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장면

‘미국 제일주의(아메리카 퍼스트)’를 표방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압력에 굴복해 글로벌 제조업체들이 속속 미국에 공장을 짓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주요 자동차 업체들이 멕시코 대신 미국에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한데 이어 애플의 위탁생산업체인 폭스콘도 미국에 공장을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앞으로 제조업체들의 미국행은 가속화될 전망이다.

하지만 미국에 제조공장이 속속 들어선다고 해도 미국인들의 일자리가 크게 늘어날 것이란 보장은 없다. 전세계에 확산되고 있는 로봇자동화와 제4차 산업혁명의 여파로 로봇이 일자리를 대체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최근 ‘로봇 폭주(Robot Rampage)’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제조업 중심의 산업화가 노동시장과 로봇자동화에 어떤 변화를 몰고 왔는지 분석했다. 블룸버그는 특히 개발도상국들에서 벌어지고 있는 '조기탈산업화(premature deindustrialization)‘ 현상에 주목했다. 조기탈산업화는 하버드대 '대니 로드릭' 교수가 언급한 개념으로 개발도상국들이 산업화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국민 경제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제자리에 머물거나 오히려 낮아지고 있는 현상을 말한다.

전통적으로 산업화는 노동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역할을 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미국의 중산층은 산업 생산성이 높아지면서 임금이 상승했다. 당시 로봇 자동화는 산업 전체적으로 확산되지 못하고 자동차 산업 등 극히 일부 산업에만 제한적으로 도입됐다. 로봇 자동화가 담당하는 일도 단순 작업에 그쳤다. 지금처럼 로봇과 자동화의 도입으로 일자리가 사라지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일자리에서 완전히 축출되지 않은 노동자들은 산업 생산성의 상승 효과의 혜택을 보면서 중산층을 형성했다.

▲ 로봇 도입 전망(자료=IFR,블룸버그)

▲ 세계 각국의 로봇밀도(자료=IFR,블룸버그)

블룸버그에 따르면 최근 개발도상국에서 로봇 자동화 시스템은 일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를 없애고 있다. 더 이상 과거의 산업화 모델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것. 로봇 자동화는 개발도상국에서 근로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UN은 개발도상국의 3분의 2에 달하는 일자리들이 위기에 놓여 있다고 경고했다.

게다가 과거 단순 작업에 동원되던 로봇은 이제는 보다 복잡한 작업을 수행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게다가 로봇 가격은 하락 추세다. 이에 따라 로봇 투자에 대한 회수 기간은 점점 짧아지고 있다. 독일 로봇업체인 ‘쿠카 AG’에 따르면 산업용 로봇의 시간당 비용은 5유로(6260원)이다. 독일과 중국 생산직 노동자의 시간당 임금은 각각 50유로(6만2605원), 10유로(1만2521원)이다. 제조업체 입장에선 로봇을 도입하는 게 훨씬 유리하다. 맥커리에 따르면 중국 제조업체가 용접 로봇 도입시 2년안에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노동자를 고용하기 보다는 로봇을 도입하는게 당연하다. 중국은 세계 최대 로봇 도입 국가이며 로봇 도입은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인건비 상승과 노동자의 노령화 현상은 이를 더욱 부추길 전망이다.

이미 많은 개발도상국에서 제조업 고용은 정점을 지났다. 게다가 로봇은 보다 복잡한 업무에 투입되고 있으며 서비스 업종에까지 확산 추세다. 일례로 우버와 같은 차량 공유서비스는 택시업 종사자들을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글로벌 제조업체들의 공장을 미국으로 끌어들이더라도 비슷한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생산공장들은 고임금 근로자를 고용하기보다는 로봇 자동화 시스템 도입에 열을 올릴 가능성이 농후하다. 로봇 자동화는 기본적으로 불평등의 확산을 조장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 때문에 로봇 도입으로 일자리를 잃게 될 사람들을 지원하고 사회 안전망 구축을 위해 기본소득을 보장해야한다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도이치텔레콤과 지멘스 CEO는 최근 기술에 의해 대체되는 노동자들을 돕기 위해 기본소득제도의 도입 필요성에 공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로봇 자동화에 적극적인 산업계 리더들 조차 자동화와 디지털화가 사회 전체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고 있는 제조업체의 미국내 공장 설립이 향후 노동 시장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로봇 자동화의 도입 확산, 사회 불평등 심화 등으로 이어지지 않을지 예의주시해야 할 것 같다. 혹시 트럼프가 로봇 대신 근로자 고용을 의무화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