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생들이 로봇 과제를 수행하면서 기뻐하는 모습

"3D 프린터, 정밀측정기, 우드 커터기 모두 사용을 금합니다. 장비구매에 총 5천원 이상 사용하면 감점입니다."

서울대 기계공학부의 '창의공학설계' 수업을 담당하는 로봇공학자 조규진 교수는 올해 수업에서는 특별한 주문을 했다. 한 학기 동안 로봇을 만들어서 경쟁하는 것은 여느 학기와 같지만 첨단 기기 사용은 금지하고 평범한 재료와 생활공구만으로 로봇을 만들도록 한 것이다.

"학생들이 사용할 공학 기기실('해동 아이디어팩토리')이 코로나로 폐쇄되면서 폐강을 생각했는데, 평범한 재료로 만들라고 하면 비범한 아이디어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데 생각이 미쳤어요" 조규진 교수가 '5천원 로봇 만들기'를 시작한 이유다.

조규진 교수는 30년 전 '창의공학설계' 수업을 듣던 자신의 모습을 떠올렸다. 92학번이던 그가 학부생 시절 3D 프린터는커녕 PC도 귀한 상황에서 동기들과 고무줄과 널빤지를 동원해 수작업으로 로봇을 만들었다.

그렇게 ‘가내수공업’으로 만든 로봇은 단순한 점프 동작 밖에 못했지만, 경기에서 1mm라도 더 높이 올라가게 하려고 갖은 고생을 마다하지 않았다. 노력은 보상으로 이어져 그 때의 도전과 성공의 경험이 그를 로봇 공학자의 길로 이끌었다. 이제는 고인이 된 고 주종남 교수가 부임해 ’창의공학설계‘ 수업을 처음 만들던 시절의 이야기다.

30년 세월이 흘러 지도교수의 자리에 선 조규진 교수는 학생들에게 첨단 기기 대신 창의력을 최대한 활용해 보라고 주문하는 결정을 했다. 원래 5명이 조를 이루어 하나의 로봇을 완성해야 하지만, 각자 집에서 1인 1로봇을 만들게 하고, 부품 구입비는 5천원이 넘으면 컨닝으로 처리하기로 했다.

학생들이 ‘원시적인’ 방법으로 로봇을 만드는 과정을 비디오로 중간 점검하며 학기말에 이르렀다. 학생들은 모두 자신의 로봇을 가져와 겨루기를 시작했다. "학생들의 아이디어가 기대 이상이었다"는게 조 교수의 평가다. 아래 동영상은 학생들이 로봇 과제를 수행하면서 기뻐하는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