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제로봇연맹(IFR)은 2015년 전세계 산업용 로봇 판매댓수가 전년의 22만1000대에 비해 12% 증가한 24만8000대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전년도에 비해 성장폭은 크지 않았으나 로봇 보급댓수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아시아 시장이 글로벌 로봇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우리나라는 로봇강국 일본을 뛰어넘어 세계 제2의 로봇 판매댓수를 기록했다. 산업용 로봇에 이어 서비스 로봇, 가정용 로봇 시장도 이제 도약 준비를 하고 있다. 각국 정부의 로봇 산업 육성 정책에 힘입어 로봇의 보급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로봇 산업계의 지형도 많이 바뀔 것으로 보인다.

▲ 연도별 세계 산업용 로봇시장

로봇 전문 매체인 ‘로보허브’는 최근 글로벌 로봇 시장에 불고 있는 변화의 바람을 5대 트렌드로 정리했다. 지구촌 로봇산업계에 불고 있는 5대 트렌드를 소개한다.

▲ 중국의 욕망
IFR이 최근 발표한 산업용 로봇 글로벌 시장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산업용 로봇 판매댓수는 총 6만8천대다. 전체 판매댓수 24만8천대 가운데 6만 8천대가 중국에서 판매된 것으로 역대 최고 수치다. 이 같은 수치는 중국 제조산업의 자동화 및 로봇화 추세가 발빠르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중국에 진출한 대만 폭스콘은 일명 ‘폭스봇’을 4만 5천대 가량 중국에서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내 제조업체들의 로봇 도입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중국내 로봇 판매댓수의 69%는 외국계 로봇업체들이 이룩한 성과다. 중국이 세계 최대 로봇 시장으로 부상했지만 아직 중국 로봇업체들의 기술력은 낮다는 의미다. 특히 감속기, 하모닉 드라이브, 로봇 팔용 엔드 이펙터 등 핵심 부품의 기술 자립도가 낮은 편이다. 중국 로봇업체들은 로봇산업의 취약점을 보강하기 위해 로봇 강국 일본의 은퇴 엔지지어를 영입해 컨설팅을 받고 해외 업체 인수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해외 로봇 업체에 대한 투자 확대와 인수는 중국의 약점으로 인식되고 있는 지적 재산권 도용, 역엔지니어링 등 부정적인 인식을 불식할수 있는 통로로도 활용되고 있다. 최근 중국 가전업체인 메이더그룹이 독일 쿠카 로보틱스 인수에 나서고 시아순이 유럽 로봇 업체 인수에 나서고 있는 것은 중국 로봇업체들의 기술 자립에 대한 욕망을 잘 드러내주고 있다.

▲ 중국의 M&A 기업 가치

중국 정부는 오는 2020년까지 중국 로봇 업체들이 제작한 국산 산업용 로봇을 10만대 보급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이는 연간 300억 위안(54억 달러)에 달하는 규모다. 현재 중국에는 건설 중인 단지를 포함해 40곳 이상의 지역에 로봇산업 집적단지가 만들어졌다.

▲ 협업 로봇
협업 로봇 시장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가장 두드러진 분야는 자동차 조립라인이다.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전통적인 산업용 로봇 대신 사람과 로봇이 함께 일할 수 있는 협업 로봇을 도입하고 있다. 협업 로봇의 활용도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유니버설 로봇과 리씽크 로보틱스 등 협업 로봇 업체들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협업 로봇을 다양한 애플리케이션 용도로 활용하는 사례를 동영상과 함께 소개되고 있다. 유니버설 로봇으로 시작된 협업 로봇 시장은 최근 쿠카, ABB 등 다른 로봇 업체가 속속 진입하면서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 리씽크 로보틱스의 협업 로봇

협업 로봇은 유연성, 안전성, 빠른 설치 및 운영, 교육 훈련 시간의 축소 등을 특징으로 한다. 프랭카(Franka), 로버타(Roberta) 등 새로운 협업 로봇들이 등장하면서 가격 경쟁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서비스로서의 로봇(RaaS:Robotics as a Service)

▲ 농업용 로봇

농업 분야는 로봇 개발 프로젝트가 많이 진행되고 있는 곳이다. 하지만 이 시장은 가격에 매우 민감하다. 농업용 로봇업체들은 농민들에게 로봇을 판매하기 보다는 서비스 형태로 제공하는 사업 모델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로봇 서비스에는 솎음, 잡초 제거, 살충제 살표, 항공 촬영, 분석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 분야의 스타트업들이 서비스 제공사업자로 나서면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있다. 드론 ,작물 수확 로봇 등 로봇 장비와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 정보를 제공하면서 농업 생산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석유 및 가스 시설, NGO와 정부 단체의 지역 탐사 및 모니터링 등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보안 업체들은 시설 내부 보안에 RaaS를 도입하고 있다.

이들 RaaS 사업은 물리적인 공간에서 이뤄지는 실제 로봇과 가상의 로봇 서비스를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봇(bot) 사이의 경계를 흐리게 하고 있다. 일부 서비스 제공업체들은 단순히 SDK를 제공하는 것에서 벗어나 API를 개방하기도 한다. 애플은 그들의 API를 공개한다고 발표했으며 아마존은 개발자들이 음성 비서 서비스인 '에코'와 알렉사'를 활용할 수 있도록 권장하고 있다. 벨기에의 스타트업인 '조라 로보틱스(Zora Robotics)'는 아마존의 에코/알렉사 시스템을 활용해 헬스 및 노약자에 적합한 솔루션을 내놓고 있다.

▲물류와 머티어리얼 핸들링
저가의 3D비전시스템 개발이 활발해지면서 스타트업들이 공장, 배송센터, 물류센터에 활용할 수 있는 상품 적재 및 이송 로봇을 속속 내놓고 있다. 비전 시스템의 성능이 개선되면서 장애물을 쉽게 피하면서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물류 로봇 개발이 활발하다. 그동안 물류업체들은 금융 위기의 여파로 자동화에 관한 투자를 유예해왔으나 최근에는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소비자들이 보다 빠른 배송을 원하고 있기 때문에 자동화 분야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요구되고 있다. 아마존이 인수한 키바시스템을 비롯해 TiR, 클리어패스, 페치 로보틱스 등이 이 분야의 스타트업으로 떠올랐다. 기존의 스위스로그, FMC, 그렌제바흐 등 업체와 새로운 기술을 놓고 경합하고 있다.

▲로보틱스 분야 투자
‘로봇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 2015년 55개 스타트업이 총 13억 2천만 달러의 투자를 받았다. 32개의 인수 합병이 있었는데, 총 규모가 22억7천만 달러에 달한다. 올들어 6월 현재 56개 스타트업이 4억 2750만 달러의 투자를 받았고, 총 45억 3천만 달러 규모의 인수 합병이 이뤄졌다. 사우디아라비아 소버린 펀드의 35억 달러에 달하는 우버 투자, 중국 기업의 쿠카 인수 제안까지 포함하면 금액은 더욱 늘어난다.

특히 최근 중국의 해외 기업 인수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데 한층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3년 중국 칭화대학이 정부 지원으로 출범한 펀드인 '칭화홀딩스'는 오는 2021년까지 중국내 1천개 장소에 비즈니스 인큐베이터를 설립하고 미국, 독일, 영국 등에 50개의 인큐베이터를 설치할 계획이다. 총 펀드 규모가 30억 달러에 달한다. 펀드의 상당 부분이 로봇 및 자동화 분야 스타트업 육성에 투입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