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 올림픽은 4년간 이 날만 기다려온 스포츠 선수들의 경쟁무대이기도 하지만 선수들의 활약을 담는 사진작가들의 치열한 전쟁터이기도 하다. 최고의 사진 하나를 얻기 위해 사진작가들이 들이는 공은 일반인들이 상상하는 이상이다.

‘게티이미지’에 많은 사진을 올리는 알 벨로(Al Bello)도 동계와 하계 올림픽 경기에서 무수한 사진을 찍어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좀 다르다. 사진기를 들고 뛰어다니지 않는다. 대신 경기장 옆에 앉아 컴퓨터 모니터를 보면서 카메라의 위치를 조정하고 필요할 때 셔터를 누를 뿐이다.

‘디지털트렌즈’는 올림픽 수영 경기가 이뤄지는 중 놀랍고 멋진 수중 사진을 찍은 알 벨로의 특별한 시도를 소개했다. 선수들이 헤엄을 치는데 그는 도대체 어떻게 수중 사진을 찍을 수 있었을까. 그의 목에 카메라를 두르고 잠수복과 오리발을 신고 바닥 아래를 떠다닌 게 아니다. 비밀은 수중 로봇 카메라에 있다.

벨로가 CNN에 밝힌 바에 따르면 경기가 진행되는 수영장의 경로 아래쪽에 카메라 로봇을 설치해 그 위를 통과하는 수영선수들을 찍은 것이다. 조정은 원격으로 한다. 원격으로 제어되는 수중 카메라 장치가 올림픽에서 사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로이터는 이미 4년전 런던 올림픽 때 이용한 적이 있다.

벨로는 “전통적인 고정형의 수중 원격 카메라로는 미리 원하는 사진을 시각화해야하고 포착하고 싶은 레이스와 스트로크에 관해 여러 가지 준비를 많이 해야 한다”며 “그러나 그렇게 사전 계산을 많이 해도 수영 선수 몸의 일부가 프레임에서 살짝 벗어나버리면 사진은 결국 망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방수 장치로 둘러싸인 캐논 1DX 마크II 수중 카메라는 벨로에게 물속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 생생한 뷰를 제공한다. 벨로는 원격으로 렌즈의 초점 길이가 아닌 카메라의 위치를 바꿔줌으로써 프레임을 조정할 수 있다. 그것도 수영장 옆의 의자에 앉아서 컴퓨터 스크린을 보면서 말이다. 수영선수가 원하는 형태로 프레임을 채우고 있을 때 셔터를 누르기만 하면 된다. 게티이미지의 최근 수중 카메라 활용은 많은 것을 바꾸고 있다. 벨로에게는 어떤 경기에서도 돈이 되는 샷을 찍을 수 있는 기회로 다가간다.

물론 이 같은 유형의 작업은 카메라에 직접 손댈 필요없이 찍을 수 있는 것 만으로도 기존 스포츠 사진작가의 작업 형태와는 상당히 다르다. 더 많은 준비와 유지보수가 필요하기도 하다. 매일 카메라와 방수 포장 상태를 체크해야 하고 수영장과 이외 지역에서 전선에 문제가 없는지 살펴야 하기 때문이다.

벨로는 그러나 로봇이 언젠가 사진 작가를 대체할 것이라는 생각에 대해서는 부인한다. “로봇은 내게 더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한 하나의 도구일 뿐”이라며 “로봇은 스스로 생각하지 않고 아이디어를 떠올리지도 않으며 단지 이전보다 훨씬 효과적으로 찍을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