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로메카 바리스타 로봇

최근 2~3년 새 우리 주변에선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엔 볼 수 없었던 많은 로봇이 등장하고 있다. 특히 식품 분야에서 점점 더 많은 푸드 로봇들이 다가오고 있는 게 느껴진다. 전세계는 지구온난화 환경 속에서 더욱 경제적으로 환경을 지키고, 위생적이고 높은 효율성으로 안전하게 식품을 생산 가공 조리 배급하려는 노력속에 나온 움직임이다. 식품산업은 생산, 가공, 보존, 포장, 유통, 인증 및 서비스 활동에 요구되는 다양한 요소들로 인해 노동력과 자본면에서 매우 집약적이다.

특히 코로나 19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위생, 인력난, 효율성 등을 해결하기 위한 자연스런 해결책은 식품산업 자동화와 로봇화로 이어졌다. 이러한 노력의 최일선에 식품을 안전하고 위생적이고 효율적으로 가공하고 조리하고 서빙하고 배달하는 푸드 로봇이 자리한다. 실제로 우리 주변에는 어느 새 치킨,튀김, 커피를 만들어 주는 로봇 셰프가 나타나고 있고 배달 라이더를 대체할 배달 로봇까지 나왔다. 전세계 로봇 산업계는 AI, 로봇 등 첨단기술과 결합한 푸드 로봇을 이 산업전반을 혁신할 블루오션으로 보고 있다. 푸드 로봇은 이제 식품 생산(1차), 가공(2차), 조리 및 서빙(3차)을 아우르는 6차(1×2×3차)산업으로 불리는 푸드 종합 산업화의 총아로 당당히 자리잡기 시작했다. <편집자주>

◆푸드 로봇, 이렇게 다양했었니?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위생과 안전, 인력확보의 어려움 등을 해소하기 위해 급속한 개발과 보급 물결을 탔다. 올들어 코로나19 엔데믹으로 들어서면서 자동화 기술과 AI를 로봇에 더욱 정교하게 통합하려는 노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는 인기있는 식품 로봇은 기본적으로 카페 로봇, 조리 로봇, 식당 음식 서빙, 음식 배달 등이 있다. 이들은 버거 패티를 뒤집고, 피자를 만들고, 파스타를 조리하고, 커피를 끓여내고 포장하는 데 있어서 인간 동료들보다 훨씬 더 빠르고, 효율적이고, 정확하게 다른 많은 일들을 수행하고 있다. 배달을 돕기도 한다. 하지만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이들은 재료를 수확하고, 가공처리하고, 식품 유통점 작업자를 돕는 데도 엄청나게 기여한다.

여기에는 컴퓨터 비전과 로봇팔과 로봇손, 인공지능(AI) 및 다양한 센서가 사용된다. 로봇들은 이를 통해 인간 못지 않은 ▲음식물 취급 ▲음식물 가공 및 제조 ▲식품 분류 및 포장 방향 판단 ▲바코드 판독 ▲재고 파악 ▲식품 상자 열고 채우고 포장하고 봉인하고 라벨 붙이기 ▲식사 배달 자동화 등의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로봇 적용이 증가하고 있는 식품과 관련된 틈새 로봇 적용 분야는 더 광법위하다. 예를 들면 ▲작물건강 모니터링 및 분석 ▲토양건강 분석 ▲잡초제거 ▲달걀 모으기 ▲동물 먹이 주기 ▲익은 과일과 채소 수확하기 ▲모종 확인 및 분류하기 ▲씨앗뿌리기 ▲자동 젖짜기 ▲작물 경작 및 수확을 위한 자율주행 트랙터 ▲살충제 살포 ▲수확량 극대화를 위한 환경 분석 ▲자동 청소 등이 꼽힌다.

◆푸드 로봇 도입시 장단점과 과제

푸드 산업의 트렌드는 점점 더 전자상거래, 식품 안전과 투명성, 식당의 디지털화, 디지털 음식 관리, 음식쓰레기 저감, 로봇화 등으로 가게 될 전망이다.

로봇 도입시 장점으로는 첫째, 총 운영 비용 절감을 들 수 있다. 둘째, 가공 및 조리 등의 과정에서 직원사고 위험을 줄여 손실 위험을 줄여준다. 셋째, 직원과 고객에게 전염되는 식품 매개 질병의 위험도 줄여준다. 넷째, 모든 종류의 작업에서 인간보다 훨씬 빠르고 효율적으로 작업을 해낸다. 넷째, 식육 가공품의 경우에서 보듯 엑스레이와 AI 기술로 정확히 가공한다. 다섯째, AI와 기계학습을 통한 최적의 식재료 주문을 통해 낭비를 줄여준다. AI나 머신 러닝으로 구동되는 로봇은 더 스마트한 재료 주문에 상당한 도움을 줄 수 있다.

단점으로는 첫째, 높은 초기 투자비 부담이 있다. 최근 로봇서비스(Robotics-as-a-ServiceㆍRaaS)는 많은 조직의 이러한 진입 장벽 완화에 도움을 준다. 둘째, 로봇을 사용하고 감독할 사람도 함께 훈련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셋째, 새로운 공정이 도입되면 식당 종업원의 일자리 감소를 초래해 지역 노동력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로봇이 인간에게 작동을 요구하긴 하지만 로봇은 확실히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한다. 넷째, 기술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로봇은 기술적 결함과 오작동이 발생해 서비스가 중단되거나 지연될 수 있어 유지보수와 기술지원이 매우 중요하다. 다섯째, 고객입장에서는 개인적 교감이 사라져 서비스 불만이 있을 수 있다. 여섯째, 복잡한 메뉴가 제한될 수 있다.

그러나 로봇이 단기간 내에 식품산업을 장악할 것 같지는 않다. 현재 식품 로봇은 대부분 모든 단계에서 사람의 투입과 관리가 필요하고, 현재로선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식품 관련 업무가 많고, 식품 로봇이 특정 작업 수행시 드는 운영 비용을 최적화하고 줄일 때만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기업도 엄청난 투자수익률(ROI)을 도출할 경우에만 로봇을 도입할 것이다.

◆푸드 로봇 시장 연평균 10~15% 고성장 예고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급성장한 푸드 로봇 성장 전망은 밝은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기업 별로 산정 방식에 따른 시장 규모에는 차이가 있지만 두자릿수 성장세에 대해서는 일치된 견해를 보였다. 짧게는 오는 2026년까지, 길게는 오는 2031년까지 연평균 10~15% 수준의 성장세를 보이리란 것이다.

마케츠앤마케츠리서치는 세계 식품 로봇 시장이 2020~2026년 연평균 13.1% 고성장을 예상했다. 2020년 19억달러(약 2조 5000억원) 시장이 2026년 40억달러(약 5조 3000억원)가 된다고 봤다. 얼라이드마켓리서치는 코로나19가 시작된 2020~2031년 연평균 10.4% 성장세를 예상했다. 즉, 2020년 20억 4730만달러(약 2조 7000억원)였던 시장이 2031년 57억 8790만달러(약 7조 7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봤다. 서치앤마케츠는 2021~2027년 연평균 12.73%의 성장세를 전망했다. 2021년 19억달러(약 2조 5000억원) 시장이 2027년 39억달러(약 5조 2000억원)로 커질 것으로 예측했다. 프레시던스리서치닷컴은 올해부터 2032년까지 연평균 14.7% 성장할 것으로 봤다. 올해 721억 7000만달러(약 96조 5000억원)에서 2032년 2831억 9000만달러(약 378조 5000억원)로 성장한다고 전망했다.

리서치앤마케츠는 오는 2027년까지 인도, 중국, 일본을 중심으로 한 아태 지역 푸드 로봇 시장이 가장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봤다. 이들 시장조사 회사들이 지목한 세계적 푸드 로봇 회사로는 미쯔비시전기, ABB그룹, 로크웰오토메이션, 가와사키중공업, 쿠카, 화낙, 야스카와전기, 스토브리, 세이코 엡슨, 오니버설로봇, 미쓰비시전기, 덴소, 마에카와, 오므론 등이 꼽힌다.

◆대기업·기존 로봇업체들 잇따라 푸드 로봇 참여

우리나라의 최근 모습도 푸드 로봇 분야의 활기를 느끼게 하기에 부족하지 않다. 기술 경쟁력 기반의 유망 중소 로봇 스타트업이 이끌었던 이 시장에 삼성전자, LG전자, 두산로보틱스 등 대기업들도 가세하고 있다. 주목되는 업체들로 레인보우로보틱스, 뉴로메카, 웨이브라이프스타일테크, 베어로보틱스 등이 있다.

레인보우로보틱스(대표 이정호)는 세계 최초로 미 위생협회(NSF) 인증을 받은 로봇팔로 푸드로봇 분야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는 고온의 기름을 사용하는 튀김기, 고압 스팀으로 추출하는 에스프레소 머신 등 다양한 식음료 산업에서 적용할 수 있다. 이미 로봇카페를 출시했고 자체 개발한 AI 자율주행 서빙 로봇도 내놓았다. 이 로봇에 로봇팔을 탑재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뉴로메카(대표 박종훈)는 지난해부터 교촌에프앤비, 고피자 등 국내 주요 식음료 프랜차이즈와 로봇 조리 자동화 시스템을 공급하면서 이 분야를 선도해 온 회사 중 하나다. 이 회사는 로봇팔 ‘인디7’ 2대로 시간당 치킨 30마리를 튀긴다. 향후 튀김·커피·면·아이스크림 등 새로운 파트너십을 통해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할 예정이다. 미국 시장 진출도 꾀하고 있다.

웨이브라이프스타일테크(대표 김범진)도 로봇 주방을 제대로 실현한 업체들 중 하나다. 지난 5월 조리 로봇으로 300만달러(약 40억원)를 유치했고 올해 총 100억원을 유치할 계획이다. 현재 국내 중식당 두곳에 로봇 시스템 6대를 구축해 활용도 검증을 진행중이다. 사우디아라비아 투자부와 업무협약을 체결해 이 지역에서 사업을 확장한 최초의 국내 로봇기업이 됐다.

베어로보틱스(대표 하정우)는 2017년 미국에서 설립한 다국적 기업으로 세계 최초로 AI 기반 자율주행 서빙 로봇을 개발해 선보였다. 2019년부터 국내 출시를 시작해 KT, 신세계푸드, CJ 올리브네트웍스, 롯데백화점, 삼천리 SL&C 등에 공급했다. 2021년 ‘서비’를 양산하기 시작했다. 한국에 거첨을 마련하면서 차세대 유니콘 기업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푸드 로봇들에게는 남이 따라오지 못하는 최초의 실용적 기술, 지속적 기술 혁신 노력, 주 무대 집중 공략 후 확산 및 제휴 등 다양한 특징을 가진다. 소프트로보틱스, 미소로보틱스, 스파이스, 스타십테크놀로지스 등은 그런 대표적 푸드 로봇의 사례라 볼 수 있다. 이를 소개한다.

소비자가 시장이나 식품 유통 매장에서 만나는 식품들 가운데 일부는 포장에 많은 일손이 든다. 특히 1차 축산 가공품 포장은 기계화가 쉽지 않다. 예를 들면 육류/양계(소고기,돼지고기, 닭다리)와 햄버거 패티 같은 것들이다.

미국 소프트로보틱스는 이러한 어려움을 겪는 축산 가공품 공장에서의 포장을 자동화한 로봇 시스템인 ‘m그립 AI’ 개발·공급 업체다. 이 로봇은 인공 눈, 두뇌, 손을 갖췄는데 3D비전(카메라), 인공지능(AI), 그리고 축산물 등을 빠르고 정확하면서도 부드럽게 집어 작은 상자로 옮기는 소프트 로봇 그립퍼가 그것이다.

그 결과 1차 가공 축산품을 자동으로 선별해 고속 포장을 지원하는 자동화를 실현했다. 예를들면 대량의 닭다리들이 있는 곳에서 이를 하나씩 분당 60개의 속도로 집어 접시에 담아 포장 제품으로 전환한다. 이 회사는 m그립 AI의 장점으로 불용 노동 의존도 감소, 처리량 향상, 자동화 설치 공간 축소, 식품 안전성 확보를 꼽았다. 소프트로보틱스는 전 세계 생산시설에 공급된 수백 대의 자사 시스템에서 수십억 개의 성공적 식품 픽킹(집어올리기)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패스트 푸드는 외식업체 중 가장 저렴하게 음식을 제공한다. 그러나 식재료, 가스 및 임금 상승은 주인들에게 지속적으로 비용 절감 방법을 찾게 만든다. 특히 튀김 작업은 열, 미끄러움, 지저분함, 화상 등을 수반한다. 로봇은 이런 위험성과 부담을 제거하면서 과도한 조리, 식재료 낭비 및 교차 오염을 줄여 준다.

미국 미소로보틱스(Miso Robotics)는 패스트 푸드의 대명사인 햄버거와 튀김요리를 모두 조리하는 로봇 개발사다. 미소는 현재 모듈식 튀김 로봇인 ‘플리피’, 토티야 같은 튀김 및 마감 로봇인 ‘치피’, 인공지능(AI) 기반 센서시스템인 ‘쿡라이트’, 자동 음료 디스펜서인 ‘시피’의 네 가지 솔루션을 내놓았다. 미국 주요 레스토랑 체인에 널리 보급하는 데 성공했다. 대표작 플리피(Flippy)는 푸드로봇의 표준이라 할 로봇으로서 초당 1.5m까지 움직이며 최대 8kg의 식재료를 옮긴다. 한번에 2~5개의 튀김기를 다룬다. 로봇팔과 사람 작업자 사이에 자동 비상정지 기능을 갖춘 안전 장벽이 있다. 온보드 청소 안내 터치스크린이 있고 전문 도구 없이도 기술자가 모듈식 모터에 접근해 교체할 수 있다. 로봇서비스(RaaS) 모델로 제공돼 직접 구입했을 때보다 더 낮은 초기 자본 비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

◆로봇 키친의 조상···스파이스 주방 로봇

로봇 키친(주방 로봇)은 일괄적으로 요리를 만들어 내는, 말 그대로 주방(부엌)자체가 거대한 로봇인 개념이다. 세계 최초로 주방 로봇을 상용화한 주인공은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출신 엔지니어들일 것이다. 이들은 지난 2018년 보스턴에서 로봇 주방 패스트 푸드점인 ‘스파이스’(Spyce)를 열었다.

이 주방 로봇은 인간 요리사 대신 6개의 자동요리 웍(중국식 프라이팬)을 이용해 3분 이내에 스스로 요리를 만들고 그릇에 담아 내놓는다. 시간은 단 3분. 메뉴는 라틴, 지중해, 아시아식 요리다. 이 로봇은 시간당 최대 200인 분을 조리하며 조리 후 스스로 웍을 세척한다. 요리 가격은 7.5달러(약 1만원)부터였다. 손님들이 식당 안에서 터치스크린으로 주문하면 재료 배달 시스템이 작동해 재료를 모아 로봇 웍 중 하나로 전달한다. 이들은 원통형 회전 웍에서 인덕션 쿠커로 232°C의 온도에서 요리된다. 손님들 눈앞에서 요리가 조리되고 접시에 담긴다. 여기에 소스와 토핑이 더해질 때 유일하게 인간이 개입한다. 미국 샐러드 레스토랑 체인인 스위트 그린이 2년 전인 2021년 8월 이 로봇 회사를 5070만달러(약 678억원)에 인수했다.

◆식품 배달 로봇의 성공작···‘스타십테크놀로지스’

세계 유명 식품 배달 로봇 업체 가운데 스타십테크놀로지스(Starship chnologies)가 빠질 수 없다. 이 회사는 비교적 짧은 거리의 지역 배송을 하는 이른바 라스트마일(집앞) 자율 배송 로봇 개발 및 운영 회사다.

에스토니아에서 창업했고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사가 있다. 스타십은 자사 배달로봇이 지난해 1월까지 250만건 이상, 올해 4월까지 1000만km 이상 주행했다고 발표했다. 이 로봇의 무게는 25kg이며 한번에 총 9.1kg의 식품을 배송한다. 인도에서 최대 시속 6km로 다니며 원격제어도 된다. 배터리 수명은 18시간, 하루 이동거리는 약 40km다. 도로 연도 모서리의 특징 감지 및 지도 제작 기능을 사용해 주행 가능한 지형을 파악한다.

카메라, GPS, 관성측정장치, 초음파 센서, 레이더 및 기타 센서가 포함된 센서 제품군이 탑재됐다. 사용자는 스마트폰앱으로 주문하고 식품이 도착하면 생체 인증으로 신원 확인후 앱으로 로봇 잠금을 해제해 수령한다. 미국의 대학, 영국의 소매유통점들(쿠프, 테스코)과 협력해 주목받기 시작했다. 독일, 에스토니아, 핀란드에도 진출했다. 지난해 유럽투자은행으로부터 약 1억달러(약 1330억원)를 투자받아 1700대의 배달 로봇 군을 추가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로봇들은 여전히 단거리 소량 배송 오토바이 배달원과 경쟁해야 한다.

최근 사용되는 푸드로봇 기술과 기능을 보면 크게 2가지 특징을 가진다. 하나는 식품이나 재료를 조리를 위해 팔과 손을 사용하는 로봇이다. 다른 하나는 식당에서 조리된 요리를 식당내 손님의 자리로, 또는 식당 외부 음식 주문자의 집으로 옮기는 기능을 갖는 로봇이다. 놀랍게도 이런 푸드 로봇의 기본 기술을 가진 조상 로봇들은 거의 60년 전인 1960년대 초부터 발명됐다. 당시 로봇 연구는 이후 반도체 집적회로(IC) 기반의 프로세서와 메모리 기술, GPS 기술, 통신기술, 배터리 기술 발전에 힘입게 된다. 푸드 로봇이 오기까지 1961년 만들어져 GM공장에서 사용된 유니메이트(Unimate)와 1966년 스탠포드대가 만든 셰이키(Shaky)를 그 조상으로 꼽지 않을 수 없다.

◆요리(셰프) 로봇의 조상은 ‘유니메이트’?

최근 나오는 조리 로봇들의 모습은 기본적으로 로봇팔과 로봇손으로 구성돼 있다. 로봇들은 이를 이용해 프로그래밍된 경로에 따라 튀김과 피자는 물론 각종 요리들을 만들고 커피를 만들어 서빙한다. 이 로봇들은 마치 최근 수년 새 만들어져 커진 시장으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조리 로봇의 선조는 놀랍게도 62년 전 만들어져 차량 제작공장에서 사용된 무겁고 거추장스런 제조 현장용 로봇이다.

1961년 미국 유니메이션이 세계 최초로 만든 ‘유니메이트’는 당시 유해가스가 있는 열악한 미국 뉴저지주 GM자동차 공장에서 처음 사용됐다. 모양은 탱크 같았다. 맨 아래 커다란 사각 상자 위에 또다른 상자형태가 포개졌고 여기에 로봇팔이 연결됐다. 로봇의 체계적 작업 지시 방식은 상자형태 속 드럼 메모리에 저장됐다. 이 로봇은 좌우 220도, 상하 60도의 범위 안에서 손과 팔을 움직일 수 있었다. 유니메이트는 당시 다이캐스팅된 자동차 문짝을 집어 운반한 후 이 부품을 조립중인 차체에 용접하는 일을 맡았다. 그 둔중한 로봇의 팔과 손이 정교해지고 작아져 오늘날 푸드 조리 로봇에 그대로 사용된다. 이제 프로그래밍은 당시 거대한 드럼 메모리에서 반도체 메모리와 프로세서로 바뀌었을 뿐이다.

유니메이트가 거대한 팔로 문짝을 집어 올리고 옮기는 기능은 오늘날 튀김 로봇, 커피 제조 요리 로봇 공정에 그대로 스며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로봇팔(협동로봇) 제조업체들이 이를 활용해 잇따라 커피 로봇이나 조리 로봇 사업으로 진출하는 이유와 맞아 떨어진다.

오늘날 식당에서 서빙하는 로봇, 그리고 음식 배달 로봇의 선조로 불릴 만한 로봇은 1966년 등장한 '셰이키’(Shakey)'라 할 수 있다.

미국 스탠포드대 스탠포드리서치연구소(SRI) 인공지능센터(AIC)는 미 국방부 지원하에 “인간 파트너를 괴롭히지 않고 돌아다닐 수 있는 AI 기반 이동로봇 시스템 개발”에 나섰다. 그리고 로봇공학(바퀴달린 로봇), 컴퓨터 비전, 2중 통신안테나(1968~), 광학레인지 파인더, 인공지능(자연어 처리)을 결합시킨 세계 최초의 '지능형 이동로봇’을 내놓았다.

셰이키는 높이 1.8m, 너비 1.2m의 로봇으로서 바퀴로 이동하며 자율적으로 장애물을 피할 수 있었던 최초의 로봇이었다. 이 로봇은 자신의 이동 경로 앞에 있는 장애물을 인식하고 이를 피해가기 위해 실제 환경을 3D로 탐색하고 논리적으로 추론해 즉석에서 결정을 내린 사상 최초의 AI 로봇이었다.

셰이키 상단의 2중 통신 안테나는 호스트 컴퓨터와의 실시간 통신을 처리하면서 원격 측정 신호와 동영상 신호를 전송했다. 중앙부의 로봇 제어로직 시스템은 구동 모터, 카메라 설정 및 경사 각도같은 명령을 로봇에 전달했다. 하단부에는 물체접촉을 알리는 터치 센서와 장애물 접촉시 압력을 측정하는 푸시 바가 박혀 있었다. 셰이키는 말 그대로 자율 이동 로봇의 모든 기본 원리와 장치를 갖춘 로봇이었다. 이는 오늘날 서빙 로봇, 배달 로봇, 그리고 물류창고용 자율이동로봇(AMR)과 자율주행차에서 심지어 화성탐사 로봇에도 그대로 활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