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족보행 로봇의 역사

최근 몇 년새 급속히 익숙해진 4족보행 로봇의 성능은 이미 20여년 전 한 선구적 로봇학자가 예견한 것과 기막히게 닮아있다. 바로 한스 모라벡 미 카네기 멜론대 교수가 예견한 ‘3세대 만능 로봇시대’다. 그는 자신의 저서 ‘로봇(ROBOT·1999)’에서 ‘3세대 만능로봇’이 “2030년에 도달하게 될 것”이라고 예견했지만 그보다 일찍 오고 있는 것 같다. 모라벡 교수에 따르면 ‘3세대 로봇’은 원숭이만큼 머리가 좋으며 주변 환경에 대한 정보와 함께 그 안에서 자신이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좋은지를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슈퍼컴급의 강력한 컴퓨터를 탑재해 주변 세상을 모델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컴퓨터는 초당 3조 개의 명령어 연산 능력(300만 MIPS)을 갖추고 있다. 로봇은 이를 바탕으로 빠른 실시간 시행착오 시뮬레이션을 통해 전 세대 로봇보다 훨씬 더 빠르게 배운다. 그러나 이 로봇도 복잡한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외부에서 공급되는 프로그램들에 의존하게 된다.

어째 모라벡 교수의 20년 전 예언은 오늘날 우리가 보고 있는 4족보행 로봇과 어느 정도 맞아 떨어지고 있는 것 같지 않은가.

예를 들어 스팟은 놀랍게도 스스로 자신의 주변 상황 파악 능력(자신의 위치 확인, 지도 제작 및 3D공간 파악)능력까지 갖추고 있다. 조작자에게 무선 통신으로 자신이 시각센서(카메라)로 보는 대상을 그대로 전달할 수도 있다. 조작자가 컨트롤러(조이스틱) 화면 위에 방향을 찍으면 그 방향으로 직진하고 장애물이 있으면 알아서 피해간다. 이러한 기능 덕분에 순찰을 돌고 사람과 현장상황을 공유하는 것은 기본이다. 몸체 앞부분에 머리처럼 부착된 사람의 손같은 역할을 하는 프로그래밍된 입으로는 실내의 문을 여는가 하면 꽃을 땅에 심을 수도 있고, 공원의 강아지 배설물을 치울 수도 있다. 어떻게 프로그래밍 하느냐에 따라 활용법은 무궁무진해 보인다. 이렇게 되기까지엔 다양한 기술발전이 뒤따라줘야 했다.

그렇다면 이렇게 발전하고 있는 4족보행 로봇을 만들려는 생각은 언제부터 구체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을까.

◇4족보행 로봇의 역사

▲1867년=인간이 4족보행 로봇을 구체화시키려 한 흔적은 적어도 1867년 미국의 발명가 굿윈(W Farr Goodwin)이 네발로 걷는 말을 형상화한 ‘말 로봇’을 고안해 특허 출원한 때로 거슬러 올라가야 할 것 같다.

▲1948년=전기 로봇의 선구자로 불리는 미국 과학자 그레이 월터(1910~1977)가 영국에서 최초의 전기식 거북이 로봇을 만들었지만 안타깝게도 이 거북의 발은 ‘바퀴’였다.

▲1961년=달에서 4족보행 로봇이 돌아 다니는 공상 캐리커처가 신문에 등장하기도 했다. 이 해는 미국 케네디 대통령이 미국과 구 소련의 우주경쟁이 한창인 가운데 “1960년대가 가기 전에 인류를 달에 보내겠다”고 말한 라이스대 연설이 있던 해다. 그러나 실제 4족보행 로봇이 나오지는 않았다.

▲1965년=미국 제너럴 일렉트릭(GE)이 ‘워킹 트럭(Walking Truck)’이라는 사람이 타는 4족보행 로봇을 내놓았다.

▲1980년=영화 ‘스타워즈’의 ‘제국의 역습’ 편에 4족보행 로봇 ‘AT-AT 워커’가 등장한다.

▲1981년=스타워즈속 로봇에 자극받은 미국 정부가 오하이오 주립대를 통해 6개의 발이 달린 이른바 ‘적응형 서스펜션 차량(Adaptive Suspension Vehicle ASV)’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바퀴 달린 차량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험한 지형까지 다닐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무게 약 2.7톤, 길이 5.2m, 너비 2.4m, 높이 3m짜리 이 걷는 로봇은 적재량이 220kg에 불과하고 전원공급 등의 어려움으로 실용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1990년 결국 폐기됐다. ▲1999년=아직도 우리 기억 속에 남아있는 일본 소니의 애완용 강아지로봇 ‘아이보(AIBO)’가 등장했다. ▲2004년=미국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빅독을 내놓았다. 이어 ‘빅독’(2004), LS3(알파독·뮬·2010)’, ‘와일드캣(2011)’ 순으로 4족보행 로봇이 쏟아진다.

▲2015년=‘스팟 클래식’이 등장했다.

▲2016년=‘스팟’이 등장했다. 이는 4족보행 로봇의 효용성을 일깨우면서 개로 대표되는 4족보행 열풍의 기폭제가 됐다. 이어 전 세계가 스팟 류의 4족보행 로봇 개발에 들어간다.

▲2021=스위스 취리히 연방공대(ETH취리히)가 우주 식민지 후보인 화성의 거친 환경을 고려한 ‘스페이스복’을 내놓아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재구 IT컬럼니스트 hallasanda@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