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신문사
> 오피니언 > 학생칼럼
나에게 세계대회란?나고야 로보컵 참가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7.08.29  14:13:21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 밴드

   
▲ 울산 성신고등학교 2학년 손정혁
나는 영구치가 다 나지 않았을 때부터 기계와 가깝게 지냈었다
. 처음은 레고, 다음은 RCX, nxt와 EV3로 그 다음 단계를 천천히 끈기 있게 밟아갔었다. 그런 와중에 어느새 내 관심사는 로봇이 아닌 세계대회가 되었다. 얼핏 보기에는 두개가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 나에게 다가오는 의미는 비슷하지 않았다. 나에게 세계대회는 다양한 가치관을 가진 여러 나라의 사람들과 만나 소통할 뿐만 아니라, 대회가 끝난 후에도 계속 연락하며 지내는 로망을 의미했다.

그렇게 1년에 두 번씩은 세계대회를 위해 노력했었다. 당시 나에게는 모든 것 위에 세계대회가 있었다, 그러던 중 카타르에서 개최한 WROOpen Category 부문으로 세계대회를 나가게 되었다. 하지만 다른 나라의 친구들과 여러 가지 활동을 같이할 수 있을 줄 알았던 내 로망은 무참히 깨어지고 말았다. 세 대의 EV3 브릭을 연결한 데이지체인이 애를 먹이고, 차선책으로 준비해 간 블루투스마저 먹통이 되면서, 우리는 팀 부스 안에서 마치 1인 독서실처럼 우리의 작품에만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이 또한 나에게는 매우 굉장한 경험이었다.

그렇게 몇 번의 세계대회를 나갔다. FLL North American Open에서는 실컷 놀아도 보고, 인도에서 개최된 WRO는 쏟아지는 관심과 질문을 받는 환희도 경험해 보았다. 하지만 가슴 한 켠에는 알 수 없는 공허함이 쌓여갔다.

그러던 중 로보컵 챔피언쉽을 나가게 되었다. 정권이 바뀌고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문제로 시끄러울 때, 우리학교는 전국 뉴스를 오르내리고 있었고, 교장선생님의 승인을 받는 일은 차치하고도 자율학습을 빼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이리저리 마음고생을 한 때문인지 이번 대회는 같이하는 팀원과 로봇 뿐 아니라 대상포진이라는 녀석도 내 몸에 따라갔다. 고통은 상상이상이었고, 내 마음은 대회기간을 견디고 오리라는 생각뿐이었다.

기대하지도 않았던 이 대회에서 내가 예전에 가졌던 세계대회의 로망을 만날 수 있었다. 나를 매료시킨 것은 슈퍼팀이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랜덤으로 공지되는 세 나라의 팀이 한조가 되어 정해진 미션을 수행하는 것이다.

슈퍼팀 발표는 대회기간 5일중 3번째 날에 발표되는데 엄청 떨렸다. 솔직히 말하면 생애 첫 소개팅을 받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설레던 공지가 나왔다.

주제는 전 세계인의 놀이인 '얼음땡', 준비시간은 48시간. 우리는 이탈리아팀, 헝가리팀과 한 팀이 되었다. 우리의 기대 속에 등장한 두 팀원은 안타깝게도 모두 남자였다. 단 한명도 빠짐없이.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친구들도 boys라고하며 놀리고 지나갔다. 이탈리아팀도 헝가리팀도 실망한 건 매 한가지였다. 설상가상으로 이탈리아팀은 팀원 한명이 아파서 숙소로 돌아가 버렸다. 이렇게 우리는 그 날 하루를 아무 논의도 없이 보내버렸다.

다음날이 되었다. 다른 말로 대회 당일이었다. 급해진 우리 팀은 간단한 논의부터 시작했다. 예상대로 대화가 순탄하게 진행되지 않았다. 우리 세 팀은 각기 다른 타입의 로봇을 사용하고 있었고, 모두 영어권이 아니라 소통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급한 마음은 영어의 벽을 허물어버렸고, 각자 맡은 영역을 묵묵히 제작하고 프로그램 했다.

우리가 수퍼팀 퍼포먼스를 위해 제작한 로봇은 총 4대였고, 그 중 두 대의 로봇을 우리가 제작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시간이 부족했다. 정말이지 공연 5분 전까지 센서 오류를 잡아냈던 일은 우리들의 극적인 성공을 더욱 돋보이게 하였다. 이렇게 완성되지 않을 것 같았던 프로젝트도 한순간에 완성되었고, 놀랍게도 우리 팀이 월드챔피언이 되었다.

48시간의 대회기간을 몇 시간으로 줄인 이탈리아 팀은 무책임했다. 하지만 그들이 이 수상에 한몫을 한 것은 틀림이 없다. 방대한 프로젝트를 단시간에 해낼 수 있는 프로젝트로 교정해 나가는 과정에서 그들이 없었다면 우리는 세계 대회에 출전했다는 허세로 만들어진 배를 타고 산으로 가버릴지도 몰랐었다.

열정적인 우리 팀의 진우, 제덕, 원중이와 절제력을 가진 이탈리아팀, 그리고 묵묵히 이야기를 들어주던 헝가리팀 모두는 월드챔피언이 될 자격이 있었다. 나는 이 대회를 통해 다양한 가치관을 가진 여러 나라의 사람들과 만나 지속적으로 소통하는 로망을 실현했다. 로보컵은 나에게 행운의 대회였다.손정혁ㆍ울산 성신고등학교 2학년

정원영  robot3@irobotnews.com
정원영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 밴드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1)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과학자
고등학교 2학년이니 성년때 앞으로 다가올 기술의 특이점을 만날 수 있겠네요. 세계 대회에서 좋은 경험도 많이하고^^. 단순 기계 지식은 이제 AI 앞에서 무력해 질 것입니다. 기계 지식과 함께 다른 분야의 책들도 열심히 읽으세요. 감성 인지 훈련도 중요하구요. 자신과 타인의 감성을 읽고 느끼고 세상을 크게 보세요. 그러면 손정혁 학생은 기술자기 아닌 세상과 호흡하는 위대한 과학자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2017-09-18 11:44:43)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1)
최근인기기사
1
농림축산부
2
법무부
3
'엑소아틀레트아시아(주)'
4
Curexo’s Medical Solutions using Differentiated Products
5
민통선 ‘농업용 드론’ 비행 제한적 허용해야
6
"테슬라, AMD와 자율주행차 인공지능 칩 개발 중"
7
빨판 상어의 흡착판을 모사한 수중 로봇
8
미 컬럼비아대, 전기 동력의 소프트 액추에이터 개발
9
독일 포베르크, 청소 로봇업체 '니토 로보틱스' 인수
10
From Home to Enterprise with a Variety of Robot Platforms, “CoreBell”
로봇신문 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이메일무단수집거부청소년보호정책    본지는 인터넷신문위원회 자율심의 준수 서약사입니다
08298) 서울 구로구 공원로 41(구로동, 현대파크빌 427호)  |  대표전화 : 02)867-6200  |  팩스 : 02)867-6203
등록번호 : 서울 아 02659  |  등록일자 : 2013.5.21  |  발행인·편집인 : 조규남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경일
Copyright © 2013 로봇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mail to editor@irobo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