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린 라패키(Erin Rapacki/좌측)가 텔레프레즌스 로봇 '빔'을 이용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여성들이 두드러진 업적을 쌓은 예는 많다. 그렇지만 아직 이공계 분야에서 여성은 여전히 소수자다. 로봇전문매체 로보허브(Robohub)도 이점에 주목했다. 실리콘밸리의 편견을 깬 5명의 여성 로봇전문가들을 만나 그들의 다양한 이력과 배경에 관한 이야기를 전했다. 로보허브에 실린 여성 로봇기업인과 연구원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실리콘밸리 로보틱스’라는 비영리 단체를 조직하고 지역 혁신과 제품 상용화를 지원하고 있다. 올해는 다양성을 통한 새로운 가능성을 찾기 위해 ‘실리콘밸리의 로봇공학, 여성들에게 기회인가 도전인가’라는 주제의 세미나도 열었다. 여기에 소개 할 5명의 여성 로봇전문가들은 세미나에 참가했던 연사들이다.

여성 로봇전문가들은 세미나에서 “로봇공학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고, 전체적인 사고의 조합을 위해 모든 분야에 대한 수요가 열려 있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그러면서 “남성들만 남아있는 로봇공학 분야에서 다양성을 확보하지 않는다면 더 나은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다양한 분야의 여성들이 로봇공학 분야에 주목할 것을 촉구했다.

▲ 자사의 로봇과 함께 앉아있는 페치로보틱스의 CEO 멜로니 와이즈(Melonee Wise)

멜로니 와이즈(Melonee Wise)는 페치로보틱스의 CEO다. 페치로보틱스(Fetch Robotics)는 대형창고나 전자상거래센터를 위한 물류운반용 자율주행로봇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페치로보틱스가 그녀의 첫 기업은 아니다. 그녀는 이미 2013년 ‘언바운드로보틱스’를 창업해 윌로개러지에서 쌓은 로봇개발 경험과 내공을 바탕으로 정교한 개인용 로봇을 출시한 이력이 있다.

그녀의 취미는 ‘배틀로봇(Battle Robot)’이나 오픈소스를 활용한 로봇 만들기다. 멜로니는 “지난 14년간 로봇 하드웨어를 설계·제작해왔다”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자율주행 보트나 차량, 개인용 로봇 플랫폼 등의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이를 통해 “로봇기술을 폭넓게 접근해 복잡한 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게 됐다”고 창업 배경을 설명했다.

에린 라패키(Erin Rapaki)는 수터블 테크놀로지의 마케팅 이사다. 수터블 테크놀로지는 텔레프레젠스 로봇을 개발하는 기업으로, 최근 아이폰 6S와 6S 플러스를 사기 위한 선착순 줄에 등장한 로봇 ‘빔(Beam)’을 개발한 것으로 유명하다. 에린은 수터블 테크놀로지로 오기 전 윌로개러지, 인더스트리얼 퍼셉션, 어뎁트 테크놀로지 등 다양한 스타트업에서 경험을 쌓았다. 그녀는 당시의 경험이 현재 ‘이야기 꾼’이 될 수 있었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나는 환상적인 제품들에 관심이 있습니다. 그래서 시장조사가 전문분야입니다. 제품요구사항을 작성해 제품 출시를 선도하거나 새로운 고객들을 발굴하기도 합니다”라며 자신의 업무에 대해 설명했다. 자신의 장점은 “최신 로봇기술의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고 엔지니어링 팀에 관련 기술사항을 요구하기 위해 고객 프로세스를 분석하는 능력”이라고 전했다.

▲ 템포 오토메이션의 공동설립자 캐서린 스콧(Katherine Scott)

캐서린 스콧(Katherine Scott)은 템포 오토메이션의 공동설립자이자 소프트웨어 파트 선임연구원이다. 템포 오토메이션은 회로기판에 빠르고 정확하게 부품들을 조립하는 픽앤플레이스(Pick&Place) 분야 로봇을 개발하는 기업이다. 그녀는 템포 오토메이션 이전에 사이트머신(Sight Machine)을 설립하기도 했고, 에세스(Essess), 사이버네트 시스템즈(Cybernet Systems Corp) 등에서 컴퓨터 비전 엔지니어로 근무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컴퓨터 비전, 그래픽, 증강현실 분야의 수많은 프로토타입들을 개발했다.

▲ 오픈소스로봇재단(OSRF, Open Source Robotics Foundation)의 공동설립자 스테피 파엡크(Steffi Paepcke)

스테피 파엡크(Steffi Paepcke)는 오픈 소스 로봇재단(OSRF, Open Source Robotics Foundation)의 공동설립자이자 선임 UX디자이너다. OSRF는 로봇연구 및 교육·제품개발을 위한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지원하는 기업이다. 그녀는 이전에 인튜이티브 서지컬과 윌로개러지에서 근무하며 심리학과 인간-로봇 상호작용(HRI)을 담당했다.

“최종사용자들의 관심은 ‘당장 이 로봇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이며 기업의 기술력이나 로봇의 높은 사양에는 관심이 없다”면서 “핵심 기능에 집중하고 그 외의 기대치는 낮추는 것이 로봇의 능력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끌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데일 버그먼(Dale Bergman)이 근무하는 인튜이티브 서지컬의 수술로봇 '다빈치'

데일 버그먼(Dale Bergman)은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로봇기업 중 하나인 ‘인튜이티브 서지컬’의 연구 코디네이터다. 그녀는 한센메디컬이나 아쿠센, 지멘스 같은 의료회사의 임상 연구 매니저였다. 초음파와 기타 의료기기에 대한 그녀의 경험을 정교한 로봇 시스템에 적용함으로서 다른 분야의 전문지식을 로봇공학에 접목한 대표적인 사례로 전해진다.

이렇듯 로봇공학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많은 학문의 집합체다. 로봇은 컴퓨터과학, 기계공학, 전자공학, 제어시스템, 사용자 인터페이스, 심리학, 인간-로봇 상호작용, 신경과학, 인공지능, 산업디자인, 제품관리 등을 아우른다.

아이로봇과 리씽크 로보틱스의 설립자 로드니 브룩스는 “로봇은 이제 더 이상 기술 분야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로봇은 비즈니스 모델의 문제라는 것이다. 때문에 “더 많은 사람들이 필요하고 고객을 찾아내는 발상과 다양한 분야의 지식이 요구된다”고 설명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