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배일한 연구교수가 제작한 로봇 드론맨 패러디 영상이 세계적인 권위의 과학기술 전문매체 ‘IEEE 스펙트럼’에 소개되면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 영상은 최근 유튜브에서 1억 5천만건 이상 조회건수를 올린 'PPAP' 영상을 패러디했지만 참신한 아이디어로 주목받고 있다.
IEEE 스펙트럼이 정색하고 배 교수를 인터뷰했다. 배 교수가 동영상에서 표현한 로봇 드론맨을 단순한 흥미거리가 아니라 로봇과 드론 기술의 융합 차원에서 새로운 가능성과 비전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했다고 볼 수 있다.
IEEE 스펙트럼은 로봇 드론맨이 로봇 스타트업인 '더블(Double)'이나 '빔(Beam)' 등에서 제공하고 있는 텔레프레전스 로봇처럼 ‘아바타 드론‘으로 분류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배 교수가 만든 로봇 드론맨은 하늘을 날다 지상에 착륙하면 크기 1.2m 정도의 텔레프레전스 로봇으로 변신한다. 사람과 눈을 맞춰 직접 대화할 수 있는 수준의 높이다. 텔레프레전스 로봇과 드론 플랫폼을 결합해 아바타 드론을 만들겠다는 배 교수의 의도가 담겨 있다.
원격에서 로봇 드론맨을 조작하는 사람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로봇 드론맨을 통해 다른 사람들과 대면할 수 있다. 배 교수는 “무게가 가벼운 드론에 무거운 로봇의 몸체를 올려놓는 게 비현실적인 것으로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비행 드론을 활용한 텔레프레전스의 유용성이 실내용으로 국한되어 있는 텔레프레전스 로봇의 이동성 한계를 압도한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IEEE 스펙트럼과 배 교수간 일문 일답.
▲ PPAP 패러디 영상을 아주 재미있게 봤다. 영상에 소개된 드론 프로젝트는 진지한 연구로 추진하고 있는 것인가.
-아바타 드론 개발은 인간의 확장이란 측면에서 드론 애플리케이션을 새롭게 탐색하려는 시도다. 대부분 드론 사용자들은 피자 배달이나 공중 촬영처럼 배송과 감시의 차원에서 드론을 활용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미래학자로서 나는 드론이 조만간 인간의 또 다른 몸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이번 영상을 통해 드론 애플리케이션이 사람, 로봇, 그리고 드론이 점진적으로 ‘플라잉 아바타(flying avatar)’로 수렴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 이번에 개발한 시스템을 설명해달라
-아바타 드론은 실물 크기의 텔레프레전스 로봇과 드론 플랫폼의 융합이다. 원격지에 있는 조작자는 이를 통해 가상 비행(virtual flight)을 경험할 수 있다. 드론은 착륙 후 현지에 있는 사람과 눈을 맞출 수 있도록 곳추선 자세를 취한다. 대부분 바퀴달린 텔레프레전스 로봇은 실내에서 움직이지만 아바타 드론은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수마일 떨어져 있는 원격 조작자의 존재를 투사할 수 있다.
▲ 아바타 드론이 작동하기 위해선 어떤 설계방식과 기술이 필요한가. 아바타 드론 제작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이 있었다면
-의인화된 드론을 설계하는 것은 상충하는 조건간의 절충이라고 할 수 있다. 드론 플랫폼의 안정성, 무겁고 키가 큰 로봇 몸체의 균형이 필요하다. 로봇을 의인화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사람처럼 똑 바로 서는 것이다. 하지만 드론에 똑바로 선 로봇의 몸체를 설치하면 비행시 로봇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균형을 잃을 수 있다. 이런 문제를 중력에 의해 로봇의 몸체가 아래로 떨어지는 방식으로 해결했다. 착륙과 비행 모드에서 충분히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 로봇 드론맨을 만든 이유는 무엇인가
-드론이 실물 크기 텔레프레전스 플랫폼으로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아바타 드론은 원격지에서 얼굴을 맞대고 다른 사람을 만나거나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사람들에게 유용할 것이다. 예를 들어 경찰이 외딴 곳에 급하게 가야할 필요가 있거나 육체적으로 기력이 없는 노인들이 집 밖에서 자신의 사회적인 존재감을 드러내기 원할 경우 아바타 드론을 활용할 수 있다.
▲ 현재 진행중인 작업이나 미래 계획이 있다면
-기술적으로 하늘을 나는 것을 구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관련 기술을 통해 ‘법적 차원의 인간성의 확장’을 실현하는데도 열정을 갖고 있다. 정치적, 법적인 측면에서 '인간-드론 상호관계(human-drone interaction)'에 관심을 갖는 이유다. 어느 정도의 범위에서 원격 조작자(원격 조작자의 아바타)를 인격적으로 대우할 것인가, 그들의 기본권을 어느 정도 인정할 것인가에 관한 것이다. 나는 아바타 드론이 사람들에게 밖에서 3D모빌리티의 자유를 준다고 믿는다. 드론은 단순히 비행 배송 플랫폼이 아니라 그 이상으로 변화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