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뱀은 왜 5개의 부드러운 발가락을 갖고 있을까. 발가락 숫자가 많은 것은 아닐까. 도마뱀의 발가락 구조를 이해해 로봇이나 그리퍼 등에 적용하면 도마뱀처럼 유연한 동작을 할 수 있는 로봇이나 그리퍼를 만들수 있지 않을까.
'사이언스 데일리' 등 매체에 따르면 UC 버클리와 중국 난징대 연구진들은 도마뱀이 5개의 발가락을 이용해 벽면을 옆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모습을 관찰하고, 영상으로 기록하는 방식으로 도마뱀이 어떻게 다양한 표면을 갖고 있는 수직 벽을 빠르게 기어다니는지를 연구했다. 도마뱀은 속도 저하 없이 5개 발가락을 이용해 효율적으로 수직 벽을 이동한다.
연구진은 거칠거나 미끄러운 표면 등 여러 특성을 갖고 있는 수직 벽면을 기어 오르거나 옆으로 기어다닐 수 있는 로봇을 만들기 위해선 도마뱀처럼 털이 많고 유연성을 갖춘 발가락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 특히 도마뱀이 5개의 부드러운 발가락의 움직임을 어떻게 주변 환경에 맞춰 재조정하는지를 연구했다.
오랫동안 도마뱀의 신체적인 특성과 구조에 관해 연구해온 UC버클리 로버트 풀(Robert Full) 교수는 왜 도마뱀은 여러개의 발가락을 갖고 있을까하는 근본적인 의문을 가졌다.
▲ 도마뱀 발가락의 구조(사진=UC버클리)
이전의 연구를 통해 풀 교수는 도마뱀의 발가락이 ‘분자간 힘(intermolecular force, 판데르발스의 힘·van der Waals forces)‘의 활용을 통해 부드러운 표면에 쉽게 달라붙는다는 것을 보여줬다. 도마뱀 발가락은 최대 1만5천개에 달하는 털을 갖고 있으며 털의 끝부분은 갈라져 있다. 도마뱀의 이 같은 발가락 구조가 도마뱀이 수직벽을 빠르게 기어오르거나 옆으로 기어다니는 힘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로봇 과학자들은 도마뱀의 발가락 구조를 활용해 심지어 수중에서도 벽면에 달라붙을 수 있는 로봇용 접착제의 개발에 열을 올렸다.
UC버클리 연구진은 도마뱀의 수직 벽상에서 어떤 방향으로도 민첩하게 움직이는 원리를 이해하기위해 발가락을 표면에 밀착하거나 막대기를 잡거나 몸을 반대 방향으로 움직일 때 발가락 방향과 표면에 닿는 부분을 집중적으로 관찰했다.
연구팀은 수직 벽을 도마뱀이 옆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모습에 주목하고 고속 카메라로 촬영했다. 옆으로 이동하는 모습에 주목한 것은 이 움직임이 중력으로부터 '앞으로 움직이는 힘'을 구분할 수 있도록 해준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옆으로 움직이는 도마뱀 발가락이 어떤 식으로 중력을 극복하고 전진하는 데 필요한 보상적인 행동을 유발하는지에 관해 관찰했다.
연구팀은 ‘좌절된 전체 내부의 반사(frustrated total internal reflection)'라는 기술을 사용해 도마뱀 발가락들의 접촉면을 측정했고, 접촉면에 닿는 순간 발가락에서 빛이 발하도록 했다.
관찰 결과 도마뱀은 옆으로 빠르게 이동할 때 중력에 저항하기 위해 재빨리 발가락 위치를 재조정한다는 점을 알았다. 즉 옆으로 이동시 앞에 위치한 발가락들과 뒷 발가락이 위쪽으로 향하는데 이는 마치 위로 기어오를 때와 같은 발가락 동작이라는 설명이다.
▲ 미끄러운 표면을 옆으로 이동하고 있는 도마뱀.표면에 발가락이 닿으면 빛을 낸다(사진=UC버클리)
발가락을 어떻게 재조정하는지를 더 연구하기 위해 연구진들은 울퉁불퉁한 표면 뿐 아니라 미끄러운 패치나 조각들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발가락 재조정의 가치를 탐색했다. 이 같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도마뱀은 여러개의 부드러운 발가락 이점을 최대한 활용했다. 여러 개의 발가락을 갖고 있기 때문에 도마뱀은 일종의 ‘여유(redundancy)’를 갖게 된다. 이 여유는 발가락이 표면에 밀착하면서 동시에 발가락을 재조정하고 힘을 분산할 수 있도록 해준다. 또한 발가락의 부드러운 특성은 거친 표면에 순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풀 교수는 도마뱀 발가락이 여러 개이고 유연하며 '여유'를 갖고 있는 구조적 특성을 통해 분산 제어 방식으로 민첩하게 이동할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분산된 제어 방식을 새로운 형태의 로봇 발이나 그리퍼, 매니퓰레이터 개발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