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에 대해 정확한 이해 바탕으로 장기적인 경쟁력 찾아야"

어릴적 마징가제트 보면서 로봇에 대한 꿈 키워
로봇 시장 자체가 크지 않아 발전 더뎌...향후 분위기 바뀔 것
후배들, 로봇 뿐만 아니라 관련된 여러분야 폭 넓게 공부했으면
사람이나 사회에 도움이 되는 로봇을 만들 것
리츠메이칸(立命館) 대학 이주호 교수(46)는 고려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 대학원에서 전기공학으로 석사 학위, 일본 동경대학에서 전기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9년부터 동경대 생산기술연구소(IIS)에서 연구원, 박사후 연구원을 거쳐 2004년부터 현재 리츠메이칸대학 정보이공학부 교수로 13년간 재직하고 있다. 2006년부터 2009년까지 3년간 교토에 있는 국제첨단통신연구소(Advanced Telecommunications Research Institute Interntional) 객원연구원, 2008년부터 2009년까지 1년간 미국 카네기멜론대학 로봇연구소 방문교수를 역임하였다. 주요 연구분야는 인간-기계 인터페이스(Man-Machine Interface), 공간지능(Intelligent Space), 로봇, 텔레 오퍼레이션(Tele-Operation) 등이다, 2016년 말에 그림자공연을 하는 로봇 'DESCARO'를 발표하였고, 이외에도 다양한 분야의 로봇을 연구하고 있다. 국제 학술대회에 오랫동안 참가하면서 여러 중책을 맡았고, 얼마전 끝난 URAI 2017 프로그램 위원장을 맡아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루었다. 7월 21일 로봇신문 본사에서 그의 인생 이야기와 로봇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Q. 최근 진행하고 계신 연구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저는 원래 공간지능화를 전공했습니다. 공간지능화란 공간상에 지능을 가진 센서들을 배치시켜 센서 끼리 서로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공간 안에 있는 사람이나 로봇을 편하게 지원해주는 것을 말합니다. 로봇을 예로 들면 머리 또는 센서의 일부를 담당하게 해서 별로 똑똑하지 않은 로봇도 공간자체가 똑똑하면 그 로봇은 똑똑한 로봇이 되는 것 입니다. 그렇게 되면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은 이 로봇한테 도움을 받으면 똑똑한 로봇에 의해서 도움을 받는 것처럼 느껴지고 또한 그렇게 해서 사람이 어디에 있고 지금 어떤 심리상태인지를 추론해 거기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공간을 만드는 것을 원래 주전공으로 했습니다. 공간 전체가 하나의 로봇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런 연구를 해 왔고, 지금도 계속 하고 있지만 로봇은 하나의 시스템 인테그레이션이라고 생각합니다. 로봇이 단독으로 될 수 있는 학문이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기술이 합해져 되는 것 입니다. 그래서 저는 솔직히 전공이 뭐냐고 물어보면 시스템 인테그레이션(System Integration)이라고 대답합니다. 평소 여러 가지 문제 푸는 것을 많이 하는데 그때 주로 사용하는 것이 로봇이나 컴퓨터 비전, AI를 많이 사용하지만 결국 그게 다 시스템 인테그레이션입니다. 요사이 다양한 것을 많이 하고 있어 하나를 찍어서 말씀드리기 힘들지만 관심 있는 분야는 의료복지, 딥러닝을 포함한 인공지능(AI), 그리고 기존에 해오던 다양한 로봇입니다.

▲ 연구실에서 다각보행로봇 MGY와 함께

Q. 의료복지라고 하면 재활 분야를 의미하시는 건가요?

지금 진행하고 있는 것은 재활을 하는 로봇이 아니라 받는 로봇을 하고 있습니다. 주로 많은 분들이 재활을 하는 로봇을 만들고 있습니다. 지금 진행중인데 일본도 그렇고 우리나라도 점점 고령화 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개호나 재활이 필요한 사람이 늘어나게 됩니다. 그런데 그것을 누가 해 주냐 하면 일본도 간호사나 전문요원이 하는데 숫자가 전체적으로 부족합니다. 그런 분들을 빨리 교육시켜야 되는데 교육시키는 것을 보면 대부분 노인분이나 아니면 정말 도움이 필요한분한테 직접 연습을 할 수가 없으니 학생들끼리 혹은 움직이지 않는 마네킹으로 합니다. 그렇게 되면 정말 필요한분들한테 개호를 했을 때 제대로 된 서비스인지를 본인도 의심스럽고, 받는 분도 전문가가 아니라 불안해합니다. 그랬을 때 재활을 받는 로봇을 만들게 되면 트레이닝 받는 분들이 했을 때 이 부분이 부족하다, 이 부분은 손을 잡으면 아프다 같은 반응을 수치화 시켜 보여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단순한 인형으로는 안 됩니다. 왜냐하면 어느 정도는 자기 힘으로 움직여야 되니까요. 연세 드신 분들도 어느 정도는 움직이시잖아요. 그러니까 그런 노인을 모방하는 로봇을 만들고 있는데 개호라든지 재활에 쓰게 됩니다.

Q. 전혀 새로운 개념의 로봇이네요.

저는 색다른 식의 방향으로 어프로치하고 있습니다. 그것에 대해 아직 정식명칭을 정하지는 않았지만 ‘세상에서 가장 약한 로봇’이라고 부릅니다.

Q. 고대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하셨는데 전기공학을 선택하신 계기가 있으신가요?

어렸을 때부터 회로에 관심이 많아 저는 로봇하면 기계라고 생각하지 않고 회로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키트 같은 것을 많이 만들었고, 계속 관심을 가졌습니다. 집안에서 쓰는 가전제품이 고장 나면 일단 다 뜯고 새로 산 가전제품도 뜯어서 어떻게 되어 있나 보는게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때 일이었습니다. 그때부터 그 분야로 가겠다고 마음먹은 것 같습니다.

Q. 졸업 후 고대 대학원에서 전기공학으로 석사를 받고 일본 동경대로 유학을 가셨는데 그 학교를 선택하신 계기가 있다면?

첫 번째는 제가 어렸을 때 워낙 마징가 제트를 좋아 했습니다. 제가 유치원, 초등학교 때 마징가제트를 했었는데 그 당시 그것을 보고 너무 감동 받았습니다. 그래서 나도 로봇을 만드는 과학자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되었습니다. 당시 집에 있는 냄비나 양동이를 모아 테이프로 붙여 로봇모양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만들어 놓고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를 생각하는데 당연히 그 당시에는 알수가 없었지요. 그때 나중에 커서 로봇을 만들어야 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커 가면서 마징가제트가 일본에서 만들어진 로봇이고 또 도라에몽을 보면서 일본 로봇에 관심이 많았는데 그런 것들이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석사과정 때 제어를 공부하고 있었는데 제어 관련 논문을 당시 인터넷이 없으니 구하기 힘들었습니다. 동경대에 있는 교수님이 쓰신 논문인데 당시에 부탁을 했더니 친절하게 그 논문 뿐 아니라 관련 논문까지 보내주셨는데, 그 분(히데키 하시모토 교수)이 제어뿐만 아니라 로봇을 연구하고 계셨습니다. 그래서 그 분한테 연락을 드렸더니 자기 연구실로 오라고 해 일본에서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Q. 동경대에서 박사과정때 전기공학을 전공하셨는데 세부 전공은 무엇을 하셨나요?

세부전공이 크게 전자공학, 전기공학, 정보통신공학 세 가지로 나눠지는데 저는 정보통신공학이었습니다. 주된 박사 연구는 이동로봇을 연구했었습니다. 원자력 발전소 같은데 들어가는 검사용 이동로봇을 개발해 어디에 금이 갔는지를 검사하는데, 굉장히 넓은 공간이다 보니 랜드 마크 같은 게 없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자기 위치를 틀리지 않으면서 이동시키느냐 하는 것을 연구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공간지능 연구를 그때 시작했습니다. 아무래도 로봇 단독으로는 한계가 있으니까 공간상에 센서를 배치하고 그 센서가 분산 배치되면서 자기들끼리 정보를 나눠 공간내부에 있는 로봇을 도와주자라는 것을 그때 처음 제안 했습니다.

Q. 박사 학위 당시 졸업 논문 제목이 “A New Localization Scheme based on Cooperative Environment”인데 어떤 내용인지 간략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간략하게 말씀드리면 로봇이 자기가 갖고 있는 센서 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니 공간상에 센서가 배치돼 있어 그 센서가 로봇뿐 아니라 사람도 보고 모든 것을 봄으로써 공간 천체를 파악하는 것 입니다. 파악한 상태에서 로봇에게 정보를 전달해 주면 로봇은 자기 단독으로는 할 수 없었던 좀 더 구체화된 이동이 가능하다는 내용입니다. 그걸 제안했고 실험으로 그것을 증명했습니다.

▲ 연구실 바베큐 파티

Q. 일본 리츠메이칸대 정보이공학과 교수로 2004년부터 가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학과나 학교를 좀 소개해 주신다면...

리츠메이칸(立命館) 대학이 1900년에 만들어졌으니 117년 역사를 자랑합니다. 일본은 크게 관동, 관서로 나뉘는데 관동에 유명한 사립대로 와세다(早稲田), 게이오(慶應) , 관서는 리츠메이칸, 도시샤(同志社가 있습니다. 역사가 깊은 사립대인데 특히나 연구중심대학으로 일본 사립대 연구비 랭킹으로는 게이오, 와세다, 그리고 다음이 리츠메이칸대학입니다. 산학협력 건수는 우리 학교가 1등, 2등이 동경대인데 산업체와 협력도 많이 하고 연구를 많이 하는 대학입니다.

그리고 정보이공학부 정보이공학과인데 우리나라는 정보라는 말을 잘 안 쓰는데 컴퓨터 사이언스, 컴퓨터 엔지니어링을 일본에서는 정보라고 표현합니다. 영어로는 Information Science & Engineering입니다. 일본 내 제일 큰 정보관련 그러니까 컴퓨터 관련 학과 학부로서 학과 내에 교수가 100명 정도 있습니다. 컴퓨터 사이언스가 제일 큰 과이고, 연구실만 거의 50개 가까이 되기 때문에 제일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Q. KT 하이텔 일본, 서울 이코노믹 데일리 IT 칼럼니스트로 활동 하셨다고 하는데 글 쓰시는 것을 좋아하시나요?

글 쓰는 것을 좋아하지만, 딱딱한 글은 별로 안 좋아합니다. 하이텔 일본 통신원 당시 미국, 유럽, 일본 등 네 곳에 통신원이 있었는데 당시에는 1주일에 3번 정도 글을 올렸습니다. 거기서 월급 받고 일을 했었습니다. 요즘이야 블로거들이 많지만 그때는 그런게 없던 시절이고, 꽤 인기가 많았습니다. 당시 일본 유학가려는 분들이 스크랩해서 읽어보고 저한테 연락도 많이 주셨습니다. 서울 이코노믹 데일리는 일본의 IT 관련 칼럼을 2주에 한번 연재했었는데 학교를 옮기고 나서부터는 아르바이트를 하지 못했습니다.

▲ 로봇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초대 강연중

Q. 로봇을 하시게 된 계기가 있으셨나요? 취미가 로봇 만들기라고 하셨는데 주로 어떤 로봇을 만드시는지.

로봇을 하게 된 것은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마징가가 큰 역할을 했습니다. 우리나라에 처음 로봇 장편만화영화 로보트 태권브이가 개봉했는데 제가 초등학교 입학한 1977년 즈음입니다. 태권브이가 초등학교 입학하기 직전이고 마징가제트는 그보다 더 전인데 마징가제트가 도입이고 로봇 태권브이는 불을 질렀다고 보시면 정확합니다. 로보트 태권브이를 보러 극장을 어머니 손 붙잡고 8번이나 갔습니다. 그때부터 로봇의 꿈을 키워왔습니다. 어떻게 하면 로봇을 만들 수 있을까 해서 집에 있는 양동이 같은 것 모아서 테이프로 만들었는데 이게 도저히 안 되니까 어머니께서 이것은 나중에 네가 커서 로봇공부를 해야 된다고 하셔서 그때부터 커서 로봇을 하겠다고 정한 것입니다.

또 한 가지 계기가 마이크로 마우스 대회였습니다. EBS에서 가끔 마이크로 마우스라는 게 소개되는데 아주 환상적이었습니다. 저것을 어떻게 만들까, 나중에 꼭 만들고 싶다고 했는데 대학교 입학했더니 우리 학과 안에 마이크로 마우스 만드는 서클이 있어 바로 들어갔습니다. 들어가서 그 서클의 회장까지 하면서 활동을 열심히 했습니다. 로봇 하는 분들 중에 마이크로 마우스 대회 출신들이 많습니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유가 로봇 만드는 부품을 사려고 했고, 매일 밤 새 면서 방학 내내 했습니다.

Q. 일본에서 20년 넘게 로봇분야를 연구하고 계신데 일본의 로봇산업 경쟁력은 어디에 있다고 보시는지요?

제가 보기에는 저변이 넓습니다. 일본에서 로봇학회 같은 것을 가보면 국내 학회인데도 발표만 1000건이 넘고 참가자가 2천명이 넘습니다. 그러니 로봇 하는 인구가 워낙 많고 일본 사람들 자체가 로봇에 친숙해져 있습니다. 왜냐하면 아톰, 도라에몽, 마징가제트 같은 만화 때문이라고 봅니다. 사람들이 로봇에 대한 동경을 가지고 크다 보니 로봇에 대해 굉장히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미국은 로봇에 대해서 나쁜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일본사람들은 로봇을 친구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러다보니 로봇 하는 인구도 많고 국민이 로봇에 거는 기대도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로봇이 상당히 환영받는 사회지요.

문제라면 환영받다 보니 심각한 연구들을 많이 안했습니다. 예를 들면 전쟁로봇 같은 것은 아무도 안합니다. 재난로봇도 많이 연구는 했는데 깊은 연구를 하지 않았습니다. 방사능이 있는 어려운 환경을 뚫고 들어가고 그런 것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2011년 원전사고 당시 일본 로봇이 들어가지 못하니까 많은 일본 국민들로부터 여태까지 무엇을 한 것이냐는 질책을 받았습니다. 그때 연구하는 분들에게 큰 전환점이 되었다고 봅니다. 제가 보기에 우리나라 같은 경우 대부분 문제가 로봇을 하는 분들이 정말 자기가 로봇이 좋아서 하는 분들도 있지만, 그쪽으로 연구비가 나오기 때문에 하는 분들도 굉장히 많은 것 같습니다. 로봇을 하는데 정부에서 이쪽으로 자금을 지원한다고 하면 많이 따라 가는데 일본은 그런 것에 해방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떤 연구를 해도 그 연구가 괜찮다고 생각하면 정부에서 연구비가 나오니까 사람들이 굉장히 자유롭게 로봇연구를 해 왔습니다.

Q. 최근 국내 대학 등과 여러 가지 공동연구를 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떤 것들인지 소개해 주실 수 있으신지요.

공동연구라기 보다는 제가 현재 안식년으로 한국에 나와 있기 때문에 많은 연구실, 많은 연구단체를 방문하면서 커넥션을 만들려고 합니다. 이제 저도 일본 내 네트워크가 충분히 있기 때문에 일본 네트워크와 한국 네트워크를 연결하기 위해서라도 한국 네트워크를 많이 갖추고 있어야 해서 열심히 다니면서 세미나도 하고 그럽니다. 그리고 가능하면 한국 교수님, 박사님, 연구단체와 같이 일을 하려고 노력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이 교수의 안식년은 오는 9월 25일까지다)

▲ 국제로봇전(irex)에 연구실에서 로봇을 출품했을 때

Q. 최근 일본의 로봇산업 동향이나 정책적인 방향이 있다면? 2020년 로봇올림픽을 위해 일본도 많은 준비를 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일본의 전성기라고 하면 1980년대입니다. 세계에서 일본이 최고의 기술대국이라는 것을 각인시켰는데, 로봇을 이용해서 그것을 다시 부흥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본 정부에서도 구체적인 안을 마련하고 있는데 일본이 주도해서 로봇에 대한 규격화, 법제화 등을 시키려고 합니다. 특히 2020년 동경 올림픽 때 모든 국력을 다 보여주려고 하는 거지요. 예를 들면 자율주행자동차도 2020년에 맞추고 있는 것이 모두 그 일환으로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일본 정부가 일단 씨를 뿌리고, 거기에 호응해 학계와 산업계 사람들이 합쳐 컨소시엄을 세 개 만들어 정부가 처음에 낸 아이디어를 근거로 한 달에 한번 이상 만나면서 계속 논의를 통해 구체화 작업을 거쳐 지금은 실행화 단계에 있습니다.

Q. 일본 총리 직속의 로봇혁명위원회에도 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떤 역할을 하셨는지요?

세 개의 컨소시엄 중에 로봇 이노베이션 파트가 있는데 거기서 주로 맡았던 것은 일본에서 올림픽을 하니까 거기에 맞춰 로봇 올림픽도 열자. 그 로봇 올림픽을 규격화시킴으로서 세계 모든 사람들이 참가할 수 있고 로봇기술의 발전을 도모하면서 동시에 일본 로봇의 우수성을 보여주자라는 기획을 했습니다. 그래서 초창기에 참가를 했었습니다. 이제 로봇 종목이 모두 구체적으로 정해져 2020년에 열릴 예정이고,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참가해 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Q. 로봇산업에 오래 종사하셨는데 국내 로봇산업 발전을 위해 정부나 정책 입안자에게 조언해 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로봇을 하시는 분들이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부나 정책을 담당하는 분들이 정확한 이해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무슨 뜻이냐 하면 알기 쉬운 곳에 돈을 제공하는 게 아니라 장기적인 안목을 보고서 어느 부분을 계속 육성해야 우리가 앞으로 경쟁력 있는 로봇을 만들 수 있을지 정부차원에서 정확히 이해를 하고 그쪽에 골고루 재정적 지원이 되어야 우리나라 경쟁력이 생길 것 같습니다. 지금은 당장 결과가 나와야만 정부의 지원금이 나오는데 그렇게 되면 계속 눈앞에 있는 것만 만들려고 하게 됩니다. 그러다 나중에 더 이상의 발전은 힘들어지는 때가 올 것이고 그렇게 되면 경쟁력이 없어지는 겁니다. 정부가 로봇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앞으로 경쟁력을 만들 수 있는 곳에 고루 지원을 해 나가야 합니다.

정부 로드맵을 보면 나온 결과물만 가지고 다 이야기 합니다. 언제까지 무엇이 돼서 결국 이게 합쳐져 무엇이 되고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밑의 어떤 것들이 필요한가 그리고 그것을 위해서 사람을 어떻게 키워나갈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가 없습니다. 버텀 업과 탑 다운이 다 중요한데 한쪽만 이야기하니까 그게 제일 겁이 납니다.

해변가에서 1분을 줄테니 누가 더 모래성을 높게 쌓나 시합하면 한쪽은 벽돌을 예쁘게 만들어 쌓아 나가고, 또 한쪽은 주위 안보고 모래를 막 밀어 올립니다. 그러면 1분 후 누가 더 잘 쌓았나 보면 당연한 이야기지만 모래를 뒤로 막 밀었던 친구가 잘 쌓았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빠른 시간 안에 모래가 높이 쌓이니까요. 벽돌 만든 친구는 이제 벽돌 하나 쌓으면 끝인데. 그런데 시간을 10일 줄 테니 높이 쌓으라고 하면 모래를 막 모은 친구는 어느 높이에서 더 올라가지 못하지만 벽돌을 쌓은 사람은 계속 올라가겠지요. 저는 이것이 바로 앞에서 말했던 비유인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는 짧은 시간에 어떤 결과를 바라니까 결국 사람들한테 그것을 시킬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렇게 해야만 결과가 나오니까요. 벽돌을 쌓는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시간 낭비고 배부른 소리지요, 그런데 길게 보았을 때 벽돌을 쌓는게 더 좋은 방법이고 튼튼하게 가는 길입니다. 이번 정부안에서 무슨 결과를 내겠다는 게 아니라 좀 더 먼 미래를 보고 투자해 주면 좋겠다는 뜻입니다.

▲ 지난달 제주에서 열린 URAI 2017에서 Invited Talk중

Q. 국내 로봇산업이 성장하지 못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보는지?

저는 우리나라 로봇산업이 성장 안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완전히 없는 것에서 출발해 여기까지 왔다는 것에 대해 많은 분들이 노력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우리가 생각하기에 자동차나 반도체에 비하면 우리나라 로봇시장은 한참 뒤처진 것이지요. 그런데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로봇시장 자체가 아직 크지 않았기 때문에 정부에서도 그만큼 크게 관심을 안 가졌고 로봇 하는 사람도 많지 않았고 또 대기업들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런데 앞으로는 이게 바뀔 것입니다. 로봇 시장은 점점 더 커질 것 입니다. 거기에 맞게 장기적인 안목으로 바른 노력을 해야 우리나라가 더 위로 올라 갈 수 있을 것입니다.

Q. 로봇을 배우고 싶은 학생들에게 선배로서 해 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로봇을 하고 싶다는 분들이 많아 지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입니다. 다만 눈에 보이는 것만을 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눈에 보이는 동작만 하는 것은 결국 장난감을 만드는 일에 지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 내부를 이해하는 그러니까 수학적, 물리적 이해가 수반된 노력을 해야 정말 앞으로 나갈 수 있습니다. 로봇을 공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로봇과 관련된 물리, 수학, 때에 따라서는 심리학, 인간공학 등 여러 분야를 폭넓게 공부했으면 좋겠습니다.

Q. 앞으로 로봇 분야 중에서 꼭 해보고 싶은 분야나 개발하고 싶은 로봇이 있다면...

저는 로봇을 연구하는 이유가 사람한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것을 만들자라는 것 입니다. 그것은 처음이나 지금이나 바뀌지 않았고 앞으로도 사람이나 사회에 도움이 되는 로봇을 만들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 제한없이 사람한테 도움이 되고 사회에 도움이 되는 로봇이라면 어떤 형태의 로봇이든지 계속 만들어 나갈 예정입니다.

▲ 졸업하는 연구실 학생들과 함께

Q. 지난 연말에 그림자 공연 로봇 ‘DESCARO’ 을 개발하셨는데 이런 로봇을 만든 동기나 의미가 있다면...

저에게는 굉장히 큰 의미가 있는데 로봇을 하면서 굉장히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해 왔습니다. 여태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로봇 만드는 것을 시도 해 보았고, 사람들에게 이런 로봇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로봇하면 주로 예술하고는 관련없고, 있어도 로봇이 사람하고 같이 춤을 추든가, 마술을 한다든가 해서 사람들이 로봇을 보게 만드는데, 저는 로봇을 통한 예술을 하는데 로봇을 보게 하는게 아니라 로봇에 의해서 나온 결과를 보게 하는 예술을 원했습니다. 그래서 그림자 얻는 로봇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로봇이 움직이는데 그 움직임 자체가 재미있는 것을 하는 겁니다. 로봇이 재미있는 움직임을 하고 있구나 생각하는데 그것을 어느 방향에서 빛을 비추면 로봇의 움직임이 재미있는 것뿐만 아니라 어떤 의미가 있는 그림자가 계속 생성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런 예술을 하는 로봇을 만들려고 처음 시도한 것이고, 그것이 세계 최초의 그림자 만드는 로봇으로 나타난 것입니다.

Q. 프로토 타입이라고 되어 있는데...

현재 계속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비디오에서는 정적인 것을 보여 드렸는데, 향후에는 로봇이 계속 움직이면서 그림자가 어떻게 될지를 생각하면서 움직이는 그림자를 만들 수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코끼리를 만들면 그냥 서 있는 코끼리가 아니라 코를 움직인다든지 걷는게 가능합니다. 또 어떤 형태를 만들었는데 그 형태가 이쪽에서 빛을 비추면 의자가 나오고, 책상이 나오는, 한 모양이지만 동시에 다양한 그림자를 만드는 것을 지금 추진중에 있습니다. ‘데스카로(DESCARO:DEformable Shadow CAsting RObot)'의 뜻이 스페인어로 철면피입니다.

Q. 텔레 오퍼레이션, 맨머신 인터페이스, 인텔리전트 스페이스, 로보틱스 등이 주요 연구 키워드라고 되어 있는데, 텔레오퍼레이션은 어떤 연구를 하고 계신지...

텔레 오퍼레이션(Tele-Operation)은 몇 가지를 하고 있는데 중요한 것을 말씀드리면 재난 발생시 사람이 구조 활동을 직접 하면 좋은데 위험하니까 사람이 원격으로 제어 해 위험한 곳에 들어가서 물건을 갖고 오거나 아니면 그곳을 탐색하는 것을 했었습니다. 최근 했던 텔레 오퍼레이션은 로봇이 기본적으로 자기가 하는데 필요할 때마다 사람에게 도와달라고 요청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그때만 사람이 로봇을 수동으로 조절해 문제를 해결해주면 로봇이 나머지는 자동으로 알아서 하는 것 입니다. 그런 식으로 도와가면서 사람과 로봇이 공존하는 공간 안에서 많은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했었습니다.

또 실험했던 것 중의 하나가 일본의 노인 용양시설에서 제일 필요한 게 노인분들과 대화해 주는 분들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그 분들과 대화하는 게 참 힘듭니다. 물어 본 것 또 물어보고, 한 이야기 또 해야 하고. 그렇다고 대화를 안 할 수도 없고. 그때 로봇을 활용하자는 것입니다. 저희가 했던 것은 AI 기능을 써서 사람이 말을 하면 그것을 음성인식을 한 다음에 AI가 답을 해 주는 것입니다. 문제는 AI가 완벽하지가 않다는 것입니다. 들어보면 답변이 맞는 게 있고 틀리는 것이 있습니다. '오늘 날씨가 참 덥네' 그러면 '네, 오늘 날씨 참 덥네요'. 그러면 쉽게 나와요. 그런데 '오늘 점심에 뭐 먹었어'라고 물었을 때 얘는 엉뚱한 답변을 하는 겁니다. 그때 중간에 오퍼레이터가 참견 하지 않고 가만히 있다 들어 온 질문에 대해서 어떤 답이 나가는지를 보고 그 답이 의미가 있는 답이면 가만히 있고, 답이 이상하다 싶으면 인터럽트를 걸어 대신 답변을 해주는 것 입니다. 그러면서 사람이 쉴 수가 있는 거지요. 계속 말하지 않아도 되니까. 그런 로봇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

[이주호 교수 프로필]

1970년 12월 8일 서울생
1989년 서울 용산고 졸업
1989 ~ 1993 고려대학교 공과대학 전기공학과 졸업
1993 ~ 1995 고려대학교 대학원 전기공학과 졸업
1995 ~ 1999 동경대학교 전기공학과 박사
1999 ~ 2004 동경대학교 생산기술연구소(IIS) 연구원, 박사후 연구원
1997 ~ 2002 KT통신 하이텔 일본 통신원(칼럼니스트), 서울경제 IT 칼럼니스트
2004 ~ 현재 일본 리츠메이칸대 정보이공학부 정보이공학과 교수
2006 ~ 2008 교토 Advanced Telecommunications Research Institute Interntional
객원연구원
2008 ~ 2009 미국 카네기멜론대 로봇연구소 방문 교수
2017 URAI 2017 프로그램 위원장
2015 IEEE Robotics and Automation Society 2015 ICRA Challenge 2nd Place
Winner
2015 The Society of CAD/CAM Engineers Gaheon Award
2013 IEEE Industrial Electronics Society Best Paper in Ses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