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위스 산업용 로봇업체 ABB 양팔 로봇에 물린 열선으로 토끼 형상을 파내면서 조각해 낸 모습, (사진=ETH 유튜브)

두 팔을 가진 로봇의 두 손 사이에 끼운 열 선으로 토끼같은 부드러운 소재를 열로 녹여내 토끼같은 복잡한 형상을 조각해 낼 수 있을까? 한마디로 가능해졌다.

1일(현지시각) ‘3D 프린팅 인더스트리’는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대(ETH취리히) 컴퓨터과학부 컴퓨터로봇연구소 연구팀의 개가를 알렸다. 이들은 3D 프린팅으로 만들어진 양팔 로봇의 두손 사이에 열선을 끼워 폴리스티렌 폼(foam)을 정교하게 여러 번 쓸어내는 방식으로 토끼형상을 조각해 내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 기술로 기존의 직선 절단으로는 달성하기 어렵거나 심지어 불가능한 이중 곡선 표면을 가진 다양한 복잡한 3D 프로토타입(시제품)을 제작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양팔 로봇은 열선 절단(hot wire cutting)기술로 입체 토끼를 깎아냈다. 이 기술은 거품 블록이나 기타 유사한 열에 녹는 연약한 재료를 깎아 나가면서 형상을 만드는 제조 기술이다. (사진=ETH 유튜브)

던전이나 드래곤즈 선수들이 증명할 수 있듯이 뜨거운 열선을 이용한 스티로폼 조각은 그 자체로는 새로운 제작 기법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과정은 종종 다른 도구를 사용하는 많은 시간, 노력, 그리고 정교함을 필요로 한다. 게다가 기존 절단 방식은 직선으로 된 열선으로 폴리스티렌을 잘라 형상을 만들지만, 이 방식은 기본 절단만 허용하고 복잡한 기하학적 구조를 가진 모델 제작은 허용치 않는다.

이러한 목적의 열선 절단기는 밀링 숍 기계에 늘상 장착되지만, 이들 역시 규정된 표면만 깎아 낼 수 있다. 컴퓨터수치제어(CNC) 기계는 유사한 방식으로 활용되지만(대개 와이어 대신 드릴 피스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제약조건을 맞춰가며 원하는 표면 제작 경로를 프로그래밍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

덴마크 엔지니어들은 지난 2016년 프로젝트 당시 관련 연구를 진행했는데, 핫와이어 절단을 이용해 한 번 쓸어내는 것만으로 이중 곡선 표면을 만들었다. 그러나 스위스 연구원들에 따르면, 이 방법은 칼날을 평면 상에 머물게 하는 한계를 가지고 있었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용자 입력을 필요로 했다.

취리히에 본부를 둔 연구원들의 새로운 방법은 유미(Yumi) IRB 14000 로봇을 사용한다. 이 로봇은 두 개의 팔에 열선을 장착해 3D 조각 공정을 더욱 효율적으로 만든다. 이 로봇의 두손은 각 팔의 끝에 고정된 탄성있는 금속 막대를 휘두르며 7의 자유도로 움직이며 뛰어난 3D 조각 손재주를 과시한다.

연구원들은 로봇이 부가물과 함께 효과적으로 작동하도록 프로그래밍함으로써, 정밀한 3D 디자인을 만들 수 있었다.

일단 목표물 형상이 제시되면, 로봇의 맞춤형 소프트웨어는 일련의 궤적을 만들고, 그것의 봉들 가운데 하나를 공작물을 통해 쓸어내려서 컷을 만든다. 최적화된 궤적은 손을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이동시키고 현재의 공작물과 차이를 줄여 준다. 순차적 경로 계획 툴과 함께 작업하면 움직임을 완전 자동화하거나 사용자가 제어토록 할 수 있다.

▲양팔 로봇에 물린 열선으로 토끼 형상을 파내면서 조각해 내는 과정의 궤적. 일단 목표물 형상이 제시되면, 로봇의 맞춤형 소프트웨어는 일련의 궤적을 만들고, 그것의 봉들 가운데 하나를 공작물을 통해 쓸어내려서 컷을 만든다. 최적화된 궤적은 손을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이동시키고 현재의 공작물과 차이를 줄여 준다.(사진=ETH 유튜브)

▲가상으로 에러율을 보여줌으로써 테스트 중에 토끼와 심장 모양의 3D 모델이 만들어진다.(사진=ETH취리히)

연구진은 테스트 중 가장자리 길이가 290mm인 폴리스티렌 폼의 입방 블록을 삼각대 위에 장착하고 절단부 사이를 수동으로 회전시켰다. 직경 1mm의 이 선은 6.6암페어(A), 4.6볼트(V)의 전원에 연결돼 약 250℃의 온도로 가열되었다. 연구자들에 따르면, 와이어를 가열하면 접촉 직전에 소재가 녹았고, 기존의 방식으로는 불가능한 표면을 만들 수 있었다.

이 방법은 다양한 시뮬레이션 사례와 함께 손·심장·상어·벌새 등의 모형을 포함한 여러 물리적 시제품 제작을 통해 성과를 평가받았다.

이 양팔 로봇으로 3D모델을 제작하는 시간은 하드웨어와 복잡성에 따라 달라진다. 복잡한 손 모델을 완성하는 데 4시간이 걸리는 반면 토끼 모델은 2시간 2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이 모델들은 해당 시뮬레이션 형상과 비교했을 때 토끼 모델은 평균 1.97mm, 심장 모델은 평균 0.76mm의 오차를 보였다. 연구진은 이 원인을 로봇 팔의 강직성 부족과 삼각대 장착에 따른 탓으로 돌렸다. 이는 결국 로봇의 위치 정확도를 제한했다.

취리히 연구진은 이 디자인에 대한 또 다른 한계가 있다는 것도 인정했다. 즉, 재료를 조작하는 데 사용되는 봉이 교체가 필요하기도 전에 일정 부분 구부러지고 뒤틀리는 것과 같은 것이다.

게다가, 로봇을 프로그래밍하는 데 사용되는 기존 소프트웨어는 단한번 만에 걸작을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로봇팔에 의한 여러차례의 절단(깎아내기) 작업을 통해서 이뤄진다.

이 연구원들은 비록 테스트해 보지는 않았지만, 열선 온도가 상승하면 커팅 품질은 떨어지지만 더 높은 속도로 절단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

이 기술은 앞으로 다른 재료에도 적용될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이 기술이 개발 초기 단계에 불과하고, 우리는 여전히 최초의 로봇 피카소와 만나려면 몇 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

◆적층 제조법을 이용한 양팔 로봇 생산

3D 프린팅은 도구를 잡는 생물학적 손에서부터 완전한 기계 휴머노이드 팔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한 용도의 로봇 팔을 제작하는 데 사용돼 왔다.

▲유미 IRB 14000 3D 프린팅 로봇은 3D 조각 말고도 수많은 정밀 작업을 수행한다. (사진=ABB로보틱스)

중국의 선전 위에장 테크놀로지(Shenzhen Yuejang Technology Co.)는 지난 2018년 미 라스베이거스가전쇼(CES 2018)에서 3세대 3D 프린팅 로봇팔인 ‘두봇(DOBOT)’을 선보였다. 두봇매지션(DOBOT Magician)의 변형모델은 5가지 공구헤드(3D프린터 핫 엔드, 레이저, 펜 홀더, 진공 컵, 그리퍼)와 호환된다.

데스크톱 3D 프린터 제조업체인 BCN3D 테크놀로지스는 지난 2016년 7월 3D 프린터로 인쇄된 오픈소스 로봇팔을 출시했다. 이 기술은 교육목적으로 개발돼 사용자의 필요에 맞게 편집·개선·변경할 수 있는 동시에 저렴한 비용으로 재현할 수 있었다.

이탈리아 기술 스타트업인 유바이오닉(Youbionic)은 지난 2018년 11월 적층 제조방식을 활용해 증강 휴머노이드(humanoid)를 만들었다. ‘센타우르스’ 디자인은 이 회사가 1년 전 개발한 팔 부착물을 로봇 척추에 추가해 만들어졌다.

이 연구 결과는 사이먼 듀엔서, 로이 포란, 베른하르트 토마스체프스키, 스텔리안 코로스가 공동 저술한 ‘로보컷: 로봇 제어식 플렉시블 봉 핫와이어 절단하기(RoboCut: Hot-wire Cutting with Robot-controlled Flexible Rods)’이라는 제목의 논문에 자세히 설명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