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소제조 업체들이 위기를 맞고 있다. 인건비 상승, 고령화 사회 진입, 중국·일본 등 경쟁국가 기업들의 위협 등으로 경영 환경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중국과 일본은 제조업 경쟁력 강화의 방안으로 '로봇혁명'을 국가적 어젠더로 선정해 급변하는 제조산업 환경에 대응하고 있다. 국내 중소제조기업들도 생산공정에 로봇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해 경쟁력을 회복하는 게 급선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추진하고 있는 '중소제조 취약공정개선 로봇보급사업'은 저하된 중소제조업체들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사업으로 성과를 인정받고 있다. 중소제조 취약공정 개선 로봇보급사업의 현황과 우수 도입 사례를 3회에 걸쳐 살펴본다.

[특집] 중소제조 취약공정개선 로봇보급사업<게재순서>

①로봇보급 사업 현황과 올해의 과제 ②로봇 자동화 선도 사례 : 푸른기술·웰탑테크노스 ③로봇자동화 선도 사례 : 로봇밸리·로봇플러스

선도 사례 1 - (주)푸른 기술

▲ 함현철(주)푸른기술 대표

푸른기술(대표 함현철)은 중소제조 취약공정 개선 로봇보급 사업의 일환으로 ‘경량형 로봇을 이용한 공정 자동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주)로엔, 상아제지, 경창산업과 공동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푸른 기술이 개발한 7축 로봇팔 기술을 활용해 생산공정을 개선하는 것이다.

7축 로봇팔은 생산 현장에서 사람과 함께 자동화 업무를 수행하는 협업 로봇이다. 관절마다 토크센서를 장착한 7축 로봇 팔 개발은 국내에서 처음이다.

▲ 푸른기술이 개발한 7축 로봇팔

◇경량형 로봇을 이용한 공정 자동화의 필요성과 파급 효과

국내 로봇산업 매출액에서 제조업 로봇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76%를 차지하고 있으며 제조업용 로봇의 대부분이 자동차나 전자제품 제조 공정 등 대기업 공장 자동화 설비에 집중되어 있다. 기존 산업용 로봇 시장의 포화로 로봇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작업자와 협업하는 로봇 시장의 창출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를 위해선 작업자와 협력할 수 있는 산업용 매니퓰레이터가 요구된다. 중소기업의 취약공정에 경량형 협업 로봇을 적용함으로서 로봇 자동화 보급의 확산을 기대할 수 있다.

경량형 로봇은 중소제조업체의 수요에 적극 대처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기존의 산업용 로봇은 영세한 중소기업이 도입하기에는 제품이 너무 비싸다. 저가형 로봇을 개발해 중소제조업체들이 투자 비용에 대한 부담없이 공정을 개선해 제품의 품질 향상을 꾀할수 있어야 한다.

저출산 및 인구 고령화에 따른 제조업 노동력 감소로 중소기업의 인력난이 심화되고 있는 것도 안전 기능이 내장된 공존형 협업 로봇의 투입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 푸른기술이 개발한 경량형 로봇 기술은 이 같은 중소제조업체들의 요구에 부합하는 장비라고 할 수 있다.

현재 국내외 협업 로봇 시장은 독일 쿠카의 LWR, 덴마크 유니버설 로봇의 UR-5, 미국 리씽크 로보틱스의 ‘박스터’, 스위스 ABB의 ‘유미’, 일본 가와다의 ‘넥스테이지‘ 등이 경합하고 있다. 푸른기술은 7축 로봇팔을 이용해 국내외 협업 로봇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따라서 이번에 상아제지와 경창산업과 추진하고 있는 공정 자동화 사업은 국산 협업 로봇 산업의 도약을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평가할만하다.

정흥상 푸른기술 연구소장은 “이번에 개발된 제품은 가격 경쟁력이 높은데다 각 관절에 토크센서를 부착해 제품의 안전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관절마다 토크센서를 부착한 것은 국내에선 유례가 없다는 지적이다. 이 제품을 앞세워 국내 협업 로봇 시장을 물론이고 로봇 SI업체들과 제휴해 세계 시장에도 본격 뛰어들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사업 내용

‘경량형 로봇을 이용한 공정 자동화 사업’은 핸드 타월 정렬 및 인케이싱 시스템(수요 기업:상아제지), 방탄 헬멧의 수전사 인쇄 시스템(수요 기업:경창산업)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 핸드 타월 제조공정

핸드 타월 정렬 및 인케이싱 시스템은 원단의 커팅 및 비닐 실링 후 투입되는 제품을 정렬 후, 정렬된 제품을 동시에 여러개 취출하여 박스 안으로 정해진 수량을 인케이싱 후 박스 포장 하는 공정이다. 그동안 수작업으로 해왔는데 이번에 로봇으로 대체한다. 핸드 타월은 보통 화장실에 비치되는 티슈를 말한다. 핸드 타월 제작 공정은 제품 원단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로 인해 작업자의 피로도가 높고 건강 문제 발생 등 우려도 높다. 수작업으로 이뤄지는 제품 정렬, 박스 적재, 테이핑 작업을 로봇을 이용해 공정을 개선하겠다는 게 이번 사업의 목표다. 시스템 구성은 취출 컨베이어/정렬장치, 경량형 로봇+그리퍼, 박스 컨베이어 및 박스 오프너, 테이핑기, 박스 배출 컨베이어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 방탄헬멧 제조공정

또 다른 사업인 방탄헬멧의 수전사 인쇄 시스템은 방탄 헬멧의 스프레이 도장 작업을 제품의 품질,생산율 향상 및 작업 환경 개선을 위해 로봇을 이용한 수전사 방식 인쇄시스템으로 자동화하는 것이다. 기존 수작업으로 진행되는 스프레이 도장 공정에선 불량율이 증가했다. 이를 수정 재작업하는 과정에서 생산률 저하 문제가 생겼다.

이번 프로젝트는 수작업 스프레이 공정을 로봇을 이용한 수전사 방식으로 공정을 개선하는 것이다. 작업자가 수전사 필름을 수조에 투입하면 로봇이 제품을 수조에 넣어 인쇄하여 취출한다. 작업자와 로봇의 협업 공정이 가능하다. 시스템 구성은 투입 지그 컨베이어, 경량형 로봇+그리퍼, 활성제 분사장치, 배출 컨베이어로 구성되어 있다.

구체적인 효과를 보면 상아제지의 경우 로봇 도입 후 생산인원이 6명에서 1명(관리 1명 제외)으로 줄어들고 작업속도는 분당 평균 36개에서 47개로 빨라졌다. 또 생산성은 하루 1만7280개에서 2만2560개로 증가되었다. 불량률은 종전 5%에서 0.5% 수준으로 감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원단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로 작업자의 피로도가 높았고 적재과정에서 불량품 검출이 많았다.

▲ 핸드 타월 자동화 시스템 구성도

▲ 방탄 헬멧 수전사 인쇄 자동화 시스템 구성도

방탄 헬멧을 군에 공급하고 있는 경창산업도 비슷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생산인원이 종전의 7명에서 3명(관리 1명 제외)으로 줄어들고 작업속도는 분당 1.25개에서 1.6개로 늘어났다. 불량률은 3%에서 0.5%로 줄어들 전망이다. 그동안 방탄 헬멧 도장 공정과정에서 흠집이나 균열로 불량품이 많이 발생했다.

◇향후 사업 추진 방향

푸른기술과 (주)로엔은 앞으로 경량형 로봇 자동화 시스템 분야에서 전략적 제휴를 통해 신속하게 수요처에 대응하고 사업 기회를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또 구축된 로봇시스템의 지속적인 관리 운영을 통해 경량형 로봇의 신뢰성 검증과 개선으로 제품의 완성도를 높여 나갈 계획이다.

선도 사례 2 - 웰탑테크노스

▲ 웰탑테크노스 박창림 대표

웰탑테크노스(대표 박창림)는 수요기업인 (주)천지산업과 공동으로 ‘로스트 왁스(Lost wax casting)’ 공정의 로봇 자동화를 추진한다.

‘로스트 왁스‘ 공정은 정밀 주조부품을 생산하기 위해 주물금형을 제작하는 공정을 말한다. 이 공정은 왁스 주입, 사출금형, 코팅공정 및 왁스 배출, 주물금형 등으로 이뤄진다.

천지산업은 지난 1955년 설립된 기업으로 자동차, 방산, 발전용 부품에 들어가는 정밀 주조부품을 생산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사업은 뿌리산업의 로봇 자동화를 추진하는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 로스트 왁스 제조공정

◇사업 내용과 효과

왁스 트리(Wax Tree) 및 런너(Runner) 제조 공정에서 취약공정의 핵심이 되는 왁스 용탕 및 자동공급 기술, 왁스 주입기술, 왁스 금형 이송기술에 대하여 로봇 시스템 개발 및 공정 최적화를 수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왁스 트리 및 런너 제조공정은 크게 왁스 용해 및 용기 주입, 용해 왁스 이송 및 금형 모델별 주입, 금형 냉각 및 이송 등으로 이뤄져 있다.

하지만 사람이 용해 탱크에서 왁스를 수작업으로 용기에 주입해야 하며 용기를 들고 금형에 직접 주입해야 한다. 금형 냉각 시간동안 대기후 작업자가 들어서 이송해야 했다. 제조과정에서 이형제 도포시 주변에 날리고 사람이 수작업으로 하다보니 정확한 주입이 이뤄지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또 주입된 금형의 예열 및 냉각 시간으로 생산성 저하 요인이 되었다.

▲ 기존의 왁스 트리 및 런너 제조 공정

하지만 로봇을 도입하면 용해 탱크에 펌프로 왁스를 자동으로 공급할 수 있고 로봇에 의한 이송 및 금형 모델 인식 후 노즐을 통해 자동 주입이 가능해진다. 금형에 왁스 주입한 후에는 컨베이어를 통해 적재 장소로 이송한다.

로봇의 도입으로 기존 작업인원이 3명에서 1명으로 줄어 다른 업무에 배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하루 생산량도 기존 100세트에서 127세트로 증가한다. 인력기피 공정 해소, 균일한 생산력 및 품질 확보, 원가 절감, 제조환경 효과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 왁스 트리 및 런너 제조 자동화 개념도

◇향후 사업 추진 방향

천지산업은 국내 동종 업계 1~2위의 영향력이 큰 기업이다. 자동화 도입시 국내 약 1000개 업체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웰탑테크노스는 향후 홍보 브로셔 제작 및 관련 업체 배포, 국내외 전시회 참가, 수요업체 발굴 등을 통해 로봇 도입 효과를 대외적으로 널리 알릴 계획이다. 이와 함께 왁스 디스펜서, 노즐, 로봇기술, 주조공정기술 등 로봇시스템의 모듈 및 구성 단품별 각개 사업화 전략도 추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