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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에게 왜 생일 파티를 열어줄까"뉴욕타임즈, 유통업체 로봇 도입 기획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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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3.04  17: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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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이언트 매장의 로봇(사진=자이언트)

“로봇은 얼굴이 있어야 할까?”

뉴욕타임즈는 대형 유통업체를 중심으로 매장 안내 로봇, 판매대 상품 스캔 로봇, 바닥 청소 로봇 등 다양한 로봇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로봇에게 이름을 붙여주거나 로봇에는 원래 없던 눈을 달아주는 등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한 유통업체는 로봇 도입 1주년을 맞아 로봇 생일 파티를 열어주기도 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로봇의 도입으로 일자리를 잃지않을까 걱정하는 종업원들의 감정을 조금이라도 누그러뜨리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19세기초 영국에선 산업혁명으로 위협을 느낀 노동자들이 기계를 파괴하는 러다이트 운동을 벌였다. 앞으로 로봇이 더욱 확산되면 어느 한 순간 분노를 숨겨왔던 노동자들의 감정이 폭발할 수 있다는 불안감도 내재되어 있다는 지적이다.

대형 유통업체들과 로봇업체들은 로봇에 얼굴 모양을 그리거나 친근한 이름을 붙여주는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미국 펜실바니아주 해리스버그에 위치한 수퍼마켓 ‘자이언트(Giant)’에서 맥주와 와인 매장을 관리하고 있는 ‘티나 소르그(Tina Sorg·55세)’씨는 어느 날 로봇 한 대가 매장 안을 돌아다니는 것을 봤다. 그녀가 로봇을 처음으로 봤을 때 그녀는 ‘좀 기괴하다’는 느낌을 가졌다. 마치 긴 목을 갖고 있는 잉크젯 프린터처럼 여겨졌다. 이 로봇은 매장을 이동하면서 물, 우유 등 액체가 떨어진 곳이나 쓰레기를 발견하면 매장 관리자에게 전화로 통보해주거나 조심하라고 방송해준다.

결국 그녀는 자신의 근무 시간이 끝난 후 근처에 있는 아트용품 판매점에 가서 퉁방울 눈 한쌍을 사와 키다리 로봇의 꼭대기에 부착했다. 그녀의 이런 행동은 자이언트와 또 다른 소매 유통체인 ‘숍 앤 숍’을 운영하고 있는 글로벌 유통사업자 '아홀드 델헤이즈(Ahold Delhaize)' 경영진의 환심을 샀다. 이후 아홀드 델헤이즈가 미국에서 운영하고 있는 매장에 도입된 500여대의 로봇들은 모두 눈을 갖게 됐다.

이 같은 움직임은 ‘과연 로봇이 얼굴을 가질 필요가 있는가’ 하는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즈는 지적하고 있다.

컨설팅 업체인 매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유통업체들이 현재 채택할 수 있는 자동화 기술을 실제로 도입하면 전체 노동 시간의 최대 65%를 줄일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점점 이익률에 대한 압박이 심해지고 있기 때문에 로봇 자동화에 대한 요구는 '필수'지 더 이상 '선택'은 아니라는게 매킨지의 결론이다.

유통사업자들은 로봇에 인간적인 특성을 반영해 설계하는 것이 일자리 상실에 대한 우려를 완화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이미 규모와 상관없이 대부분 유통업체들이 친근한 외모를 갖고 있는 로봇 도입에 대대적으로 투자하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센트럴 플로리다 대학'의 '피터 핸콕(Peter Hancock)' 교수는 뉴욕타임즈에 ‘마치 메리 포핀스와 같다“고 말했다. ”한 숟가락의 설탕이 로봇에 대한 걱정을 덜어준다“는 것이다. ’한 숟가락의 설탕’은 디즈니 영화 ‘메리 포핀스’에 삽입된 OST곡인데 쓴 약에 설탕 한 숟갈을 넣으면 쓴약도 달게 먹을 수 있다는 비유다.

▲ 보사 노바 로봇

월마트 만큼 로봇의 도입에 민감한 유통업체도 없다. 월마트는 미국에서만 150만명의 인력을 고용하고 있는데 로봇이 대량 도입되면 직원들의 고용 불안이 심해질 수밖에 없다. 월마트는 로봇 전문업체인 '보사 노바(Bossa Nova)', 카네기멜론대 연구자들과 함께 직원들과 고객들을 편안하게 해주는 판매대 스캔 로봇 개발을 진행해왔다.

처음에 로봇 개발자들은 로봇이 굳이 얼굴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며 로봇이 직접 고객을 상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직원들은 로봇에 이름을 지어주고 이름표도 붙여줬다. 보사 노바 CTO인 '사전 스캐프(Sarjoun Skaff)'는 “우리는 직원들이 로봇에 애착심을 갖고 그들을 보호하기를 원한다”며 직원들의 움직임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월마트는 보사노바 로봇을 올해말까지 1000개 매장에 보급할 예정이다. 현재까지 350여 매장에 로봇이 도입됐다.

뉴저지주 필립스버그에 위치한 월마트 슈퍼센터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로봇에게 ‘월-E’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이 로봇은 1년 365일 매장을 돌아다니면서 고해상도 카메라를 이용해 판매대를 촬영하고 품절된 상품을 목록으로 정리하는 작업을 한다. 배터리 충전을 위해 잠깐 도킹 스테이션에 가는 것을 제외하면 매일 똑 같은 일을 반복한다. 이 로봇은 스스로 알아서 매장 안을 돌아다니지만 가끔 약품 매장에 깔려 있는 카펫에 발이 묶여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매장 관리자인 '톰 맥고완(Tom McGowan)'은 한밤중에도 로봇으로부터 구해달라는 경고를 스마트폰으로 받는다. 그는 급하게 매장에 전화를 걸어 로봇을 자유롭게 해달라고 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하곤 한다. 그런데 전화를 하다보면 직원들은 월-E를 여성이라고 생각하는데 맥고완은 남자라고 생각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로봇의 성별을 직원들이 다르게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 심비 로보틱스의 탤리 로봇

'탤리(Tally)'는 심비 로보틱스(Simbe Robotics)라는 로봇 기업이 개발한 매장용 로봇이다. 탤리는 펜실바니아주와 오하이오주에 위치한 ‘자이언트 이글(Giant Eagle )’이라는 식료품점에서 일하고 있는데, 디지털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캐릭터의 눈을 갖고 있다. 근데 이 눈은 깜빡이기만 할뿐 하는 일이 없다. 로봇은 스크린을 통해 “재고 조사 중”이라는 메시지를 고객들에게 전달해준다.

심비 로보틱스의 공동 창업자인 ‘제프 지(Jeff Gee)’는 “로봇의 눈이 고객들에게 편안함을 준다”며 이전에 한번도 로봇을 접해본 경험이 없는 지역의 고객들에겐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이 회사 대변인은 로봇과 인간간에 조화로운 관계를 만들어가는 게 회사의 중요한 미션이라고 소개했다.

▲ 브레인 코프의 바닥 청소 로봇

월마트와 대형 부동산 시설 및 쇼핑몰 운영업체인 '사이먼 프로퍼티 그룹( Simon Property Group)'은 매장 바닥을 청소하는 자율 청소 로봇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이 로봇을 운영하기 위해선 처음에는 사람이 탑승해 청소 구역을 이동하면서 학습을 시켜줘야한다. 이후에는 화면을 통해 명령을 내리면 로봇이 알아서 매장을 이동하면서 청소 작업을 수행한다. 이 로봇은 샌디에이고에 위치한 '브레인 코프(Brain Corp)'라는 기업이 제작했다.

이 로봇은 운전대가 있으며 편안한 쿠션 의자도 갖추고 있다. 심지어 사람이 커피를 마실 때 필요한 컵받침대도 비치해놓고 있다. 전체 작업 시간의 80% 정도는 사람이 탑승할 필요가 없는데도 사람에게 편리한 디자인을 채택하고 있는 것이다.

▲ 패스트 언로더

필립스버그 월마트 슈퍼센터에는 새롭게 상품을 자동 하적해주는 언로더(unloader) 장치인 ‘패스트(FAST)’가 도입됐다. 패스트는 배송 트럭에서 상품 박스를 꺼내 분류한 후에 매장으로 보내준다. 이 자동화 장치의 도입 이후 트럭 하적 작업에 투입됐던 인력은 종전의 8명에서 4명으로 줄었다. 과거에 직원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제한된 작업 공간에서 땀을 뻘뻘 흘리면서 일했지만 이제는 재고상품을 매장으로 옮기거나 고객을 응대하는 일을 한다. 월마트 직원들은 패스트 장비에 ‘그로버(Grover)’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이 장비의 꼭대기에는 마스코트처럼 강아지 봉제 인형이 올라가 있다.

월마트 경영진은 언젠가는 매장내 많은 일자리들이 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월마트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e-커머스, 건강 관련 사업에 관한 재교육을 시키고 있다. 아예 월마트 밖에서 일자리를 구하려는 직원들을 위해 준비도 해주고 있다. 센트럴 플로리다대학의 핸콕 교수는 “수천개의 일자리가 로봇에 의해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하며 사회적인 차원의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앞서 소개한 티나 소르그씨는 자이언트 매장에서 14년간 일했지만 로봇에 대해 별로 걱정을 하는 것 같지는 않다. 로봇 개발사인 '배저 테크놀로지스(Badger Technologies)'의 대변인은 뉴욕타임즈에 “매장 직원들이 우리 로봇에 마티(Marty)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며 자이언트의 한 임원이 과거 매장에 근무했던 마티를 생각나게 한다고 전했다. 마티라는 직원은 키가 크고 내성적이었지만 감정적으로 흔들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티나 소르그는 작년 할로윈 때 손자들과 어울리면서 마티 복장을 하기도 했다.

▲ 마티 생일 축하 포스터(사진=트위터 캡쳐)

숍 앤 숍(Stop & Shop) 매장은 지난달 ‘마티’ 로봇 1주년 파티를 가졌다. 매장 측은 마티 파티를 통해 고객들에게 마티 로봇이 매장을 청결하게 해주고 있다고 홍보하고 고객들과 즐기는 시간을 가졌다.

▲ 마티 로봇 생일 케이크(사진=트위터 캡쳐)

여러 매장에서 열린 ‘마티 파티’에서 회사 측은 퉁방울 눈의 로봇으로 장식한 케이크와 로봇이 그려진 선물 주머니를 선사하고, 마티 로봇에 예쁜 모자를 씌워주기도 했다. 한 고객은 마티 로봇에게 윤활유인 ‘WD-40’을 선물하기도 했다. 이처럼 로봇의 도입이 확산되면서 보다 인간 친화적인 로봇 설계가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장길수  ksjang@irobo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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