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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섭 신임 로봇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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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7.14  16:3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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産ㆍ硏 잘 소통하는 독일식이 이상적인 R&D모델

"PD의 힘은 정책 조율 능력에 좌우, 정책담당자 많이 도울 것"
“올해 5년근 인삼씨 뿌려 놓고 내년 소출은 얼마? 식은 곤란"
삼성전자가 지원한 박사 1호, 첫 로봇자동화 설비 도입 이끌어
박현섭(52)박사. 현재 그의 소속과 직함은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로봇융합연구그룹 그룹장이지만, 오는 9월 1일부터는 산업통상자원부 로봇 PD로 바뀌게 된다. PD(Program Director)는 정부가 R&D분야의 전문성 제고를 위해 외부에서 영입한 기획전문가이다. 박현섭PD는 앞으로 2년간 로봇분야의 R&D 기획과 정책자문 등을 담당하게 된다. 그를 만나러 안산 한양대학교 에리카 캠퍼스에 있는 한국생산기술원 경기지부를 찾았다. 그런데 그의 사무실에 도착할 즈음 생기원의 한 실험실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긴급 연락을 받았다. 우리는 결국 한양대 인근의 한 식당에서 만났다.

이력을 보니 학창시절 삼성 '대여 장학생'이었던데요.
삼성에는 몇 가지 장점이 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인재육성에 관한 열정이 아닌가 싶어요. 우수한 학생은 대학생 때 장학금을 주고 미리 뽑자, 그런 거죠. 당시 라이벌 금성사와의 경쟁이 치열했던 시절이어서 인재를 선점하겠다는 의미였어요. 저는 대학(서울대 기계설계공학과) 3학년 때 선발됐는데 제가 대여 장학생 2기였어요.

KAIST 대학원 재학과 삼성전자 재직 시기가 겹치는데…
1984년 학부 졸업하고 대학원(KAIST 생산공학과)에 진학했는데, 바로 휴학하고 삼성전자에 다니며 회사 분위기를 익혔어요. 1년 후 복학해서 삼성전자 사원 신분으로 박사과정까지 마쳤죠. 그때까지 삼성에서 저를 계속 지원한 건데, 그런 경우는 삼성에서 제가 처음이랍니다. 저 때문에 그런 규정이 만들어졌으니까요. 그런데 더 신기한 것은 제가 입사할 때는 삼성에 박사급 직원이 한 명도 없었다는 거에요. 제가 학위 받고 돌아오니 박사학위자 서너 명이 입사해있더군요.

그 당시 삼성에서 박사 학위자가 어떤 일을 했나요?
강진구 회장님이 로봇에 굉장히 관심이 많았어요. 그때 이미 생산라인에 로봇 자동화 설비를 도입하자고 하신 분이에요. 저에게 그 일이 주어졌어요. 그래서 1990년대 각 사업부별로 자동화가 시작됐고, 로봇이 생산라인에 투입된 거죠. 제가 VTR라인이 있는 수원공장 전체 자동화 TFT팀장을 맡아 2년 동안 스카라로봇 99대를 깔았습니다. 엄청난 규모였죠. VTR은 그때 삼성에서 굉장히 중요한 아이템이었습니다.

자동화 설비를 어떻게 개발했죠?
로봇기술도, 현업에 적용하는 것도 초보라서 처음에는 일본의 소니로 부터 기술을 들여 왔어요. 소니는 제조가 강한 회사에요. 그 당시 워크맨이 시장에서 엄청난 반응을 일으켰잖아요. 그런데 워크맨 부품은 너무 작아서 사람이 손으로 조립할 수 없어요. 로봇자동화로 해결한 것인데, 소니가 그 장비를 삼성에 팔았어요. 삼성 연구원 10명이 일본에 가서 그 원리와 설계 등을 배워왔어요. 당시로서는 거금인 30억 원에 들여왔는데, 소니에게는 자동화 설비를 판매하는 것 자체도 큰 비즈니스였어요.

▲ 삼성전자 수원공장의 로봇자동화 설비 도입을 알리는 1992년의 한 신문기사
일본 기업이 제조에 강한건 로봇기술이 발전했기 때문일까요, 로봇기술이 앞섰기 때문에 제조가 강한걸까요.

어려운 질문인데요. 처음부터 둘 다 잘하지 않았을까요? 그러니까 로봇도 생산기술의 일환으로 확보한 것 같고, 그 연장선상에서 로봇기술을 가졌다고 봐요. 역시 일본은 특히 모터와 제어 분야와 같은 기본 기술이 강하니까, 한국이 못 따라 간다고 봐요. 외관은 그럭저럭 따라 가는데…

삼성은 로봇자동화 설비를 도입해서 어떤 성과를 거두었나요.
생산성과 품질 향상 면에서 충분한 투자효과가 있었어요. 그런데 제가 보기에는 그런 것보다는 수치로 표현할 수 없는 효과가 훨씬 컸다고 봐요. 스카라 로봇은 당시만 해도 최첨단 시스템이었어요. 삼성전자 생산기술센터 소속의 자동화 담당 연구원들이 이론으로만 배웠던 것들을 직접 겪어 볼 기회를 갖게 된 게 무엇보다도 큰 성과였다고 봐요. VTR라인 자동화 이후 다른 라인의 설계가 180도 달라졌거든요. 제품 설계, 물류시스템 설계, 로봇핸드 설계, 작업프로그램 작성, 라인 설치 등등 오늘날 삼성의 경쟁력은 여기서부터 비롯되지 않았나, 저는 그렇게 봐요.

수원 공장이 한때 외부 인사들의 견학코스로 많이 활용됐지요?
10년 동안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국빈급 외국인들의 필수 견학코스였어요. 외국원수가 한국 방문한 다음날 TV뉴스 보면 VTR라인 견학하는 모습이 나와요. 그 자동화 설비는 VTR시대가 가니 CDP라인에서 활용했고, 그 다음 중국으로 넘어갔죠.

삼성에서 나와 미국회사에 입사했는데…
삼성의 자동화 설비는 당시 최고 수준이었어요. 그래서 ‘모든 로봇기술은 다 비슷할 것이다’라고자만했던 것 같아요. ‘로봇 다음이 뭘까’를 생각하다가 서브미크론(submicron)기반의 광통신 기술에 주목했어요. 서브미크론 분야를 자동화의 새로운 타깃으로 봤죠. 모든 게 타이밍이 맞아 떨어지는 것처럼 보였어요. 그래서 광통신부품 자동화 장비 개발에 나섰는데, 그게 삼성하고 미국 코닝하고 합작사 설립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삼성코닝마이크로옵틱스라고…당시 미국에서도 미래산업으로 광통신 산업에 환호했어요. 2000년 루슨트 테크놀로지가 분사시킨 어기어 시스템즈(Agere Systems)도 그런 기업 가운데 하나였죠. 저 역시 그쪽에 뭐가 있겠다 싶어 그 회사에 들어갔어요. 그런데 1년 후 9∙11 사태가 터지면서 이후 광통신분야가 급속도로 위축돼요.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어떻게 해서 인연을 맺게 됐나요?
어기어를 그만두고 삼성 가전부문에 재입사 했어요. 그때까지 제가 B2B 분야에서만 있었는데 B2C 분야에서도 일하고 싶었거든요. 가전 부문에서 신규사업 기획하게 되면서 사업 전체를 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지요. 성공한 기획은 없었지만 소비자 니즈와 관련해서 많은 경험을 했어요. 때마침 생기원에서 로봇 전공자 뽑는다고 해서 응모했지요.

▲ 2012년 한 방송 대담 프로그램에 출연한 박현섭 박사
9월부터 로봇 PD 업무가 시작될 텐데 PD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뭐라 생각하나요?

PD 개인은 힘이 없어요. PD의 추진력은 정책 담당자하고 조율을 통해서 나온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또 한가지, 정부에서 정책 담당하는 분들이 예산 확보를 위해 기획재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굉장히 힘겨운 일을 해요. R&D를 기획하고 관리하는 PD는 그분들을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봐요.

로봇PD로서 목표가 있다면…
로봇 분야는 PC 이후 최대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국가적 어젠다입니다. 그런데 아직까지는 그럴 만한 위치를 못 찾고 있어요. R&D 담당 PD로써 국가 차원의 큰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구체적으로 어떤 그림이 있을까요.
아직 전임 PD와 인수인계 단계라서 확정적으로 말씀 드릴 수는 없지만, 기본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무인화' '고령화 대비' '제조업의 부활'이라는 3개의 키워드입니다. '무인화'는 무인항공기나 무인자동차와 같은 무인화 기술 추세를 반영하는 과제를 적극 발굴하자는 거고요. '고령화 대비'는 실버 로봇이나 재활 로봇 분야를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로 창출해보고 싶어요. 노인 인구만 1억5000만에 달하는 중국시장도 있고요.

'제조업의 부활'은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는 이슈일 텐데요.
IT산업은 생산성의 향상을 가져왔을지는 몰라도 결과적으로 제조업의 몰락과 일자리 감소를 가져왔어요. 그런데 로봇은 제조업도 살리고 일자리도 늘릴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대안이 될 수 있어요. 해외 사례를 적극적으로 찾고 있는 중입니다.

해외 사례는 어떻게?
유럽과 미국 사례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우선 7월말에 제가 유럽 출장을 가요. 일단 유럽 국가들은 왜 로봇에 투자하는가를 알아 보려고 합니다. 독일에서 이 분야의 유명한 분을 개인적으로 잘 아는데, 이번에 그분을 찾아 뵙고 도움을 청하려고 해요. 그리고 미 국방부의 방위종합연구계획국(DARPA)과 국립과학재단(NSF)의 로봇책임자도 만나볼 계획입니다. 특히 NSF 로봇책임자는 한국사람인데 로봇의 투자규모나 방향 등을 결정하는데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로봇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다는 논리도 흥미로운데요.
제가 10여 년 전 미국 회사에서 근무할 때부터 생각해온 주제입니다. 최근에 로봇이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는가, 그렇지 않은가 하는 보고서를 읽은 적이 있는데, 결론은 로봇과 일자리가 같이 가더라는 것이었습니다. 요즘 미국 기업들은 해외의 제조시설을 다시 국내로 들여오고 있습니다. 문제는 인건비에
요. 그래서 로봇을 도입하게 되는데, 미국입장에서 보면 이제 어떤 산업이 들어와도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는 셈이죠. 거기에 로봇이 들어가면 로봇을 유지하고 관리하는 또 다른 일자리까지 생겨나요. 이런 점 때문에 미국사람들은 제조업의 부활을 아주 큰 의미로 여기더라고요.

그 동안 R&D가 로봇 산업이나 로봇기술의 특성을 잘 살리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았어요.
로봇을 말할 때 로봇의 형체만 봐서는 안돼요. 로봇은 새로운 툴이죠. PC가 모든 사무실과 가정에 깔렸듯 앞으로 로봇도 그렇게 보급될 텐데요. 그런데 로봇은 우리가 쉽게 떠오르는 로봇의 형태로 보급될 수도 있고, 로봇 기술이 들어간 장치로 보급할 수도 있어요. 그것이 로봇의 특징이죠. 얼마 전 사람의 얼굴을 인식하는 CCTV가 나왔잖아요. 그게 로봇기술이 들어간 대표적 사례죠. 사용자가 고개를 돌리면 동작이 멈추는 스마트폰도 로봇 엔지니어가 비전 인식 기술을 개발한 결과입니다. 로봇기술들은 그렇게 다른 분야와 어떤 식으로든 융합해 나가게 돼 있어요. 그렇다면 그런 특성에 맞게 R&D 방법도 달라져야겠지요.

지금까지 R&D나 로봇 정책들 대부분이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었잖아요.
중요한 지적인데요. 로봇과제는 3~5년짜리가 많아요. 그런데 과제 단계 끝나고 그걸 어느 기업이 가져다 사업을 하려면 준비만 3년, 그리고 또 시장조사에 3년, 최소한 10년짜리 농사입니다. 제가 지금 씨를 뿌리는 것은 10년 후를 바라보는 것이죠. 그런데 예를 들어 어떤 기업에 신임 임원이 있다고 봐요. 그 임원은 그 해 매출이 얼마인가로 개인의 역량을 평가 받게 돼요. 그 씨앗은 10년 전에 뿌린 것인데 말이에요. 만약 매출이 나쁘면 ‘이건 제가 한 게 아닌데요’라고 할 수도 없어요. 로봇업계도 당장 1~2년 앞만 내다 보는 게 문제예요. 이제는 5년근 인삼 씨를 뿌려 놓고 1년짜리 벼농사처럼 ‘올해 소출은 얼마?’ 하면 안되지요.

로봇 기술이 국가경쟁력의 원천이 될 수 있다는 분석들이 나오는데…
로봇 기술의 궁극적인 목표는 사람에 가까운 모델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그런데 예를 들어 한 나라에는 국방, 일자리, 고령화 등 한꺼번에 풀 수 없는 중장기 과제들이 있잖아요. 그걸 사회 트렌드를 통해 예측해서 해결해 나가는 것이 국가 경쟁력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연구해보니, 그런 문제 해결에 로봇만큼 유용한 게 없다는 결과가 나오는 겁니다. 로봇 정책이 1~2년 후가 아닌, 적어도 5~10년 후를 내다봐야 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그런 의미로 로봇을 국가정책의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툴로서 봐야 하는 거죠. ‘로봇 몇 대 팔면 돈이 얼마가 된다’ 그런 시대는 이제 지났습니다.

정책과 R&D, 그리고 로봇산업과 시장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려면 어떤 방안이 있을까요.
가장 이상적인 모델은 독일식이라고 봐요. 제가 하노버대학에서 1년 동안 생산자동화 분야를 공부한적이 있는데, 독일의 로봇 정책은 기업들이 가치 있는 제품만 개발하도록 유도하는데 초점이 맞춰지고 있어요. 그래서 기업들이 연구소에 가서 ‘이러이러한 것을 개발 해주세요’라고 하면 연구소는 그 요구대로 해줘요. 독일에서는 그 메커니즘이 아주 잘 돼 있어요. 우리나라는 어느 쪽이 먼저 나서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잘 안돼요. 기업들 입장에서 보면 당장 필요한 것 연구소에 요청하면, 쓸게 안 나와요. 그래서 기업들이 연구소를 찾지 않아요. 그러다 보니 정부 R&D과제도 기업과 연계가 잘 이루어지지 않아요.

생산기술연구원 모델은 어떤가요?
생기원도 좋은 모델이긴 하죠. 일단 연구원 입장에서 보면 연구원들이 의욕만 있으면 무엇이든지 개발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어요. 그런데 기업, 특히 중소기업에 기여할 수 있는 역할이 부족해요. 그런 쪽으로 큰 방향을 잡기에는 너무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몰려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자금력과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 사정 알아보고 중소기업들 진짜 필요한 것을 지원해주면 좋겠어요. 독일의 연구소는 R&D 펀드의 70~80%가 기업입니다. 그러니까 필요한 것만 한다는 평가가 나오는 겁니다.

▲ 2010년 파리에서 박현섭박사 부부
독일 모델을 도입하면 왜 정부출연연구소가 민간기업을 위해 일하느냐는 비난이 일 것 같은데... 실제 대덕연구단지 내 한 출연연구소의 사례도 있고요.

사업은 스포츠와 다르잖아요. 예를 들어 축구는 11명만 운동장에 들어오라는 룰이 있어요. 그런데 사업에는 돈이 되면 100명도 들어가고, 1000명도 들어가요. 룰이 없거든요. 산업 일으키고 국력 신장하는데 룰이 필요 없어요. 공정하기만 하다면 그게 시장원리지요. 그 출연연 비난하면 안되지요. 기업들이 그 연구소에 100억 원을 가져다 주면 그 이상의 가치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돈을 주는 거잖아요. 축구선수가 월드컵 뛰어야 연봉 오르지 조기축구나 동네축구 해서 되나요? 연구소 내부에서 그런 불만이 나온다면 조기 축구만 하겠다는 거죠. 엔지니어(연구원)가 돈을 벌 수 있는 것을 만들어 내야죠. 출근했다가 시간되면 퇴근하는 식이면 안돼요. 희망이 없어요.

로봇PD 이후에 계획이 있나요?
생기원에는 3년 동안 연구원 겸직 창업 제도가 있어요. 연구원 개인이 보유한 기술을 인큐베이션하는 거요. 저 역시 오랫동안 창업을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 시기를 올 연말쯤 잡고 있었는데 PD가 되는 바람에 2년 후로 늦춰지게 됐습니다. 사실은 PD지원서를 낸 것도 자의반타의반이었어요. 자의반은 저도 그동안의 경험을 펼쳐보이고 싶었다는 거고, 타의반은 생기원 측에서 ‘네가 한번 해봐라’ 하는 암묵적인 ‘지시’가 없지 않았고요.

창업 아이템은 어떤 겁니까?
몇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실버 분야입니다. 고령화 시대에는 간병인이 노인 환자의 일상생활을 도와줘야 합니다. 현재 요양원에서도 노인환자 2.5명당 1명의 간병인이 필요해요. 간병인들에게 제일 힘든 일은 환자가 식사하거나 화장실 갈 때 보조하는 일입니다. 즉 침대에 있는 환자를 휠체어로 옮긴 다음, 휠체어에서 화장실 변기에 앉히고 하는 일이죠. 또 그런 과정을 반복해서 환자를 침대로 옮겨야 합니다. 그런 일에 필요한 로봇을 만들겠다는 겁니다. 또 하나는 보행보조용 웨어러블 로봇인데, 현재 그런 기능을 하는 재활 로봇 한대가 5억 원이나 돼요. 그런데 30분 운동하기 위해 몸에 맞추는데 20분 걸려요. 그런 불편을 제거하면서 싸고 간편한 재활로봇을 개발하고 싶어요. 이런 개념은 앞으로 웨어러블 로봇이 보급될 때 꼭 필요 하게 될 겁니다.

대학 졸업하고 바로 결혼을 했는데,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나요?
집사람은 대입 재수 시절 때 만났는데 오랫동안 서로만 바라보고 연애를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대학 때도 서로 미팅 한번 제대로 못해봤고요.. 연애가 무슨 목적이라기보다는 서로가 좋아서 한거니까. 그렇다면 뭐 결혼도 늦출 이유가 없었던 거죠.

▲ 가족과 시간의 흐름. 1991년부터 10년간 가족과 시간의 흐름을 주제로 직접 카메라에 담았다.
여가시간은 어떻게 보내나요.

일요일엔 교회에 가고 주말에는 여행과 사진을 즐겨요. 산행도 하고요. 집사람과 함께 하기도 하지만 저 혼자일 때도 많아요. 여행은 여행자만의 페이스라는 게 있잖아요. 더 집중해서 보고 싶은 곳이나 더 많이 느끼고 싶은 곳에서는 멈춰야 하는데, 동행자가 많으면 그러지 못하잖아요. 평생 한번 밖에 올 수 없는 곳이라면 진짜 아쉬운 일이 되는 거죠. 더구나 여행이란 게 무 자르듯 계획대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잖아요.

제일 좋았던 곳?
해외에서는 노르웨이 협곡의 그 맑고 투명한 분위기, 그리고 국내에서는 홍도와 울릉도. 특히 울릉도의 원시림….

인터뷰를 마칠 즈음, 그는 로봇신문에 ‘PD코너’ 같은 것을 만들어 많은 이들과 자료를 공유하게 하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했다. 그 형식도 기사가 아닌, 자료 축적과 검색체계만 갖추면 충분하다는 가이드라인을 주었다. 기자에게는 로봇정책의 일관성과 투명성을 유지, 발전해 나가기 위한 소통의 장을 함께 마련해 보자는 의미로 들렸다. 그것은 그가 PD 역할에 많은 의욕을 갖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로봇신문도 흔쾌하게 그의 제안을 받아들여 적극적으로 검토해보기로 했다. 인터뷰가 시작될 때 쏟아지던 비는 어느 새 그쳐 있었다. 서현진 기자

[박현섭 주요 이력]
1962년 출생
1979년 우신고등학교 졸업
1984년 서울대학교 기계설계공학과 졸업
1989년 KAIST 대학원 생산공학과(로봇전공) 박사
1983~1999년 삼성전자 연구소 / 부장
1999~2001년 삼성코닝마이크로옵틱스 개발팀장
2001~2002년 미국 어기어 시스템즈 디자이너
2003~2006년 삼성전자 가전연구소 / 부장
2006~현재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로봇융합연구그룹 / 그룹장
2013년 산업통상자원부 로봇PD

<사족>한국생산기술원 경기지부 실험실 화재는 불행 중 다행으로 큰 불은 아니었으나 실험실에 있던 대학생 몇 명이 가벼운 부상을 입었다고 한다. 그들의 빠른 쾌유와 실험실의 조속한 복구를 기원한다.

서현진 기자  suh@irobot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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