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로보컵 주니어 (RCJ)' 호주 오픈 대회가 9월21일부터 이틀동안 브리즈번에 있는 퀸즈랜드대학교에서 열렸다. RCJ는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세계34개 나라의 회원국들이 서로의 기량을 일년에 한번씩 모여 나누는 국제 행사이다. 우승한 팀은 제작소스를 공유함으로써 로봇학도들에게 한 단계 발전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이 대회는 로봇축구, 로봇댄싱, 구조 등 여러 가지 항목이 있었는데 세계 여러 나라 팀들이 참가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전국대회 예선을 거친 5개 팀이 참가하게 되었다. 나는 로봇축구팀을 통해 이 대회에 참가했다. 로봇축구는 학생들이 주변 환경의 변화를 인지하는 로봇으로 팀을 구성하여 직접 만드는 것부터 시작한다. 대회에 참가해서는 로봇 스스로의 판단으로 적외선 전송 공을 상대의 골문 안으로 넣어 승부를 가른다.

팀마다 2대의 로봇을 출전시킨다. 디자인과 프로그램은 정해진게 없지만 크기와 무게는 제한이 있다. 테이블 크기의 필드에서 2대의 로봇으로 공격과 방어 전략을 짜서 경기에 임한다.

이번 대회를 참가하면서 참으로 많은 것을 느꼈다. 나름대로의 제작기준과 방향을 가지고 로봇을 만들고 운영하다가 이처럼 세계대회에 나와서 각국 학생들이 제작한 로봇들과 함께 경기를 해보니 모든 것이 생소했다. 특히 그 동안 쌓아온 경험과 나만의 노하우에 대한 자부심이 ‘자만심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지만 대회에서의 실제적인 경험을 통해 시야를 넓히는 계기가 되었다는 생각도 했다. 그렇기 때문에 못했다는 속상함 보다는 새로운 경험의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나아가서는 로봇공학자가 되려는 나의 꿈을 향한 도전에 한 발짝 다가섰다는 뿌뜻함도 생겼다.

나는 평소에 단순지식의 습득보다는 무엇인가를 직접 연구하고 조립하는 것에 흥미를 갖는 성격이다. 그러던 중 구리고등학교에 입학하고 로봇 동아리반 활동을 시작하면서 로봇을 접하게 됐다. 처음에는 간단한 미션 수행하는 대회에 참가하여 여러가지 상을 탔다. 로보컵 주니어 코리아 (RoboCUP Jr. Korea)의 로봇축구 부문에도 별 어려움 없이 참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전국대회와 세계대회를 준비하면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준비과정에서 발견한 오류와 단점 등을 6개월에 걸쳐 수정하면서 자신 있게 준비한 로봇이었지만 막상 대회당일 새벽에 공격로봇 프로그램을 다시 만들어야하는 일이 생기고 말았다. 골키퍼 로봇을 개조해야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팀원들이 혼신의 힘을 모아야만했던 이 과정은 준비기간 중 가장 바쁘고 힘든 시간이었다.

대회 당일 우리 팀은 그 동안의 노력이 밑거름이 되었는지 4강까지 파죽지세로 달려가 'Best Aggregate Award' 상을 수상하게 되었다. 9시간동안 비행기를 타고 도착한 브리즈번의 낯선 환경에 긴장해 있던 마음이 한순간에 녹아 내렸다. 또한 작은 부품에 지나지 않았던 것들이 내 손을 거쳐 로봇들로 탄생하여 마치 생명이 내재된 듯 힘차게 달리는 모습을 보면서 "저 모습이 바로 내 진정한 모습은 아닐까" 였다.

브리즈번 RCJ는 로봇의 매력에 푹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르던 각국의 학생들과 같은 목표로 만나 우정을 나누었고 나아가 미래의 로봇공학자라는 또 하나의 목표를 추가한 꿈의 장소였다. 내년에도 그들과 또 다른 꿈을 펼칠 수 있는 약속으로 다시 만나고 싶다. ▒ 글 김태원∙학생기자(경기구리고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