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로봇산업진흥원(KIRIA)은 2008년 3월 제정된 ‘지능형로봇 개발 및 보급촉진법’ 제41조에 따라 설립되었다. 법 내용을 살펴 보면 “지능형 로봇산업 진흥을 위한 사업을 효율적이고 체계적으로 추진하고 지능형 로봇산업 관련 정책의 개발을 지원하기 위하여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을 설립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그리고 2년 후인 2010년 대구로 진흥원 입지가 확정되었고, 그해 6월 현재의 진흥원이 설립되었다. 그리고 7년이 흘러 지난주 창립 7주년 기념식 및 KIRIA 비전 2022 선포식이 열렸다.

이날 비전 선포식에서 필자의 눈길을 끈 것은 “2022년까지 국내 로봇 시장 규모 누적 50조원, 서비스 로봇 1000만 가구 보급을 달성한다”는 목표였다.

사실 이 보다 앞서 정부 주도로 로봇 관련해 몇 번의 비전 발표가 있었다. 2009년 4월 발표된 제1차 지능형 로봇 기본계획에는 “2013 로봇 3대강국ㆍ2018 로봇 선도 국가”라는 비전이 발표되었고, 2012년 10월에 발표된 로봇 미래전략(2013~2022) 보고대회에서는 “2022년 세계 최고의 로봇 활용 국가”라는 비전과 함께 “로봇시장 25조원, All Robot 시대 구현“이라는 목표가 발표되었다. 또 2014년 발표된 제2차 지능형 로봇 기본계획에는 ”2018년 국내로봇시장 7조, 수출 2.5조, 로봇전문기업 600개 확대”라는 목표가 발표되었다. 이러한 비전과 목표 가운데 어느 것은 이미 물 건너 간것도 있고, 어느 것은 아직 진행중인 것도 있다. 문제는 비전과 목표 발표 후 과연 꾸준히 그 비전과 목표를 누군가 관리하고 달성하기 위해 관련자 모두를 독려하고 노력했느냐는 것이다. 그냥 위에 잘 보이기 위해서 발표 한번하고 그대로 끝내버린것은 아닌지 반성해 볼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비전 발표와 목표는 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 주었으면 좋겠다.

사실 1000만대라는 수치는 산업적으로 상당히 상징적 의미를 갖고 있다. PC, 자동차, 스마트폰 모두 1000만대를 넘어서면서 산업이 크게 성장했다. PC 1000만대 시대를 열기 위해 1999년 정부는 국민 PC 보급사업을 주도해 100만원 이하의 저가 개인용 컴퓨터를 가정에 보급하였다. 사업시행 6개월 동안 43만 여대의 PC가 보급되어 성공적인 국가정책사업으로 평가받는다. 당시 필자는 현장에서 이 작업을 직접 수행하고 있어 감회가 새롭다. 이러한 노력이 2000년 국내 PC 1000만대 시대를 앞당기는데 기여했음은 부인할 수 없다. 자동차의 경우 1997년 보유댓수가 처음 1000만대를 넘어섰고, 2003년에는 국내 승용차 보유댓수가 1000만대를 돌파했다. 스마트폰 보급 역시 2009년 11월 아이폰 첫 도입이후 2011년 3월 1000만대를 넘어섰다.

일반적으로 마케팅에서는 어떤 기기가 100만대 가량 보급되면 유행을 만들고, 500만대쯤 보급되면 하나의 트렌드가 되고, 1000만대가 보급되면 새로운 문화를 낳는다고 이야기한다. 만일 2022년에 개인 서비스 로봇이 1000만대 보급된다면 국내 개인 서비스 로봇 시장은 진입기를 지나 본격적인 성장기로 접어들 것이다. 또한 개인 서비스 로봇 시장 확산으로 관련 부속품, 각종 애플리케이션과 악세서리 시장 등도 함께 성장할 것이다. 우리는 이미 PC, 자동차, 스마트폰을 통해 이러한 경험을 해왔다.

이날 비전선포식에서 문전일 로봇산업진흥원 이사회 의장은 건배사를 통해 “비행기”론을 이야기했다. “비전을 행동으로 옮기면 기적이 일어난다”는 뜻이다. 김창호 대경로봇기업협회장 역시 축사를 통해 "비전을 선포만 하면 하나의 종이 조각에 불과하다. 이 비전을 로봇 관련 산학연관에 모두 전파해서 로봇 관계자들이 철학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비전 선포는 했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때부터가 시작이다. 서비스 로봇 1000만대 보급이 하나의 구호로 끝나지 않으려면 로봇관련 산학연관 종사자 모두 함께 노력하고 지혜를 모아야 한다. 필요하다면 국민PC 보급사업처럼 개인용 서비스 로봇도 사양을 정하고 대량 생산을 통해 원가를 낮춰 국민의 생활편익을 위해 저가로 보급하는 방법을 찾아 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모두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행동에 옮긴다면 기적은 일어날 것이다. 로봇산업진흥원도 이 비전을 모든 사람들과 공유하도록 하고, 또 주기적으로 목표와 비전을 관리하고 진행 상황을 점검해 문제가 있다면 이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국내 로봇산업의 진흥을 위한 사업을 효율적이고 체계적으로 추진해, 서비스 로봇 1000만 가구 보급이라는 목표가 앞으로 차질없이 달성될 수 있도록 진흥원도 많은 역할을 해 주기를 기대한다. ▒ 조규남ㆍ본지 발행인