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AL'을 장착한 하반신 장애자가 쇼핑센터에서 걷는 실험에 참여하고 있다.

[조영숙=도쿄 통신원]안경이나 시계 형태로 장착하는 웨어러블 컴퓨터가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최근 일본에서는 신체에 장착해 신체 기능을 보조, 개선, 강화해 주는 웨어러블(장착형) 로봇의 개발이 활기를 띠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4일 보도 했다.

이 신문은 특히 2013년을 "웨어러블 원년"으로 정의하고 "이제는 로봇을 입는 시대가 왔다"고 진단했다. 실제 올해 일본에서는 SF소설에 등장하는 파워슈트를 방불케 하는 각종 웨어러블 로봇이 복지나 의료, 작업이 곤란한 현장 등에서 폭넓게 활용됐다.

올해 일본에서 가장 주목받은 웨어러블 로봇은 사이버다인의 'HAL' 이다. 사람의 신체 능력을 보조하는 로봇 슈트 'HAL'은 뇌로부터의 명령을 읽어내 장착한 사람이 마음에 그린 동작을 할 수 있도록 도와 준다. 다리에 장애를 가진 사람의 보행 훈련 등 복지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특히 지난 8월 유럽에서 치료용 의료 기기 인증을 획득, 독일에서는 척수 손상 환자 등의 치료 서비스에 사용되고 있다. 사이버다인 측은 내년 초에 오이타현 벳푸에 'HAL'을 사용한 트레이닝 센터를 개설, 일본 뿐 아니라 아시아 국가들의 수요에 대응할 계획이다.

▲ 인간의 손이나 다리의 힘을 배가해주는 '파워 로더'. 가벼운 조작감만으로 약 100kg의 중량을 들어 올릴 수 있다.

파나소닉의 사내 벤처기업 액티브 링크는 그립을 쥐고 손목을 비틀면 모터가 윙 소리를 내면서 로봇 손이 움직이는 대로 따라 가주는 '파워 로더'를 선보였다. 최대 100kg의 물건 등을 들어 올릴 수 있고 몸 전체에 22축의 구동부와 모터를 장착하고 있다. 액티브 링크는 '파워 로더'의 개발 경험을 토대로 무게 40kg까지 견딜 수 있는 새로운 로봇을 개발, 판매하고 있다.

로봇 손을 연구해온 나미키 아키오 교수(치바대학)는 "자율형 로봇보다 인간과 힘을 서로 보완해 합해주는 하이브리드형태의 로봇이 사회에 더 빨리 적용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사람이 들어갈 수 없는 위험한 장소나 재난현장에 투입될 로봇의 개발도 진행되고 있다.

자동문 센서 개발업체 교코전기는 원격지에서도 조종자의 감각대로 동작을 조절할 수 있는 로봇 '텔렉시스텐스FST'의 개발에 성공했다. 이 로봇은 특히 "청기 올려, 백기 내려"와 같은 게임에서 처럼 사람 손의 움직임을 정확하게 따라할 수 있다. 장갑형 콘트롤러와 디스플레이가 내장된 헬멧을 착용하면 로봇 카메라에서 보내 오는 영상을 보면서 팔이나 손가락등을 조정 할 수 있다. 극약을 다루는 의약품 제조현장 등에서 사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교코전기는 5년 후 시장 진입을 목표로 개량작업을 진행중이다. 교코전기 관계자는 "장차 이 로봇기술을 이용, 자동차 자율운전에도 도전 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 원격지에서 조종자의 움직임대로 동작하는 '텔렉시스턴스 FST'. 무선LAN 환경만 갖춰지면 어떤 환경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벤처기업 H2L은 사람의 손이나 손가락을 로봇처럼 할 수 있도록 하는 역발상 로봇을 선보였다. 이 로봇은 팔에 감은 2개의 벨트를 통해 팔 근육에 전기 자극을 주면 수축돼 손가락 인대의 움직임을 제어하는 구조이다. 전기 자극의 세기등을 컴퓨터 소프트웨어에 학습시켜 사람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손이나 손가락을 조종할 수 있다. 의료 기관이나 연구 시설에서 활용되고 있다.

개발과 상품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웨어러블 로봇의 진화가 멀지 않은 장래에 우리 삶의 모습을 변화시킬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