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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로봇] 로봇시대를 대비하는 로봇법로봇에 의한 사고, 누구의 책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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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4.27  10: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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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터 포지 룰
(Rule)
흔히 야구를 정적인 스포츠라고 한다. 득점에 이르는 과정도 길고, 축구나 농구처럼 선수 간의 신체접촉도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야구에서도 격투기를 연상시킬 정도의 육탄전이 벌어지고는 하는데, 바로 홈충돌이다. 점수를 내기 위해 홈으로 달려드는 주자와 홈플레이트를 지키는 포수. 득점과 직결되는 순간이기 때문에 주자는 포수를 고의로라도 밀쳐내 공을 떨어뜨리려 하고, 포수는 주자의 진로를 막아서기도 한다. 미식축구의 태클을 방불케 하는 아찔한 홈충돌은 때로는 큰 부상으로 이어진다. 특히, 폭주기관차처럼 밀고 들어오는 주자를 막아내는 포수의 경우 뇌진탕 등 크고 작은 부상에 노출되어 있다.

홈플레이트를 두고 벌이는 육탄전은 줄곧 논란의 대상이었지만, 일종의 불문율처럼 암묵적으로 용인됐다. 그러던 중 2011년 샌프란시스코와 플로리다와의 경기에서 사고가 터졌다. 12회초 66, 경기는 한점 싸움이었다. 타자가 친 공이 플라이 아웃이 되자 3루 주자 스콧 커즌스는 홈으로 내달렸다. 포수 버스터 포지가 홈송구를 잡는 순간, 쇄도하는 커즌스와 그대로 충돌했다. 포지는 큰 충격으로 나뒹굴었고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이 충돌로 포지는 정강이뼈가 부러지고 양쪽 발목 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을 입고 시즌을 마감했다. 자칫 선수생명이 끝날 수도 있었던 큰 사고였지만, 규정상으로는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다. 주자와 포수의 입장이 충돌하는 순간의 고의성 여부를 제3자가 판단해 잘잘못을 가리기 어렵다는 이유로 제대로 된 규정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포지와 커즌스의 홈충돌 사고 후, 야구계에서는 새 규정 마련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졌다. 결국, 메이저리그에서는 지난해부터 홈충돌 방지규정을 신설해 적용하기 시작했다. 포수의 공을 떨어뜨리기 위한 주자의 고의적 충돌이나 공이 없는 포수가 주자의 진로를 방해하는 것을 금지하고 홈충돌 시 아웃, 세이프를 판정하는 새로운 세부 조항들이 마련됐다. ‘포지 룰이라 불리는 이 규정은 선수의 부상을 막고 시시비비를 가리는 최소한의 장치가 됐고, 한국프로야구에서도 규정 마련의 필요성을 실감하고 올해부터 홈충돌 관련 규정이 신설됐다.

재판장에 선 로봇
피고, 재난로봇은 최종변론하세요
지난해 12월 일본에서 흥미로운 재판이 열렸다. 재난 현장에서 로봇으로 인해 사망한 소방대원의 유족이 제조업체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 다행히 실제 상황은 아니었다. 로봇으로 인한 사고 시 그 책임을 누구에게 물을 것인가를 알아보기 위한 모의재판이었다.

사건의 전말은 이러하다. 무인으로 작동하는 재난로봇이 넘어져 근처에서 작업하던 소방대원이 깔려 사망했다. 이 로봇은 주변에 사람이 없는 상태에서 작업하는 것을 전제로 안정성이 설계되어 있다. 그러나 하나의 생명이라도 더 구하기 위해 11초가 급박한 재난현장에서 사람 없이 로봇만으로 구조활동을 벌이는 게 말처럼 간단한 일일까. 실제 현장에서는 로봇의 근처에서 사람이 함께 작업하는 것이 일반화되어 사고가 일어났다는 가정이다.

원고 측 유족은 로봇 근처에서 사람이 작업하는 것이 일반적인 것을 알고도 제조업체가 넘어질 위험이 있는 로봇을 만든 책임이 있다.”라고 주장했다. 피고인 제조업체는 안전 설계는 정부의 지침을 따랐을 뿐이며, 매뉴얼에 없는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사고가 일어났으니 책임을 물어야 할 상대는 오히려 현장의 책임자다.”라고 반박했다. 판결은 관객에게 의견을 묻는 것으로 대신했다. 결과는 64로 피고인의 승리. 이러한 결과는 많은 로봇 엔지니어가 재판장을 찾은 탓이기도 했다.

이 모의재판은 그 결과를 떠나 로봇으로 인한 사고 시 책임을 누구에게 물을 수 있는지 현재 법률상의 문제점을 되짚어 보기에 충분했다. 로봇이 법정에 서는 일은 미래에나 있을 법한 일로 치부하고 넘어갈 수 있겠지만, 그 미래가 언제라고 단정 지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인공지능의 승리는 적어도 20년은 걸릴 것이라고 예상됐던 바둑대결에서 알파고가 승리한 게 바로 지난달의 일이었다.

살인을 저지른 로봇
충격! 로봇이 사람을 죽였다
이번엔 실제 사건이다. 지난해 7월 독일의 폭스바겐 공장에서 로봇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공장 근로자가 로봇에 의해 심각한 타박상을 입고 병원에 이송됐지만, 끝내 숨진 것이다. 1차 조사 결과 사고의 원인은 로봇의 결함이 아니라 작업자의 실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폭스바겐 측은 사고 당시 직원은 로봇이 작업하는 통제공간 안에 들어가 있었다.”라고 해명했다. 원인이 근로자의 부주의였으니 엄밀히 말하면 로봇이 살인을 저지른 사건은 아니었다. 그러나 현재도 많은 공장에서 사람과 함께 작업 중인 협업로봇이 안전하게 설계되었다지만, 오작동을 일으켜 옆에 있던 작업자를 조금이라도 다치게 할 확률이 송아지만 한 덩치의 반려견을 목줄도 없이 끌고 나와 우리 집 개는 안 물어요라고 하는 것과 얼마나 차이가 있을까?

그렇다면 만약 사고의 원인이 로봇의 결함에 있었다면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현행법상 로봇의 결함이 확인되면 일차적으로는 로봇 제조사가 법적 책임을 부담하게 된다. 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대표 변호사는 다만 피해근로자가 작업 준칙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 확인되거나 공장이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못한 사실이 있는 경우에는 공평의 원칙에 근거하여 책임을 일부 부담하기 때문에 로봇 제조사의 책임은 감경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원칙적으로 해당 로봇의 제조사가 법적 책임을 지게 되지만, 제조사가 모든 책임을 부담한다면 혁신의 저해 요소가 될 수 있으므로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다는 전제하에 공장과 피해 근로자에게도 일부 책임을 부담시킬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안전하게 설계는 되었지만, 생산현장에서 로봇의 안정성을 100% 장담할 수 있을까?
인공지능이 탑재된 똑똑한 로봇이라면?
위의 사례처럼 아무리 사고의 원인이 로봇에게 있어도 단순 작업을 반복하는 무개념로봇이라면, 로봇에게는 아무런 책임이 없다. 그렇다면 로보 어드바이저, 자율주행자동차 등 스스로 판단을 내리는 인공지능이 사고를 쳤다면, 로봇에게도 어느 정도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김경환 변호사는 현재의 로봇은 약한 인공지능을 가지거나 그보다 못한 단순 로봇이고, 강한 인공지능을 가진 로봇은 존재하지 않는다.”라며, “강한 인공지능이 나와야만 로봇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경환 변호사의 설명에 따르면 로보 어드바이저나 자율주행자동차 역시 같은 원리다. 강한 인공지능이 출현하기 전까지는 해당 로봇에게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지난 2월 구글의 자율주행자동차가 버스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충돌 전 자율주행시스템과 차량에 타고 있던 직원 모두 버스의 접근을 알아차렸지만, 그들의 판단과는 달리 버스는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구글 역시 "자율주행자동차가 움직이지 않았더라면,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라며, 책임을 인정했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이 규정한 자율주행 단계에 따르면 자율주행자동차는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한 레벨 4와 반 자율주행이 가능한 레벨 3으로 나뉜다. 이에 대해 김경환 변호사는 레벨 3의 경우 운전자의 책임이 일부 인정될 수밖에 없지만, 운전자의 개입이 없는 레벨 4의 경우 운전자의 책임이 훨씬 경감된다.”라며, “아직까지 이러한 유형의 법적 책임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마찬가지로 혁신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제조사, 운전자 등이 공동으로 책임을 부담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사고 당시의 구글 자율주행자동차.
자율주행자동차로 인한 사고 시 법적 책임 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시급하다.

로봇법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때
로봇 특히, 인공지능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고는 단순히 책임 소재를 따지는 것 이상의 난제들이 존재한다. 김경환 변호사는 기존에는 없었던 어려운 법체계가 될 수 있고, 윤리적 딜레마 현상도 예상되므로 책임 주체와 범위를 규정하는 문제는 단순한 법적 문제로 접근하기보다 철학적·윤리적인 접근을 기반으로 법적인 승화 과정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자동차가 불가피하게 사고를 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열 명의 성인과 한 명의 아동 중 누구에게 질주해야 하는지, 사고 시 운전자 혹은 동승자 중 누구를 먼저 보호해야 하는지 등은 법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다. 또 다른 예로 위급한 상태의 운전자가 타고 있는 자율주행자동차가 법규대로 정속 운행을 해서 결국 운전자가 사망하는 상황도 있을 수 있다.

현재 로봇과 관련된 법체계 정비는 유럽, 미국 등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미국, 영국, 일본 등 인공지능 기술 선진국들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앞서 인공지능의 사회·윤리적 규범의 토대를 마련하는 논의를 시작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이미 2006년 유럽로봇연구네트워크(EURON)을 통해 로봇윤리 로드맵을 발표한 데 이어 2014로봇법(RoboLaw)’프로젝트를 시작하고 로봇 규제 가이드라인을 구체화하고 있다. 일본도 지난해 총무성 산하에 ‘2045 연구회를 구성하여 인공지능의 사회적 영향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다. 한편, 국내에서는 지난해 관련 전문가들이 모여 한국포스트휴먼학회를 설립하고 인공지능에 인문학과 법학을 접목하는 연구를 하는 등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어떤 이해관계인이 있는지, 혁신을 저해하지 않는 선에서 어떻게 이해관계를 조절해야 하는지 등 로봇법과 관련해 선행적으로 풀어야 하는 문제는 공리주의 관점에서 즉시 해답을 내는 것보다 먼저 윤리적으로 접근하고, 그 결과에 공리주의적 고려를 가미하여 사회적 합의로 승화하는 과정이 있어야 합니다.”
유럽과 미국 등에서는 이미 인공지능의 사회ㆍ 윤리적규범의 토대를 마련하는 논의가 시작됐다
이세돌 9단을 꺾은 알사범의 등장으로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폭발했다. 개봉한 지 30년도 더 된 영화 <터미네이터>스카이넷(Skynet)’을 다시 떠올리며, 사람들은 당장 내일이라도 인공지능으로 인해 사회가 일대 혼란을 겪을 것처럼 걱정하기도 한다. 그들의 걱정처럼 인공지능이 인류에게 반란을 일으켜 핵전쟁을 일으키지는 않을 테지만, 머지않아 인공지능이 사회 전반에 걸쳐 파도를 불러일으킬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알사범덕분에(?) 인공지능이 불러올 사회·경제적 영향에 대한 준비를 병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그러나 일자리 상실 등 경쟁적 관계에만 쏠려 있는 시선을 조금 돌려, 로봇으로 인한 사고 시 책임 소재와 범위 등을 명확히 규정하는 논의도 더 늦기 전에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 본 기사는 '월간로봇' 4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모든 표기는 '월간로봇'의 규정에 따랐습니다.
* 월간 로봇이 회사 사정으로 인해 2016년 4월호를 마지막으로 당분간 정간합니다. 이에 따라 복간이 될 때까지 본 란에 월간 로봇 기사를 게재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양해 바랍니다.
박경일  robot@irobo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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