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하라 사막에 사는 사막 개미는 주변에 모래 밖에 없고 태양이 뜨겁게 작렬하는 극한 환경에서도 수십 m의 거리를 이동해 먹이를 찾고 자신의 서식처로 정확하게 돌아온다. 이동하는 방식도 지그재그가 아니라 직선이다. 일반 개미는 동료들이 이동하면서 뿌리는 페르몬 물질을 길잡이 삼아 이동하지만 사막에선 개미가 페르몬을 뿌려대도 강렬한 태양 빛 때문에 금새 파괴된다.

사막 개미는 모래밖에 없는 사막에서도 어떻게 방향을 잡아 원하는 곳으로 이동할 수 있을까. 사람처럼 지도를 보거나 GPS의 도움을 받아 목적지를 찾아가는 것도 아닐텐데.

과학자들에 따르면 사막 개미는 2개의 감각 정보에 의존한다. 우선 사막 개미는 매우 특별한 눈을 갖고 있다. 사람은 편광(polarized light)과 자외선에 둔감하지만 사막 개미의 눈은 이들 광선에 민감하다. 과거 바이킹이 '선스톤(Sunstone)'이라는 도구로 편광을 이용해 바다에서 해가 지더라도 해의 위치와 방향을 찾아 항해를 했다고 한다.

사막 개미의 눈은 일종의 편광 필터다. 자외선 편광을 활용해 이동할 곳의 방향을 정한다. 또 사막개미는 자신이 이동한 거리를 계산하고 시간에 따른 사막의 지형 흐름을 인지할 수 있다. 먹이를 찾으러 갈 경우 얼마나 많은 걸음을 걸었는지 헤아리고, 시간에 따라 모래 지형이 어떻게 변했는지 알 수 있다는 것. 놀라운 점은 이런 작업을 수행하는 사막 개미의 뇌에 있는 뉴런수가 수천개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고등 동물인 인간은 약 1천억개에 달한다. 이런 놀라운 능력 덕분에 사막 개미는 GPS나 지도의 도움 없이도 황량한 사막에서 살아갈 수 있다.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원(CNRS)과 엑스마르세이유대(Aix-Marseille University:AMU) 연구팀은 사막 개미에서 영감을 얻어 GPS나 지도, SLAM의 도움없이도 이동 방향을 정하고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돌아갈 수 있는 로봇인 ‘앤트봇(Antbot)’을 개발하고, 관련 연구 성과를 ‘사이언스 로보틱스’에 게재했다.

앤트봇은 6개의 다리를 갖추고 있으며, 자외선 편광을 인식할 수 있는 UV광센서와 거리 측정용 광동작 센서를 갖췄다. 사막 개미처럼 자외선 편광으로 방향을 정하고, 걸음 수로 이동거리를 기억한다. 무게는 2.3kg이다. 연구팀이 5~14m 정도의 거리에서 실험을 진행한 결과 1cm 미만의 정확도로 원하는 위치로 돌아왔다. 방향의 정확도 오차는 0.4도에 불과했다. 이 같은 정확도는 GPS의 성능을 능가하는 것이다. 또한 앤트봇은 사막 개미가 적은 수의 뉴런을 갖고 있는 것처럼 아주 단순한 컴퓨터 프로세서를 채택하고 있다. 앤트봇의 눈 역할을 하는 광센서의 픽셀수는 14픽셀 정도다.

연구팀에 따르면 앤트봇 기술은 향후 GPS나 SLAM 기술의 도움 없이 로봇이 목적지를 찾아가고 회귀하는 데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비싼 센서나 컴퓨터 프로세서를 활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강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