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존스 홉킨스대(the Johns Hopkins University) 연구팀이 장애물을 통과하는 바퀴벌레를 연구해 로봇의 이동 범위를 넓히는 데 활용될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사진=테크엑스플로어)

테크엑스플로어에 따르면 최근 미국 존스 홉킨스대(Johns Hopkins University) 연구팀이 장애물을 통과하는 바퀴벌레를 연구해 동물들이 움직임을 바꾸는 행위가 '위치 에너지 장벽'을 극복하려는 것과 일치한다는 점과, 이들이 복잡한 지형에 있는 장애물을 통과하기 위해 머뭇거린다는 점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로봇을 더욱 견고하게 만들거나 이동 범위를 넓히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자율이동 로봇(AMR)이 상용화되기 위해선 주변 세계를 쉽고 효율적으로 이동하는 능력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 자율주행차 또는 로봇 청소기와 같은 일부 모바일 로봇은 이미 장애물 회피를 위해 유턴을 하는 등 이동하는 중간에 방향을 전환하는 데 있어 뛰어난 능력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잔해들 속에서 수색 및 구조를 하거나, 건물에서 검사 및 모니터링을 하거나, 바위들을 통과해 우주 탐사를 하는 등의 용도에 있어서는 장애물 회피뿐 아니라 지형과 물리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이동하는 능력도 요구된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라탄 오타요트(Ratan Othayoth)’ 연구원은 "수색 및 구조 로봇은 로봇 청소기가 소파를 피하는 것처럼 장애물 회피 기능만으로 임무를 수행할 수 없다"며 "이런 종류의 로봇들은 잔해물을 통과하기 위해 입체적인 여러 움직임을 구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로봇이 복잡한 지형과 물리적으로 상호작용하는 일이 어떻게 상이한 움직임으로 전환하는 능력에 영향을 미치는지 아직까지 명확히 알려진 바가 없는 상황이였다. 존스 홉킨스대 연구팀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물들을 관찰했다. 자연 환경에 있는 동물들은 사냥을 하고, 포식자로부터 도망치며, 무리와 함께 이동하기 위해 움직임을 쉽게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이를 조사하기 위해 휘어지는 기다란 빔(Beam, 판)들로 장애물 코스를 제작했다. 이는 휘기 쉬운 풀잎을 재현한 것으로, 바퀴벌레가 어떻게 장애물을 지나갈 수 있는지 관찰하기 위한 코스였다.

관찰 결과 바퀴벌레는 몸을 일으켜 길을 양보할 만큼 구부러질 때까지 격렬하게 빔을 밀어낸 뒤, 미끄러지듯 쉽게 틈새를 통과했다. 연구팀은 이를 두 가지로 구분해 몸을 일으키는 행위를 ‘피치(pitch)’, 틈새를 통과하는 움직임을 ‘롤(roll)’이라고 명명했다.

또한, 연구팀은 바퀴벌레와 빔의 3차원 움직임을 디지털로 재구성해 ‘피치’와 ‘롤’ 움직임이 위치 에너지 지형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관찰했다. 이 에너지 지형은 동물의 몸이 빔을 향해 움직이고 회전함에 따라 동물과 빔의 총 위치 에너지가 어떻게 변하는지 나타낸다. 이 지도는 중력장이나 전기장이 점 질량 또는 전하량에 작용하는 힘을 설명할 수 있는 것처럼 동물의 몸에 작용하는 중력과 빔의 탄성 굽힘력이 결합된 효과를 설명해 준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첸 리(Chen Li)' 교수는 "이 에너지 지형은 피치에서 롤링운동으로 전환하는 과정이 하나의 에너지 분지(basin)에서 다른 에너지 분지로 전환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라고 했다.

이어 “그릇이 있다고 상상하고 그 속에 구슬을 넣어보라. 이 구슬은 그릇의 가장 안정된 부분인 바닥으로 갈 것이다. 바퀴벌레도 움직일 때마다 그릇의 바닥으로 밀려났다. 움직임 하나하나를 이런 그릇 하나로 표현할 수 있다"며 "이제 그릇이 두 개라고 상상해보라. 바퀴벌레가 ‘피치’에서 ‘롤링’ 동작으로 바뀌는 경우는 마치 이 곤충이 한 그릇의 바닥에서 다른 그릇의 바닥으로 뛰는 것과 같다"라고 설명했다.

이는 곤충이 한 종류의 움직임에서 다른 종류의 움직임으로 전환하기 위해 첫 번째 그릇의 옆면을 극복해야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즉 곤충이 에너지 장벽을 극복할 만큼의 충분한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것.

연구팀은 바퀴벌레의 안절부절 못하는 다리가 몸을 흔들어 ‘피치’에서 ‘롤’ 동작으로 장벽을 극복할 수 있는 충분한 에너지를 제공해 횡단을 용이하게 만든다는 점을 깨달았다. 이들은 또 바퀴벌레의 행동을 모사하기 위해 로봇도 제작했다. 로봇이 안절부절 할수록 빔들을 넘어가는 데 필요한 에너지 장벽을 극복하기 위해 보다 많은 에너지가 필요했다는 설명이다.

이런 연구 결과는 6족 소형 보행 로봇인 '렉스(RHex)‘와 같이 많이 흔들리는 다리 로봇이 왜 센서를 사용하거나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도 큰 장애물을 가로지르는 데 탁월할 수밖에 없는지 그 이유를 설명해준다.

리는 “흔드는 전략은 행동을 전환하기 위한 가장 소박한 방법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동물들은 보다 신중하고 적극적인 조정을 통해 이를 잘 수행할 수 있고, 또 로봇은 그렇게 되야 한다. 이는 우리가 다음 단계로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번 접근방식은 동물들이 어떻게 물리적 상호작용을 통해 다른 종류의 움직임으로 전환하는지를 분명하게 해주고, 로봇들이 지진 잔해와 같은 복잡한 3-D 지형을 통과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미 육군 연구소 프로그램 관리자인 ‘사무엘 스탠튼(Samuel Stanton)’은 “연구팀이 개발한 프레임 워크는 성공만한다면 복잡한 지형을 교묘하게 이용할 수 있는 빠르고 강력한 로봇을 실현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지난 15일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