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송 전용 드론이 보급되려면 법적인 규제가 풀려야 한다. 하지만 법적인 규제가 풀리더라도 드론이 하늘을 정상적으로 비행하려면 중요한 기술적인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바로 장애물이나 다른 항공기 등을 감지해 회피할 수 있는 기술이다.
비행하는 드론에게 장애물은 한둘이 아니다. 다른 드론이나 경비행기는 물론이고 조류나 나무, 전선 등이 모두 드론 비행의 장애요소로 작용한다. 드론이 비행 중에 사람눈에 잘 띄지않는 전선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다. 드론 업체들은 카메라나 라이더(Lidar)를 탑재해 장애물 충돌시스템을 개발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조류나 전선을 인식해 피할 정도는 아니다.
전문가들은 항공기 분야에서 오랫동안 사용하고 있는 레이더 기술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군사용으로 활용되는 고해상도 레이더 기술은 주변 환경을 3차원으로 인식하고 멀리까지 감지할 수 있는 탁월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이런 레이더 기술을 민수용 제품에 적용하려면 비용이 많이 들고 레이더 장비도 매우 크다는 단점이 있다. 상업용 드론에 가격도 저렴하고 군사용에 버금가는 성능을 발휘하는 레이더를 탑재하려면 새로운 레이더 기술이 꼭 필요하다. 특히 크기를 줄이는 게 난제다.
‘IEEE 스펙트럼’에 따르면 미국 시애틀에 위치한 ‘에코다인(Echodyne)’은 스마트폰 크기의 고해상도 레이더 장비를 개발했다. 드론이나 자율주행자동차에 접목할 수 있다고 한다. 현재 자율주행 자동차들도 대부분 3차원 환경 인식을 위해 라이더를 탑재하고 있다. 에코다인이 개발한 레이더 장비는 군사용에서 사용하는 ‘위상배열 레이더(phased-array radars)’와 유사한 성능을 발휘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에코다인은 빌게이츠, 폴 알렌 등 투자자들로부터 지원을 받으면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에코다인의 레이더 장비는 자연에 존재하지 않는 ‘메타물질(metamaterial)’ 기반으로 제작되었다고 한다. 구체적으로 레이더 장비의 상세 규격에 대해 공개하지 않았지만 레이더에 장착된 메타물질 안테나는 빔(beam)을 정확하게 조정할 수 있다. 공개된 동영상에 따르면 드론에 탑재된 레이더는 디스플레이상에 주요 지형 지물이나 멀리 떨어진 전기선, 다른 드론 등을 보여준다. 기상 상황이 나빠져도 영향을 받지 않는다. 에코다인은 내년초 800m 전방에 있는 전기선, 1km 전방의 DJI 드론, 3km 전방의 경비행기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업그레이드 모델을 선보일 계획이다.
에코다인의 ‘에벤 프란켄버그(Eben Frankenberg)’ 대표는 레이더가 원거리와 모든 날씨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최적의 솔루션이라며 군사용으로 활용되고 있는 위상배열 레이더와 같은 기술이 나온다면 레이더 기술의 최고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에코다인은 어떻게 군사용에 주로 활용되는 위상배열 레이더와 같은 높은 수준의 레이더 기술을 구현할 수 있었을까. 전통적인 위상배열 레이더는 상호 몇 밀리미터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이상기(移相器:phase shifter)들이 그리드 형태를 하고 있다. 이상기는 어레이를 통과하는 전파의 파장보다 크기가 작은데, 전파가 통과하는 속도를 미세하게 조정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파면(波面:wavefront)이 각각의 이상기를 빠져나올 때 정확하게 조정할 수 있다. 각각의 이상기를 제어하는 것은 매우 복잡한 문제인데 위상배열 레이다는 크고 비싸지만 이 문제를 해결했다.
에코다인은 모든 이상기를 메타물질 안테나로 바꾸는 방식으로 레이더의 복잡성과 비용 문제를 해결했다. 다른 부품은 일반 상용 부품을 채택했다.에코다인은 메타물질 레이더를 내년에 1만 달러에 공급할 계획이다. 일반 아마추어에게는 비싼 가격이지만 상업용 드론을 공급하려는 업체에게는 투자할만한 금액이라는 설명이다. 에코다인측은 앞으로 대량 생산체제에 들어가면 가격은 많이 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에코다인측은 기존의 카메라, 라이더 기술과 함께 레이더 기술까지 결합하면 보다 훌륭한 감지 센서 기술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른바 융합센서 기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