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펙다를 이용해 로봇 수술을 집도하고 있는 모습(사진=차이나 데일리)

중국의 외과의사 티안 웨이(Tian Wei)는 지난 2015년 30년 의사 경력에서 가장 까다로운 수술 환자를 받았다. 당시 43세인 환자는 14개월 동안 상부경추 기형에 의한 오른쪽 팔다리의 진행성 마비 질환으로 신음하고 있었는데 목뼈를 지탱할 수 있도록 나사를 삽입하는 수술이 반드시 필요했다. 그러나 사소한 실수가 심각한 마비나 생명을 위협하는 출혈로 이어질 수 있어 위험부담도 매우 컸다. 이런 이유로 많은 병원과 의사들이 그 환자를 기피했다.

그러나 베이징 지쉬탄 병원(北京积水潭医院:Beijing Jishuitan Hospital) 원장으로 있는 티안은 수술을 하기로 결심했다. 방법은 다른 외과 의사의 도움을 받는 것이다. 그 외과 의사는 다름 아닌 수술 로봇이다. 수술은 내부 정형 구조를 볼 수있는 3D 고화질의 비주얼 시스템과 정확한 위치에 수술 도구를 안내할 수 있는 0.8mm 크기의 손을 갖춘 수술 로봇 ‘펙다(Phecda)’의 도움으로 한 시간 만에 완료됐다. 지쉬탄 병원의 도움을 받아 베이징 티나비의료기술(Beijing Tinavi Medical Technology Co)이 개발한 펙다는 고령화 시대를 대비한 의료용 로봇 분야의 글로벌 경쟁력 확대를 위한 중국 정부 및 기업 노력의 결과물이다.

의료 로봇 분야, 국가 전략 제조산업

중국 영자 매체인 차이나 데일리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최근 의료 및 수술용 로봇의 국산화가 매우 활발하다. 의료 로봇은 첨단 제조산업 육성을 위한 중국의 국가 어젠더인 ‘메이드인차이나 2025(Made in China 2025)’의 전략 분야 가운데 하나다. 지난해 4월 중국은 2020년까지 300억 위안(약 5조원) 규모의 국내 서비스 로봇을 판매할 계획을 발표했는데 의료 로봇은 이 가운데 아주 중요하다.

▲ 중국산 외골격 재활 로봇을 이용해 재활 훈련을 하는 모습(사진=차이나 데일리)

베이징 소재 리서치 회사 GCiS의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의료용 로봇 시장은 2016년 7억 1100만 위안(약 1184억원)으로 2015년 대비 34.4% 증가했다. GCiS는 "수술, 재활, 의약품 전달에서 재택 간호까지 로봇은 중국의 의료 산업을 변화시킬 것"으로 예측했다. 외과의 티안은 “2015년의 로봇 수술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상부 경추에 로봇 보조수술을 한 사례”라며 “펙다는 외국 제품보다 훨씬 정확하며 가격은 더 저렴하다”고 강조한다. 티나비가 개발한 3세대 수술 로봇인 펙다는 7월 중국 식약청(FDA)의 허가를 얻은 후 올해 상용화를 준비 중이다.

고령화에 대비한 의료산업 혁신

티나비와 같은 중국의 의료용 로봇 제조업체들은 고령화에 따른 수요층 확대, 정책적 지원, 제조 노하우 등에 힘입어 가격과 품질 면에서 외국 제품을 앞지르기 위해 노력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2050년까지 60세 이상의 중국인은 약 4억 명으로 증가해 전체 인구의 30% 이상을 차지할 전망이다. 현재는 약 11% 수준이다. 티나비의 장 송겐(Zhang Songgen) 회장은 “고령자가 늘어남에 따라 많은 수의 임상 사례들이 제공돼 기업들이 이들 DB를 활용해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한다.

2010년부터 약 2000건의 수술을 완료한 티나비 외에도 의료 로봇분야에는 많은 플레이어가 있다. 충칭진샨과학기술(重庆金山科技:Chongqing Jinshan Science and Technology)도 그 중 하나다. 이 회사는 캡슐 내시경 혹은 소화관의 이미지를 기록하는 알약 크기의 카메라 제조업체로 출발했다. 2008년 미국 의료 당국의 승인을 받은 이 제품은 현재 60개국 이상에서 판매되고 있다. 진샨은 또한 흉부 및 셀리악병(thoracic and celiac diseases)에 대해 중국 최초의 최소 침습성 수술 로봇으로 잘 알려진 하얼빈공과대학과 파트너십을 맺고 조만간 임상 시험에 참여할 예정이다.

기업, 병원, 정부 협업 ‘3박자’

구오 슈안(Guo Xuan) 이쥬앙스마트로봇산업연구소 부국장은 “중국의 의료로봇 분야는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핵심 연구에 있어서 국내 기업과 대학의 협업이 매우 강하며 미국 기업 인튜이티브 서지컬의 다빈치 수술 로봇과 같은 외국 리더 제품과의 격차를 좁히고 있다”고 말한다. 여기에는 강력한 정책지원이 도움이 됐다는 설명이다.

장쓰성 우시(Wuxi)의 첨단기술기업 유치담당 공무원 유 샤오유(Yu Shaoyu)는 “의료용 로봇 제조업체를 육성하기 위한 산업 기금을 마련한 것은 물론 임대료 환불을 포함한 우대 정책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적재산권 활용에 있어서도 다양한 도움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 수술용 로봇 '리메봇'(사진=회사 홈페이지)

공립 병원의 참여도 적극 권장되는 분위기다. 중국 PLA네이비종합병원은 베이징대학 항공우주학과의 제휴를 통해 뇌 외과 수술 로봇 '리메봇(Remebot)'을 개발하기도 했다. 국제 로봇공학 및 지능형 장비 산업연합(International Robotics and Intelligent Equipment Industry Alliance)의 CEO 뤄 준(Luo Jun)은 “의료용 로봇의 수요처로 필요 사항을 가장 정확히 아는 것은 병원이기 때문에 병원의 참여와 협조는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특히 이 분야는 중국의 주요 가전 제조업체인 메이디그룹(美的集团:Midea Group)이 참여하고 있어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메이디그룹은 지난 2015년 일본 로봇 제조업체 야스카와 전기(Yaskawa Electric Corp)와 합작사를 설립해 간호 및 재활 로봇 개발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