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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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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1.28  15: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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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믿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믿지 않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지난 1월 24일, 경기북과학고 로봇동아리 NEXT부원 18명은 ‘코리아 로봇 챔피언십 2015’에 두 팀으로 참가했다. 참가부문은 작년과 동일한 FTC(First Tech Challenge)이었고, 팀명 역시 작년과 같이 좋은 성적을 거두자는 뜻으로 '가람슬기'와 '노답'(Know답)으로 지었다. 필자는 '노답'에 속해있었다.

2015 FTC의 주제는 ‘Cascade Effect’였다. 로봇의 높이보다 높은 골대에 어떤 식으로 공을 넣을까에 대한 연구가 중점이 되는 미션이었다. 대회의 이름이 ‘Cascade Effect’인 이유는 중앙 구조물에 160개의 공이 담겨 있는데, 이를 고정하는 스틱을 쳤을 때 공이 떨어지는 것이 폭포 같기 때문이다. 또한 경기장의 두 구석에는 플랫폼이라 부르는 빗면이 설치되어 있다. 첫 30초 동안은 자동주행 시간으로 로봇이 사람의 조종을 받지 않고 움직이게 된다. 이 때 시작 위치에서 경기장으로 나오고(20점), 봉을 쓰러트리며(30점), 중앙 구조물에 고정되어있는 120cm에 공을 넣을 수 있다(60점). 또한 움직이는 골대인 30cm, 60cm, 90cm에 공을 넣거나(공이 들어가 있는 골대 당 30점), 지정된 장소에 골대를 옮겨놓는(골대 당 20점) 미션도 있었다. 나머지 2분 동안은 로봇을 수동으로 조종하여 움직이는 시간이다. 이때는 세 종류의 움직이는 골대에 공을 넣을 수 있는데, 30cm 골대는 1cm당 1점, 60cm 골대는 1cm당 2점, 90cm 골대는 1cm당 3점이다. 특히 2분 중 마지막 30초 동안은 엔드게임 시간으로, 중앙 구조물의 120cm에 공을 넣거나(1cm당 6점), 골대나 로봇을 지정된 장소(각각 10점) 또는 플랫폼(각각 30점)에 다시 옮겨놓을 수 있었다.
▲ 경기장의 전체적인 모습

이 대회의 가장 큰 묘미는 바로 동맹이라는 규정에 있다. 1대 1경기가 아닌, 동맹팀끼리 2대 2경기를 하는 대회이다. 예선에서는 주최 측에서 임의로 동맹을 정해주게 된다. 하지만 예선이 끝난 후 동맹선택이라는 시간에 각 팀은 동맹팀을 정하게 된다. 이 때 예선 결과에 따라 상위 순위부터 동맹팀을 선정할 수 있다. 이 때 동맹으로 제안을 받은 팀이 거절할 수 있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서는 상위 팀이 떨어지는, 흥미롭고 아쉬운 일이 생길 수도 있다.

두 팀 모두 학교의 기말고사가 끝난 12월부터 본격적인 대회 준비를 시작하였다. 각 팀마다 작년에 대회에 참여했던 선배들이 4명씩 있었기 때문에 선배들로부터 엔지니어링 노트를 쓰는 방법이나 잘 몰랐던 로봇 부품들의 특징들을 전수받으면서 준비를 시작할 수 있었다.

가장 먼저 어떤 구조를 사용할지 정하기 위해 미션과 주행 전략을 분석했고, 그에 따른 로봇의 기초적인 모습을 구상하였다. 또한 유튜브를 통해 다른 사람들은 어떤 방식으로 로봇을 만들었는지에 대해서도 알아보고, 엔지니어링 노트에 각 로봇들의 장단점을 분석하였다.

'노답'이 설계한 로봇의 첫 번째 모델은 실과 도르래를 이용한 구조였다. 모터 한 개 또는 두 개로 삽과 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효율 면에서 굉장히 좋은 구조였다. 반면 단점도 있기 마련. 실이 끊어지는 등의 위험이 굉장히 컸으며 실의 마찰이 커 모터가 아닌 사람의 손으로도 실을 잡아당기기 힘든 정도였다. 결국 우리는 팀원들의 상의와 작년에 대회에 나갔던 형들의 의견을 통해 작년과 비슷한 형태의 로봇을 만들게 되었다.

가장 먼저 공을 담기 위해 케이블타이를 사용했고, 첫 번째 랙과 피니언을 통해 삽을 올린 뒤 이 구조를 180도 돌리게 되었다. 또한 두 번째 랙과 피니언을 통해 한 번 더 올려주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이 과정에서 최적의 케이블타이의 배열이나 개수를 실험적으로 알아냈고, 삽의 구조를 고안하고 고무줄의 최적화된 사용법을 찾았다. 또한 기어의 사용을 위해 로봇의 구조를 바꾸거나 기어 비율을 바꾸는 등 수많은 수정과 실험을 거쳤다. 9명 모두가 정말 많이 노력했고,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특히 과학고라는 바쁜 일정을 가진 학교의 특성상 모두가 모든 모임에 참가할 수 없는 환경에서도 엔지니어링 노트나, 스케치업 등 나름의 방식으로 성실히 대회에 참여해주어서 굉장히 고마웠고, 모두가 열심히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서로를 이해하며 의사소통을 통해 문제점을 해결해 나가는 팀이 된 것 같아 매우 기뻤다.
▲ '노답' 로봇의 기본 구조(사진 왼쪽)와 '가람슬기' 로봇의 기본 구조(사진 오른쪽)

▲ '노답' 로봇의 확장 구조(사진 왼쪽)와 '가람슬기' 로봇의 확장 구조(사진 오른쪽)

이런 과정들을 거쳐 대회 이틀 전에 최종 로봇이 완성되었고, 경기장에서 연습해 본 결과 우리의 로봇은 대단했다. 자동주행은 다소 문제가 있었지만, 수동주행에서는 앞의 1분 30초 동안 못해도 90cm 중 60cm를 채웠으며, 뒤의 30초 동안 120cm골대를 모두 채우고 골대와 로봇이 플랫폼에 올라가는, 어마어마한 점수의 획득이 가능했다. 다른 팀원들의 생각을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우리가 작성한 엔지니어링 노트와 그 노력에 대한 자신이 있었던 나는 내심 운이 따라준다면, 단순히 로봇뿐만 아니라 대회 전체에 대해 평가하는 종합 1등인 인스파이어 어워드(Inspire Award)를 탈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했다. 그 정도로 오랜 시간을 준비했고, 9명이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1월 24일. 두 팀 모두 밤을 새가며 열심히 준비했고, 예선을 치르게 되었다. 하지만 노력은 배신하는 것인지, 첫 번째 경기에서 우리의 로봇은 제대로 작동을 하지 않았다. 신호가 계속 끊겨 모터가 움직인다고 볼 수가 없을 정도였다. 그 뿐만 아니라 바닥이 너무 미끄러워 로봇이 제대로 된 속도로 움직일 수 없었다. 너무 당황스러워 경기가 끝나고 바로 이의를 제기했고, 주최 측에서도 40분 넘도록 원인을 찾아보고 상의했다. 그 결론은 우리가 사용한 사만타(Samantha) 모듈(게임 진행 컴퓨터와의 연결 담당)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었다. 다행히도 다음 경기에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면 경기를 바로 중지시키겠다는 약속을 얻어냈고, 다음 경기를 준비했다. 두 번째 경기. 경기 진행 중에 삽이 부서졌다. 일반 하드보드지가 아닌 훨씬 두꺼운 하드보드지로 만들었고 연습 주행 시에도 수많은 충격을 모두 버텨냈기에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두 달간의 노력이 정말 나를 배신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본선에 진출하려면 다른 팀의 지목을 받아야 하는데, '노답'을 동맹으로 뽑아줄만한 팀인 같은 학교의 '가람슬기'는 큰 문제가 있지는 않았지만 이미 우리보다 낮은 순위에 있었다.
▲ FTC 운영본부의 모습

주최 측에서 발표한 예선 결과표를 본 우리는 모두가 놀랐다. '노답'이 5위였기 때문이었다. 승점 2점을 획득한 6팀 중 우리가 가장 많은 점수를 얻어 맨 위에 위치한 것이었다. 첫 번째 경기의 열악한 상황에서도 60cm골대에 3개의 공을 넣은 것이 우리의 점수를 올린 것이 이런 결과를 가져왔나 싶었다. 1위에서 4위가 각각 다른 팀을 뽑는다면 '노답' 역시 탈락할 수 있지만, 그럴 확률은 거의 없는 상황. 아니나 다를까 1위 팀은 4위 팀을 동맹으로 선택했고, 우리에게 동맹을 고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사실 이 상황을 대비해 여러 논의가 이루어졌었다. 같은 학교인 '가람슬기'와 동맹이 되었을 시에 생기는 문제는 너무나도 많았다. 일단 바닥이 너무 미끄러워 두 팀 모두 공을 쏟을 수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가람슬기'에서도 우리에게 자신들을 뽑지 말라는 얘기를 했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첫 번째로 '가람슬기'의 로봇에 비해 다른 로봇들의 완성도가 높다고 볼 수 없었다. 또한 다른 로봇들이 공을 쏟을 수 있다는 보장도 없었다. 두 번째로는 우리가 노력한 만큼 '가람슬기'의 친구들도 많은 노력을 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었다. 1년 동안 같은 동아리활동을 했고, 2달 동안 같은 목표를 향해 달려오고 같이 연습해온 친구들을 외면하기란 너무 힘든 일이었다. 결국 우리는 '가람슬기'를 선택했다.

본선에서 우리는 예선 1위, 4위 동맹팀을 만났다. 아마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예선에서 가장 잘한 팀 중 두 팀과 점수를 거의 얻지 못했던 두 팀의 대결이었을 것이다. 이 경기에서 우리 두 팀은 대회에서 처음으로 경기다운 경기를 했다. 60cm와 90cm골대에 모두 공을 넣었고, '노답'은 120cm에도 공을 넣었다. 그 과정에서 나의 실수로 삽이 다시 부서져 공을 하나 넣지 못했고, 그 공 하나로 인해 우리는 경기를 지게 되었다. 많이 아쉬웠지만 이미 경기는 끝났고, 미안해하는 나에게 오히려 친구들은 칭찬과 격려를 해주었다.
▲ '노답'의 경기 모습

'노답'과 '가람슬기' 모두 나름의 방식으로 대회를 열심히 준비했다. 또한 예선에서 좋지 않은 결과가 나와 두 팀 모두 나름의 방식으로 원인을 찾았고, 아쉬워했다. 처음에는 노력이 배신했다고 생각했지만, 우리의 로봇이 예선에서 생긴 문제들 역시 그 부분에 대한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잠시나마 지금까지 내가 믿어왔던 말을 의심했던 것이 부끄러웠다. 다행히도 두 팀 모두 예선에서와 달리 본선에서는 좋은 모습을 보였고, 엔지니어링 노트도 열심히 썼으며 경기장의 마찰력을 높이기 위해 바닥을 닦는 등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었기에 두 팀 모두 상을 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 FTC 수상 결과 – http://fest.or.kr/

이번 FTC를 통해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로 선배와 나가는 마지막 대회에서 배운 협력이다. 개인적으로는 조금씩 후회할진 몰라도 팀은 전진하는 모습을 봐서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진정한 협력을 경험했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는 우리의 미래에 대한 확신이다. 모든 학생들이 늦게까지 대회를 준비하면서도 서로서로 짜증을 내기보다는 웃으며 준비하는 것을 보았을 때 로봇을 만들고 있는 우리가 정말로 행복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또한 다른 팀들을 보고 자극도 받으면서 우리도 더 뛰어난 로봇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고, 로봇공학자라는 꿈을 향해 달려갈 우리에게 꿈에 대한 확신과 이 경험은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나와 다른 1학년 친구들 모두 내년에 이 대회에 다시 참여할 것이다. 그때는 지금보다는 조금 더 성숙한 모습으로 후배들을 이끌고 대회를 나가게 될 것이다. 분명히 그 때 우리는 지금과는 조금 다른 깨달음을 얻고, 지금의 배움을 후배들과 공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이번 대회 때 이루지 못한 결승이라는 무대와 더 큰 상, “진정한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라는 명제를 증명하기 위해 더 열심히 나아갈 것이다.

끝으로 이 대회를 누구보다 열심히 준비한 동아리 학생들, 지도교사 정웅열 선생님, 응원해주신 많은 분들과 이런 좋은 기회를 만들어 주신 FEST창의교육협회에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이병욱∙학생기자(경기북과학고 1학년)
▲ 시상식 후 '가람슬기'와 '노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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