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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보아빠'오준호 KAIST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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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12.20  13:0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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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지는 지난 5~6일 미국 캘리포니아 포모나 페어플렉스에서 열린 세계재난로봇경진대회에서 미국, 일본, 독일 등 로봇 강국들을 꺾고 우승을 차지한 카이스트 DRC휴보팀의 오준호 교수 인터뷰를 다시 한번 게재한다. 우리는 이 인터뷰를 통해 많은 어려움속에서도 휴보 개발에 대한 오 교수의 열정등을 다시 한번 되짚어 보고자 한다. 그리고 1년여전 레인보우 대신 섀프트를 매입한 구글은 휴보가 우승한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자못 궁금하다.(편집자 주)*

박대통령, 휴보 보더니 “힘 세지고 똑똑해졌다” 격려

구글이 레인보우 대신 일본의 섀프트 선택한 것 아쉬워
팀카이스트와 드렉셀대팀 DRC에서 함께 선전하기 바래
로봇 조기교육 "원칙적으로 반대" 영재는 스스로 존재

'휴보 아빠' 오준호 교수(60ㆍKAIST)는 무척 바쁘다. 지난 학기부터 맡게 된 KAIST 대외부총장 직무 수행하랴. 휴보랩에서 휴보 돌보랴, 또 DRC 최종예선 준비하랴...로봇신문과의 인터뷰가 잡힌 시간에도 그는 총장 주재 회의에 참석하자마자 갑자기 휴보를 돌볼 일이 생겼다며 휴보랩으로 자리를 옮겼다. 대외부총장실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던 기자도 급히 휴보랩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러나 그는 언제나 밝고 에너지가 넘치는 모습이었다. 휴보랩 안의 작은 회의실에서 그와 마주앉았다.

얼마전 대통령께서 휴보랩을 다녀갔는데, 휴보 시연보고 뭐라고 하던가
대통령이 이곳을 방문한 것은 2005년 5월 한나라당 대표 시절에 이어 두 번 째다. 처음 오셨을 때는 휴보1(편의상 첫 버전에 한해 휴보1이라 함)을 보셨고 이번에 시연해드린 것은 새로운 DRC휴보였다. 시연중에 DRC휴보가 재난 대응을 위해 개발된 로봇이라 설명드렸더니, 대통령께서 “휴보가 힘도 세지고 머리도 똑똑해 졌네요!”라며 “앞으로는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로봇이 큰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격려 말씀을 주셨다.

휴보의 모습도 바뀌고 기량(?)도 많이 늘었다
2004년 12월에 나온 휴보1은 그야말로 휴머노이드 로봇 그 자체였다. 휴보1의 출발은 “일본의 아시모와 비교 될 수 있는 로봇을 만들어 보자”였다. 그래서 키는 한 120~130cm쯤이고 걷기도하고 손가락과 머리도 움직이고, 눈동자도 움직이는 휴보1이 만들어 졌다. 그런데 휴보1은 몸무게가 어떻고 어떤 기능들을 집어 넣을까 하는 고려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그래서 2009년에 세계에서 가장 가벼운 로봇을 만들어보자는 목표로 휴보1의 무게를 30kg쯤 줄여 만든 게 휴보2다. 그 다음에 휴보2 기능을 개선해서 수출모델로 휴보2플러스를 만들었다. 그리고 아시다시피 DRC휴보는 미 국방부 방위종합연구계획국(DARPA)이 주관하는 DARPA 로보틱스 챌린지(DRC)에 나가기 위해 개발한 것이다. DRC휴보 얘기는 뒤에 다시 하자.

▲ KAIST 휴보랩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이 오준호교수로부터 DRC휴보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올해 대외부총장을 맡으면서 굉장히 바빠졌고 언론 노출도 많아졌다. KAIST에서는 대외부총장의 임무가 어떤 것인가
학교에서 벌이는 모든 사업에 관한 기획과 예산 확보, 그 예산을 용처에 맞게 배정하는 일이 주요 업무다. 대외 홍보와 대외관계 업무도 한다. 그러다 보니 대 언론관계에서부터 학교 알림, 홈 페이지까지 관장한다. 국제관계를 확장하고 돈독히 하는 일도 한다. 이와는 별도로 학교의 회계와 재정을 총괄하는 CFO직도 겸직하고 있다.

지난 여름 ‘아티스트 레지던시’ 프로그램으로 KAIST가 문화계로부터 큰 관심을 받았다
KAIST하면 보통 ‘과학’이라는 딱딱한 이미지가 떠오른다. 이런 이미지를 소프트한 이미지로 바꾸기 위한 여러 가지 홍보방안을 생각 했는데 그 중에 하나가 ‘아티스트 레지던시’ (Artist Residency)이다. 어떤 분야에 상관없이 아티스트들이 학교에 들어와 3~6개월 상주하면서 마음 놓고 작품활동을 하도록 해주는 게 이 프로그램의 요지다. 15평 숙소와 월 80만원 정도의 생활비를 지급한다. 무엇보다도 학교 모든 건물과 실험실에 대한 출입이 자유롭다. 교수들에게도 잘 협조하라는 협조공문도 보냈다. 이 프로그램의 부제가 무한히 상상해보자는 뜻의 ‘엔들리스 로드’(Endless Road)이다. 지난 9월에 공모를 했는데 125명이 지원을 했다. 다양한 장르에서 또 신진에서 기성 작가까지 광범위한 영역에서 응모가 들어왔다. 그들이 어떤 분야에 관심이 있고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다는 제안서를 토대로 소설가, 시나리오 작가, 웹툰 작가 등 세 분의 작가를 선발했다.

국내에서 과학이나 로봇 소재 영화가 안 나오는 이유가 좋은 시나리오가 없기 때문이라고 보나
우리나라에서 과학하면 의료, 환경, 건강이 거의 전부다. TV에서도 과학 프로그램 대부분이 의료, 건강, 환경 분야이고 순수한 의미의 과학 프로그램은 거의 없다. 드라마도 마찬가지다. 1999년 SBS에서 방영했던 '카이스트'라는 드라마를 떠올리며 '카이스트2'에 대한 기획을 타진 해봤는데 결론은 아이디어가 없다는 거였다. 뾰족한 스토리가 나오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이번에 선발된 세분에게 어떤 의무를 지운 건 아니다. 리포트 의무도 없고 무슨 작품을 써야 한다는 조항도 없다. 순수한 의도에서 자리를 마련해주고 그렇게 하다 보면 거기서 만화도 나오고 소설도 나오고 영화 시나리오도 나오지 않겠나. 아티스트 레지던시 프로그램은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선발인원도 10명까지 늘릴까 한다.

▲ 휴보를 세상에 처음 선보인 2004년 12월 오준호 교수(왼쪽)와 연구원들 . 당시 휴보는 키 120cm의 70kg가 넘는 무게를 갖고 있었다.

휴보가 참 어려운 환경에서 태어났다고 들었다휴머노이드 왕국이라 할 수 있는 일본의 인프라에 비하면 휴보는 멀리 떨어진 하나의 외딴 섬 같은 것이다. 휴보가 어쨌거나 오늘날 우리나라의 로봇기술을 상징하는 대표선수가 돼 있지만 그 과정은 순탄치가 못했다. 일본의 아시모나 HRP가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비교해보면 관심이나 연구지원 측면에서 휴보는 그 근처에도 가지 못한다. 일본 같은 인프라가 있었다면 지금 휴보는 엄청나게 달라져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일부 언론으로부터 “쓸데없는 휴머노이드 로봇에 연구역량을 올인하고 있다”는 황당한 오해도 받은 적이 있다. 우리나라가 휴머노이드에 올인한 적이 없는데 어떻게 그런 얘기가 나왔는지 모르겠다. 참고로 내가 1년에 1500억원 정도의 연구비를 펀딩하는데 휴보로는 5억원 이상 받아본 적이 없다. 휴보를 관리하는 레인보우를 창업한 이후 지원받은 금액 다 따져보아도 37억원이었다. 그런 정도면 수백여 개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왜 그런 오해를 받는다고 생각하나
의외로 “왜 우리나라는 휴머노이드 로봇만 연구합니까”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아마도 일반인들의 시선에는 휴머노이드 로봇 밖에 보이지 않아서 그럴 것이라고 생각은 한다. 심지어 외국에서도 휴보 연구비가 50만 달러라고 하면 아무도 믿지 안는다. 모두들 내가 수백 억 원을 쓰면서 큰 연구팀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교수들도 그렇고 언론에서도 그렇다. 나와 우리 연구원들이 열심히 일한 것은 별로 생각해주지 않는다.

그래서 그랬나. 휴보 개발 당시 인터뷰를 보니 스스로를 ‘비주류’라고 표현했다. ‘비주류’라는 뜻은 꼭 성공하겠다라는 의지일 수도 있고 ‘헝그리’정신의 표현이라고도 할 수 있겠는데 지금도 그런 생각인가
나는 사실 어떤 일을 이루는데 꼭 필요한 것은 기본적인 열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열정은 어떤 의무나 조건에서 나오는 게 아니다. 열정은 조직이나 사람, 기관에 관계없이, 누가 하지

▲ 2005년 부산 APEC정상회담 기간중 한국의 IT홍보관을 찾은 고이즈미 일본총리와 푸틴 러시아대통령이 알버트 휴보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알버트 휴보는 그해에 발표됐다.

말라고 해도 스스로 할 수밖에 없는 열망의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열정이 없으면 아무것도 안 된다. 그런 측면에서 ‘비주류’라는 표현을 썼지 않았나 싶다. 어쨌거나 중요한 것은 어떤 의무감 없이 순수한 열정으로 목표를 만들어 추구해나간다는 것이 본질이다.

어쨌거나 휴보를 개발할 당시에는 무명이었지 않았나
그건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강조하고 싶은 게 어떤 결과가 조직적인 시스템의 산물일 수도 있지만, 어떤 한 개인의 열정으로도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이다. 가령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의 성공은 시스템이 아닌, 열정의 산물이다. 그런데 이런 열정을 큰 조직에 넣기는 어려운 게 아닌가. 큰 기업을 일으키거나 성공한 사람을 보면 대개 한 개인의 열정으로 시작한 경우가 많다.

큰 조직에서는 ‘휴보’같은 제품을 만들 수 없다는 뜻인가
큰 조직에는 두 개의 얼굴이 존재한다. 우선 독특하지는 않더라도 조직이 갖고 있는 경험과 인력 기술로서 다양한 측면을 소화하고 모든 분야를 골고루 볼 수 있는 순기능적인 측면이 있다. 반면 개인이 갖고 있는, 독특한 생각과 엄청난 열정을 기대하는 것은 쉽지 않다. 계속 강조하지만 나는 조직이던 개인이던 가장 중요한 것은 열정이라고 생각한다. 열정이 없다면 아무것도 안 나올 것이다. 물론 성공하는 조직에서는 리더쉽의 열정이란 게 있다.

레인보우는 잘 운영되나
2011년 창업했으니 이제 3년 차다. 일반적으로 학내 벤처라고 하지만 그건 속칭이고 KAIST에서 교수가 창업하려면 학교 규정에 따라 주식의 20%를 학교에 기증을 해야 된다. 학교가 시설과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이다. 3년 정도까지는 회사주소를 학교로 할 수 있게도 해준다. 지금은 법인등록이 연구소로 돼 있다.

▲ 2005년 코엑스에서 열린 '지능형로봇산업발전전략 워크숍'에서 당시 관련부처 장관들과 휴보. 왼쪽부터 오준호교수 이희범 산업자원부장관, 오명 부총리겸 과학기술부장관, 진대제 정보통신부장관

일본 츠쿠바대학의 산카이 요시유키 교수가 자신이 개발한 로봇슈트(HAL)의 상업화를 위해 사이버다인이라는 학내 기업을 창업했다. 레인보우도 그런 모델인가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레인보우는 내가 원해서 창업했다기 보다는 창업을 ‘강요당했다’는 표현이 더 적합할 것 같다. 언젠가부터 휴보의 제작 주문이 들어왔다. 미국에서 6대, 싱가포르에서 2대 그런 식으로. 그런데 휴보를 제작해서 딜리버리하고 애프터서비스도 해야 하는데 그게 보통 복잡한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그 일을 학생이나 교직원들에게 떠맡길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그래서 고민한 끝에 레인보우를 설립했다. 어떻게 보면 특수목적법인(SPC) 비슷하다. 처음 1년 동안은 내가 대표이사를 했고 지금은 졸업생인 이종호 박사가 맡고 있다.

이제 얼마후면 DRC 최종예선 결과가 나온다. 2개 팀이 휴보를 플랫폼으로 선택했는데
이번 DRC최종예선(DRC Trials 2013)에는 KAIST가 직접 팀을 꾸린 팀카이스트(Team KAIST)와 미국 드렉셀대학이 주도하는 DRC 휴보팀이 있다. 팀카이스트는 자비로 출전하는 트랙 D그룹이고 DRC 휴보팀은 DARPA로부터 지원금이 나오는 트랙 A에 속해 있다. 트랙D는 3개팀, 트랙A는 6개 팀이 경합을 벌인다. 팀카이스트와 트렉셀대팀 모두 우리가 개발한 DRC휴보를 하드웨어 플랫폼으로 쓴다. 그렇지만 소프트웨어나 운영방식은 다르다. 드렉셀대의 휴보는 거기서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그러니까 운영방식이나 소프트웨어 상으로는 완전히 다른 로봇이다. 팀카이스트에는 6명의 교수와 30여명의 대학원생이 팀을 이루었다. 교수는 KAIST에서 나와 김수현교수, 김대식교수(전자과), 조성호교수(전산과) 그리고 외부에서는 김정엽 교수(서울과기대), 김갑일 교수(명지대) 등이다.. 20일과 21일 마이애미 홈스테드 스피드웨이 자동차경기장에서 치러진다.

팀카이스트와 드렉셀대팀 가운데 어느 팀이 더 좋은 성적이 나오길 바라나
나는 기본적으로 플랫폼을 연구하는 학자이다. 예컨대 현대자동차 입장에서는 누가 자기네 차를 몰아서 우승했는가 보다는, 누가 몰았든지 자기네 차가 우승한 게 중요하지 않겠나. 나는 어떤 쪽도 욕심이 없다. 팀카이스트의 출전은 우리 연구원들이 휴보의 성능이나 특성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는 점에서 출발했다. 휴보의 성능을 극대화시키는 역량에서는 드렉셀대 보다는 우리가 훨씬 낫지 않겠는가. 그런데 휴보를 다른 팀에 넘겨 준다고 하니까 열심히 연구하고 개발해 준 연구원들이 시무룩해지는 거다. 그 열정을 식히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참가는 필요했다. 그런데 팀을 꾸려 준비를 하다 보니 의외의 성과가 나오더라. 대학 연구실은 특성상 협동연구가 어렵다. 그런데 인공지능과 비전 연구하는 김대식교수, 모션 플래닝 연구하는 조성호 교수 등 여러 분야 전문가와 함께 팀을 이루니 기계연구 중심이던 우리 연구실이 활기가 돌더라. 서로 많은 것들을 배우기도 하고, 다른 분야에 대한 이해가 굉장히 깊어졌다. 그걸 보면서 우리가 정말 열심히 하고 있다는 상대적 자긍심, 그리고 다른 분야에서도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며 자극을 받았다. 연구원들에게도 일생일대의 큰 대회에 참가하고 있다는 자부심과 열정을 불러 일으켜준, 교육적 효과가 컸다. (12월21일 끝난 DRC최종예선에서 팀카이스트는 9위, 드렉셀대팀은 12위를 차지, 내년 결선에 진출했다-편집자 주)

▲ DRC최종예선에 출천하는 DRC 휴보. 오준호 교수가 연구원들과 최종점검 작업을 하고 있다.

경기 결과는 어떻게 전망하나
이번에 전 세계에서 가장 잘 나간다는 로봇들이 다 모였다. 그런데 이번 대회는 ‘체급’에 관계 없이 치러진다. 로봇이나 개발자들이 갖고 있는 히스토리, 영향력, 자금규모, 조직규모 이런 것들은 개의치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 것 다 무시하고 정말로 한판 붙는 거다. 트랙 A만 해도 미항공우주국(NASA)에서만 각각 화성탐사 프로젝트와 달탐사 프로젝트 경험을 갖고 있는 존슨우주센터(발키리)와 제트추진연구소(로보시미언) 등 2팀이 참가한다. 일본에서는 도쿄대 JSK연구소 출신들로 구성된 섀프트(SCHAFT)가 나온다. JSK연구소는 지금까지 만들어진 휴머노이드 로봇 가운데 가장 뛰어나다는 HRP를 개발한 곳이다. 여기에 데니스 홍교수가 이끄는 버지니아공대(토르-OP), 카네기멜론대(침프) 등이 DRC휴보와 겨룬다. 어느 하나 만만한 팀이 없다. 트랙B와 트랙C는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애틀러스’를 공통 플랫폼으로 경쟁하는데 7개 팀이 참가하는데 트랙 A 못지 않게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자비로 출전하는 트랙 D는 팀카이스트 외에 3개 팀이 더 있다. 트랙 D와 트랙 A에서 DRC 휴보의 선전을 낙관한다. 그것도 굉장히 좋은 성적을 거둘 것이라고 믿는다. 물론 최종 결과는 내년 결승전(DRC Finals)에서 나온다.

DRC에도 참가하는 일본의 섀프트가 최근 구글에 인수됐다. 그런데 섀프트를 인수한 책임자인 앤디 루빈 부사장이 지난 8월 레인보우를 다녀갔다. 어떻게 된 일인가
루빈 부사장이 레인보우에 왔을 때 여러 가지를 보여주고 구글이 로봇 사업 초기 계획 진행하는 것에 관해서도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돌아갈 때 휴보를 2대나 사 가지고 갔다. 나는 루빈 부사장과 함께 미국에 가서 구글의 로봇사업 조직들과 시설들을 둘러보고도 왔다. 어쨌거나 레인보우가 구글의 인수대상이었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구글 쪽에서도 여러 가지 관점에서 검토를 했었을 것으로 짐작은 간다.

루빈 부사장이 섀프트와 레인보우를 두고 저울질을 하지 않았을까
추측하지는 않겠다. 어쨌거나 팩트는 그런 일이 있었다라는 것이다. 아쉽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고 착잡하기도 하다. 여러 가지 생각이 겹친다. 어쨌거나 일본의 기술은 막강하고 우리는 섀프트와의 경쟁에서 뒤진 게 아닌가. 구글의 섀프트 인수는 우리에게도 많은 시사점과 반성할 점을 던져줬다.

구글의 로봇산업 진출을 어떻게 보나
두 가지 측면이 있다고 본다. 우선 구글의 로봇에 대한 관심은 다른 모든 IT업체한테 자극이 될

▲ 섀프트 얘기가 나오자, 좀처럼 웃음을 잃지 않던 그의 표정이 굳어졌다.

것이다. 구글은 자본력이 엄청난데다 워낙 기상천외한 것을 잘하고 있으니까. 또 다른 측면은 로봇업계 내부를 자극하는 일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세계 로봇업계는 주목할만한 움직임이 별로 없었다. 구글이 자극을 준 것이다.

부친은 교육학자이고 특히 모친은 정치를 했다. 집안 분위기가 인문사회 분야를 지향했을 법한데(부친은 전 연세대 명예교수 오기형 박사이고 모친은 11대와 12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두 분이 다 컬럼비아 대학에서 교육학을 전공하셨다. 그래서 두 분의 교육철학이 분명하다. 민주주의적이어야 하고 자기 계발은 스스로 하는 것이며 자신의 역량 역시 스스로 발견해야 한다는 것이다. 두 분께서 그것을 평생 설파하고 몸소 실천하셨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나는 어렸을 때부터 과학에 남다른 관심과 호기심을 갖고 과학자의 꿈을 갖고 자랐다. 요새 영재학교라는 것도 있지만 영재는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스스로 존재하고 태어나는 거다.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은 아무리 말려도 해야 한다. 그것을 못하면 밥도 안 먹는 사람, 그게 그 분야의 영재다. 음악이나 과학도 마찬가지다. 어렸을 때부터 물건 부수고 만지고 다 뜯어보지 않으면 직성이 안 풀리고 호기심 때문에 잠을 못 이루는 게 과학영재다. 그런 면에서 나는 과학 영재였다. 부모님의 교육철학이 내 호기심을 끝까지 지켜주셨다. 그런 관심과 호기심이 지금까지 쭉 이어져 온 거다. 대학갈 때도 부모님으로부터도 어느 학교 어느 과를 가라, 이런 말씀을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로봇전공은 언제 생각했나
초등학교 때부터 나는 내 설계집이 있었다. 만화책 수준이기는 하지만, 난 만들고 싶은 것을 거기에 스케치해 두고 보았다. 거기에 비행기도 있고 로봇도 있었다. 말도 안 되는 거였지만, TV만화에서 나오는 로봇을 보고 그 구조를 내가 상상해서 엔진도 있고 모터도 있고 손도 만들어 넣는 거다. 중학생이 되니까 그런 그림들이 굉장히 구체화되더라. 대학에 진학해서 3학년 때 자동제어라는 과목을 공부하면서 시스템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게 됐다. 그 관심이 미국 유학으로 이어졌다. 미국에서 CNC공작기계를 공부하면서 자연스럽게 로봇으로 옮아간 것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로봇을 연구하면서 내게는 그게 여전히 취미에 가까웠다는 사실이다.
UC버클리에서 학위를 받았는데 그 대학을 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
당시는 유학에 관한 정보가 그리 많지 않았다. 당시는 UC버클리라는 이름도 몰랐었다. 풀브라이트센터에서 미국의 공과대학 랭킹 1위부터 찾아봤더니 거기에 MIT도 있고 UC버클리도 있고 스탠포드, 위스콘신, 텍사스 쭉 나와 있었다. 거기서 몇 군데 골라 우편으로 지원했는데 여러 군데서 연락이 왔다. 등록금 조달계획서와 재정보증서를 첨부해야 하는 조건부 입학허가였다. 이런 조건들 속에서 고른 게 UC버클리였다.

▲ 로봇 조기교육에 대해 오준호 교수는 신중론을 편다. 아이들에게 로봇은 호기심을 불러오는 수단일뿐이라는 것이다. 지난 10월 국립과천과학관에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강연하는 오교수.

자라나는 세대들에 대한 로봇 교육은 어떻게
난 로봇 교육을 시킨다는 거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동의를 하지 않는다. 로봇은 도구일 뿐이다. 그림물감을 준다 해서 화가가 되는 건 아니지 않는가. 상상력을 키우는 수단으로 미술 교육을 시키는 것이다. 레고 블록 가지고 논다고 해서 건축가가 되겠나. 로봇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이 로봇을 갖고 논다는 것은 문과와 이과 상관없이 호기심을 충족시켜준다는 차원에서는 필요하다.

로봇공학자가 되겠다는 아이들이 의외로 많다
대체적으로 과학 좋아하고 과학에 호기심이 많은 아이들은 공통적으로 로봇을 좋아한다. 반대로 로봇 좋아하는 아이들은 천체 관측, 생물 관찰 좋아한다. 로봇만 좋아하지 않는다는 거다. 꿈이라는 것은 로봇 좋아했다가 로켓도 좋아했다가 어느 날은 의사가 좋아 보이기도 하는 거다. 부모들이 아이를 로봇 공학자로 만들겠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욕심이다. 본인이 하고 싶어 하는 것을 하는 게 제일 좋은 거다. 그런데 전제조건은 있다. 일단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를 알았으면 그 만큼 근면하고 성실하게 열심히 해야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에게 이공계를 강요할 생각이 전혀 없다. 이공계 기피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과장돼있다고 본다. 이공계 대우가 나쁘다는 것도 잘 못 알려져 있다. 왜 그런 말이 나왔는지 이해가 잘 안 간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 열심히 하면 성취감도 높고 돈도 잘 벌고 문과 보다는 훨씬 나은 거 같은데.

로봇연구가 취미에 가깝다고 했는데 취미가 평생직업으로 이어졌으니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그렇다. 요즘 내가 천체 망원경을 무지하게 많이 보는데, 그게 취미라는 거다. 사진 촬영도 좋아한다. 그런데 내가 볼 때 과학적 취미는 독립된 것이 없다. 모두 겹쳐있고 다 연결돼 있다. 물밑에서 큰 얼음덩어리가 숨어 있는 것처럼. 단지 밖으로 어떻게 나타나고 구현되는 가의 문제일 뿐이다. 지난 4월 1200Km 상공에 있는 북한의 광명성 3호를 여기 휴보랩 옥상에서 촬영했는데, 내 과학적 지식과 휴보에 적용한 기술을 활용하면 그리 어려운 게 아니다. 나는 그런 게 즐겁고 재미있다.

가장 행복했던 일, 가장 어려웠던 일은
대답하기 가장 어려운 질문이다. 사실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당혹스럽다. 어떻게 보면 난 고생을 별로 안 했다. 그렇다고 집이 부자였다는 얘기는 아니다. 크게 실패해서 좌절해본 적이 없었다는 뜻이다. 어느 누구처럼 구두닦이 했다는 얘기도 할 게 없다. 정말 어려운 일이라면 지금 이 순간에 닥쳐온 문제가 아니겠는가. 아무리 어려웠던 문제라도 풀렸다면 다 지난 것이다. 과거에 사로잡혀 있다면 그건 바보나 할 짓이다.

▲ 자신을 현실주의자이며 낙천주의자라고 말하는 오준호 교수. 사진은 지난 2007년 가수 김장훈이 휴보와 함께 공연한 것을 계기로 공연 수익금 일부를 연구실에 기부해왔을 당시 기념사진.

지금 어떤 문제가 닥쳐왔는가
구체적으로 무슨 문제가 닥쳤다기 보다는 지금 내가 풀지 못하는, 내 앞의 문제들은 모두 다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앞이 안 보인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큰 문제인가. 항상 현실에 닥쳐온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난 현실주의자다. 지금 못 푸는 문제는 내일도 모레도 안 풀린다. 영원히 안 풀린다. 그래서 나는 언제나 지금 내 앞에 있는 문제를 풀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러면서도 나는 낙관주의자이다. 문제는 어째든 풀릴 거라고 생각을 한다. 항상 최선이 아니면 차선이 있고, 차선도 아니면 플랜A와 플랜B가 있고 플랜B가 아니면 심지어 플랜C도 있는 거다. 그런데 C가 있다고 해서 A가 없어지느냐, 그건 아니다. C 다음에 A 가 나올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인생은 무빙 타깃을 따라 가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고정돼 있는 것이 아니라 항상 움직이는 것을 따라가는 것이다. 구름 속에서 있는 반짝반짝 빛나는 별을 따라가는 무빙 타깃 같은 것 말이다. 서현진 기자

[오준호 교수 주요약력]
1954년 서울 출생
1977년 연세대학교 기계공학과 졸업
1979년 연세대학교대학원 기계공학 석사
1985년 UC버클리대학원 기계공학 박사
1979 ~ 1981년 한국원자력연구소 연구원
1985년 KAIST 기계공학과 교수
2004년 KAIST 신기술창업지원단장
휴보 개발
2009년 휴보2 개발
2010년 KAIST 특훈교수
2011년 레인보우 창업
2013년 KAIST 대외 부총장
DRC휴보 개발
DRC Trials 2013 참가

서현진 기자  suh@irobot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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