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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C 참관기박현섭ㆍ로봇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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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6.16  01:0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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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현섭 로봇PD
DRC(DARPA Robotics Challenge) 결선대회 전날 LA행 기내 상영영화에 로봇을 주제로 한 영화가 채피를 비롯해 4편이나 되었다. 헐리우드는 벌써 로봇시대가 온 듯하다. 세계 로봇기술을 겨루는 DRC에서 우리나라가 당당히 우승을 차지하였다. 로봇계의 김연아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너무 자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중위권을 차지한 두 팀을 포함하여 그 동안 연구개발에 수고하신 모든 참가 연구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로봇 PD로서 이번 DRC 대회를 통해 느낀 점을 세 가지 관점에서 정리하고자 한다. DRC 대회의 참가 과정과 의미, 향후 국제 로봇기술 경진대회, 그리고 DARPA의 놀라운 성공 공식 등이다.

1. DRC 대회의 참가 과정과 의미

- 기획 동기는?
2010년 초 DARPA(미 방위고등연구계획국) 로봇 PM으로 부임한 길 프랫 MIT 교수는 2011년 3월에 일어난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교훈삼아 DRC를 기획하게 되었다. 지진과 해일에 의해 원전고장이 발생하였으나, 방사능 오염으로 사람이 접근할 수 없는 없는 상황에서 사람을 대신해 투입할 로봇도 없었다. 결국 골든타임에 무력하게 지켜볼 수 밖에 없었고, 이는 원전 폭발로 이어져 방사능 대량 누출이라는 참사가 발생하였다.

- 기본 생각은?
DRC의 목표는 사람에 의한 원격조종으로 재난시 초기 조치를 할 수 있는 로봇기술을 확보하는 것이다. 로봇은 휴머노이드 형태가 될 것이다. 재난 환경에서 문, 계단 등 주변환경이 사람에 맞추어져 있다. 당장 사용할 수 있는 공구들은 사람들이 사용하던 것들이다. 또한 휴머노이드 형태의 로봇은 사람의 원격조종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 DRC 수행 임무는?
로봇에게 주어진 임무는 사고 현장에 들어가 밸브 조작 등 긴급조치를 수행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오염되지 않은 곳에서 차량으로 접근하여 문을 열고, 파편을 치우고, 잔해물을 통과하고, 막힌 벽을 뚫고, 계단을 오르고, 밸브를 조작하는 일련의 8가지 임무들로 구성되었다

- DRC 경과는?
2012년 킥 오프 후 중간 평가가 2013년 12월 진행되었다. DARPA 예산지원을 받는 팀 중에서는 8위 팀까지 통과하였다. DARPA 예산지원 없이 참가한 우리나라의 휴보는 당시 9위를 하였다. 연구실 환경에서는 대부분 임무를 완수할 수 있었으나, 야외 환경의 햇빛 조건, 일부 장치에 고장이 발생하면서 좋은 점수를 얻지는 못했다. 이러한 휴보의 실패 경험이 이후 철저한 준비를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오히려 결선대회 우승의 원동력이 되었다.

- 한국팀 출전 계기는?
DRC 결승경기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서는 대회 규모와 성격을 격상시킬 필요가 있었던 것 같다. 출전팀을 24개팀 규모로 하고, 가능한 많은 나라에서의 참가를 유도하였다. 중간에 참여하는 상황을 고려하여 DRC 결승경기를 2014년 12월에서 2015년 6월로 늦추었고, 기존 예선대회를 통과한 팀들과의 수준을 맞추기 위해 신규팀은 자격심사를 받도록 하였다. 한국, 일본, 유럽 등이 로봇기술과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어 이들 국가의 정부를 통해 참가팀 지원을 요청하였다. 산업부에서는 이러한 요청을 수용하여 즉시 참가지원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하였다

- 한국팀 참가 과정은?
산업부 기계로봇과와 DARPA 사이에 긴밀한 협의체가 구성되어 진행되었다. 당시 휴보는 산업부 기술료 사업을 통해 예선대회에 참여하였으나 결선대회를 위한 예산은 없었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산업부의 “로봇산업 핵심융합기술 개발사업”에서 지원하기로 하였다. 경진대회가 R&D의 한가지 형태라 지원이 가능할 수 있었다. 최근 유럽에서도 로봇기술 개발과제에 경진대회 방식을 도입하였다. 제조용 로봇기술 관련 3개 주제를 정하여 추진 중이다. 참여팀을 확대하여 다양한 아이디어를 도출 할 수 있고, 경쟁을 통해 빠른 시간내에 기술수준에 도달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경진대회 방식은 점차 확산되는 추세이다.

- DRC 백악관 회의
한국, 일본 등 각국 정부 지원단을 대상으로 결선대회 관련 규정을 소개하고 토론하는 자리가 2014년 9월 워싱턴에서 열렸다. 공식회의 장소는 백악관이었다. 공학관련 회의가 백악관에서 열리고,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장이 참석하여 축사하는 것을 보고 미국의 실용주의를 체감할 수 있었다. 또한 미국이 로봇기술을 얼마나 중시하는지를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였다.

이후 장소를 옮겨 본격적인 실무회의가 진행되었다. 사고 현장에 도착하면 통신상황이 나빠질 수 있어 이와 유사하게 통신 속도를 낮추고, 중간중간 통신이 끊기는 조건이 추가되었다. 이는 로봇 자율기술이 높을수록 유리하여, 기술이 높은 팀을 배려한 것이다. 한편 서프라이즈 미션을 도입하여 기존의 알려진 임무 외에 새로운 임무를 경기 전날 발표하여 상황변화에 대응하는 능력을 평가한다고 하였다. 결선은 1, 2차 두 번 치루어지며, 이중 최고점수로 순위를 정하기로 한다. 시간제한은 1시간이며, 8개 임무 성공에 각 1점씩이 주어지며 동점일 경우 시간이 짧은 순으로 순위가 매겨진다.

1등 한 개팀에만 200만달러 상금이 주어지는데 금, 은, 동메달 개념을 도입하여 2, 3위 팀에게도 상금을 배정하자는 의견이 나왔으며, 이후에 100만불, 50만불 상금이 추가되었다. 또한 DRC를 연속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올림픽 게임처럼 세계 각국이 순차적으로 주최하는 로봇올림픽을 만들자는 의견도 제시되었다. 일본은 2020 동경올림픽에 맞추어 로봇올림픽을 개최하기로 발표하였고, 대회준비위원회가 조직되어 운영되고 있다.

- 한국 참가팀 선발
막상 참여지원을 결정하였으나 걱정되는 점이 있었다. 신규 참가 팀은 기존 팀에 비해 뒤늦게 시작하는 상황이다. 또한 남은 1년간 팀을 구성하고 기술을 완성해 나가는 일은 고생이 훤히 보이는 일이며, 기존에 진행하고 있는 다른 과제들을 소홀히 할 수 밖에 없는 어려움도 예상되었다. 그래서 막상 과제를 공고해도 지원팀이 없을까 우려하였다. 로봇 플랫폼을 보유한 팀 2개와 소프트웨어만 개발할 팀 1개 등 총 3개팀을 선발하기로 하였고 예산은 35억원을 책정하였다. 다행히도 다수팀이 참여제안을 하였고, 휴보와 똘망을 갖고 있는 팀 KAIST, 팀 로보티즈와 똘망을 제공받기로 한 서울대팀(SNU)이 선정되었다.

- 로봇의 변신
임무 수행 기술개발 과정에서 다양한 개선 필요성을 경험한 것 같다. 팔이 길어지고 다리가 짧아지는 등 많은 참가 로봇이 사람에서 침팬지 쪽으로 가까워졌다. 침팬지의 신체 구조가 재난환경의 임무에 사람보다 적합한 모양이다. 휴보의 경우 모터 출력을 높이고, 바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걷는 것보다 안정되고 시간도 줄일 수 있다. 이때 발열에 대한 냉각문제가 대두되어, 공랭식을 채택하였다. 1시간동안 자체 전원으로 구동하기 위해 배터리 용량도 키웠다. 넘어져도 스스로 일어나야 하기 때문에 파손 방지도 고려되었다. 똘망도 많이 변했다. 파워를 키우고 몸집을 불려 좀 더 임무 수행에 유리한 방향으로 바뀌었다.

- 실전 연습(Dress Rehearsal)
대회 전날 각 팀은 실전연습을 치루었다. 스포츠 경기처럼 리허설 점수기준으로 잘하는 팀일수록 1차 경기의 나중에 배정되었다. 휴보가 8점 만점에 최단시간을 기록하였다. 우승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다.

- 경기 결과는?
실전연습처럼만 하면 당연히 휴보가 1등할 것이었다. 그러나 이변이 있었다. 벽을 뚫는데 사용할 드릴의 팁 길이가 길게되어 있었고, 바닥경사로 인해 벽 앞에 정지한 후 조금 더 미끌어졌다. 벽에 구멍을 내기 위해 드릴을 드는 순간 드릴 날이 벽에 부딪쳐 부러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하지만 이를 모르는 로봇이 연습처럼 벽에 구멍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 동작은 실패할 이유가 없는 것이었다. 원을 그렸는데 구멍이 그대로였다. 연구원들이 당황하기 시작했다. 드릴 날이 부러져 아주 얇게 선을 그은 정도 밖에 안 된 사실을 멀리 떨어진 조정실에서는 알 수가 없었다. 이후로도 몇 가지 불운이 연속적으로 겹쳐 시간만 허비한 채 임무를 포기하게 되었다. 결국 7점, 56분의 성적으로 5위가 되었다. 다행히 2차 경기에서는 같은 실수가 반복되지 않아 매우 안정적으로 8개 임무를 완수하여 무난히 우승을 하게 되었다.

- 가장 돋보이는 기술은?
의견이 다를 수 있지만 휴보가 차에서 내리는 동작이라 생각한다. 컴플라이언스 콘트롤(Compliance Control)을 제대로 구현하지 않으면 안되는 동작이었고, 전체 참가팀 중에 유일하게 적용하였으며, 가장 빠르고 안정된 동작을 보여주었다. 실전연습을 소개하는 DRC 홈페이지에 휴보의 차량하차 기술을 높이 평가한 점도 맥락을 같이하는 것 같다.

- DRC에 최적인 로봇은?
역시 휴보다. 로봇기술 자체를 논하는 것이 아니고 임무를 하나의 경기, 즉 스포츠로 본다면 가장 점수를 잘 딸 수 있도록 만들어진 로봇이 바로 휴보인 것 같다. 그러나 실제 재난 현장에 적합한 로봇은 NASA 의 로보시미안(Robosimian)으로 보인다. 4족으로 구성되어 있어 실제 재난 환경에서 가장 유용한 구조이다.

- 로봇 기술의 현 수준
대회장에 도착한 참가팀에게 경계 경보가 발령되었다. 그것은 바로 새로 만들어진 경기장 바닥에 3.5도의 경사가 있다는 것이었다. 이 경사 때문에 2족 보행 로봇들이 바퀴형태의 로봇에 비해 성적이 저조했다. 중간 중간에 넘어져 고장이 나거나, 일으켜 세워져 그전 출발 위치로 되돌아가 10분의 벌칙을 받았기 때문이다. 물론 나머지 임무들도 실제 환경에 비해 많이 쉽게 만들어졌기 때문에 실제 상황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현재의 로봇기술은 아직 재난 현장에 투입하기에는 역부족이다.

- DRC 이후 일정은?
우승팀은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미국, 일본, 유럽 등 세계 각국을 돌며 시연을 하여야 한다. 한국에서는 11월초 KIST에서 열리는 휴머노이드 학회에서 시연을 할 예정이다. 또 바로 전에는 매년 열리는 국내 최대의 로봇전시회인 로보월드와 연계하는 방안도 DARPA 측과 협의 중이다.

2. 향후 국제 로봇기술 경진대회

일본은 2020년 동경올림픽과 연계하여 로봇올림픽 개최를 발표하였다. 2018년도에는 프레 로봇 올림픽을 통해 기술개발 중간 점검과 대회 진행 사전준비를 추진한다. 로봇올림픽은 일본이 주최를 하지만 국제대회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대회의 권위와 각국 참가팀의 예산지원 문제 등으로 국제 대회가 맞는 것 같다. 따라서, 대회 개최시 주어질 로봇의 임무 선정 등을 공동 협의할 국제 준비위가 곧 구성될 것으로 보인다. 로봇계의 IOC가 구성되어 우리나라, 유럽 등을 거쳐 다시 미국에서 국제 로봇기술 경진대회가 개최된다면 로봇올림픽이 자리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2016년 스위스에서 처음 개최되는 로봇기술 활용 장애인 체육대회인 사이배슬론(Cybathlon)과의 연계도 고려해 보아야 할 것이다.

3. DARPA의 놀라운 성공 공식

1957년 러시아의 우주선발사 성공에 놀란 미국은 이듬해에 DARPA의 전신인 ARPA를 설립하였다. 이후 DARPA는 인터넷, GPS, 음성인식, 위성사진, 무인기 등 혁신적인 기술개발 성과를 보이면서 세계 최고의 연구관리기관으로 발전하였다. 로봇 분야에서도 수술로봇, 웨어러블로봇, 무인차, 국방로봇 등 로봇시장을 주도하는 기술개발을 통해 미국을 세계 최강 로봇국가로 만들고 있다. 이러한 DARPA의 놀라운 성공배경은 무엇인가? 많은 사람들이 하일마이어 카테키즘(Heilmeier Catechism)을 말하고 있다. LCD를 개발한 장본인으로 70년대의 전설적인 ARPA PD인 조지 하일마이어(George Heilmeier) 박사가 만든 과제 제안 작성 양식이다. 과제 제안이 이 질문에 맞춰 1-2페이지로 간단 명료하게 작성되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과제선정 및 예산지원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과제기획서가 100 페이지에 달하지만 1-2 페이지의 하일마이어 카테키즘에 제대로 답하기 어려운 우리나라가 시급히 받아들여야 할 공식으로 보인다.

Heilmeier Catechism
- What are you trying to do? Articulate your objectives using absolutely no jargon.
- How is it done today, and what are the limits of current practice?
- What's new in your approach and why do you think it will be successful?
- Who cares?
- If you're successful, what difference will it make?
- What are the risks and the payoffs?
- How much will it cost?
- How long will it take?
- What are the midterm and final "exams" to check for succ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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