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연시를 맞아 로봇 장난감에 대한 관심이 높다. 아이들 선물로 로봇 장난감 만큼 안성맞춤인 것도 없다. 뭔가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남자 아이들에게 로봇 장난감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선물이다. 가격이 아직 부담스럽지만 형편이 된다면 아이들에게 로봇 장난감을 선물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1950년대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로봇 장난감이 있다. 간단하게 말도 할 수 있고, 전후좌우로 움직이는 게 가능했다. 기계 팔을 이용해 물건을 잡을 수 있으며, 로봇과 연결된 케이블로 원격조작할 수도 있었다. ‘아이디얼 토이스(Ideal Toys)’라는 기업이 판매한 ‘로버트(Robert)’라는 로봇 장난감이다. '패스트 컴퍼니'가 연말 연시를 맞아 로봇 장난감 원조 '로버트'를 찾아 나섰다.

▲ 로버트의 카탈로그 광고

로버트는 미국에서 제작된 최초의 플라스틱 장난감이다.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최초의 로봇 장난감이기도 하다. 로버트는 산업용 로봇 도입 붐이 일기 수년 전 등장해 로봇에 대한 미국인들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로버트는 1954년 개봉한 공상과학 영화 ‘토버 더 그레이트(Tobor the Great)’와 연계돼 큰 관심을 끌었다. 이 영화에 로버트가 등장한 것은 아니지만 이 영화의 인기에 도움을 받았다. 로버트는 1954년 시어즈의 크리스마스 카탈로그에 처음으로 등장했는데, 소비자 가격이 5.98달러였다. 요즘 달러 가치로 환산하면 54달러 정도라고 한다. 기계 팔로 움직일 수 있는 불도저의 가격은 4.98달러였다.

로버트가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 만들어진 로봇 장난감은 아니다. 이미 일본에선 1930년대에 ‘릴리풋(lilliput)’이라는 로봇 장난감이 제작되고 있었다. 1939년 일본에서 만들어진 릴리풋이 올 3월 경매시장에서 2280파운드(한화 약 338만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미군정 시절 일본의 릴리픗은 미국으로 수출되었다. 릴리풋은 양철로 만들어진 장난감이었다.

▲ 경매에 나온 '릴리풋'

이에 비해 1954년 아이디얼 토이스가 판매한 ‘로버트’는 플라스틱 로봇이다. 플라스틱 사출 방식을 채택해 장난감을 생산했는데, 바야흐로 플라스틱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플라스틱은 금속 주조방식에 비해 값도 싸고 대량 생산이 가능했다.

▲ 드라마에 출연한 '로버트'

로버트는 단지 싸기 때문에 주목을 받은 것은 아니다. 뒷 부분에 있는 핸들을 돌리면 자기를 소개하는 말을 할 수 있으며, 머리 부분에 내장된 배터리를 이용해 눈에서 조명이 번쩍이기도 했다. 케이블과 연결돼 움직임을 제어할 수 있었다.

로버트가 인기를 끌자 아이들 음악을 주로 제작하는 음반사인 ‘크리켓 레코드(Cricket Records)'는 로버트를 주제로 다양한 음반을 제작해 판매에 나섰고, 헐리우드 영화와 ’내일은 있다(There's Always Tomorrow)‘같은 드라마에 출연하기도 했다. 여러 업체들이 로버트에 관한 라이선스를 얻어 T-셔츠를 제작하고 제휴 상품을 만들어냈다. 1955년 신시내티에 개장한 ‘실리토스 토이랜드(Shillito's Toyland)’는 9피트짜리 대형 로버트를 제작해 내장객들을 맞게 했다. 로버트는 이른바 '원소스 멀티 유즈' 전략의 원조인 셈이다.

▲ 일본에서 제작한 갱 오브 파이브

로버트가 인기를 끌자 ‘갱 오브 파이브(Gang of Five)’와 같은 일본판 로봇 장난감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로버트의 외양을 모방한 제품이다. 하지만 로버트의 인기는 오랫동안 지속되지 못했다. 회사는 1960년대까지 제품을 생산했지만 후속 제품을 속속 내놓으면서 인기가 사그라들었다. ‘미스터 머신’과 같은 새로운 로봇들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한 전문가는 로버트의 인기가 공상과학 영화의 영향이라기 보다는 당시 미국 사회에 불었던 자동화 제품의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50년대 이후 세탁기,식기 세척기, 전기 레인지 등이 가정에 보급되면서 로봇 장난감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