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 농장주들이 노동력 부족과 임금 상승 문제를 돌파하기 위해 로봇 도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로봇의 성능이 사람의 판단력과 숙련도를 따라오지 못하면서 로봇으로 작업하기 용이한 품종 개발을 추진하거나 복잡한 과정이 필요한 작물의 재배를 포기하는 현상도 빚어지고 있다고 ‘로스엔젤레스(LA) 타임즈’가 보도했다.

LA타임즈에 따르면 딸기 품종을 주로 재배하고 있는 ‘드리스콜(Driscoll)’사는 ‘애그로봇(AgroBot)’의 로봇을 도입해 딸기 품종의 수확 작업을 비밀스럽게 추진하고 있다. 애그로봇사의 로봇은 스타워즈에 나오는 안드로이드 로봇인 ‘C-3PO’ 보다는 농기계 업체인 '존 디어(John Deere)'의 농업용 기계를 닮았다. 하지만 애그로봇의 수확 로봇은 아직 기능적으로 완벽하지 못하다. 센서와 포획기, 절단기 등을 갖추고 있지만 딸기 3개 중 하나는 놓치곤한다.

▲ 애그로봇의 딸기 수확 로봇

캘리포니아 농업용 테크놀로지 업체들의 기술이 발전하고 있지만 여전히 200개 이상의 농작물은 사람들이 일일이 작업하고 있는 상황이다. 470억 달러 규모에 달하는 농업 산업은 최저 임금 노동자들이 자취를 감추기전에 기술적인 혁신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농장주들은 최근 노동력 부족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세계 최대 딸기 재배업체인 드리스콜의 ‘소렌 비요른(Soren Bjorn)’ 회장은 근본적으로 노동력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은 없다고 잘라 말한다. 로봇을 도입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노동력 부족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미국과 멕시코 국경을 넘는 멕시코 노동자들이 지난 2005년 이후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가 불법 노동자들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면서 지난 2014년 이후 이같은 현상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미국인들은 농장 일에 별로 관심이 없으며 인건비도 빠른 속도로 올라가고 있다.

미국 농장주들에게 인력을 공급하고 있는 업체인 '프레쉬 하베스트(Fresh Harvest)'는 인력을 구하기가 갈수록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농장에서 일할 수 있는 노동 인력이 50만명 가까이 필요하지만 새로운 이민자들을 구하기는 힘든 실정이다. 특히 멕시코 제조업체들이 인력 채용을 확대하면서 멕시코인들이 캘리포니아에서 일하기보다는 멕시코 제조업체에서 일하는 것을 선호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프레쉬 하베스트의 ‘스티브 스카로니(Steve Scaroni)'는 연간 15만명에 달하는 멕시코 농촌 지역의 잠재적인 이민자들이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미국 농작물 재배 노동자들의 임금은 지난 2010년부터 2015년까지 13%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이 같은 상황을 버틸 수 있는 농장주들은 화이트 칼러 직종에서 일반화된 의료보험과 저축 제도를 통해 농장에서 일할 노동자를 유인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이들 농장주들은 외국인 이주 노동자들에게도 눈을 돌리고 있다. 지난해 1만1천명에 달하는 외국인 이주 노동자들이 고용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데, 이는 5년전에 비해 5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이런 방법도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하고 있다.

와인 산지로 유명한 '센트럴 밸리(Central Valley)' 농장주들은 포도와 채소 같은 노동집약적인 농작물 재배에서 아몬드 재배로 바꾸고 있다. 아몬드는 사람을 투입하기 보다는 기계를 투입하기 용이하다. 기계가 이동하면서 나무를 흔들면 된다. 수확 과정이 포도 보다 훨씬 간편하다. 고부가가치 포도 재배 사업을 유지하고 있는 농장주들은 포도밭을 리엔지니어링해 기계들이 보다 쉽게 포도 송이를 수확하고 딸수 있도록 하고 있기도 하다.

프레즈노 지역의 건포도 산업계는 이익률이 줄어들자 아예 포도 품종을 바꿔 기계화 하기 쉽도록 바꾸고 있다. 토마토 농장주들이 기계 수확기에 잘 견딜 수 있도록 껍질이 두꺼운 로마(Roma) 토마토 품종을 개발한 것과 비슷한 이치다. UC 데이비스의 연구에 따르면 노동력 부족과 가격 쇼크에 직면한 포도 농장주들은 지난 2000년대 이후 기계 농업에 견딜 수 있는 씨없는 포도 품종인 ‘톰슨(Thompson)’을 재배하기 시작했다. 톰슨 품종을 도입하면 기계화 영농을 도입하기 쉬워 인건비를 80% 이상 절감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미 기계화의 시점을 놓친 농작물도 있다. 아라파거스다. 아라파거스는 노동력이 많이 필요한 농작물인데, 이미 맥시코쪽으로 주요 산지가 넘어갔다. 인건비가 저렴한 멕시코에서 재배하는 게 훨씬 경쟁력이 있다. 아라파거스는 90일간의 수확기간에 매일 수확 작업을 해줘야하는데 기계는 인간의 작업을 대체할수 없다. 제때 수확하려면 사람의 판단력과 숙련도가 필요한데 이런 로봇과 자동화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 힘들다.

이곳에서 아라파거스를 재배하고 있는 '밥 퍼건슨'씨는 “워싱턴주에서 사용하는 수확기를 도입해 사용해봤는데 별로 효용성이 없어 돌려줬다”고 설명했다. ‘캘러포니아 아라파거스 위원회‘의 '체리 와트 앵글로' 위원장은 “우리는 재배 면적 제로로 달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새크라멘토-샌호킨강 삼각주의 농장주들은 이 지역 특산물인 배를 8000에이커의 땅에서 생산하고 있다. 이는 지난 2000년 재배 면적 3만7천 에이커에서 크게 즐어든 수치다.

현재 애그로봇사의 로봇을 도입해 딸기 수확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드리스콜사측은 로봇이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수준으로 기능이 점점 개선되고 있지만 여전히 해결해야할 문제점이 매일 생긴다“며 로봇 도입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농장주들은 애그로봇 뿐 아니라 최근 등장한 스타트업인 '어번던트 로보틱스'와 '소프트 로보틱스'의 기술을 주의 깊게 바라보고 있다. 어번던트 로보틱스는 사과을 수확하는 노동자들과 같은 수준의 판단력과 숙련도를 갖고 있는 사과 수확 로봇을 개발하고 있으며, 소프트 로보틱스는 아이싱(icing) 손상 없이 컵케이크를 잡을 수 있는 피킹 기술을 개발해 주목을 받고 있다.

상추 재배 등에서도 초기 형태의 로봇이 등장하고 있다. 밴드 톱(band saw)을 갖춘 기계는 상추 품종의 일종인 '로메인(Romaine)'의 헤드(head) 부분을 깔끔하게 자를 수 있다. 헤드 부분을 자르는 이유는 로메인 품종이 일정 거리를 유지해야 상추가 풍성하게 열리기 때문이다. 살리나스밸리에서 실리콘밸리로 이전한 업체인 ‘램제이 하일랜더(Ramsay highlander)’는 고속 물 분사기를 이용해 상추를 제거하는 절삭기계를 개발했다. 이 기계는 30명분의 일을 처리할수 있다.

하지만 상추 절삭기계는 ‘얼음 상추’라고 불리는 품종을 처리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얼음 상추는 매우 큰 품종인데, 무겁고 밀집해서 자라나는 특성을 갖고 있다. 절삭기와 포획기를 조작하는 게 쉽지 않다. 램제이 하일랜드는 얼음 상추 품종도 처리할 수 있는 로봇 개발을 추진하고 있지만 개발 자금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아이로니하게 식물학자들은 이종교배된 얼음 상추 품종 대신 토종 얼음 상추를 되살리려는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크리스프헤드(crisphead)’라는 상추 품종은 점점 구체(bulb)형태를 띠고 있는데 이 상추는 절단기와 포획기를 작동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

'타니무라 & 앤틀(Tanimura & Antle)'사는 ‘플랜트테이프(Planttape)’라는 상추 종자 심기 자동화 기계를 개발했는데 이 기계를 활용하면 지난 35년동안 노동력에 의존했던 상추 종자 심기 작업을 자동화할 수 있다.

▲ 타니무라 & 앤틀의 상추 재배 로봇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블루 리버 테크놀로지’는 ‘씨 앤 스프레이(See & Spray)라는 상추 솎기 로봇을 개발해 현재 살리나스 밸리에서 운영하고 있다.이 기계는 상추들이 일정 거리를 유지하면서 성장할 수 있도록 일부 상추를 뽑아주고 비료를 포함한 살수 작업을 진행할수 있다. 하지만 이 기계 역시 아직은 완벽하지 못하다. 사람들이 투입돼 기계가 놓친 작업을 대신해주고 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