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신문사
> 오피니언 > 칼럼
대형 재난과 로봇 커뮤니티의 역할장길수 편집국장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20.04.03  13:57:02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 밴드

외견상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로봇을 가장 잘 활용하는 국가는 중국인 것처럼 보인다. 방역 로봇, 체온 측정 로봇, 인공지능 문진 로봇, 자율 배송 로봇, 검체 채취 로봇, 마스크 착용 여부 확인 로봇, 소독 및 경고 방송용 드론 등 다양한 종류의 로봇이 방역 최전선에 투입되고 있다.

중국 언론들이 앞다퉈 소개하고 있는 코로나19 관련 로봇 적용 사례를 보고 있노라면 중국이 어느 순간 로봇산업 최강국의 반열에 올랐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로봇이 실제 방역 및 의료 현장에서 어느 정도 정상적으로 작동했고, 유용했는지를 확인하기는 힘들다. 중국 매체들이 전해주는 소식들을 관심 있게 살펴볼뿐이다. 만에 하나 중국 정부 당국이나 로봇 업체들이 홍보 또는 보여주기식 이벤트 차원에서 로봇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라면 꽤 성공한 것 처럼 비춰진다. 일부 로봇들은 상당히 쓸모가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된다.

중국의 로봇 기술력을 폄하하려는 의도는 없다. 오히려 로봇 기술을 재난 현장에 적극적으로 도입해보려는 중국 정부와 로봇 과학자들의 노력은 존중받아 마땅하다. 그럼에도 중국의 코로나 19 로봇 적용 사례를 비판적으로 보려는 이유는 그만큼 로봇 기술을 실제 현장에 적용하는데는 상당한 어려움이 따른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론과 실제는 천양지차다. 이동 중 조그만 걸림돌이 있어도 옴짝달싹 못하는 자율 주행 로봇, 이동중 엉뚱한 곳으로 가버리는 로봇, 사람에게 위해를 가하는 로봇, 얼마 쓰지 못하고 금방 방전되어 버리는 로봇 배터리, 사람의 체온을 잘못 측정하는 드론의 열화상 카메라 등. 이런 난제들을 중국 로봇과학자들이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결코 쉽지않은 기술적인 장벽들이 도사리고 있을텐데 말이다. 여기에 제도적인 장벽까지 가세하면 어려움은 가중된다.

지난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터졌을 때 세계 최고 수준의 로봇 기술력을 자랑하는 일본의 로봇 과학자들은 체면을 크게 구겼다. 재난 현장에 대처하기 위해 공들여 개발한 로봇들이 원전 사고 현장에선 무력하기 짝이 없었다. 부랴부랴 미국산 로봇을 들여와 현장에 투입하기도 했다. 일본 로봇과학자들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다양한 형태의 로봇을 개발해 후쿠시마 원자로에서 실증 테스트를 진행했다. 2011년 원전 사고의 경험이 일본의 재난 로봇 기술을 한단계 격상시켰을 것이다.

재난 현장에서 그나마 빛을 발한 로봇 적용 사례는 프랑스 아닌가 싶다. 지난해 파리 노트르담 성당에 큰 화재가 발생했을 때 파리 소방당국은 DJI의 드론과 프랑스 로봇 업체인 '샤크 로보틱스(Shark Robotics)'의 원격 제어 소방 로봇을 투입했다. DJI의 드론은 열화상 카메라를 이용해 불길이 어떻게 번지는지를 공중에서 촬영해 지상으로 전송했고, 소방 로봇은 소방대원이 진입하기 힘든 성당 내부로 들어가 화마가 번지는 것을 막았다. 물론 노트르담 성당 화재를 코로나19와 같은 대재앙에 견주기는 힘들지만 재난 상황에 로봇이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를 배웠다.

코로나19는 우리의 평범한 일상을 송두리째 앗아갔다. 사회적인 거리두기가 일상적인 풍경으로 자리잡았고, 우리 경제의 성장을 견인했던 제조업체 공장들이 곳곳에서 가동을 멈췄다. '언택트 경제(untact economy)', ‘터치리스 경제(touchless economy)’, ‘거리 경제(distance economy)’라는 생경한 용어들이 우리가 처한 상황을 애써 설명해주고 있다.

문제는 코로나19와 같은 대형 재난이 앞으로 빈발할 것이란 점에 있다. 지구 온난화와 기상 이변, 그리고 인간의 환경 파괴로 인한 대재앙, 또 다른 감염병의 창궐, 도시 문명에 깃들어 있는 각종 인재 등으로 어느날 갑자기 우리의 삶은 피폐해 질 것이다.

그렇다면 코로나19 대유행에서 우리가 얻어야할 교훈은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우리 사회의 대재앙에 대한 대처 능력을 높이고, 회복 탄력성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향후 도래할 또 다른 재난 상황을 슬기롭게 대처하기 위해선 우리 로봇산업계의 지혜와 경험도 필요하다.

얼마전 중국의 저명한 로봇과학자인 상하이쟈오통대학(上海交通大学) 양광종(杨广中·Guangzhong Yang) 교수가 ‘IEEE 스펙트럼’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대유행과 같은 상황이 다시 도래할 것에 대비해 최악의 상황을 상정한 로봇 정책의 수립, 로봇 커뮤니티와 의료계의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 활성화 등을 제안했다. 특히 로봇산업계가 순수 기술에만 매몰되어 있지말고 현장에서 무엇을 요구하는지 귀담아 들어야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감염병 대유행 등 대형 재난에 대비한 로봇 챌린지의 개최 필요성도 제기했다.

코로나19와 같은 대형 재난 상황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어쩌면 첨단 기술이 아니라 ‘적정기술(適正技術·appropriate technology)’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국내 한 병원은 의료진이 의심 환자와 접촉을 최소화하면서 코로나19를 검진할 수 있는 전화부스형 진료소를 고안해냈고, 서울시는 잠실운동장에 워크스루형 진료소도 만들었다. 굳이 수천만원대의 비싼 로봇을 도입하지 않고도 신속하게 검사 및 진료할 수 있는 ‘로우 테크(low tech)’ 기술들이 현장에서 더 필요하고 유용할수 있다. 로우테크 기술은 아니지만 원격 검진 로봇과 같은 기술은 제도적인 규제만 좀 풀어주면 우리 기술로도 얼마든지 적용이 가능할 것이다.

현장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전문 인력들과 로봇 전문가들이 만나 보다 활발하게 소통해야만 재난 현장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로봇 기술이 비로서 구현될 수 있다. 물론 첨단 로봇 기술이 필요하지 않다는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첨단 로봇 기술 역시 현장에 적용될 때만 의미가 있다.

중국은 코로나19 유행이 정점에 달했을 때 시아순 같은 로봇 자동화 업체들이 앞장 서서 마스크 생산라인 시스템을 개발, 공급에 나섰다. 미국의 로봇업체인 JR오토메이션은 GM과 협력해 마스크 생산라인을 구축했다. 미국 누수감지 로봇기업인 워터타워 로보틱스(Watertower Robotics)와 꽃꽂이 로봇 제조사인 플로라봇(FloraBot)은 자사의 로봇 생산을 중단하고 ‘인공호흡기 프로젝트(The Ventilator Project)’를 시작했다. 대당 약 4만 달러인 기존 인공호흡기를 대체할 수 있는 저가 인공호흡기를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국가가 강제한 측면도 있지만 재난 상황에는 평소와는 다른 생각과 실행력을 우리 모두에게 요구하고 있다.

우리 로봇산업계와 로봇 커뮤니티도 현재 가용한 기술력을 활용해 현장에 긴급하게 적용할 수 있는 핵심기술이 과연 무엇인지를 보다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그래야만 앞으로 도둑 처럼 찾아올 대형 재난에 좀 더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코로나19 이후 정부와 국내 로봇산업계, 그리고 우리들의 재난을 바라보는 시각이 조금은 바뀌어야할 것 같다. 장길수ㆍ편집국장

장길수  ksjang@irobotnews.com
장길수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 밴드 뒤로가기 위로가기
인기기사
1
비대면 시대, 로봇이 왜 중요하고 어떻게 발전해 나갈까?
2
배민, 실내외 자율주행 배달로봇 '딜리드라이브' 공개
3
“DJI 비켜”···美 앤듀릴, AI기반 스마트 드론 ‘고스트4’ 출시
4
'인공지능 윤리 대전' 유튜브로 온라인 개최
5
2025년까지 지역 AIㆍSW 실무인재 3만 7천명 양성한다
6
한국정보산업연합회,'스마트카+퓨처 모빌리티 서밋' 24일 개최한다
7
국토부, 드론 활용 음식배달 실증 시연 실시
8
KT, 내년 상반기 AI 반려로봇 출시한다
9
[2020 로봇미래전략컨퍼런스] 패널 토론
10
이스라엘 '블루화이트 로보틱스', 117억원 투자 유치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로봇신문 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이메일무단수집거부청소년보호정책    *국제표준간행물번호 ISSN 2636-0381 *본지는 인터넷신문위원회 자율심의 준수 서약사입니다
08298) 서울 구로구 공원로 41(구로동, 현대파크빌 427호)  |  대표전화 : 02)867-6200  |  팩스 : 02)867-6203
등록번호 : 서울 아 02659  |  등록일자 : 2013.5.21  |  발행인·편집인 : 조규남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경일
Copyright © 2013 로봇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mail to editor@irobo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