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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승락 마미로봇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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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12.27  18:4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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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로봇 최고 성능은 고객취향 맞추는 것"

창업 당시 청소로봇 보는 순간 "아! 이거다" 느낌
성장 원동력은 ‘함께 하는 법’ 가르쳐 준 축구 문화
"성공하려면 어떻게 돈 벌것인가 만을 생각하라"


장승락(50) 마미로봇 사장은 독특한 기술과 경험으로 창업 8년 만에 국내 청소로봇계의 강자로 우뚝 선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인터뷰를 위해 경기도 하남의 사무실을 찾았을 때 그는 대뜸 자신에게 허락된 시간이 얼마인가를 물었다. 처음엔 많은 시간을 내줄 수 없다는 뜻으로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하고 싶은 얘기를 다할 수도 있으니 도중에 인터뷰를 그만둘 생각은 하지 말라는 일종의 조크였다. 인터뷰는 그렇게 한바탕 웃음으로 시작됐다. 그와 꼬박 2시간 동안을 마주앉았다.


사업가는 남달라야 한다는 생각이 강한 것 같다
사업가에게는 사업가에게만 흐르는 특이한 “피”가 있다. 사업한다고 누구나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현대종합상사 다닐 때 정주영 회장이 “사업가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선견지명”이라고 했던 말이 생각난다. 선견지명을 발휘해서 “이건 될 거다”라고 하는 것 가운데 70~80%는 성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말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남다른 시각과 비전, 끼 그런 게 없으면 사업가로서 자질이 없는 거다. 그게 없는 사람은 주위에 피해만 끼칠 뿐이다. 정주영 회장도 결국 돈을 벌기 시작한 것은 마흔 넘어서다. 그분도 20대 초반부터 많은 사업을 했지만 성공보다는 실패 경험이 더 많지 않았나. 나 역시 마찬가지다. 1992년부터 현대종합상사 전자부를 다녔다. 국산 5인치 TV, 카스테레오, 전장, 소형 가전, 헬스케어 기기를 수출하는 일을 했다. 회사는 시스템만 믿고 있었고 실적은 직원 개인의 몫이었다. 그런 업무 스타일 자체가 나한테는 사업의 시작이나 마찬가지였다.

당시 종합상사는 좋은 직장 가운데 하나였을 텐데 그만두고 의류사업을 시작했다
입사 5년 만에 현대를 나와 신설동에서 의류사업(무진물산 창업)을 시작했다. 내 물건을 직접 만들어 팔고 싶었다. 무역회사에서는 못했던 마케팅이라는 것을 제대로 배워보고 싶었다. 그런데 하다 보니 의류 사업은 누구나 다 망하게 돼 있는 구조였다. 우리나라에서 옷 장사는 시장의 첨단을 걸어야 한다. 1년 4계절 옷을 매번 기획하고 만들어야 한다. 트렌드는 너무 빨리 바뀌었고 사람의 예측이 날씨를 따라 갈수 없다는 사실도 힘들었다. 언제 더울지 언제 추울지, 언제 소나기가 내릴지 알 수 없었다. 의류가 날씨에 민감한 아이템이라는 것을 비로소 깨달았다. 물론 그런 특성을 잘 이용해서 몇 번은 대박을 맞아 큰 돈을 만질 수 있었다. 그런데 그게 10번 이상, 몇 년 동안 지속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결국은 실패했다. 단순히 실패한 정도가 아니라, 그때까지 내게 있었던 모든 것이 다 날아가버렸다. 한마디로 쫄딱 망한 것이다.

그때 눈에 띈게 청소로봇이었나
의류사업 접었을 때가 내 인생에서 가장 어려웠던 시절이다. 그런데 의류사업 망했지만 의미 있는 결과는 있었다. 바닥까지 떨어져봤다는 굉장한 경험이다. 해외무역을 해 본 사람은 많았
지만 나처럼 노점에서부터 내수 마케팅까지 섭렵한 사람은 없었으니까. 돈은 다 잃었지만 속으로는 누구하고 붙어도 장사에 관해서는 안 진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사실 최고 힘들 때가 최고의 기회이다. 여유가 있었으면 새로운 것을 찾아 나서겠는가. 바닥을 가면 반드시 새로운 일을 찾고 구하게 돼 있다. 그때 내가 죽을 운영인가 살 운명인가를 테스트해 보기로 했다. 죽을 것 같으면 여기서 죽어버리자며 운명에 대해 승부를 걸었다. 확실한 아이템을 선정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전자업종에 있었으니 나름대로 아이템 선구안 같은 것은 있었다. 그래서 1년 반 동안 새롭고 신기하다 싶은 것 있으면 사다가 다 뜯어보고 하는 일을 반복했다. 그때 마음을 굳혔던 것이 뷰티 분야였다. 어렵게 몇 천 만원 들여 창업을 준비하고 홈페이지까지 열었는데 그 순간 청소로봇이 나타났다. 지인이 우연히 보내준 아이로봇의 룸바 캐털로그였는데, 그걸 보는 순간 눈 딱 감고 뷰티사업 접었다.

청소로봇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는 갖고 있었나
없었다. 배경 지식이란 게 무역회사에서 전자제품 취급했고 당시 한경희 스팀청소기가 잘 팔린다는 정도였다. 그런데 청소로봇을 보니 “아 이건 분명 뜨겠다”라는 감이 오는 거다. 창업 세계에서는 2년 단위로 뜨는 아이템이 있다. 건강 아이템이 부상하면서 녹즙기가 뜨는 식이다. 그게 계속 바통 터치하면서 한경희 스팀청소기까지 왔는데 그 다음에는 청소로봇이라고 생각했다. 청소로봇을 보는 순간의 느낌이 아직도 생생하다. 산삼 캐는 심마니들이 산삼발견 했을 때의 느낌이 그런 것 아니었을까 싶다. 잠을 못 이룰 정도로 심장이 떨렸다.

제품 개발에는 전문가 도움이 필요했을 텐데
뜻이 있으면 길이 열리게 되어 있다. 그렇다고 내 계획을 아무에게나 얘기할 수는 없었다. 창업 비밀이 새어 나갈 테니까. 우선 어떤 청소로봇을 개발하고 싶은지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이런저런 제품 다 사다 놓고 살펴보니 베껴보고 싶은 게 하나도 없었다. 모두다 뭔가 잘못 만들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떤 제품은 지나치게 기술자 시각만 드러나 보였고, 어떤 제품은 기본인 청소 기능 조차 형편없었다. 청소로봇을 그렇게 만들면 안 된다는 것이 내가 얻은 결론이었다. 싸면서 성능이 좋은 제품을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개발에 들어갔다. 회사 직원이라곤 나하고 와이프 정도였다. 돈만 주면 제품을 개발해주는 프리랜서 엔지니어들은 많았다. 당시 중요했던 것은 엔지니어를 고용하고 안하고가 아니라 내가 의도하는 제품을 정확하게 만들 수 있느냐 없느냐 였다.

▲ 물걸레 청소기능에 대한 아이디어는 한국 가정에 적합한 청소로봇을 구상하는 과정에서 시작됐다.
제품 개발 과정에서는 아무래도 엔지니어 시각이 많이 반영되는 게 아닌가

그렇다고 엔지니어가 나보다 시장을 더 많이 알 수는 없지 않은가. 안 팔리는 물건을 열심히 만들기만 하면 뭐하나. 소비자가 구매할 수 밖에 없도록 물건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사는 사람이 뭘 원하는 지를 먼저 살펴야 되는데, 아주 간단한 이치인데, 사람들은 그걸 안 한다. 아니 못한다. 나도 의류 사업하면서 그걸 터득했다.

개발기간이 2년이었는데 제품 컨셉트가 많이 바뀌었나
많이 바뀌지 않았다. 어차피 청소로봇 종류가 많지 않았고 경쟁자도 없었으니까. 당시의 목표는 오로지 싸게 만들자는 것이었다. 100만원씩이나 하는 청소로봇을 누가 사겠나. 나는 무조건 소비자가가 30만원이 넘어가면 안 된다고 봤다. 청소로봇이 진공청소기를 대체하는 아이템이니 30%만 비싸게 받자는 거였다. 진공청소기가 20만원이면 청소로봇은 27만원 하면 무조건 팔린다고 본거다. 가격을 진공청소기에 맞출까도 생각했는데 그렇게 하면 창피하지 않을까. 명색이 진보된 아이템인데.

물걸레 청소기능은 마미로봇이 처음 채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떻게 그런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나
청소로봇을 상업화한 것은 미국의 아이로봇이다. 미국의 가정집마다 깔린 카펫은 발이 빠질 정도로 두껍고 푹신푹신하다. 아이로봇의 룸바는 이런 환경을 겨냥해서 만든 제품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기업들은 그런 배경을 알아보지도 않고 룸바를 거의 베끼다시피 한 것이다. 그걸 정부에서는 20억원씩 R&D 예산을 주면서 지원했다. 그런데 우리나라 가정집은 카펫이 아니라 장판이 깔려 있다. 그럼 장판 청소에 적합한 청소로봇을 만들어야 하는 거다. 나중에 KS규정이나 품질평가 기준도 그런 식으로 만들더라.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다.

물걸레 청소기능은 어떻게 구현했나
장판 청소 기능을 넣으려고 하니까 청소로봇의 기본 메커니즘에 큰 변화를 줄 수 밖에 없었다. 룸바는 솔이 빙빙 돌아가며 쓰레받기로 쓰레기를 쓸어 담는 방식인데 카펫에서는 그런 기능이 최고다. 카펫에서는 쓰레기를 빨아들이는 기능(석션)이 필요한 게 아니다. 그런데 장판에서는 다 석션이다. 그러다 보니 필터도 1회용이 필요했다. 기본적으로 이런 생각들을 갖고 제품을 개발하다 보니 개발 기술 전부가 특허가 됐다.

거미줄 청소방식(SSW)도 특허인데 일반 청소방식과 차이는
차이가 많다. 정부가 한때 청소방식을 규격화해서 표준화 하겠다고 한 적이 있었다. 지경부 시절이었는데 대학교수 한 분 하고 삼성전자, LG전자, 유진로봇 등 청소로봇업체들이 모여 작업
을 했다. 마미로봇도 참석하긴 했는데 의견 반영도 안되고 회의참석도 많지 않아 큰 관심은 갖지 못했다. 그런데 그 규정이 쓸어 담기 방식으로 의견이 모아지더라. 내가 이의를 제기했다. 앞으로 기술이 계속 발전하고 제품도 얼마든지 다른 방식이 나올 수 있는데 왜 이렇게 제한을 두느냐, 그래서 그 얘기가 쑥 들어갔다. 대개 우리나라 청소로봇들은 카메라 부착하고 내비게이션을 이용해 청소를 하는데 그렇게 하려면 가격이 비싸진다. 부품 원가만 최소 4만원 이상 더 드는데, 이렇게 하면 소비자가는 20만원 정도가 뛴다. 지금 시장에서는 가격이 중요한데 20만원이면 어디인가. 물론 내비게이션 방식은 정해진 시간에 골고루 청소할 수는 있다. 그런데 우리가 집안 청소할 때 걸레질을 한번만 쓱 하고 지나가지는 않는다. 몇 번씩 왔다갔다하지 않나. 청소는 한번 하는 것보다 오래하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값비싼 부품을 쓰지 않고 그런 효과를 발휘하는 청소로봇이 있다면 조금 부족하더라도 소비자들에게는 그 쪽을 더 선호하지 않겠나. 물걸레 청소방법을 거미가 거미줄을 치는 방법을 활용해서 시스템화 한게 거미줄 청소방식(Spider Spinning Web)이다.

최근 소비자시민모임이 발표한 청소로봇 품질평가에서 좋지 않은 결과가 나왔다
당연한 결과가 아닌가. 전혀 다른 방식에 따라 만들어진 기준으로 우리 제품을 평가했으니. 마미로봇 제품은 지금까지 10만대가 넘게 팔렸다. 그렇다면 우리 제품을 선택한 소비자들이 다 바보란 얘기인가. 이런 사례도 있었다. 연초에 삼성전자가 “소음 없는 청소로봇”하며 대대적인 광고전을 펼쳤다. 그러더니 LG전자도 따라 했다. 소음이 없는 것은 맞는 얘기였다, 그런데 소음이 없는 대신 흡입력이 떨어졌다. 당연한 얘기 아닌가. 흡입력이 강할수록 소음이 많은게 청소로봇이다. 삼성과 LG전자 애당초 제품을 그렇게 기획한 거다. 내가 공개적으로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더니 금방 제품 내리더라.

처음 가졌던 청소로봇에 대한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나
그거야 수시로 바뀌는 것 아닌가. 사람의 욕망은 항상 변하게 돼 있다. 그래야 기술과 제품에 대한 진보가 일어날 수 있는 거다. 내 입장에서도 어느 누가 나보다 더 좋은 생각을 가지고 제품을 개발하는지 당장 알 수 없지 않은가.

청소로봇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소비자 취향 맞춰주는 것이다. 첫 번째는 청소 잘하고 두 번째는 가격부담 없고 세 번째는 내구성 좋고 네 번째는 애프터서비스를 잘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은 애프터서비스가 특히 취약하지 않나
중소기업의 애프터서비스 망이 취약할 것이란 생각은 옛날 시각이다. 요즘은 인터넷도 있고 택배 망도 있다. 우리는 주로 택배 망을 이용한다. 전국 곳곳에 서비스망을 가진 대기업보다 오히려 효율적이고 저렴하다. 아직도 삼성전자를 기준으로 애프터서비스가 좋고 나쁘고를 따진다면 크게 잘못된 거다. 사실 대기업의 애프터서비스는 이른바 ‘애프터 판매’의 성격도 없지 않다. 대기업 서비스센터에 가보면 왠만하면 부품을 새것으로 교체하라고 하는 게 다반사다. 우리는 택배 망을 이용하면서도 택배 비용은 우리가 해결한다. 부품 교체 할 때도 판매자 기준으로 하면 비싸지기 때문에 생산자 원가기준으로 적용한다. 거의 무료로 해도 회사에 큰 손해 아니다. 그것도 1년에 몇 번씩 요청하는 것 다 들어준다. 몇 번 왔다갔다하면 거의 새 제품이 돼 돌아간다. 이런 서비스를 받게 되면 소비자들이 “내가 이런 서비스를 받다니” 하며 감동을 받는다. 우리의 애프터서비스 원칙은 일단 우리가 판매한 제품은 우리가 책임을 지는 것이다.

▲ 마미로봇의 주말 축구는 말단 직원에서 부터 장승락 사장에 이르기까지 예외 없이 참가한다.
해외 거점을 구축할 때는 과거 현대종합상사시절 경험이 도움이 됐나

그렇지 않았다. 처음부터 우리 회사 직원을 교육시켜 파견했다. 지명도가 낮은 것은 별문제가 아니었다. 투자비가 많이 부족했고 시행착오도 있었다. 파견한 법인장이 횡령하는 일도 있었다. 그런데 그런 과정 겪어야 시스템이 되는 거다. 지금까지 9개 현지법인을 만들었는데 모두 투자 개념이다. 우리가 만든 청소로봇은 여러 나라에 다 맞는 제품이다. 그런데 누가 먼저 네트워크를 구축하느냐, 누가 먼저 시스템을 갖추느냐가 중요하다. 어디든지 초기에 우리가 먼저 깃발 꼽아 놓으면 시장이 확대됐을 때 후발주자들이 TV에 광고할 것 아닌가. 그러면 우리 같은 선발업자는 그 덕을 볼 수 있는 거다. 하루라도 빨리 거점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돈도 없으면서 부지런히 법인을 만들어 놓은 거다. 5곳을 더 만들고 3년 안에 20곳까지 늘릴 계획이다.

해외판매 전략은 국내시장과는 또 다를 텐데
다르다. 내년에 현지법인을 만들 5개 나라가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캐나다, 호주 등 개인 소득이 높은 국가들이다. 청소로봇이라는 아이템의 특성상 소득이 낮은 나라를 공략하는 것은 쉽지 않다. 중국시장만 해도 그렇다. 현재 단계의 수요는 중국 기업들이 다 차지한다 해도 그만인 수준이다. 나중에 우리 회사가 세계적인 영향력을 갖추고 난 다음에 공략해도 늦지 않는다. 가난한 나라에서는 청소로봇 구입비용 보다 청소부 인건비가 훨씬 싸다. 청소로봇이 팔리겠나. 해외법인을 구축하는 기준은 소득수준이 최소 3만 달러 이상 되는 나라이다. 소득이 5만 달러가 넘어가면 가족구성원 모두가 일하는 사회이다. 청소로봇이 제대로 팔리는 환경이 되는 것이다.

대만에서도 반응이 좋다고 들었다
대만은 중국 본토를 공략하기 위한 일종의 전진기지이다. 대만과 같은 역할을 해줄 곳이 홍콩과 싱가포르 같은 중화권 국가이다. 대만 홍콩 싱가포르는 모든 것이 집약돼 있어 마케팅 하기에 아주 효율적이다. 중국시장으로 견주어 보면 중산층 천만 명 이상이 한군데 밀집돼 있는 셈이다. 때문에 TV나 버스 광고 한번만 해도 짧은 시간에 큰 효과를 볼 수가 있다. 브랜드 만들어 가는 과정이 쉽고 비용이 적게 든다는 뜻이다. 홍콩에 가면 달리는 버스에서 마미로봇 광고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싱가포르에서도 시작했다.

해외시장에서 경쟁사와 차별화된 전략은 무엇인가.
홍콩에서 아이로봇 바이어 사무실에 가봤더니 손바닥만 했다. 대만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우리도 처음에는 한발한발 들어간다. 그래서 처음에는 한 사람만 보내지만 두 달만 지나면 현지인 서너 명 채용해서 우리가 직접 시스템을 만들어 나간다. 그게 마미로봇의 강점이다. 국내 어떤 회사의 경우는 일본에 합작법인을 냈는데 사실은 일본 바이어한테 판매를 맡기는 것에 불과하다. 한국기업 입장에서는 당장은 물량을 뽑아낼 수는 있겠지만 그들 입장에서는 해보고 안되면 언제라도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거다. 그러면 한국기업 입장에서는 닭 쫓던 개 입장이 된다. 마미로봇의 현지법인 직원들은 판매실적이 부진하면 책임을 지게 돼 있다. 기를 쓰고 할 수밖에 없다.

마미로봇 하면 "일하기 좋은" 직장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직장생활은 즐거워야 된다. 내가 직장생활을 하던 1990년대만해도 직장 분위기가 모래알 같은 느낌, 의지할 곳 없는 섬 같은 느낌, 특히 대기업은 더했다. 주위 동료라는 게 전부 경쟁자들이다 보니 회사생활이 재미가 없었다. 그래서 일요일 오후부터 회사 가기 싫어 머리가 아파오던 기억들이 있다. 그러다 회사 가면 상사에게 깨지고 술과 담배에 쩔다 보면 일주일이 정신 없이 갔다. 직장이라는 게 꼭 이래야 되나 싶었다. 지금도 강남 오피스타운에 가보면 마찬가지다. 그런 것 자체가 나는 싫었다. 내가 싫은걸 내가 사장이라면서 직원들에게 강요하면 안 되는 거다. 싫었던 것을 몇 가지만 하지 말자. 최소한 우리 직원들은 일요일 날 머리 아픈 사람은 만들지 말자. 그래서 시작한 게 축구다.

▲ 매주 축구를 통해 다함께 나가는 법을 소통하는 마미로봇 직원. 뒷줄 5번째가 장승락 사장.
전사 차원에서 축구를 시작 한지는 얼마나 됐나

4년이 넘었다. 직원들이 창업초기에는 회사 생활이 재미가 없다고 생각 했던지 저녁마다 당구치고 술 마시는 게 일상이었다. 직원 수가 적다 보니 전날 직원 일부가 과음으로 지각하는 날은 회사가 정상적으로 돌아갈 수도 없었다. 이러다가는 성장은 고사 하고 중소기업 굴레에서도 벗어날 수 없다는 위기감이 들었다. 회사에서 업무라고 하는 것은 그 베이스가 협동과 소통이다. 테니스나 탁구는 서로 마주보고 제 기량을 겨뤄야 하지만 축구만큼은 여럿이 함께 협동하고 소통하는 운동이다. 아무리 개인기 뛰어 나더라도 옆에서 패스를 안 해주면 골을 넣을 수가 없다. 축구는 개인 플레이에 익숙한 직원들의 생각을 바꿔주는데 안성맞춤인 운동이다. 4년 동안 축구를 하면서 얻은 결론은 축구를 잘하는 친구들은 대부분 일도 잘한다는 것이다.

4년 동안 축구를 해서 실질적으로 달라진 게 뭔가
직원수가 6배 이상 늘었다. 개인 플레이가 만연하던 조직에서 단기간에 이만한 성장을 할 수 있겠는가. 우리회사의 성장에는 축구 문화가 자리했었다고 본다. 축구 때문에 우리 회사를 지원하는 유능한 직원들도 많았다. 축구를 시작할 때는 직원수가 여직원들을 포함해서 2개 팀 정도를 만들었을 뿐인데 지금은 160명이 넘는다.

앞으로 직원수가 500명, 1000명으로 늘어나면 축구는 어렵지 않겠나
어려울 게 없다. 시설이 부족하다면 운동장은 더 빌리면 되는 거다. 게다가 그때쯤 되면 전용구장 몇 개는 가지고 있을 텐데. 그렇게 되면 지금은 금요일만 축구를 하지만 앞으로는 월화수목금 계속할 수 있지 않을까. 하하하!

20여명일 때하고 500~1000명일 때 소통방식은 달라져야 하는 게 아닌가
커질수록 축구는 더 필요하다고 본다. 금요일 축구를 하면 회사손실이 커질게 아니냐고들 하는데 그 대신 직원 소통이 원활해지고 사기가 오른다고 생각하면 20배는 더 회사에 이익이라고 생각한다. 대기업에 직원 수 많지만 내 경험상 직원의 60~70%는 돈 안되는 일, 즉 보고를 위한 보고서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두꺼운 보고서 나오면 읽지도 않고 한쪽에 쳐 박아 둔다. 축구를 하면 그 많은 플레이어들이 공 하나에 집중하지 않나. 난 축구만큼 집중력과 소통력을 키워주는 게 없다고 생각한다. 또 회사가 커지면 조직간에 알력이나 파벌이 생기는데 팀을 자주 섞어 축구를 하다 보면 그런 일이 줄어들지 않겠는가. 원수처럼 축구하다 다음달엔 나하고 한 편이 될 수 있는데 서로 함부로 할 수 없잖은가. 또 한가지, 회사가 커지면 위에서 명령이 있을 때만 조직이 돌아갈 수 밖에 없는데 축구하는 식이 되다 보면 굳이 지시하지 않아도 문제가 생기면 저희들끼리 알아서 해결할 수 있다.

▲ 참!좋은 중소기업상을 수상한 장승락 사장(오른쪽 2번째). '행복일터' 분야 최고경영자로 선정됐다.
축구 잘하는 팀이나 직원에게는 시상도 하나

그런 것은 없다. 뛰는 것 자체가 목표고 전부이다. 가끔씩 골절과 같은 중상자가 발생하곤 하는데 그만한 이유가 있다. 오버하는 친구들이다. 자기 실력 이상으로 자랑하려는 직원들이 다친다. 갓 입사한 직원들은 단독 드리블을 막 한다. 나는 그런 직원들 불러 “이건 단체 게임인데 너 혼자만 잘해서 될게 아니다”며 혼을 낸다. 축구를 잘해서 혼나는 거다. 축구 하기 전에 교육을 한다. 남 앞에서 자랑하려는 마음을 없애라, 우쭐하는 마음을 삭혀라, 너 혼자 가는 게 아니라 함께 가는 거다라고 강조한다. 신입직원들도 두어 번 하다 보면 회사 분위기 파악한다.

축구 안 하는 직원은 어떻게 되나
퇴사할 수 밖에 없지 않나. 그전에 채용 단계부터 뽑질 않는다. 군대에서도 집총을 거부하면 어떻게 되나. 더욱이 회사는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목표로 일하는 곳이다. 회사는 가기 싫어도 가야 하는 곳이 아니다. 좋아하는 사람만 와달라는 거다. 그렇지 않아도 유능한 사람들이 넘쳐난다. 면접 때부터 축구가 싫으면 입사할 필요가 없다고 분명하게 말한다. 직원들에게도 항상 “알량하지 말아라”라고 말한다. 하려면 하고 싫으면 그만 두라는 거다.

나중에 ‘축구경영’이라는 말이 유행할지도 모르겠다
뭐 결과가 좋으면, 나중에 마미로봇이 대기업 반열에 오르면 그렇게 될 수도 있겠지. 나는 지금이라도 그런 이야기를 책으로 쓰라면 쓸 수 있다. 내 생각과 원칙은 확고하니까.

사훈이 참으로 독특하다.
“참고 기다리고 준비하자”와 “잔소리 하지 말자”이다. “참고 기다리고 준비하자”는 지나간 것은 지나갔으니까 잊어버리고 항상 오늘을 준비하자는 뜻이다. 이건희 회장이 이야기하는 위기경영에서’위기’와 같은 맥락이다. 지나간 것 자꾸 생각해봐야 뭐하나. 위기가 뭔지 아는 사람은 준비를 하는 거다. 넘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준비를 안 한다. 그러다 실제로 내일 위기가 닥치면 망하게 되는 거다. 그런데 항상 준비하는 사람은 어떤 위기가 와도 가볍게 넘길 수 있다. “잔소리하지 말자”는 직원들이 일할 수 있는 주도권을 뺐지 말자는 뜻이다. 누구든지 출근할 때는 열심히 일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게 인지상정이다. 그런데 일하려고 자리에 앉으면 불러서 회의하고 잔소리를 한다. 그러면 일 하기가 싫어져 버린다. 요즘 아이들이 공부를 잘 안 한다. 왜 그럴까. 자기 방에 들어가 공부 하려고 하는데 엄마가 문 열고 “너 공부하지 않고 뭐하냐”고 소리를 지른다. 그러면 그 말에 공부하기 싫어지는 거다. 주도권을 떼였다는 얘기다. 그러면 엄마는 어떻게 해야 되나. 방에 들어갔더니 컴퓨터게임을 하고 있을지언정 “우리 아들 공부 열심히 하려고 애쓰네! 라고 해야 하는 거다. 그러면서 “공부하는데 힘들지, 용돈이라도 더 줄까”라고 하면 아이는 싫었던 공부도 다시 하게 된다. 사실 사장 입장에서 보면 직원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얼마나 많겠나. 그런데 사장이 자기 기준을 정해놓고 직원들이 거기에 못 미친다고 계속 잔소리를 하면 직원들은 거기서 일할 주도권을 뺏기게 되는 거다. “잔소리 하지 말자”는 그래서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일을 잘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나
한마디로 돈을 잘 버는 사람이다. 그러려면 스스로 일을 할 줄 아는 사람이 돼야 한다. 일을 하
▲ 브랜드 통합 결정이후 첫 제품인 '마미 이온'
는 과정을 보면 잔소리를 하고 싶었는데 아웃풋을 보면 목표대로 나오는 사람, 그게 진짜 능력 있는 사람이다.

마미로봇의 올해 성적표는
올해 매출은 전년도와 비교해서 50%정도 성장했는데 사실은 올해보다는 내년에 더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런 점에서 올해는 준비하는 해였다. 신제품도 없이 1년 동안 애썼다. 내년에는 2~3년 동안 준비했던 신제품이 쏟아질 것이다. 직원도 그만큼 늘어날 것이다. 우리 스케쥴 대로 차근차근 보여주겠다.

내년에는 기대가 크겠다
우선 브랜드를 ‘뽀로K’에서 회사이름과 같은 ‘마미’로 통합할 계획이다. 고객들이 회사이름과 제품이름 사이에서 많이 헛갈려 한다. 앞으로 신제품은 모두 ‘마미’ 브랜드로 통합된다. 이달 초에 내놓은 신제품부터 ‘마미 이온’으로 통합했다. 제품은 사용자 층에 따라 기능 옵션을 달리하는 여러 모델을 내놓을 계획이다. 가격대 역시 현재는 중저가 시장을 타깃으로 한 30만 원대뿐이지만 40만 원대부터 수백 만원 대의 모델을 내놓을 계획이다. 경차에서 최고급 세단까지 라인업을 갖춘 자동차회사들의 전략 같은 것이다.

이제 다시 실패하지 않을 자신이 있나
그건 알 수가 없다. 아침마다 기도를 한다. 망하지 말아야 한다고. 그래도 망한다면 할 수 없는 거다. 따지고 보면 여기까지 온 것도 고맙고 감사한 거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다시 망해서는 안된다는 거다.

요즘 관심 있는 것은
유튜브를 많이 검색한다. 아시다시피 유튜브는 다양하고 흥미로운 정보가 굉장히 많다. 거기서 보고 느낀 것들이 나의 생각과 인식의 범위를 넓혀준다. 특히 은하계가 어떻고 우주 탄생의 비밀, ‘끈 이론’ 같은 물리학에 관한 지식들을 많이 배운다. 나는 물리학에 관심이 많은데 지금 이 나이에 호킹의 우주이론이나 진화론 같은 복잡한 책을 통해 접할 수 있겠는가. 최근에 피타고라스의 정리에 관한 영상들을 집중적으로 봤는데 아주 유익하고 재미 있었다.

마지막으로 이 시대에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한마디
8년이란 시간이 쌓이고 쌓여서 마미로봇이라는 회사와 장승락이란 최고경영자가 만들어졌다.
▲ 장승락 사장은 요즘 유튜브를 통한 지식삼매경에 빠졌다.
그런 것들을 보면 사람들은 대단한 기업이고 대단한 사람이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절대로 그런 사람이 아니다. 대단해지려고 애쓴 적도 없다. 내게는 그저 하루 밥 먹고 살려고 처음부터 발버둥치면서 살아온 날의 결과일 뿐이니까. 창업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명예심에서도 시작하는 사람도 있겠지마는 성공하려면 솔직하게 시작하라는 거다. 폼 잡지 말고. 하루하루를 어떻게 돈을 벌까 하는 생각으로 열심히 하다 보면 나중에 큰 회사가 되는 거다.지금은 적더라도 실망할 필요는 없다. 자기 가족을 먹여 살리고 직원에게 월급을 줘야 할 입장이라면 최선을 다하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가장 중요한 일이다. 그 뿐이다. ▒ 서현진 기자

[장승락 사장 주요 이력]
1964년 경북 예천 출생
1989년 단국대학교 법학과 졸업
1992~1997년 현대종합상사 근무
1998~2002년 무진물산 대표이사
2005년 ㈜경민메카트로닉스 창업
2010년 ㈜경민메카트로닉스의 회사명을 ㈜마미로봇으로 변경
2012년 대한민국 일하기 좋은 기업 100대 기업 본상 수상
현재 ㈜마미로봇 대표이사

서현진 기자  suh@irobot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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