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와사키의 초밥 만드는 로봇

산업용 로봇으로 편의점에 있는 도시락을 만드는 일이 가능할까. 산업용 로봇으로 도시락을 만들기 위해선 밥, 생선, 고기, 피클 등을 들어올려 도시락에 담는 작업을 수행해야 한다. 음식의 형태도 다양하고, 강도도 제각각이어서 로봇 팔로 작업하는 게 쉽지 않다. 두부나 채소처럼 매우 부드럽고 모양이 불규칙한 음식을 부스러지지 않게 잘 다뤄야한다.

'파이낸셜 타임즈'에 따르면 일본의 산업용 로봇업체인 야스카와는 편의점용 도시락을 만들 수 있는 로봇 기술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회사 ‘아키라 쿠마가에(Akira Kumagae)’ 모션 콘트롤 부문 경영자는 “우리는 이 기술에 차세대 비즈니스 기회가 있다고 본다”고 얘기했다.

현재 편의점용 도시락은 밤에 사람들의 손을 거쳐 만들어진다. 아침 일찍 편의점에 도시락을 공급하기 위해서다. 이 같은 작업을 로봇을 수행하려면 스마트하고, 사람의 감각 기능을 갖춘 로봇 기술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콩을 젓가락으로 집어 올리는 것은 사람에게도 쉽지 않은 일인데 로봇이 할 수 있어야한다. 초고령 사회인 일본은 노동가능 인구가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어 로봇으로 하여금 편의점용 도시락을 만들게 하는 게 결코 허황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산업용 로봇 기술은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사람처럼 똑똑하지도 않고 감각적인 능력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 일본 산업용 로봇 업체들은 중국의 자동차 산업과 가전산업의 활황에 힘입어 지난 몇년간 높은 매출 성장세를 보였다. IFR(국제 로봇연맹)에 따르면 오는 2019년까지 산업용 로봇은 연간 평균 13%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ABB, 화낙 등 산업용 로봇업체들은 30% 이상의 영업이익을 달성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야스카와와 경쟁 기업들은 음식 산업, 제조분야 품질 관리, 농업 및 유통 등 등 새로운 제조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그동안 산업용 로봇이 수행하지 못했던 분야다. 하지만 이들 시장은 산업용 로봇의 새로운 능력을 요구한다.

일본 물류 전문업체인 ’다이푸쿠(Daifuku)’는 세계 최장상급 물류창고 자동화 업체로 공항 화물처리시스템, 자동차 조립라인 컨베이어벨트 등을 공급하고 있다. 이 회사 ‘마사키 호조(Masaki Hojo)’ 대표는 “여러 종류의 물건이 들어있는 박스 안에서 필요한 제품을 꼭 집어 옮길 수 있는 산업용 로봇 기술이 요구된다”며 이“ 같은 기술을 구현하기 위해선 이미지 처리 기술과 머신러닝 기술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조업 분야에서 산업용 로봇의 상장 잠재력이 높은 곳은 바로 검사 분야다. 가령 스마트폰 조립라인에는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집어 스위치를 온오프하고 모든 기능이 제대로 구현하는지를 살펴본다. 일본 로봇 업체 ‘오므론’의 마사루 타케우치는 “검사 작업은 아주 피곤한 작업이며 높은 집중력을 요구한다”며 현재 제조 시스템의 문제점을 언급했다. 하지만 앞으로 스마트폰의 흠집 등을 확인하는 검사 작업을 로봇이 수행하려면 높은 수준의 이미지 센싱과 인공지능 기술이 필요해진다.

또 산업용 로봇이 새로운 부문에 투입되기 위해선 사용자 인터페이스, 안전성, 직관적인 로봇 훈련 능력 등 여러 측면에서 기술적인 발전이 이뤄져야한다. 하지만 일본의 고령화 속도를 산업용 로봇의 기술 발전 속도가 따라가지 못하면 문제가 생길수 있다. 일본은 연 3만대 정도의 산업용 로봇이 설치되고 있는데, 노동 가능인구는 64만명이 줄어드는 추세다. 마사키 호조 (Masaki Hoho) 다이푸쿠 대표는 “일본의 인구가 8천만명 수준으로 떨어지면 자동화가 별 효과를 보지 못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노동 가능인구가 2백만명 줄어드는 것은 로봇과 자동화로 감당할 수 있지만 5천만명 가량이 줄어들면 힘들다는 것.

이런 상황에서 산업용 로봇의 발전은 더디게 이뤄지고 있다. 로봇은 물건을 집어 빨리 이동시킬 수 있지만 아직도 물건 간의 차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움직이는 방법을 스스로 결정하지 못해 병목 현상이 생긴다. 게다가 공장의 로봇들은 인공지능 수준이 높지 않고 아직 네트워크화되어 있지도 않다. 네트워크화 할 경우 보안성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가와사키의 한 관계자는 산업용 로봇의 또 다른 중요 과제로 민첩성 문제를 거론한다. 재프로그램밍 작업이 쉽지 않은 것도 중요한 원인이다. 게다가 현장에 보급된 대부분 로봇들은 아직까지 한팔 로봇이다. 그는 “대학 교수들은 로봇이 많은 일을 할 수 있다고 얘기 하지만 메이커 입장에선 아직 갈길이 멀다”고 지적했다.

다이푸쿠의 호조 대표는 “자동차 조립라인의 완전 자동화를 시도하려는 때가 오겠지만 자동차 모델이 변경되면 자동화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한다. 10년 동안 자동차 모델이 전혀 변경되지 않는다는 가정이 성립한다면 완전 자동화를 추진할 수는 있겠지만 그때는 고객들로부터 외면을 받을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호조 대표는 “제조업의 대부분 상품들은 100% 자동화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