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중국 쿤샨시에 위치한 폭스콘이 로봇을 도입해 종업원을 11만명에서 5만명으로 줄였다는 보도가 나왔다. 각 언론 매체들은 폭스콘이 6만명에 달하는 종업원을 로봇으로 교체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하지만 이 같은 보도 내용에 대해 폭스콘측이 최근 중국 매체들을 대상으로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폭스콘이 이처럼 대량의 인력을 해고한 적이 없으며 이들 인력을 로봇으로 대체하지도 않았다고 해명한 것이다. 보다 정확한 내용은 별도의 확인 과정이 필요해 보인다.

블룸버그는 이번 보도 내용 가운데 일부는 쿤샨시 공무원의 로봇산업 육성 의지와 지나친 열정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제조업의 기지 역할을 하고 있는 쿤샨시가 혁신의 허브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폭스콘의 사례를 과장했다는 의미다.

블룸버그는 이번 폭스콘의 사례를 들어 현재 중국에서 불고 있는 로봇혁명의 문제점을 진단했다. 특히 지방 정부와 관료들이 로봇이 미래라는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하면서 중국 로봇산업에 존재하고 있는 바람직스럽지 못한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국 중앙 정부의 로봇산업 육성 정책에 힘입어 지방 정부의 로봇산업 육성 정책과 산업단지 건설이 예기치못한 복병을 만났다는 것이다.

지난해 중국 36개 도시들은 로봇산업이 지역의 산업 발전에 중요하다며 로봇산업 육성을 선언했다. 최근에만 40개가 넘는 로봇 산업단지가 정부의 자금 지원으로 문을 열었으며 문을 열 준비를 하고 있다. 중국 남부 지역 테크놀로지 허브인 선전은 2년전 로봇업체가 200개에 불과했으나 지금 3000개를 넘었다. 이렇게 로봇 기업이 증가하고 산업단지가 조성되는 것은 긍정적인 일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정부의 보조금이 로봇 분야에 집중되면서 투자 버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전 버블 현상과 달리 로봇 산업 버블은 처음에는 실제 시장 수요에 의해 견인됐다. 인건비 상승과 인력 부족 등이 낮은 수준의 제조업을 보다 부가가치 높은 쪽으로 전환하려는 정부의 노력과 결합하면서 로봇 수요가 증가했다. 지난 2014년 전세계 산업용 로봇 판매 대수 22만7천대 가운데 중국에서 판매된 것이 5만6천대에 달했다. 작년에는 6만6천대가 중국에서 판매됐다. 하지만 중국에서 판매된 로봇의 대부분이 수입 제품이고 중국내에서 제작되었다고 해도 해외 부품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는 게 중국 로봇산업의 문제다.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위해 중국 지방 정부들이 앞다퉈 로봇 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원 정책을 내놓았다. 지원금을 기반으로 로봇 국산화가 이뤄지고, 제조업체들의 자동화 물결이 확산되기를 기대했다.

올해에만 77개 지방 정부가 로봇산업 육성 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전시는 매년 로봇산업 지원을 위해 7600만 달러의 보조금을 뿌리고 있으며 광둥시는 올해 5500만 달러의 예산을 로봇산업에 지원한다. 이들 보조금은 생산 시설을 고도화하고 로봇을 국산화하는데 쓰여야한다.

하지만 정부의 보조금을 받으려는 기업들의 기만 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수많은 기업들이 로봇산업에 전혀 경험이 없는데도 막대한 보조금을 수령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난징에 있는 한 기업은 지난해 순이익의 65%를 로봇산업 보조금에서 챙겼다고 한다.

정부 보조금은 중국 기업의 로봇 기술 국산화에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중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로봇의 85%는 외국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특히 중국은 인건비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저렴한 산업용 로봇을 개발해야 할 필요성이 높은데 실제 이 같은 종류의 로봇 개발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게 블룸버그의 분석이다. 중국 한 경제매체는 “회사 이름에 ‘로봇‘이라는 명칭이 들어간 기업 가운데 대부분 업체들이 로봇 부문 매출이 없다”고 비판했다.

블룸버그는 현재 로봇업체에 대한 중국 정부의 보조금 지원 정책이 보다 선택적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기업에 대한 자금 직접 지원방식을 지양하고 대학, 연구소 등에 대한 지원금을 늘려야한다는 것이다. 대학 및 연구소들이 정부 지원금을 바탕으로 로봇 기술력을 확보할 때 중국 로봇산업의 경쟁력이 높아진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