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정형화된 방식으로 대화를 나누지 않는다. 다른 사람이 말을 하는 도중에 말을 끊고 들어가거나 말을 하면서 '음~' '에~' 등 의미와 상관 없는 말을 집어넣기도 한다. 중간에 웃기도 하고 문장을 완성하지 않은 채 다른 사람에게 발언권을 넘겨주기도 한다.
하지만 로봇은 다르다. 사람과 AI(인공 지능) 로봇간에 대화를 하면 사람이 묻고 AI 로봇이 답을 한다. 또는 로봇이 질문하면 사람이 답을 하는 식이다. 마치 워키토키를 사용해 대화하는 것 처럼 사람과 로봇은 자신이 할말을 다하고 발언권을 넘겨준다. 사람이 말하는 도중에 AI 로봇이 끼어들어 말을 가로채거나 중단시키는 일은 없다.
'IEEE(국제전기전자공학회) 스펙트럼'에 따르면 조지아텍 로봇 과학자인 '크리스털 차오' 박사와 '안드레아 토마스' 교수는 사람과 로봇간에 보다 자연스러운 대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사람이 대화하는 것 처럼 로봇이 대화의 주도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거나, 사람이 말하는 것에 소극적으로 반응하거나 맞장구를 치는 방법 등을 연구하고 있다. 마치 커피숍에서 사람들이 왁자지껄 떠드는 것 처럼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기술을 개발하겠다는 게 연구진의 목표다.
▲ '크리스탈 차오' 박사가 로봇과 대화하고 있는 모습
연구팀은 '뮤텍스(Mutex:Mutual exclusion, 相互排除 )'라는 컴퓨터 기술에 주목했다. 뮤텍스는 하나의 자원을 복수의 프로세스에서 공유하고 있는 경우 어느 프로세스가 그 자원에 액세스하고 있는 사이 다른 프로세스를 대기 상태로 하여 액세스시키지 않도록 하는 제어방식이다. 인간과 로봇의 대화시 '공유 자원'은 대화의 순서를 결정짓는다. 로봇과 사람은 대화가 완결되기 전에 대화 중간에 코멘트를 넣을 수 있도록 했다.
이와 함께 연구팀은 로봇의 대화 특성을 만들고 조율했다. 로봇이 적극적으로 활발하게 대화를 이끌어가는 방식과 단순히 공감을 표시하는 수동적인 방식을 택해 실제 로봇 대화에 적용했다. 이를 위해 로봇의 대화 특성에 맞는 패러미터들을 고안했다. 패러미터는 ▲침묵의 순간에 로봇이 대화를 시도할 것인가 ▲사람의 말이 길어지면 중간에 끊고 들어갈 것인가 ▲동시에 서로 말하는 갈등 상황을 얼마나 허용할 것인가 ▲말을 하는 도중에 여백을 어느 정도 허용할 것인가 ▲로봇이 맞장구를 치거나 고개를 끄덕거리는 회수는 얼마나 할 것인가 등이 고려 사항이다. 이들 고려 사항을 기준으로 능동적인 패러미터와 수동적인 패러미터를 만들었다.
▲ 로봇에 적용된 능동적, 수동적 패러미터
연구팀은 능동적인 패러미터와 수동적인 패러미터를 고려해 사람과 로봇이 대화를 하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제작해 공개했다(위 동영상 참고). '사이몬'이란 로봇에 각각 능동적인 패러미터와 수동적인 패러미터를 적용해 대화를 구현했다. 여기서 사이몬이 말하는 것은 유아가 말을 배우기 전에 웅얼거리는 소리와 비슷하다.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상호작용의 다이나믹과 타이밍이 대화에 적용됐다. 로봇이 능동적인 대화를 이끌어가면 사람은 '와우' '좋아' 등으로 맞장구를 친다. 수동적인 대화를 하면 사람이 대화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간다. 능동적인 상황에선 로봇이 대화의 기회를 더 많이 얻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번 연구의 자세한 내용은 '휴먼-로봇 상호작용에 관한 저널(Journal of Human-Robot Interaction)'에 발표된 논문을 참고하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