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환자의 정맥을 찾아 채혈하는 모습은 안타깝고 고통스러운 장면이다. 정맥을 찾기 어려워 여러 번 시도를 하다보면 어린이는 소리를 지르고 주변에 지켜보는 이들도 힘들어 한다. 미국 룻거스 대학(Rutgers University)의 연구원들이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정맥 채혈 로봇(venipuncture robot)’이라는 해결책을 찾아냈다.

‘스미소니언’에 따르면 이 로봇은 근적외선과 초음파 영상을 조합해 혈관을 찾은 다음 환자 채혈 전에 혈관의 3D 이미지를 만든다. 잠재적으로 어린이, 노인, 비만인 및 어두운 피부여서 정맥확인이 어려운 사람들 등의 혈액을 훨씬 빠르고 쉽게 뽑는데 도움이 되는 기술이다.

이 로봇은 환자는 물론 간병인이나 의료 제공자에게도 효용이 크다. 환자는 일반적으로 까다로운 채혈로 멍이 들기는 하지만 팔신경이 다치는 경우는 거의 없다(2만명 중 1명 미만). 하지만 의료 종사자들은 실수로 바늘에 찔려 인간 면역 결핍 바이러스(HIV) 및 C형 간염과 같은 질병 관련 검사를 해야할 수도 있다. 전세계적으로 의료 종사자의 65%가 바늘로 인한 상해를 입는다. 감염까지 이르는 사람의 비율은 낮지만 감염자 1000명 중 3명은 HIV에 걸리고 C형 간염에 걸리는 사람은 30명, B형 간염은 300명 정도가 된다.

정맥 채혈의 고통 경감, 바늘로 인한 감염 줄여

이 프로젝트를 이끈 룻거스대 생명공학 교수 마틴 L. 야머쉬(Martin L. Yarmush)는 “매년 미국에서만 20억 건의 혈액 채취가 이뤄진다”며 “이는 환자가 가장 부상을 입기 쉬운 과정이기도 하고 동시에 가장 중요한 부상 치료법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이 로봇 장치는 누구도 바늘을 건드리지 않아도 되도록 그 역할을 대신한다는 것이다.

이 탁상형 장치는 백혈구 수치와 헤모글로빈 측정과 같은 즉각적인 혈액 분석을 수행할 수 있다. 혈액 샘플을 실험실로 보낼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환자는 단순히 팔을 장치의 플랫폼에 올려놓고 바늘을 기다리기만 하면 혈액이 원심 분리기 기반 분석기로 직접 흐른다. 이론적으로는 간호사가 의사 진료 전에 환자의 체중과 혈압을 측정할 때 간단한 혈액 검사를 할 수 있으며 환자가 의사를 만나기 전 몇 분 안에 결과가 준비될 수 있다.

야머쉬와 그의 연구팀은 휴대용 버전의 장치가 응급구조사(EMT) 또는 육군 의료진에게 유용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특히 난민 클리닉 같은 훈련된 의료 인력이 부족한 환경에서도 유용할 수 있다.

정맥 채혈 로봇에 대한 아이디어는 약 30년 전에 시작됐다. 병원에서 연수를 받고 있던 어느날 밤 야머쉬는 간호사가 작은 아이에게 정맥주사를 놓으려고 하는 것을 보았다. 간호사가 정맥을 찾지 못하자 아이가 비명을 지르고 엄마도 놀라서 소리를 지르고 있는 상황을 생생하게 지켜봤다. 정맥을 찾아내기 위해 소아과 의사에게 전화를 걸 수밖에 없었는데 야머쉬는 그 때 '더 나은 방법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30년전 아이디어, 10년전부터 구현 중

잠자고 있던 이 아이디어는 10년 전 야머쉬와 그의 팀이 어떻게 혈액 채취 과정을 자동화할 수 있는지 탐구를 시작할 때 비로소 깨어났다. 지금까지 연구팀은 모의 팔을 통해 로봇 프로토타입을 테스트하고 있다. 모의 팔에는 조직과 비슷한 성질과 혈액과 같은 물질을 포함하는 튜브를 가지고 있다. 이 장치에 대한 연구는 최근 테크놀로지 저널에 발표되었으며 올해 여름 이후에 임상실험을 시작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진다.

생체공학 전문가인 보스턴 어린이병원의 피에르 듀퐁(Pierre Dupont)은 이 로봇이 숙련된 채혈 전문의가 없는 환경에서 특히 유용한 흥미로운 기술이라고 평가했다. 이런 장치가 처음 개발된 것은 아니지만 아직 시장에 성공적으로 데뷔한 제품은 없다는 설명이다.

듀퐁은 그러나 새로운 의료 기기를 일상적인 치료의 일부로 만드는 데 몇 가지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한다. 하나는 이 장치를 의료 환경에 통합하는 것이다. 얼마나 큰가, 어디에 위치하는가, 의료 제공자가 사용하기에 불편한가 등 점검 요소가 많다. 또 다른 도전은 훈련이다. 듀퐁은 “최첨단 장비는 숙련된 직원들이라도 사용 경험이 부족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가장 큰 과제는 가격이다. 병원과 의사 사무실에서 살만한 가치가 있을 만큼 싸게 판매할 수 있을까. 듀퐁은 실험과 승인 단계를 거치면서 장치의 가격이 오르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예측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대량 판매가 가능하다면 몰라도 여의치 않다면 낮은 가격을 맞추기가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야머쉬는 연구팀이 워크플로 질문을 고려하고 훈련의 필요성과 인간의 오류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장치를 설계했다고 강조한다. 가격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시설 비용을 줄이고 혈액을 더 빨리 채혈하면 병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