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IT 연구진이 4족 보행 로봇에 생체 신호 측정 장치를 탑재했다.(사진=MIT 뉴스)

MIT 연구진이 4족 보행 로봇을 활용해 코로나19 의심환자의 생체 신호를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MIT 뉴스가 31일 보도했다.

MIT 박사후 연구원인 헌웨이 황(Henwei Huang) 등 연구진은 ‘브리검 앤드 위민스 병원(Brigham and Women’s Hospital·BWH)’과 공동으로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에 태블릿과 각종 생체 측정 장치를 탑재해 의료진이 코로나19 의심환자의 생체신호를 원격에서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4족 보행 로봇이 이동하면서 코로나 의심 환자의 생체 신호를 측정하고, 태블릿으로 의료진과 환자간에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도록 해준다. 이번 연구는 논문 사전 발행 사이트인 '테크아카이브(techRxiv)'를 통해 공개됐다.

연구팀은 의료진이 코로나19 의심 환자를 진료하는 과정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노출되는 위험을 줄이기 위해 이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4족 보행 로봇의 머리 부분에 태블릿을 탑재해 의료진과 코로나19 의심환자 간에 영상으로 통화할 수 있도록 했다. 의료진은 컨트롤러를 이용해 로봇을 원격 조작하면서 태블릿으로 의심환자에게 어떤 증상이 있는지를 묻고 답을 들을 수 있다.

논문 주요 저자인 헌웨이 황은 “우리의 목표는 자동화와 로봇 기술을 활용해 사람들이 위험한 일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데 있다”며 “로봇을 활용해 의료기관 종사자들이 환자들에게 직접적으로 노출되는 것을 막는다”고 했다.

4족 보행 로봇은 환자로부터 2m 정도 떨어진 곳에서 피부 온도, 호흡수, 맥박수, 혈중 산소포화도 등을 측정할 수 있다. 로봇의 몸체에는 4개의 서로 다른 카메라가 탑재되어 있다. 한 개는 적외선 카메라이고, 나머지 셋은 서로 다른 파장을 필터링할 수 있는 단색 카메라다.

적외선 카메라와 알고리즘은 피부 온도와 호흡수를 측정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또 다른 카메라는 얼굴 부분의 체온을 측정할 수 있으며, 이 측정값에 기반한 알고리즘이 심부 체온(core body temperature)을 유추할 수 있게 해준다. 심부 체온은 피부 표면이 아니라 심장, 위장 등 몸안의 체온을 의미한다. 심부 체온은 피부 체온보다 높은 게 일반적이다. 심부 체온이 떨어지면 면역력이 크게 약화된다.

적외선 카메라를 이용해 호흡수를 측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사람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호흡을 하다보면 들숨과 날숨에 따라 마스크의 온도가 달라지는데 이를 통해 호흡수를 산출할 수 있다. 3대의 단색 카메라는 각각 670, 810, 880나노미터의 광파장을 필터링한다. 이 파장은 혈관 속의 헤모글로빈 수치를 파악해, 산소포화도와 맥박 등을 측정할 수 있도록 해준다.

황 박사후 연구원은 “우리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한 것이 아니라 기존의 기술을 통합한 것”이라며 그동안 자원자를 대상으로 이번 기술을 테스트했는데, 앞으로는 병원을 내방하는 실제 의심 환자를 대상으로 이번 로봇 기술을 적용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