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니-RCM

종이접기(오리가미·Origami)의 원리를 적용한 수술용 마이크로 로봇 기술이 개발됐다.

사이언스 데일리 등 매체에 따르면 하버드대 비스연구소(Wyss Institute) 과학자들은 소니와 협력해 테니스볼 크기의 소형 수술 로봇 ‘미니-RCM’을 개발했다. 이 로봇은 무게가 동전 정도에 불과해 매우 가볍고 정밀도가 뛰어나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연구진은 ‘미니-RCM’을 햅틱 디바이스인 ‘팬텀 옴니(Phantom Omni)’와 연결해 원격 제어하는데 성공했다. 팬텀 옴니 디바이스에 부착된 펜(pen) 모양의 장치를 조작하는 방식으로 ‘미니-RCM’을 정밀하게 제어했다.

현재 개발 또는 상용화된 수술용 로봇들은 정밀 조작을 통해 몸안에 있는 특정 조직을 채취하거나 봉합하는 등 여러 수술에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수술용 로봇의 크기가 워낙 커 수술실에서 많은 공간을 차지하는데다 이동하는 것도 쉽지 않다.

이번에 하버드 비스연구소와 소니가 협력해 개발한 미니-RCM(Miniature Remote Center of Motion Manipulator)은 ‘팝업(Pop-up) MEMS(microelectromechanical systems)’ 제조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팝업'은 아동용 그림 책에 자주 활용되는데, 책을 펼치면 2차원의 그림이 3차원으로 펼쳐지는 방식이다. 종이접기의 원리를 적용했다.

연구팀은 미니-RCM의 주요 재료들을 여러 층(layer)으로 겹치고, 레이저 커팅 기술로 연결해 팝업처럼 3차원 형태로 펼칠 수 있도록 구조를 만들었다.

▲ 미니 RCM을 3차원으로 펼친 모습

이 마이크로 로봇은 펼치면 평행 사변형의 구조를 가지며, 로봇의 동작을 제어하기 위해 3개의 리니어 액추에이터(미니-LAs)를 갖추고 있다. 각각의 리니어 액추에이터들은 평행 사변형 모양의 로봇에 평행 또는 수직 방향으로 설치돼 로봇의 움직임을 제어하는 역할을 한다.

미니-LAs는 전기자장을 적용하면 형태가 변화하는 압전 세라믹 소재 주변에 배치되어 있다. 형태에 변화를 주면 마치 레일 위로 기차가 움직이듯이 미니-LAs가 레일을 따라 움직인다. 연구팀은 미니-LAs에 LED 광학 센서를 삽입해 로봇이 원하는 방향으로 정밀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했다. 사람이 조작하는 과정에서 손떨림이 있어도 원하는 방향과 움직임에서 오차가 발생하지 않도록 했다.

연구팀은 미니-RCM을 햅틱 디바이스인 팬텀 옴니 장치에 연결해 원격으로 로봇을 조작할 수 있도록 했다. 연구팀이 볼펜의 끝 부분보다 작은 사각형의 모양을 잘 추적하는지를 테스트한 결과 사람이 수동으로 조작하는 것에 비해 68% 이상 정확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 로봇을 이용해 사람의 특정 조직을 채취할 때 사람보다 정밀하게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 사각형 모양을 정확하게 탐지하는 로봇(사진 왼쪽). 사람이 수동으로 조작하는 것보다 68% 정확도가 높다.

또한 연구팀은 사람의 눈에 있는 망막 혈관에 약물을 주입하는 수술을 가정해 수술 모형을 만들어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 결과 미니-RCM을 이용해 실리콘 튜브(사람 머리카락의 2배 정도 두께)로 만들어진 망막 혈관의 모형에 바늘을 집어넣어 약물을 투입하는 데 성공했다. 주변 조직에는 성처를 주지않았다.

연구팀은 이번에 개발한 미니-RCM을 이용해 정밀한 수술을 진행할 수 있을뿐 아니라 설치 및 제거가 쉽다는 점도 장점으로 내세웠다. 전기를 끊고 사람 손으로 환자의 몸에서 바로 제거하면 된다는 설명이다.

하버드대 비스연구소의 로버트 우드(Robert Wood) 박사는 “이번에 고안한 팝업 MEMS 방법은 소형의 정밀 기계장치에 대한 가치있는 접근 방법을 제공하며, 보다 비침습적인 수술에 적용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