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우리는 산업 성장만 중요시하여 발명자의 권리는 뒤로 하고 이용자의 권리만 중시한 것은 아닐까? 우리나라 특허법은 발명자의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이전 가능한 재산권으로 인정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공동소유자간의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는 너무 사소하게 보고 있는 듯 하다.

▲ 이진수 변리사

만약, 발명자의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가 무시된다면, 발명자는 사라지고 이용자만 남는 것이 아닐까? 하는 질문을 던져본다.

공동발명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 (?)

최근 우리나라 특허법원은 두 당사자가 공동사업계약을 체결하고 보일러를 공동 개발했으나 공동개발자 중 한 명이 단독 명의로 특허출원해 등록받은 사건에서, 공유자 각자는 특허발명을 단독으로 실시할 수 있으므로 공유자 일방의 무단 단독 출원에 따른 손해배상이나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특허법원 2020. 2. 6. 선고 2018나1886 손해배상).

이 사건에서 원고는 “피고 회사와 공동사업에 관한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고 이 사건 보일러를 개발한 사람으로서 이 사건 특허발명에 대한 공동발명자이므로 이 사건 특허발명에 관하여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피고 회사와 공유하고 있었다. 그런데 피고는 이 사건 특허발명을 피고 회사의 단독 명의로 특허출원해 등록받음으로써 원고의 이 사건 특허발명에 관한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침해했으므로 피고는 그로 인해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원고의 주장에 대해 법원은 “특허법 제99조 제3항에 의하면 특허권이 공유인 경우에는 각 공유자는 계약으로 특별히 약정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다른 공유자의 동의를 받지 아니하고 그 특허발명을 자신이 실시할 수 있는데, 이 사건 계약은 앞서 본 바와 같이 공동 사업의 협력에 관한 내용일 뿐, 피고 회사가 이 사건 특허발명을 실시하는 것을 제한하기 위한 내용이 포함되었다고는 해석할 수는 없고, 달리 이러한 약정이 체결되었음을 인정할 아무런 자료가 없으므로, 피고 회사는 단독으로 이 사건 특허발명을 업으로서 실시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이에 반하는 원고의 위 주장은 나머지 점에 관하여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공동발명가의 이용권리와 보상은 (?).. 미완의 숙제

특허권자는 업(業)으로 특허발명을 실시할 권리를 독점하고 특허권이 공유인 경우에는 계약으로 특별히 약정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공유자 각자가 특허발명을 자유롭게 실시할 수 있다. (특허법 제94조, 제99조 제3항) 특허권의 공동소유자는 기본적으로 특허발명을 실시한 대가로 다른 공동소유자에게 경제적 보상을 할 필요가 없다.

등록특허의 독점 실시효력은 권원 없는 자의 무단실시를 배제하는 청구권으로 실현된다. 따라서 공동소유자 각자의 특허발명의 실시의 자유는 다른 공동소유자로부터 그러한 배제청구권 행사를 받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동발명자가 발명을 출원하는 단계에서 특허 받을 수 있는 권리가 공동소유인 경우는 어떠할가? 2명 이상이 공동으로 발명한 경우에는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공유하며(특허법 제33조 제2항), 공유자 모두가 공동으로 특허출원을 하여야 한다(특허법 제44조). 그럼 공유자 중 1인이 무단으로 특허를 단독 출원하고 그 1인이 출원발명을 전속적으로 이용한 경우라면 다른 공유자는 그 1인을 상대로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의 침해를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까?

그러나 우리나라 특허법은 발명이 등록되기 전까지는 그 발명의 실시할 권리에 대하여 침묵하고 있다. 특허발명으로 배타적 효력을 갖기 전까지는 공동 발명가들의 공동체에서 공동발명물을 이용할 권리는 미완의 숙제로 남아 있다.

▲ 공유특허의 지분활용에 대한 주요국 제도 현황 출처: 영업비밀 기술탈취 방지를 위한 특허법의 공동발명 개선안 연구(특허청) ※ 이 표는 특허권이 공유인 경우를 비교 정리한 것으로 등록 전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까지 정리된 것은 아니다.

공동 발명한 특허는 공동소유물이다… 독일 연방대법원

이러한 분쟁은 우리나라에서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독일에서도 우리나라와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다.(2016년 BGH Beschichtungsverfahren (X ZR 163/12) 사건)

독일의 A사와 B사는 공동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해 프로파일형 철강 구조물에 대한 금속 코팅을 개선한 발명을 수행했다. 발명의 상당부분, 즉 프로파일 구조의 특정 열처리 기술과 코팅물질인 특수한 철-아연 합금층은 원고 A 회사의 연구원이 개발했고, 그 코팅물질을 구조물 표면에 금속분말로 정전기 증착하는 기술은 피고 B 회사의 연구원이 개발했다.

그러나 피고 B 회사는 공동 발명을 독일과 유럽에 단독 명의로 출원하면서 B 회사의 연구개발자만을 발명자로 기재했다. 원고 A회사를 공동 출원인으로 올리지도 않았고 A회사의 개발자를 공동발명자로 올리지 않았다.

이를 나중에 발견한 원고 A사는 공동발명자로서 피고 B사를 상대로 특허권의 지분 이전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원고 A사의 청구를 인용하여 특허발명을 공동소유하게 되었다.

이 사건이 업계에 관심을 끈 것은 원고 A사가 피고 B사에 대하여 단독명의로 특허 출원한 결과 발생한 손해의 배상을 청구한 점 때문이다.

2005년 이래 독일 연방대법원은 ‘Gummielastische Masse II’ 사건에서 특허권이 공유인 경우에 각 공유자는 기본적으로 각자가 특허발명을 자유롭게 실시할 수 있으므로 특허권의 공동소유자끼리는 특허발명을 실시한 대가로 다른 공동소유자에게 경제적 보상을 할 필요가 없다고 판시했기 때문이다.

공동발명의 단독출원 행위는 불법 (?)… 독일 연방대법원

그러나 BGH Beschichtungsverfahren (X ZR 163/12) 사건에서 독일 연방대법원(Federal Court of Justice of Germany)은 피고 B사가 원고 A사의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침해한 사실을 더 깊게 들여다보고 원고 A사의 주장을 모두 인용하면서 다음의 두 가지 쟁점에 대한 이유를 판시했다.

첫째, 피고 B사의 단독출원은 불법이다. 공동발명에 따른 결과물은 공동발명자의 공동소유이다. (독일 특허법 제6조) 발명의 출원 행위는 독일민법 제744조 제2항에 따른 공동목적의 유지를 위한 조치 (measures required to maintain the object), 즉 민법상 공유물의 보존행위에 해당할 수 있지만, 공동발명의 경우에는 반드시 제국법원(Reichsgericht)의 법원칙(norm)에 따라 모든 발명자의 명의로 출원되어야 한다.

※ 독일 특허법 제6조: The right to a patent shall belong to the inventor or his successor in title. If two or more persons have jointly made an invention, the right to the patent shall belong to them jointly. If two or more persons have made the invention independently of each other, the right shall belong to the person who is the first to file the application in respect of the invention with the German Patent and Trade Mark Office.

※ 독일민법 제744조 제2항: Section 744 Joint administration (1) The part owners are jointly entitled to administration of the joint object. (공유물의 공동관리) (2) Each part owner is entitled to take the measures required to maintain the object without approval by the other part owners; he may demand that the latter grant their consent to such a measure in advance.(본존행위는 단독행사)

공동소유자 1인에 의한 공동발명의 단독출원 행위는 제국법원(Reichsgericht) 때부터 확립된 법원칙(norm)을 위반한 것이며 원고가 공동발명이란 공동재산을 공동 관리할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외부적 요건(독일 민법 제745조 제2항)을 박탈했고 모든 관련 당사자들의 지분에 따라 공동 재산을 사용할 외부 요건 역시 박탈했다.

※ 독일 민법 제745조 제2항 : Section 745 Administration and use by resolution (2) Each part owner may, where administration and use is not regulated by agreement or by a majority vote, demand administration corresponding to the interests of all part owners according to their reasonably exercised discretion. (관리 및 사용에 관한 합의나 다수결 표결이 없는 경우)

또한 공동발명자 중 어느 일방이 단독으로 특허권을 획득하기 위하여 일방적으로 출원하는 것은 다른 공유자의 권리를 사소한 권리로 무시한 것으로 기초적이고 절대적인 지식재산권을 침해한 것이고 독일 민법 제823조 제1항에서 정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

※ 독일 민법 제823조 제1항 : Torts Section 823 Liability in damages (우리나라 민법 제750조 (불법행위 내용)에 상응하는 조항) (1) A person who, intentionally or negligently, unlawfully injures the life, body, health, freedom, property or another right of another person is liable to make compensation to the other party for the damage arising from this. (2) The same duty is held by a person who commits a breach of a statute that is intended to protect another person. If, according to the contents of the statute, it may also be breached without fault, then liability to compensation only exists in the case of fault.

제국법원의 법원칙은 공동 발명자의 권리의 각자의 지분을 다른 공유자의 전용이나 무시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공동발명을 공유자의 일부만 출원인으로 하여 출원하는 것은 나중에 발명의 실질적인 남용을 가져올 씨앗이 된다.

둘째, 이러한 불법행위는 실제 손해에 대한 배상청구를 야기한다. 그러한 청구는 어느 일방의 특허출원 결과로 다른 공유자 원고에게 발생한 금전적 손해를 배상할 의무를 포함하며 특별히 피고가 일방적으로 출원한 발명을 전용하여 얻은 이익의 손해도 포함한다.

다른 사실이 없다면 무단 단독출원인이 해당 발명을 전용한 사실만으로 다른 공유자에게 금전적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다만 원고가 배상받을 수 있는 금액은 독일 특허법 제33조에서 정한 상황에 따른 적절한 보상액을 한도로 한다.

※ 독일 특허법 제33조 : 우리나라 특허법 제65조 (출원공개의효과) 제2항 (공개된 발명임을 안 자에게 실시에 대한 합리적인 보상금 청구권)에 상응하는 조항이다. 독일 특허법 제33조 (1) 제32조 제5항에 의한 지시의 공시 이후부터 출원인은 출원의 대상을 이용하였던 이에게, 그가 이용한 발명이 출원의 대상이었는지 사실을 알았거나 알고 있었음이 분명했는지에 상관없이 상황에 따라 적절한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 단 광범위한 청구권들은 제척된다.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의 공유는(?)

최근 우리나라 특허법원은 공동발명자 중 한 명이 단독 명의로 출원하여 등록 받은 사건에서, 공유자 각자는 특허발명을 단독으로 실시할 수 있으므로 공유자 일방의 무단 단독 출원에 따른 손해배상이나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고 판단 (특허법원 2020. 2. 6. 선고 2018나1886 손해배상) 했다.

그러나 특허를 허락받기 이전까지 출원인의 일방적인 실시사업이 있었다면 독일 연방대법원의 사례를 참조하여 공동발명자의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 침해에 따라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한지를 생각해볼 수 있다. 우리나라 특허법도 독일 특허법과 마찬가지로 특허권과 달리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에 기초한 발명을 실시할 권리에 대해 침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하에서 개인적인 의견을 적어본다.

우리나라 민법상 공유 법리는 물건에 적용하는 것이기는 하나 특허권이나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의 공유에 대해서도 특허법에서 따로 정하지 않는 사항은 민법상의 공유에 대한 규정이 준용된다. (대법원 2014. 8. 20., 선고, 2013다41578, 판결)

민법 제262조(물건의 공유) : ①물건이 지분에 의하여 수인의 소유로 된 때에는 공유로 한다. ② 공유자의 지분은 균등한 것으로 추정한다.

일반적으로 출원 행위는 공유물의 보존행위로 볼 수 있으나 2명 이상이 공동으로 발명한 경우에는 특허법 제44조에 따라 반드시 공유자 모두가 공동으로 출원해야 한다. 따라서 일반적인 보존행위의 단독행사가 적용되지 않는다.

공유자간에 달리 정한 바가 없다면 공유자 지분의 과반수로써 관리행위에 관한 사항을 결정하여야 하고 (민법 제265조 전단), 공동발명 전체에 대한 사용 및 수익 역시 지분의 비율로 귀속된다 (민법 제263조 전단).

공유자 중 1인이 무단으로 특허를 단독 출원하면 출원 명세서 작성에 따른 발명의 결정은 물론 출원 이후 공동발명에 대한 심사관의 거절이유 통지에 대한 대응 절차에도 관여하지 못한다. 공동발명에 대한 관리행위에 다른 공유자가 참여할 기회조차 가지지 못하게 된다.

또한 공동발명자로서 자신의 지분에 따른 발명에 대한 사용 및 수익권도 행사하지 못한다. 이러한 행위는 특허법상 다른 공유자가 가지는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침해한 것이기도 하고, 헌법상 발명자권을 침해한 것이기도 하다.

대한민국 헌법 제22조 : ②저작자·발명가·과학기술자와 예술가의 권리는 법률로써 보호한다.

따라서 공유자 중 1인이 무단으로 특허를 단독 출원하는 행위는 민법 제750조에 따른 불법행위에 해당하고, 무단으로 단독 출원한 공유자 일방은 이러한 사실과 공동발명의 내용을 알고 있으므로 손해배상의 책임이 있다고 볼 것이다. 즉 고의가 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손해배상액 (?).. 공동개발 및 출원 계약에 더욱 신경써야

그렇다면 다른 공유자가 입은 손해액은 어느 정도가 합리적일까? 특허권의 지분을 이전 받아 공동소유가 된다면 그 이후부터는 특허권자로서 그 권리의 행사가 가능하고 각자 실시가 보장되므로 다른 공유자에게 발생한 손해액을 상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특허법원의 판결은 출원발명이 특허가 허락된 경우인 특허권의 공유에 관한 법리에 기초한 것이다.

그러나 특허권의 지분을 이전 받기 전까지라도 각 공유자는 공동발명 전체에 대하여 지분에 따른 사용 및 수익권이 있다. 따라서 단독 출원한 공유자가 특허권의 지분을 이전 받기 전까지 해당 발명을 전속으로 이용하여 얻은 이익액은 단독 출원한 공유자에게 전속한다고 볼 수 없다. 적어도 다른 공유자 지분에 따른 이익액은 다른 공유자가 취하여야 할 이익액이다.

따라서 그 지분에 따른 이익액이 다른 공유자의 손해액인 것이다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까? 다만 특허를 받기 전까지 받을 수 있는 손해액으로 특허법이 임시보호청구권을 규정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그 한도는 그 발명이 등록된 경우 특허발명의 실시에 따른 합리적인 실시료액이 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만약 이 사건이 특허권이 허락되기 전에 출원한 일방이 해당 발명을 단독 실시한 경우라면 대법원의 판단을 받아볼 만할 것이다.

아무튼 우리나라 특허법원 판결과 독일 연방대법원의 판결을 통해, 현실의 세계에서는 공동 개발계약이나 공동사업 약정 당시부터 발명의 출원에 대한 옵션 조항이나 계약을 더 신경 써서 협상하고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