 방향의 소리를 구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장치를 당장 활용하는데는 무리가 있다. 현재 개발된 프로토타입의 넓이가 40cm에 달하기때문이다. 앞으로 원통 디스크의 크기가 작아지고 로봇에 적용된다면 로봇이 주인의 목소리만 선택적으로 듣는 게 가능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