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3 DRC에서 1등을 차지한 일본 로봇 '샤프트'

구글이 지난해 일본 로봇공학자들이 설립한 소규모 스타트업 로봇기업을 인수할 때 일본 로봇산업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켰다.

구글 뿐만 아니라 애플, 아마존 등 미국계 신기술자이언트들은 로봇기업 인수에 점점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8일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여 자사의 성장동력, 또는 기존 사업에 대한 시너지 효과를 노리기 위해 글로벌 IT 대기업들이 로봇기업 인수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이 같은 트렌드를 반영하듯 구글 로봇사업부문 최고책임자 였던 앤디 루빈(Andy Rubin)은 일본 로봇기업 인수 당시 “돈 걱정은 하지 말자. 우리의 관심사는 오직 세상을 (로봇을 통해) 온통 바꾸는데 있다”라고 갈파했다(구글의 로봇사업을 강력하게 추진해 온 앤디 루빈은 최근 사임을 발표한 바 있음).

그러나 구글의 이 같은 묻지마 식 로봇기업 인수는 스타트업이 생존해 나가는데 있어 매우 중요한 자금지원이며, 소규모 로봇기업이 로봇산업에서 새로운 지평을 열어나가기 위한 강력한 지원군을 얻는다는 점에 있어 평가받을 만하다.

구글이 지난해 인수한 일본의 샤프트(Schaft)도 이에 해당될 수 있다. 샤프트는 도쿄대학 로봇공학 교수들에 의해 설립됐다. 이들은 자금부족을 겪으면서 일본 내에서 투자자들을 찾아다니는 등 갖은 노력을 기울였으나 허사였다. 그러던 중 구글이 생명줄을 이들에게 던져준 것이다.

샤프트가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은 재난구조용으로 디자인됐는데 이 로봇에 대해 정부는 물론 일본 내 벤처캐피탈 회사들도 평가절하하면서 실패한 로봇으로 치부했다.

그 당시 샤프트의 최고재무책임자(CFO)였던 다카하시 카토는 “주위에서 우리가 개발한 휴머노이드에 대해 마뜩찮은 시선을 보내자 사업자금 조성은 완전 실패로 끝났다. 그러나 우리들은 좌절하지 않고 시선을 해외로 돌렸고, 미국에서 투자자를 물색했다. 그러던 중 구글이 제의해 와 내가 구글과 협상을 이끌었다”라고 당시를 회고했다.

샤프트 휴머노이드에 대해서 일본 내에서는 이의 진가를 알아본 사람들은 거의 없었지만 지난 2013년 샤프트 로봇은 다르파(DARPA)로봇챌린지(DRC)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저력을 과시했다.

어찌됐든 샤프트의 휴머노이드는 구글이란 거대한 우군을 만나 전도가 유망하게 됐으며, 로봇스타트업의 진면목을 알아보는 구글의 앤디 루빈의 혜안이 이를 가능케 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많은 로봇전문가들은 루빈의 퇴임을 아쉬워하며 구글 로봇 사업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당장 구글의 로봇사업이 표류하거나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예측은 지나친 우려라는 시각도 우세하다. 왜냐하면 루빈의 후임으로 임명된 제임스 커프너(James Kuffner) 역시 뛰어난 로봇공학자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