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로봇업체 가운데 3분의 1이 3년안에 무너질 것이다"

중국 선전 소재 로봇업체인 'LEN'의 '슈 웬저우(Xu Wenjiu)' 대표는 중국 로봇산업의 위기를 이렇게 표현했다. 중국 정부의 로봇산업 육성 정책과 로봇업체에 대한 보조금 지급으로 중국 로봇산업이 크게 성장했지만, 중국업체들의 로봇 유지보수 능력이 크게 부족해 3년안에 위기를 맞게 될 것이란 예측이다. 슈 웬저우 대표의 우려는 중국 로봇산업에 대한 단순한 경고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일본, 독일, 미국 등 해외 로봇업체와 중국 로봇 업체간 기술력 차이가 커 중국 로봇 시장에서 해외 로봇업체들의 우위가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로이터가 최근 중국 로봇산업을 분석한 기사에 따르면 중국 로봇산업에는 상당한 거품이 끼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다렌에 위치한 '다렌기상집단공사(DMTG:大连机床集团公司)'는 자동 선반과 날렵한 로봇 팔을 중국 스마트폰이나 시멘트 트럭 업체 등에 공급하면서 중국 로봇산업계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DMTG 제품을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정이 달라진다. 이들 기계를 작동하는 조작 패널은 일본의 화낙과 독일의 자동화 시스템 업체인 지멘스의 로고를 달고 있다. DMTG가 이들 조작 패널을 해외에서 수입해 공급하고 있는 것. 로이터는 중국이 로봇산업을 핵심산업으로 육성하고 있지만 중국 업체와 해외 업체간에 현격한 기술적인 격차가 존재한다는 점을 DMTG의 사례가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언급했다.

중국 로봇산업의 거품 우려는 경제가 침체 국면에 들어가고 자동차 산업이 슬럼프를 겪으면서 표면화되고 있다. 로봇 산업계에 정통한 인사들은 중앙 정부가 강력한 로봇산업 육성책을 내놓은 지 3년만에 시장에 거품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로봇 산업 전문가들은 최근 로봇산업의 분위기가 태양광 패널 분야와 비슷하다고 진단했다. 정부의 로봇산업 정책과 보조금 지급이 ‘저이윤-저비용’ 로봇업체를 양산했으며, 신생 로봇업체들이 의미 있는 기술을 내놓기 보다는 오로지 가격으로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 로봇업체인 ‘리씽크 로보틱스’ 아시아 지역 담당 이사인 ‘알랜 리’는 “지난해에는 모든 사람들이 로봇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시장이 포화 상태에 도달하면 필터링 작업이나 M&A가 필요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 로봇산업 관련 인터넷 사이트인 ‘OF위크’에 따르면 보조금 덕분에 중국 로봇업체수는 2년만에 200개에서 815개로 늘어났다. 하지만 이 가운데 30개 정도 기업만이 의미 있는 R&D 노력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고 중국 로봇산업이 잠재력이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중국에 진출한 해외 로봇업체들은 중국 제조업 부문에서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가 이뤄지고 있으며, 로봇 내수 산업이 장기적으로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는 데 강한 믿음을 갖고 있다. 중국인 근로자들의 임금이 연간 10% 상승하고 있고, 일부 지역에서 최대 30%의 노동력 부족현상이 일어나고 있는데, 중국 정부가 자동화와 로봇의 도입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 것이다.

실제 국제로봇연맹 자료에 따르면 중국에서 만들어진 로봇은 지난 2012년 3천대에서 지난해 1만5천대로 증가했다. 해외 로봇업체들도 이 기간에 크게 성장했다. 해외 로봇업체들이 공급한 로봇의 수는 2만2천대에서 4만1천대로 배 가까이 증가했다.

해외 로봇업체들은 중국 로봇시장에서 기술적인 우위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스위스 취리히에 위치한 로봇업체인 ABB의 중국 지사장인 ‘구 추안유안’은 ABB의 기술적인 우위가 상당히 견고하다며 중국 로봇 업체의 위협 요인을 낮게 평가했다. ABB는 현재 자사 브랜드를 부착하지 않고 중국 고객 업체에 커스터마이징된 제품을 공급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중국 로봇 업체들 상당수는 기술개발에 온힘을 기울이고 있다. 앞서 소개한 DTMG의 ‘마 준칭’ 회장은 중국업체와 해외 업체간에 기술적인 격차가 분명하지만 3년내 일본을,그리고 5년내 중국 업체와 겨룰 수 있는 로봇 팔을 내놓겠다고 공언했다. DTMG의 경쟁사인 ‘선양기계공구‘ 역시 전통적인 기계 공구에서 벗어나 보다 정교한 제품에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리씽크 로보틱스의 창업자인 '로드니 브룩스(Rodney Brooks)‘는 중국 로봇 챔피언이 기대하지 않던 영역에서 부상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는 아마존이 미국 로봇 시장에서 중요한 플레이어로 부상한 것 처럼 전자 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가 부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알리바바가 일본의 소프트뱅크와 대만 폭스콘 처럼 중국 로봇 산업에 큰 투자를 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