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는다고 걱정하기에 앞서 인간이 꺼려하거나 하기 힘든, 따분하고 더럽고 위험한 일을 로봇이 대신 해준다면 매우 바람직한 일 아닐까.

‘와이어드’에 따르면 스탠포드대학의 기술사업화 기업인 SRI인터내셔널(SRI International)의 로봇 '토러스(Taurus)'는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임무 가운데 하나인 폭발물 처리를 담당하게 됐다.

폭탄 처리에 투입되는 로봇이 처음은 아니지만 토러스는 가상현실(VR) 기술을 접목해 이제까지 나온 폭발물 처리 로봇 가운데 가장 안전하고 효율적인 작업을 해낼 것으로 기대된다. 토러스 운영자는 3D 모니터를 통해 로봇의 눈으로 주위를 보며 손과 그리스퍼로 움직임을 변환해 컨트롤한다. VR 헤드셋을 쓰고 오큘러스 터치(Oculus Touch)를 제어기로 사용하면서 로봇을 컨트롤할 수 있다.

마치 기계 본체가 느껴질 정도의 근접한 느낌을 주며 특히 SRI가 로봇에 내장한 촉각 피드백은 몰입도를 더욱 강화시킨다. SRI로보틱스그룹 연구개발 책임자 마크 베이부트(Mark Baybutt)는 “여러분이 벽이나 주변에 있는 정적인 힘을 느낄 필요가 있다면 우리는 그것을 해낼 수 있다”고 말하고 “특히 로봇 프록시를 날려버리지 않고도 의심스러운 장치 주변을 파악하는데 유용하다”고 설명한다.

일단 헤드셋을 쓰게 되면 단지 토러스를 통해 주변을 보는데서 한걸음 더 나아간다. 예를 들어 로봇 팔을 조이기 위해 오큘러스 터치 모션 컨트롤을 탭하면 가상 버튼이 있는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표시된다. 베이부트는 "우리가 운영하는 원격 세계에 더욱 몰입하게 되었다고 느끼게 해줄 뿐 아니라 다양한 버튼이나 정보를 통해 매우 독특하고 흥미로운 휴먼 머신 인터페이스를 생성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말한다.

이같은 형태의 연구들이 더욱 활발해질 필요가 있다. 점점 더 정교해지는 로봇들이 우리 삶에 개입할수록 로봇과 상호작용하는 방법 역시 정교해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미 휴대전화나 PC 운영체계에 익숙하지만 앞으로는 토러스 같은 기계에 연결하는 가상세계 인터페이스에 보다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개인적으로 폭발물을 처리할 일은 매우 드물다. 그렇다고 토러스에 무관심할 이유는 없다. 폭탄 처리 이외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광산에 투입하는 일도 그 중 하나다. 위험하지만 꼭 필요한 일이라면 로봇이 인간을 위해 그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